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김혜진

김혜진 「3구역, 1구역」(『문학과사회』 2019년 겨울)

선정의 말

김혜진의 「3구역, 1구역」은 제목에서 짐작되는 대로 아파트 재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그렇다고 첨예한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적정한 주거에서 살 권리처럼 우리가 재개발과 관련해 예상할 수 있는 이슈들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3구역, 1구역」을 읽으면서 양귀자의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를 떠올렸다. 아내와 두 딸에 노모까지 모시는 서른다섯의 주인공은 급하게 전셋집을 비워야 될 상황에 처해 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별 연고도 없는, 이제는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부천의 원미동에 덜컥 집을 산다. 대출을 받긴 했지만 골방까지 치면 방 셋에 욕실까지 있는 연립주택의 주인으로 행복감을 누린 것도 잠시, 서울에 살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괴롭기도 하고 지은 지 3년밖에 안 된 집 여기저기에서 문제가 터져 나와 골치가 아프다.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물이 새는 목욕탕 때문에 불려 온, 정식 기술자도 아닌 임씨와 그를 보조하게 된 주인공이 함께 집을 수리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30년 이상의 시간 격차가 있는 「3구역, 1구역」과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속 주인공들은 비슷한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으며, 소설에 등장하는 주거 역시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다. 30년 전 이 땅의 많은 삼십대들은 소설에 나온 대로 연립주택을 사거나 세 들어 살며, 집을 고치기도 하고 더 크거나 좁은 집으로 이사를 가기도 했겠지만, 재개발 구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묘사하지 않는 「3구역, 1구역」 속 주인공은 집에 관해 전혀 다른 경험을 할 것이다. 우리는 집이나 주거에 관해 30년 전의 경험에 대해서는 대충 이해하지만, 지금 진행 중이자 변화 중인 경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전자는 지극히 구체적인 데 비해, 후자는 다소 막연하고 피상적인 같기도 하다. 연일 부동산 문제를 진단하고 아파트값 급등을 고발하는 언론에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마도 이러한 수수께끼가 「3구역, 1구역」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재개발 추진론자이면서 동시에 길고양이 케어에 열심인 ‘너’란 존재를 끊임없이 궁금해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너’에 대한 궁금증은 오늘날 집이란, 또 주거란 무엇인가에 관한 중차대한 질문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_이수형(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김혜진 소설가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소설집 『어비』,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가 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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