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 서장원

서장원 「이 인용 게임」(『문학동네』 2020년 여름호)

선정의 말

소설에서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반화해서 말할 수는 어렵겠지만, 제목이 중요한 소설이 있다. 예컨대, 이제는 한국문학의 고전의 반열에 올랐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광장’이나 ‘당신들의 천국’ 같은 소설은, 유명한 고전이니만큼 제목만 알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텐데, 이런 제목들만 알아도 우리들의 세계와 인생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주제를 깨달은 듯한 느낌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서장원의 「이 인용 게임」 역시 제목이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노영에게는 병약한 오빠가 있었고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교직까지 접고 아들의 치료에 헌신했다. 엄마와 아들‘만’의 이 인용 게임이란 부모의 사랑은커녕 당연하다는 듯 집안일까지 떠맡아야 했을 노영의 희박한 존재감을 상징한다. 노영의 불만은 오빠가 죽고 아들을 위한 부모의 헌신도 빛이 바래고 난 뒤, 그 보드 게임들을 중고로 팔아버리고 나서야 약간이나마 보상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용 게임이란 실제 보드 게임만이 아니라 소설 중에서 묘사되는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이 인용 게임이란 너와 너의 드라마이다. 길지 않은 분량의 「이 인용 게임」에는 비교적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조심스럽게 얽혀 있는 그들의 관계는 전체적으로 조망되지 않고 각각 너와 나의 문제로 분할되어 드러난다. 그리하여 「이 인용 게임」에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지지 않는 여백들이 더 많다. 물론 우리의 세계와 인생에 밝혀지지 않은, 밝혀질 수 없는 공백이 더 많으리라는 것은 굳이 입증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성질의 지혜이긴 하다. 작가의 등단작 「해가 지기 전에」 역시 그런 주제를 세련되게 드러낸 바 있다. 아무튼 「이 인용 게임」의 구성이 의도적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할되고 병치되어 있는 관계를 묶을 의도 또한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수형(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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