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가을, 정영수

「우리들」(『21세기문학』 2018년 가을호)

선정의 말

‘우리’의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
정영수, 「우리들」

소설의 표제인 “우리들”부터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첨단의 사회 연결망으로 실시간 접속하고 소통하는 탄력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를 형성하기 어려운 시대의 핵심 문제를 함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정영수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그 ‘우리’의 형성 가능성이, 얼마나 지난한 것인가를 궁리한다. 특히 감정적 영역에서의 삶을 성찰할 때, ‘우리’ 없는 단독자로서의 삶이란 얼마나 초라한가. ‘우리’ 사이의 감정적 교류 내지 교감 없는 ‘나’만의 삶이란 도대체 가능한 것일까. 그렇다고 의지적으로 ‘우리’의 형성과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기에, 작가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설 「우리들」의 주인공은 그리움의 신전에서 추방된 상황에서 쫓기듯 상하이로 떠났을 때, 거기서 “조악한 전통과 빈약한 미래”(p. 146)를 본다. 다시 낙오자의 심정으로 귀국한 그는 정은과 현수의 이야기를 쓰는 과정을 돕는 일에 가담하게 된다. “오랫동안 둘만이 존재했던 세계에 이제는 그들에게 동의해줄 타인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며 그게 그들의 세계가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pp. 142~43)했던 그들은, 그들이 “우리”였음을 확인해줄 목격자 내지 동조자를 원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내 그들이 자기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목격자를 동참시키려 했던 것도, 모두 ‘우리’의 불가능성에 대한 불안 때문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의 다음’은 물론 ‘다음’도 알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파국을 경험한 주인공과 그의 그리움의 대상이었던 연경과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이 확인된다. 정은과 현수가 기획했던 ‘우리들’의 이야기도, 또 그 이야기에 기대어 모색했던 주인공과 연경 사이의 ‘우리들’의 이야기도, 나아가 정은과 현수와 주인공을 모두 감싸고도는 ‘우리들’의 이야기도 기대하기 어려움을 피차 절감한다. 참조할 만한 전통도, 신뢰할 만한 현재도, 기대할 만한 미래도 없는 세대들의 파편화와 관련된 불안과 우수의 정조가 가슴을 시리게 한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관련 작가

정영수 소설가

1983년 서울 출생. 2014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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