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최은영

「몫」(『한국문학』 2018년 하반기)

선정의 말

최은영, 「몫」

아마도 최은영은 자기 세대의 ‘운동권 후일담’ 서사를 재구성하고 있는 듯하다. 1990년대 이른바 ‘386세대’들이 운동권 후일담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80년대라는 혁명의 시대가 현실사회주의 붕괴와 문민정부의 출범으로 순식간에 잦아드는 시기의 안타깝고 공허한 공기를 포착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대전환이 있기에 또 다른 ‘후일담’이 가능한 것인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변혁운동의 핵심 주제가 ‘노동/자본’ ‘민족/제국’이 아니라, ‘젠더 이슈’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 소설에서도 사회변혁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생 편집자들은 치열하게 토론하고 분노하고 스스로를 ‘의식화’하면서 어떻게 써야 할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스무 살 언저리 그 뜨거웠던 시절의 열정이 바래져가는 시간을―누군가는 결혼하고 유학을 떠나고 취직을 하고 누군가는 활동가로 남는 등등의 시간을―을 목도한다. 운동권의 문제의식이 ‘젠더 이슈’에 접근하고 있는 것은 이 소설이 회고하는 젊음의 시기가 1990년대 중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군에게 살해당한 기지촌 여성’에 대한 시위에서 오히려 남성적 폭력성을 마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충분히 상징적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소설의 특이성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테면 ‘당신’이라는 2인칭 시점은 이 소설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하며, 이 소설은 어떤 세대적 감수성을 만들어내는가 하는 질문들.
이 소설은 ‘정윤’이라는 선배와 ‘희영’이라는 동기에 대한 ‘당신’의 시선으로 구축된다. ‘나-해진’을 ‘당신’으로 바꾸어놓는 2인칭 소설의 장치. ‘나-정윤, 희영’이라는 시선의 체계가 아니라, ‘숨은 나-당신-정윤, 희영’이라는 체계로 중층화시켜 얻게 되는 것은, ‘나’라는 서술 주체의 중심과 권위를 또 한 번 대상화시키는 효과이다. 그 효과는 감성적인 것을 동반하는데, 2인칭을 ‘너’가 아닌 ‘당신’이라고 명명하는 뉘앙스의 문제가 포함된다. 이 소설에서 ‘당신’은 ‘정윤’과 ‘희영’ 사이의 “그런 공기를 읽는 사람”이다. 활동가였다가 결국 일찍 돌아간 ‘희영’과 결혼과 유학을 선택한 ‘정윤’, 언론사에 취직한 ‘당신’은 한 시대의 ‘몫’을 나누어 가진 인물이다. 그 시간들 안에는 ‘희영’에 대한 동경과 부채감, ‘우정’이라는 감각이 만드는 ‘성장’의 서사가 있다. 이 소설의 가장 문제적인 부분은 이 후일담의 서사를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결시켰다는 것이다. “그 시기를 쓰는 일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읽고 쓰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내 몫을 했다 하고 부채감을 털어버리고 사는 사람”으로서의 죄의식이 남아 있다.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작가가 글쓰기의 내밀한 기원을 드러내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문학의 ‘몫’은 한 시대를 요약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무엇이 지나가고, 무엇이 그대로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고 고백하는 그 지점에 가깝다. 아직 남아서 쓰는 자는 그 몫을 감당하는 자이다. _이광호(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최은영 소설가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났고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13년 작가세계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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