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강화길

강화길 「음복(陰伏)」 (『문학동네』 2019년 가을호)

선정의 말

강화길의 「음복(陰伏)」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대로 제사(祭祀)를 지내는 동안 벌어진 사건을 다룬 소설이며, 그렇다면 또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대로 가족 내 젠더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의 장점은 가족, 줄거리를 이야기할 때 다시 언급하겠지만, 삼대에 걸친 가족 내부에 겹겹이 쌓인 젠더 문제를 단편 분량 안에서 교묘하게 짚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신혼인 ‘나’는 남편과 함께 시할아버지의 제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례하려고 시댁을 방문한다. 원래 시할머니와 시부모님이 계신 집에 시고모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7년의 연애 기간 동안 남편으로부터 띄엄띄엄 몇 마디 좋은 말을 들을 게 전부건만, 시고모는 조카며느리 듣기에 거북한 질문을 퍼붓는다. 시고모와 남편은 어떤 관계일까? ‘나’와 시고모, 시어머니 간에 묘한 긴장 관계가 조성되려던 중 제사가 시작된다. 제사상 앞에서 시할아버지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처음 듣고 기분이 좀 상한 ‘나’는 얼결에 술까지 올린다. 시할아버지와 남편은 어떤 관계였을까? 제사가 끝나고 약한 치매를 앓는 시할머니가 거실에 등장하고, 시할아버지와 시할머니, 시고모 간 갈등에 관한 해프닝이 벌어진다. 시할머니와 시고모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을까? ‘나’는 여자들의 삶에 대해, 청나라 후궁들부터 시어머니와 시고모, 시할머니, 시고모의 딸, 그리고 ‘나’와 ‘나’의 어머니, 외할머니로 연상되는 많은 여자들의 삶과 그들 간의 관계적 삶에 대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질문들을 이어가는데, 이 와중에 남편은 시종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아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사람인가? 어느 쪽이든 간에 뭘 모르는 남편은, 물론 ‘나’가 좋아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고의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과실만으로도 유죄가 아닐까? 「음복」은 수십 년간 겹겹이 쌓인 문제를 짚고 있지만, 정작 지금 가장 첨예한 문제는 말하지 않음으로 잠시 덮고 있다. 물론 계속 그럴 수만은 없을 것이다. _이수형(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강화길 소설가

1986년 전주 출생.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괜찮은 사람』,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 있음.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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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 은혜
    2019.11.12 오후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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