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신종원

신종원 「멜로디 웹 텍스처」(『문학과사회』 2020년 여름호)

선정의 말

이것은 단지 언어로 짜인 텍스트가 아니다. 멜로디를 정교하면서도 역동적인 그물처럼 엮어낸 직물이거나, 씨줄과 날줄이 어우러진 텍스처가 오묘한 멜로디를 형성하는 언어 그물이거나, 혹은 그 이상이거나…… 어쨌거나 결코 쉽게 쓰이지 않은 텍스트다. 「작은 코다」에서도 그렇지만, 신종원은 음악적인 것과 조형적인 것, 언어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이 어떻게 스미고 짜이며 새로운 멜로디 텍스트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음악이 중단되면 집짓기도 중단된다. 음악이 시작되면 집짓기도 시작된다”는 문장이 환기하는 것처럼 그의 글쓰기는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 것 같다. “언제나 저 너머에 있”는 음악은 “암흑 속에 있”는 상상의 질료들을 “문자로 된 직물”로 만드는 과정에서 꼭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다. 그러기에 서사적 대상인 “너는 세계에 남겨진 음악적 표상”이라는 진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며, “무한히 지금 너는 나를 쓰고 싶다 지금 너는 나를 쓰고 있다”는 진술로 이어진다. 음악적 표상과 글쓰기 욕망, 글쓰기 행위는 밀접하게 연계된다.
어쩌면 이것은 아라크네를 위한 변명이자, 자기 소설을 위한 전복적 다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라크네는 소문난 베짜기 명인이다. 자기 재주를 믿고 신마저 두려워하지 않은 까닭에 아테네 여신과 당당하게 겨뤘던 그녀는 결국 여신의 노여움을 받아 거미로 변신하고 만다. 거미가 되어 늘 일정한 패턴의 거미집을 지어야 하는 아라크네의 운명은 과연 정당한가, 그런 질문을 작가는 던진다. 하여 아라크네가 음악과 더불어 패턴을 전복적으로 넘어서는 새로운 멜로디 웹 텍스처를 수행하기를 욕망한다. “시제 혼용 또는 성분 탈락과 같은 문법적 실수는 신경 쓰지 마 그냥 내던져버려도 괜찮아 그 모든 법칙과 기호들조차 내가 꾸는 꿈이네”. 이를 위해 작가는 신화에서 아테네가 거미로 변신시켰던 아라크네를 다시 변신시킨다. 그 길쌈꾼으로 하여금 “마지막 허물을 벗게” 하고 “거미의 이마 속에서” 걸어 나오게 한다. 신의 갑질로부터 아라크네를 구원하기, 정형적 예술 패턴으로부터 전복적인 해방의 탈주선 그리기를, 「멜로디 웹 텍스처」에서 가장 음악적이면서도 가장 회화적이고 또한 가장 언어적인 텍스트를 통해 시도해 본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서사적 수고를 경유해야 가능한 것이겠지만, 신예 신종원은 오로지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문학적 개성의 어떤 부분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 개성이 2020년대 한국문학의 새로운 창을 열어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우찬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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