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봄, 김수온

「한 폭의 빛」(『문학과사회』 2019년 봄호)

선정의 말

김수온, 「한 폭의 빛」

김수온의 「한 폭의 빛」에서는 서사적 소재로 활용될 만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분명하고도 개성적인 인물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소설의 시공간적 배경은 모호하고, 서술자의 부유하는 목소리는 마치 스스로의 말을 지우려는 듯 서사적 의미값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연기처럼 사라져갈 뿐이다. 등단작인 「()」(201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듯 이러한 김수온의 소설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야기를 투명하게 전달하려는 욕망을 대신하고 있는 것, 다시 말해 이야기로는 전달할 수 없는 모종의 근본적 사태를 형상화 하고자 하는 미학적 의지라고 해야 한다.
이야기로 표현될 수 없는 사태라고 했거니와 이것은 근본적으로 말들의 한계를 시험함으로써 우리들의 인식적 무능력과 딜레마를 드러내는 작업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소설의 제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빛의 경계(‘한 폭’)를 규정짓는 것은 가능한가? 본래 빛이란 존재하는 것들의 형상을 드러내주는 가시성의 형식 같은 것이므로, 인식의 조건이라 할 수 있는 빛의 윤곽과 넓이를 가늠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빛을 구획하기 위해 우리는 필연적으로 빛이 가닿지 못하는 영역, 즉 어둠에 주목하고 그것을 빛과 대조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도 가능하다. 어둠은 빛에 선행하는가, 아니면 빛의 존재 이후에 생성되는 잔여적인 상태인가? 어둠은 단지 빛의 부재를 나타내는가, 아니면 빛과 구별되는 개별적 사태인가? 김수온의 소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존재론적 해답을 찾으려는 미학적 실천에 가까워 보인다. 빛이 필연적으로 야기시킬 수밖에 없는 어둠, 즉 망각에 봉인되어버린 부재에 존재론적인 지위를 되돌려주려는 김수온의 글쓰기는, 한때 존재했으나 이제는 흔적으로만 간신히 스스로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미세한 기미를 포착함으로써 우리들의 일상적 감각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있음과 없음 사이의 미세한 경계들을 다양하게 이미지화 하려는 김수온의 회화적 언어가 앞으로 그려낼 다양한 소설적 풍경들을 기대해본다.

_ 문학평론가 강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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