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여름, 이민진

「RE:」(『문학동네』 2019년 여름호)

선정의 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말들”을 위하여

하는 말은 많지만 듣는 말은 적고 소통되는 말은 더 적은 시대, 또는 “말하고자 한 것과 말해진 것 사이의 괴리”로 인해 하염없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대한 이민진의 고뇌가 예사롭지 않다. 많은 말을 하지만 적게 듣는 해니와 잘 듣고 적게 말하지만 상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이끌어내는 영우 씨, 하고 보니 셋이 만났을 때 주로 해니의 말을 듣고 영우 씨에게 말한다는 유완 씨, 이런 인물 구성도 그렇거니와, 그들 사이의 소통이 주로 “어긋난 시공간에서 주고받던 메시지”들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 ‘시공차(時空差)’를 예리하면서도 복합적으로 구성한 것이 인상적이다. 해니의 죽음과 새로운 소통 내지 이야기의 탄생 가능성을 작가는 에둘러 성찰한다.
그러니까 동일성의 세계가 아닌 타자성의 세계, 그 타자들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정체성을 탐문할 단서를 마련할 수 있는 발견의 순간을 작가는 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작가의 태도는 다음 본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어두운 하늘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말들이 지금 지나고 있을 것을 헤아렸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말들”을 ‘시공차’의 동력학 속에서 헤아리면서, 새로운 “비유를 통해 확장된 세계의 지도”를 구성할 수 있기를 희구한다. 그 과정에서 비유 혹은 에두른 말의 숨은 의미는 매우 요긴하게 다가온다. “이성이라는 곧은길을 두고 에두른 길을 선택하는 건 분명 소모적인 방식이지만, 그게 제가 가려는 곳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인공의 결연한 진술은 수사학 과잉 시대를 초극한 문학적 진정성의 어떤 지평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니까 이민진의 「RE:」는 말의 대화가 계속되고, 이메일의 답장들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직 도착하지 않은 말들”로 인한 기갈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성찰의 서사다. 이미 도착한 말들의 부정성에 저항하면서 여전히 미끄러지는 진실한 말들을 환대하기 위한 “에두른 길”에서의 위태롭지만 절실하게 모색이 어지간하다. 여러모로 이민진이 펼쳐 보일 “비유를 통해 확장된 세계의 지도”가 궁금해진다.
_문학평론가 우찬제

관련 작가

이민진 소설가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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