2020년 겨울, 임현

임현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창작과비평』 2020년 가을호)

선정의 말

2017년 젊은작가상 수상작 「고두」에서 근본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윤리란 무엇인가를 물었던 임현은 이번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에서도 역시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을 등장시키고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론 보도를 통해 종종 봤을 법한 기시감이 있는 대학 내의 사건, 가령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 교수에게 항의가 진행되던 중 모종의 폭행이 일어나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바로 그 대학의 강사인 ‘나’는 가깝다면 가깝게 그 사건을 접한 셈이지만,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그런 입장이다. 사건 자체도 별거 아닌 것 같다. 학생의 인권에 대한 침해란 것도, 우발적인 폭행이란 것도 정말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윤리적 딜레마를 말하기에는 지나치게 미미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미미하고 사소한 사건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애덤 스미스의 윤리학에서 강조된 ‘공정한 관찰자impartial spectator’와 흡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싶은 ‘나’의 기대는 끝내 실현되지 않는다. 몇백 년 전에는 그럴듯했을지 모르지만, 사실 공정하거나 공평하다는 말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그 가식을 벗어나는 편이 차라리 윤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형용사가 여전히 미련이 남고 중요한 개념인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바, 이런 점에서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의 문제의식에 주목할 수 있다. 이수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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