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서이제

서이제, 「0%를 향하여」(『Axt』 2020년 1/2월호)

선정의 말

서이제 작가의 첫번째 소설 「셀룰로이드 필름을 위한 선」이나 지난겨울 발표된 「사운드 클라우드」 같은 작품에서도 그랬지만, 이번에 『소설 보다: 2020 여름』에 수록되는 「0%를 향하여」 역시 미디어가 서사의 중심에 놓여 있다. 얼마나 자전적인지 사실 확인까지는 못 했지만, 알려진 지명이나 인명 등의 고유명사들이 자주 등장하는 일인칭 회상 형식의 서술은 「0%를 향하여」를 자전소설처럼 보이게 하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나’의 기억이란, 또 정체성이란 결국 어떤 미디어 체험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서 대학에서도 영화를 전공한 주인공인 ‘나’의 영화 체험 혹은 영화관 체험도 상당하고, 또 그런 체험 중에 만났던 이런저런 사람들의 체험까지 겹쳐 정말 우리들의 인생이란 영화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착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건 착각일 것이다. 식민지를 살던 20세기 초의 한국인들마저 영화에 몰두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래되었다면 오래되었고 그러면서 또한 가장 최신이기도 한 영화라는 미디어는, 태생부터 꿈이나 환상의 속성과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런 허황한 영화 따위를 믿고 자기 정체성을 세우려 했다니 후회가 앞설지도 모른다. 그게 ‘0%를 향하여’라는 제목에서 암시되는 메시지 중 일부일 수도 있겠다. “영화. 아무래도 영화 같은 건, 그만두는 게 좋을 것이다. 독립 같은 건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은 것이다. 미래가 없고 [……] 미래가 없고 [……] 미래가 없다. 나는 언제까지 이 생각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이 생각을 지속시킬 수 있을까.”
소설 결미의 후회는 물론 수사의문문에 가깝다. 왜냐하면 영화가 허황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인생의 중요한 동기나 계기들 역시 대체로 영화만큼 허황하고 혹은 영화보다 더 허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0%를 향하여」는 영화나 미디어에 관한 현대적인 소설이면서 동시에 뭔가 알 수 없는 인력(引力)에 이끌려 매혹되고 또 후회하기를 반복하는 좀더 보편적인 사건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 이수형(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서이제 소설가

1991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18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수상 자세히 보기

10 +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