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겨울, 서이제

「미신(迷信)」(『현대문학』 2018년 12월호)

선정의 말

 서이제, 미신(迷信)

 

서이제의 「미신(迷信)」의 서술자는 끊임없이 ‘모른다’라고 말한다. ‘모른다’는 말을 계속 되뇌는 화자는 단순히 ‘믿을 수 없는 화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는 화자’이다. 자기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화자가 소설의 담화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면 소설이라는 문법 자체가 가능한 것인가?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근대 소설은 복잡하고 분열된 현대 세계의 경험을 인과적인 사건의 질서로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서이제의 소설이 이 근대소설의 규율을 배반하는 모더니즘 소설들의 분열증적인 화법을 다시 한번 선보이고 있는 것 이외에 다른 측면이 있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화적 세대적 감수성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에서 ‘내’가 ‘모른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심층에는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현대문학』 2018년 12월호, p. 63. 인용 시 페이지만 표기)라는 고백이 있지만, “선생님이 죽고, 그 애가 사라졌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p. 56)라는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질문에는 모종의 죄의식이 개입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화자의 친구인 ‘그-이 군’은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한다. 이 소설의 화자는 ‘모른다고 고백하는 주체’인데, 그 고백의 형식은 편지일 수도 있으나 그 편지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선생님-이 군’은 모두 죄의식에 연루되어 있고, 모두 자신을 믿을 수 없는 자리에 있으며, 말하는 자와 말을 듣는 자의 구분이 뒤섞이며 ‘함께’ 존재한다.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과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했다는 말도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p. 68). 이 문장이야말로 문학의 언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저수지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어떤 사건을 발설하면 ‘모른다’라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미 ‘언어적’ 사건은 발생한 것이다. 서이제의 소설은 ‘사건이 일어났다-사건을 인과적으로 재현한다’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났는지 모른다-사건을 생각하는 과정을 중계한다’의 문법을 재구성한다. 확신할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생각의 기저에는 “정말로 저는 살아 있나요? 살아 있다고 믿으면 살아갈 수 있는 건가요?”(p. 71)라는 뼈아픈 질문이 있다. 소설은 이렇게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살아 있다고) 믿지 못하는 생각들의 중계가 된다. 소설은 ‘살기 위해 믿는 것들’에 대해 독자에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며, 그 물음을 소설이 아니라고 말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_ 이광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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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제 소설가

1991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예대 영화과 졸업.  18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수상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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