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한정현

한정현 「오늘의 일기예보」(『자음과모음』 2019년 겨울)

선정의 말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 ……바람의 방향은 남서 오후엔 서남으로 바뀔 예정……” 한정현의 「오늘의 일기예보」는 이렇게 어느 주말의 일기예보로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이렇게 일기예보로 끝난다. “……바람의 방향은 남서에서 서남으로 바뀌는 중.……일정은 딱히 없는, 천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은 날.”
그런데 일정 없는 주말의 일기예보처럼 ‘일상적’인 게 또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의 서사는 가족사(할머니, 고모, 아빠)와 연애사(제인, 복수)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고, 문체는 실제 현실에서 가져온 듯 가볍고 날렵한 구어체다. 특별히 마음 준비를 해야 할 거사도 없고,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기로 작정한 주인공의 회심 같은 것도 없다. 「오늘의 일기예보」는 정말이지 ‘일상적’인 삶의 한 순간을 다룬 지극히 ‘일상적인’ 소설처럼 읽힌다.
그러나 이 ‘일상적’이란 말을 전 시대의 어법에 따라 ‘정치적’이란 말의 반의어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전 시대의 실수가 그것이었다. 정치를 일상에서 구분해 뭔가 장엄하고 영웅적인 것으로 여겼다는 것…… 반면 한정현은, 작중 고모가 ‘사랑과 혁명’의 나날들을 회고할 때도, 복수가 ‘성평등 화장실’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도, 보나가 광화문에 휘날리는 성조기의 물결 곁을 지나갈 때도, 일상적인 어투를 굳이 바꾸지 않는다. 정치에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이 실은 정치적이니까……
‘미투 운동’과 ‘정치적 올바름’을 둘러싼 짧지 않은 논란을 겪으면서 한국 문학이 배운 것이 어쩌면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말미 편집숍 점원의 대사는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 경청해 둘 만하다. “정치에 관심 있는 것이요? 그런데 이거 이제 일상 아닐까요. 저기에 시위가 나면 차가 막힌달지. 이제 무관심한 게 더 대단한 것 아닐까요?” 정치적 무관심 불가능성, 그것이 「오늘의 일기예보」가 우리에게 예보하고 있는 메시지다._김형중(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한정현 소설가

201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아돌프와 알버트의 언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줄리아나 도쿄』가 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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