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세계화

차인석 지음 | 진형준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5년 9월 11일 | ISBN 9788932027746

사양 변형판 200x125 · 184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지금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윤리는 무엇인가?

함께 사는 세계는 어떻게 가능한가?

 

유네스코 철학 석좌교수 차인석의

평화적 공존을 위한 철학적 투쟁!

 

 

청년 취업난, 국가적 경제 침체, 전 지구적 금융위기…… 이러한 표현들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하고 오래된 상투어가 되어버렸고, 지금으로서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뛰어넘을 만한 대안이 등장해 지지를 받는 일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에 맞설 이론적 대안을 모색하고, 개별 국가만이 아닌 전 지구적 차원의 평화적 공존을 이루기 위한 윤리를 제시하는 책 『우리 집의 세계화』(진형준 옮김)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차인석 교수(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국제 철학 저널 『후마니타스 아시아티카』를 창간하는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학술 활동을 펼쳐온 한국의 원로 철학자다. 이 책은 권위 있는 학술 저널 『디오게네스』를 비롯해 여러 국제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저자의 논문 중에서 동일 주제의 여섯 편을 선별해 묶은 것이다. 저자의 학문적 목표는 현재의 다문화 세계에서 글로벌 윤리를 구상해보는 것으로서,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개념을 기초 삼아 서구와 비서구 각각의 환경에 맞는 근대화,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개혁자유주의를 제시한다. 현대 자본주의의 문제들을 보다 포괄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는 저자의 오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을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존을 위한 핵심 전제:

사회를 이루려는 인간의 본성과 우리 집의 세계화라는 원리

 

‘우리 집의 세계화’라는 이 책의 제목은 저자의 성찰의 근간이 되는 핵심 개념이다. 이 개념은 세계를 ‘우리 집’처럼 편하게 느끼게 되는 것, 세계의 다름을 그 자체로 인정하면서 자신의 ‘생활 세계’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그럼으로써 인식의 지평은 넓어지며 ‘다름’에 대한 관용, 그런 관용을 통한 평화적 공존이 가능해진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저자가 ‘세계화’와 ‘지구화’라는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화가 문화의 전달 과정, 즉 소통의 증가를 의미한다면, 세계화는 그렇게 받아들인 문화를 제 것으로 수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다른 세계에 속한 가치, 규범, 사상 등을 흡수, 동화하는 ‘우리 집의 세계화’는 전 인류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연대를 실현하는 데 기본 전제가 된다. 과연 우리 인류는 갈등과 폭력을 넘어서서, 평화롭고 평등한 발전을 이룩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바로 차인석이 제기하는 첨예한 윤리적 질문이다.

 

 

민주주의는 매 세대마다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 존 듀이

 

인류의 역사는 피비린내 나는 온갖 전쟁과 폭력, 갈등, 싸움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는 것이 자연적, 문화적 차이들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떤 특수한 차이가 인종학살이라는 광기에 이르게 하는 걸까? 또한 차이에 대한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면, 오늘날 어떤 차이들이 이런 극단적 파괴를 불러오게 되는가? 정보화로 인해 지구적 소통과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폭력과 갈등의 원인으로 차이에 대한 원초적 공포보다는 권력과 물질적 부에 대한 욕구를 내세우는 것이 더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불어 사는 세계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민주주의적 가치가 필수적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자유롭고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경제활동의 기회는 계층, 종족, 성별, 종교의 차별 없이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여기에는 부단한 자기반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매 세대마다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고 존 듀이가 말했듯이, 기존 질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대항마로서 개혁자유주의 모델

 

저자 차인석의 비판의 눈길은 지구 전역을 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신자유주의, 금권정치를 비판하고, 현재 지구상에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대부분의 정치를 비판한다. 그는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을 현재로 재소환해, 소비지상주의의 폐해 또한 고발한다. 한 국가가 근대성을 지향하면서 왜 언제나 해로운 신자유주의의 길을 택하게 되는 걸까. 그 대답은 실효성이 없는 사변적인 것이 되기 십상이다. 신자유주의가 엄청난 성장과 번영을 가능케 했다고 주장하는 이론가들이 많지만, 일부 특권 계층만이 혜택을 받았을 뿐이며, 신자유주의는 승자 독식의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발전 이론으로서 심각한 한계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 주거, 교육 등 적절한 사회보장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 제3세계에서는 국가 개입이 없이는, 사회 근대화라는 것은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고 이미 실패를 경험한 공동체주의, 사회주의가 그 대안이 될 수 없다. 권위주의나 가부장적인 특성이 지나치게 많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르티아 센이 말했듯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는 경제 발전 자체도 불가능하며, 평등을 향한 그 어떤 개혁도 이룩될 수 없다. 자애로운 권위주의라는 개념은 위험한 모순어법일 뿐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절충한 형태로서의 개혁자유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모든 주체적인 시민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사회를 상상한 존 듀이의 ‘위대한 공동체’ 사상을 발판 삼은 것이다. 개혁자유주의는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로 향하게 하면서 물질적 혜택을 가능한 널리 고르게 나누고자 힘쓴다. 이로써 무한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막중한 폐해를 줄여나가며, 열린 해결책을 찾아나서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 더불어 저자는 시민 개개인이 성찰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신흥 산업국가에서 민주적 결정을 하는 합법적 절차가 마련될 것이고, 지식인과 전문가, 시민사회가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사유의 지평을 넓히고 성찰의 계기를 심어주는 차인석 교수의 윤리적 제언

 

『우리 집의 세계화』는 원로 철학자 차인석 교수가 존 듀이를 비롯해 칸트, 헤겔, 오이겐 핑크 등의 철학 사상을 현실 세계와 연결하고자 시도한 책이다. 저자가 생각하기에 오늘날 철학의 임무는 자본주의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행되는 모든 파괴적 시도에 맞서게 하는 것, 상상력과 창의성, 행동의 자유와 성찰력을 마비시키는 정보사회의 꿈에 맞서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식으로든 근대성을 재상상하고 재가동시켜, 인류를 추락시키는 일을 막는 것, 그것이 철학의 임무이다.

탄탄한 철학적 기초와 깊은 사색의 정수를 추려 담은 이 책은 인간에 대한 저자 특유의 따뜻한 애정과 낙관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희망적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역사는 끝없는 도전”이기 마련이므로 비관주의에 빠질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지키고 그 안에 내재한 모순들을 해결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라는 것. 그러한 여정이 계속되는 이상, 인류의 역사는 성공적인 진화를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으로

 

칸트와 헤겔, 핑크와 마르쿠제 등 지금까지 그가 읽었던 책들을 통해서, 그리고 근대성을 위한 철학적 전투 속에서 그를 사로잡고 있던 주된 질문은, 함께 사는 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한다면 그것은 우리 집의 세계화 시대에 동참할 수 있는가, 민주정치의 공존 양식에 동참할 수 있는가, 평화에 대한 유토피아적이면서 절제력 있는 전망을 함께할 수 있는가, 그 평화의 바탕을 이루는 인류의 지적이고 도덕적인 연대에 함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서문 | 차인석의 근대화를 위한 철학적 투쟁」, 19~20쪽)

 

여행과 교역의 증가에 따른 지구화와 소통기술 및 소통수단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의 인식이 풍요로워지면, 친근한 세계의 경계선은 점점 더 확장되며, 애초에는 미지의 것이거나 낯설던 것이 친근하고 내밀한 무언가로 변화됨으로써 우리의 세계는 더 풍요로워진다. 생활 세계의 세계화란 바로 이러한 과정을 말한다. [……] 말하자면 곧 상이성을 관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계화란 필경 이 세계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이질적인 것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완전히 다른 문화적 지평에서 온 사람들과 접촉하고 공감하게 해주는 상호 이해의 단초는 바로 거기에 있다. (「지구화 시대, 그리고 생활 세계의 세계화」, 25쪽)

 

민주주의 자체는 영토를 넓혀가고 있지만 민주주의 정신, 민주주의의 핵심, 다른 나라의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국가적 구조들은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한 모습은 몇몇 나라의 뉴스에서 다른 나라를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잘 드러난다. 우리는 그러한 현상을 시장 전략의 지구화 현상에서도 목격할 수 있다. 몇몇 선진국은 그러한 전략을 통해 개발도상국 혹은 미개발국의 미디어 산업을 독점하려고 한다. [……] 다문화 세계의 평화를 위한 윤리는 이런 상황에 답이 되는 지침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문화 세계에서의 통문화적 윤리」, 51쪽)

 

내가 이 글에서 밝힌 유토피아적 경향은 바로 그러한 도덕적이고 지적인 공민의 연대에서 온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유토피아란 법률에 새겨 넣거나 누군가에게 실현을 위임하거나 그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언할 수 있다. 전쟁은 평화를 창조하지 못한다. 강제력은 자유를 창조하지 못한다. 배타성은 정의를 창조하지 못한다. 우리가 꿈꾸는 전 지구적인 위대한 공동체는 인류의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하며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건립되어야 한다. (「우리 집의 세계화」, 81쪽)

 

시민들이 사고방식, 행동 방식의 주체로서 시민의식을 갖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소비’다. 물론 소비가 새로운 현상도 아니고 그것이 반드시 주체성을 억압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전이성이 있는 첨단기술로 인해 소비가 촉진될 때 소비 현상은 아주 쉽게 전체주의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 그 결과 노동자들은 기술 발전에 따라 자유로워지기는커녕 물질적 부를 향해 점점 더 커지는 욕구,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회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점점 더 많이, 점점 더 길게 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유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근대성과 주체성」, 98쪽)

 

다문화주의는 다양한 문화를 상호 인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정치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문화적 고유 영역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다문화주의는 옹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용어가 인류의 보편성을 배척한다는 의미로 변질되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들 중에는 이 용어를 문화적 상대주의로 해석하여, 정치적 문제로 특정 집단이나 반체제 인사들의 권리를 억압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근대성 재정립」, 133쪽)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한 사회가 겪게 되는 문화적 격변의 양상과 그로 인해 수반되는 온갖 차원에서의 구조적 변화를 설명하는 데는 신자유주의가 유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이식된 신자유주의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 내부에 신자유주의와 맞서 싸울 어떤 이데올로기도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신자유주의가 “태어난”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심하게 공동체 윤리를 뿌리째 뽑아내고 평가절하해버리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개인 간의 경쟁에 입각한 신자유주의적 입장은, 개인과 그 주변 세상을 연결시켜 생각하는 방식과 정면으로 맞선다. 한 개인이라는 주체를 오로지 소유욕과 경쟁심을 가진 존재로만 환원시키는 신자유주의 이론은 보편적인 유효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 (「개혁자유주의의 발전 전략」, 162~63쪽)

 

 

목차

머리말
서문 | 차인석의 근대화를 위한 철학적 투쟁 파트리스 베르메랑

지구화 시대, 그리고 생활 세계의 세계화
다문화 세계에서의 통문화적 윤리
우리 집의 세계화―위대한 공동체 윤리를 향하여
근대성과 주체성―아시아의 다원적 정체성 의식
동아시아에서의 근대성 재정립
개혁자유주의의 발전 전략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출전

작가 소개

차인석 지음

서울대학교 철학과 및 미국 뉴스쿨 정치사회과학 대학원에서 수학한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현상학을 주제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재학 시절인 1966년 겨울 하이데거와 오이겐 핑크가 공동 주관한 헤라클레이토스 세미나에 참여했으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국제철학인문학협의회CIPSH 회장 등을 역임했다. 철학 네트워크인 아펜드Append를 조직하고 국제 철학 저널인 『후마니타스 아시아티카Humanitas Asiatica』를 창간하는 등 국제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유네스코 부속기관인 CIPSH의 기관지 『디오게네스Diogenes』에 여러 편의 논문이 소개되면서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아랍어 등으로 번역,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유네스코 철학 석좌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사상을 찾아서』 『현대정치와 철학』 『사회인식론―인식과 실천』 『사회의 철학―혁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The Mundialization of Home in the Age of Globalization(2012), Der Begriff des Gegenstandes in der Phänomenologie Edmund Husserls(2014) 등이 있다.

진형준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상상학회 회장,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프리메이슨 비밀의 역사』 『싫증주의 시대의 힘 상상력』 『상상력 혁명』 『위기를 비웃어라』 등이, 옮긴 책으로 『상징적 상상력』 『어린 여행자 몽도』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 『그토록 순수한 녀석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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