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회 111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5년 8월 25일 | ISBN 9771227285006

사양 변형판 223x152 · 572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가을호를 엮으며

남의 글을 읽는 사람보다 자기 글을 쓰는 사람이 더 많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 여러 기술의 발달이 쓰기를 더 용이하게 만들었으며, 누구나 맘만 먹으면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도 손쉽게 섭렵할 수 있는 포퓰리즘의 시대가 된 것이다. 웬만큼 흥미롭고 자극적이지 않다면 남의 말을 참을성 있게 경청할 여유가 없어진 시대이기도, 아니 그만큼 속에 담아둘 수만은 없는 말들이 많아진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처럼 읽기보다는 쓰기가 더 활발해진 시대에 유독 흔해 보이는 글쓰기 형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사과문’이다.

아이돌 팬덤 사이 그들만의 룰을 어긴 몰지각한 팬은 물론, 데이트 폭력의 전력을 폭로당한 유명 논객, 비도덕적 범법 행위가 발각된 연예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경제인과 정치인에 이르기까지, 법적 책임과 무관하게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일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낱낱이 드러내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일이다. 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반성문의 형태로 씌어지는 이러한 사과문은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른다. 첫째, 신속해야 한다. 둘째, 잘못은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 지체될수록, 그리고 사족이 붙을수록 사과의 진정성은 의심받는다. 해석의 여지 없는 정확한 말로 재빠르게 이루어지는 잘못의 인정만이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이해하고 성찰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사과는 그저 형식적인 것이 되기 쉽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난감해지는 것은 어쩌면 사과를 강요당한 쪽이 아니라 사과를 받는 쪽이 될 수도 있다. 왜일까.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은 죄의 심각성과는 무관하게 고백하는 사람에게 수치를 불러일으킨다. 자발적인 사과는 이러한 수치를 감내하고 용서를 구하려는 용기로부터 가능해진다. ‘사과와 용서’의 행위는 실상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수치와 분노를 토대로 서로 간 내밀한 감정을 교환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사과를 하는 쪽은 자신이 느낀 수치심을 증거로 어느 정도는 죄를 덜었다고 착각하게 되고, 사과를 받는 쪽은 일단 상대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것 자체로 자신의 분노가 조금은 누그러짐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의 교환이 완벽히 등가적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무조건적인 것이 되어버리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용서도 강요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사과문’ 쓰기는 이러한 사정을 역이용하고 있는 듯도 하다. 신속하고 정확한 사과는 사태를 빠르게 덮으려는 가해자의 전략으로 활용된다. ‘나는 사과를 했으니 용서는 너의 몫이다’라는 식으로 사태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려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라면 사과는 지연될 필요도 있다. 사과가 가해자의 윤리적 불안을 제거해주는 가시적 행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난 초여름 한국 문단을 뒤흔들어놓은 사태를 말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왔다. 표절 논란이 있었고 그 논란이 ‘문단 권력’에 대한 추문을 이끌어냈다. 독자들은 끝내 표절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 작가에게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처럼 결함(?)이 있는 작가를 비호하며 한국 문학 담론의 주요한 생산 주체가 되고 상업주의와 결탁했다는 이유로 창비와 문학동네가, 그리고 문학과지성사 역시, 아니 온 문단이 함께 비판받았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아주 단순한 구도로 보자면 이번 사태에서 잘못을 저지른 쪽, 그러니까 사과를 하고 반성을 해야 하는 쪽은 명백해 보인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표절을 했느냐 안 했느냐, 문단권력의 실체가 있느냐 없느냐와는 무관하게 혐의가 있는 쪽은 신속하게 사과를 하고 반성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독자 대중에게, 권력을 행사한 적 없(다고 믿)는 문단 구성원에게, 나아가 한국 문단 전체에. 그러나 사과를 요청받은 쪽의 대응은 여러모로 비판하는 쪽의 열정과 신속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자신의 과오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수치가 두려웠기 때문일까. 분명하게 실감한 적 없다는 이유로 권력(이라 명명된 것)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 『문학과사회』의 경우, 표절 문제를 넘어 한국 문단을 향한 근본적 문제 제기로 확대된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우리의 과실이 정확히 무엇인지 냉정히 성찰할 시간이 필요했다. 신속한 반성의 포즈가 오히려 책임을 방기하고 사태를 종료시키는 전략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여러 모로 미숙한 대응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반성적 사유들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진정한 반성은, 사과라는 형식적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변화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모두가 그것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한 작가의 표절 논란이 한국 문단 전체에 대한 불신과 조롱으로 이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의 확산을 단순히 우연한 불행으로 여길 수만은 없다.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1990년대 이후의 한국 문단에서 다양한 의미로 상징적인 존재가 되어온 점에 대해서도 여러 겹의 점검이 필요하다. 나아가 그간의 한국 문단이 문학의 표절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 점, 문예지 중심으로 형성돼온 1970년대 이후 문학장의 관행을 2015년 현재까지 대부분 극복하지 못한 점, 문학의 위상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푸념만을 반복하며 독자 상실, 비평의 공공성 상실 등의 문제를 손쉽게 신자유주의라는 외부의 탓으로 환원시키고자 한 점 등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물론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반성적인 문제 제기들이 거듭되는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해결점을 찾아가는 일이다. 황호덕, 김영찬, 소영현, 김형중, 강동호가 참여한 이번 호 <쟁점> 코너의 좌담, 「표절 사태 이후의 한국 문학」에서 이와 관련된 날카로운 논점들을 확인할 수 있다. 성급히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이 무엇인지를 재차 확인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대화의 장이었다고 생각된다. 특별히 일독을 권한다.

이번 사태가 다소 돌연한 방식으로 시작되었고 예측하지 못한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한편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급격히 대중들의 관심 밖 일이 되어버렸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문학과사회』의 입장은 남다르다.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105호(2014년 봄호)부터의 『문학과사회』가 사소해 보이지만 큰 변화를 시도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그간 문예지의 관행처럼 굳어온 서평과 작가 특집을 없애고 비평 정신을 강화함으로써 문학 출판과 문예지 사이의 균형적 거리를 확보하고자 한 점, <쟁점> 코너를 통해 비평적 대화를 좀더 적극적으로 시도하고자 한 점, <지성> 코너를 통해 학문장의 다양한 논의들을 소개함으로써 비평을 매개로 분과 학문들 간의 교섭 가능성을 타진해본 점 등을 들 수 있다.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자부하기는 힘들지 모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그간 『문학과사회』가 시도한 불안의 모색들이 어떤 확신을 얻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대화의 상대와 더불어 쇄신의 의지를 얻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지속될 『문학과사회』의 형질 변형의 시도 그 자체가 한국 문단에 제출하는 우리의 용기 있는 반성문으로 읽히기를 희망한다.

2015년은 해방 70주년과 더불어 분단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은 을미사변이 일어난 지 120년이 되는 해, 더 가깝게는 한일회담이 마무리되면서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세계사적으로 시선을 넓히면 제2차 세계대전과 아시아 태평양 전쟁이 종전 7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할 수 있다. 안팎으로 2015년은 한국 근・현대사의 형성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미로 기념이 될 만한 해이다. 나아가 2015년 현재 한국 사회의 여러 불행과 불안 들을 생각해보건대, 이러한 역사적 회고를 통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날카롭게 점검해야 할 해이기도 하다. 이번 호 『문학과사회』는 ‘해방 70년, 한국 사회의 모더니티’라는 제목의 <기획>을 마련하여 해방 이후 70년 동안 한국 현대사의 다양한 국면들을 목격, 체험해온 필자들의 논쟁적 글을 싣는다. 이러한 글들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점검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한 이념적 두 항으로 인식되는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관계를 재성찰하는 일, 소위 ‘동원된 근대화’ 혹은 ‘위로부터의 근대화’가 희생시킨 한국 사회의 문화적 모더니티와 시민의식의 행방을 살피는 일, 여전히 지속 중인 ‘분단 시대’의 기원과 미래를 재성찰하는 일 등이 이러한 기획과 더불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김병익의 「압축된 모더니티, 그 경과 보고를 위한 적요」는 해방 이후 70년 동안 한국의 정치적・경제적・문화적 모더니티가 점진적으로 성취되는 모습을 몸소 체험한 생활인으로서의 실감은 물론 자긍심마저도 드러나는 글이다. “내가 식민지 시대 말기에 태어나 전쟁과 독재의 험한 과정을 겪었다 하더라도 내가 살아온 시대에 대한 성취와 자부는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이었다”라는 것이 그의 기본 입장이다. “이 같은 호의적 평가는 내 나이가 가져다준 관대함 덕분만일까”라고 말하면서도 “시대의 흐름 와중에 살아온 사람이 자기 시대를 평가하는 것은 분명 오만한 짓”이라고도 말해보는 김병익의 진솔한 문장들이 해방 이후 70년의 한국 사회를 평가함에 있어 폭넓은 시야를 확보하도록 해주는 것은 사실이다. “모더니티 네이티브”로 성장하여 우리 사회의 후진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후배 세대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글처럼 읽히기도 한다.

반면,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 —오지 않은 ‘전후’」에서 전후 70년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김철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한국의 헌정 역사상 헌재에 의한 정당 해산 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작년 말의 통진당 사태를 비롯하여, 친일파와 관련된 한국 사회의 여러 이슈들을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김철은 전후 70년간의 한국 사회에서 반공주의적, 민족주의적 담론의 질서를 벗어난 발언이나 행동 들이 얼마나 쉽사리 대중의 혐오와 폭력의 대상이 되어왔는가를 지적한다. “멍청한 좌파들과 무지막지한 우파들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잡고, 삼팔선의 ‘빨갱이’와 동해의 ‘친일파’를 보호막으로 ‘민족의 안전’과 ‘국가의 질서’를 구가하는 것, 한국의 전후 민주주의의 실체는 그러하다”라는 것이 김철의 결론이다. 서로 다른 이념에 대한 존중보다는 혐오라는 감정적 대응을 앞세우는, 즉 합리적인 대화가 점점 불가능해지는 듯한 한국 사회의 후진적 상황이 어디에서 기원하는지를 숙고할 수 있는 글이다. 조태일과 이성부의 시를 읽으며 시작하는 김정환의 「문학의 감수 感受 응집— 해방 70년 모더니티」는 지난 세기 독재 정치의 무시무시한 폭압 속에서도 생활에 밀착된 수준 높은 작품을 생산해냈던 한국적 모더니티의 전위 부대로서의 문학의 행방을 묻는다. 현실 세계의 ‘우파의 승리’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진행 중이고 그에 따라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 취약해진 상황 속에서 “생활의 감수— 응집으로서의 문학”이 실종되고 있는 사태를 문제 삼는다. 김정환은 이 같은 현실 좌파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좌파가 사멸되지 않는 한 “우파와 좌파의 투쟁은 끝날 수가 없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소재가 무엇이든 장르가 무엇이든 문학–예술은 생활의 감수의 최대한 응집을 미학적으로 구축함으로써 미래 언어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지속해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장석만의 「종교로 본 해방 70년」은 해방 이후 70년간의 한국 사회를 종교라는 프레임을 통해 정리한다. 한국전쟁 이후 종교계가 친일파 및 공산주의자를 처리하는 방식, 1960~70년대 농촌 공동체의 해체와 함께 도시 신앙 집단이 형성되는 과정, 군사독재 시절에 종교 단체와 종교 공간이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서 기능한 모습, 그 이후 종교가 “구원의 소비재가 되고, 깨달음의 상표”가 되면서 본격적으로 “종교 시장”이 열리게 된 사정 등을 필자는 두루 훑는다. 결론적으로 장석만은 “승자독식과 루저의 자기학대”가 만연한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대의 “헬 hell–조선”에서 이미 체제의 충실한 톱니바퀴가 된 종교가 어떤 각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묻고 있다. 서로의 입장이 충돌하기도 하는 네 편의 글을 통해 해방 70년을 맞는 한국 사회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숙고할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이번 호 <지성> 코너는 자연과학 분야의 두 편의 글을 싣는다. 홍성욱의 「인간과 기계— 갈등과 공생의 역사」는 데카르트에서 마르크스의 이론에 이르기까지, H. G. 웰스의 SF소설에서 영화 「매트릭스」 「오토마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기계의 지배 관계가 역전되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의 최후의 발명품이 될 것이라는 “초지능 ultraintelligence” 기계, 즉 가장 똑똑한 사람들의 모든 지적 능력을 훨씬 초월하는 기계의 발명을 근미래의 실현 가능한 사실로 실감하게 된다. ‘빅 히스토리’라는 연구 분야를 소개하는 성격의 글인 전치형의 「사피엔스의 역사학, 생물학, 미래학」은 2011년 히브리어로 첫 출간되고 2015년 미국에서 출간된 하라리의 문제작 『사피엔스』를 읽는다. 역사를 최대한 큰 그림으로 보려는 빅 히스토리 연구의 일환으로 씌어진 하라리의 이 책은 유전자의 관점과 우주의 관점을 넘나들며 사피엔스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역사를 설명한다. 이 두 편의 글은 인간의 역사를,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지각하게 한다. 2000년 타계한 황순원 작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문학 세계를 재점검하는 글을 싣는다. 박혜경의 「반근대성의 역설」은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교양의 정신이 갈등과 대립의 에너지를 제어하고 순화시키는 세계”로 황순원의 문학 세계를 정리하는데, 1978년부터 1980년까지 계간 『문학과지성』의 지면에 장장 10회에 걸쳐 연재된 대표작 『신들의 주사위』는 물론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자연」 등을 소개하고 있어 일독을 권한다. <동향> 코너는 2015년 현재 한국 문학의 동향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두 편의 글을 싣는다. 박성준의 「마이너스 벡터의 시와 줄어드는 주체들」은 이준규, 박지혜, 송승언, 임솔아의 시를 읽으며 한 편의 시에서 ‘시적 주체’의 지분과 흔적이 줄어드는 상황을 2010년대의 현실 조건과 관련하여 새로운 시적 주체의 탄생으로 분석, 명명한다. 강경석의 「모더니즘의 잔해— 정지돈과 이인휘 겹쳐 읽기」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인 작가 가운데 한 명인 정지돈의 소위 ‘지식조합형’ 글쓰기와 10여 년 만에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등단 29년 차의 노동문학 작가 이인휘의 소설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겹쳐 읽는다. <동향>란의 두 편의 글을 통해 한국 문학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호의 창작란도 풍성하다. 백민석의 장편은 연재 3회째를 맞고 있다. 이승우, 이혜경, 김유진, 김사과, 최은미의 단편과 허수경, 최정례, 박상순, 이원, 심보선, 김경주, 황혜경, 백은선, 한인준의 시를 함께 싣는다. 애정 어린 독자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이제 한국 문학은 부정적인 방식으로밖에는 크게 주목받을 일이 없는 듯하다는 열패감 속에서 한 계절을 보냈다. 글쓰기의 의욕을 점점 잃을 수밖에 없었던 힘겨운 시기에 어김없는 창작열로 무더운 여름을 그 누구보다 뜨겁게 보냈을 작가들께 특별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 _문학과사회  

 

_반세기 가까이 타국에서 의사의 삶을 살며 조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시들에 담아온 시인 마종기가 시력 55년을 맞아 그의 열두번째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을 펴냈다. 예고 없는 죽음이 잇닿는 인생의 황혼 녘에서, 혈육과 지인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시인 특유의 간절하고 지순한 목소리로 전하는 한편, 수십 년 만에 이룬 국적회복의 감격과 기쁨을 솔직하고 희망찬 시어들에 담고 있다. 경계인의 촉각으로 일구어낸 생의 깊은 성찰과 생명의 온기와 사랑의 열정을 좇아온 시인의 진심이 다시 한 번 가슴 절절하다.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두 권의 시집을 상자한 뒤 침묵을 지켜온 시인 배용제가 11년 만에 시집 『다정』을 펴냈다. 상처 난 존재의 고통을 날것으로 내보이며 죽음에서 길어 올린 삶의 민얼굴을 낱낱이 드러내는 배용제의 시 세계가 오롯이 담겼다. 이번 시집은 부조리와 불의에 무감해져버린 세태를 날 선 감각으로 되비춘다. 이기성은 201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굴 소년의 노래」를 비롯한 55편의 시를 세번째 시집 『채식주의자의 식탁』으로 묶어냈다. 올해로 등단 17년차를 맞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좀더 원숙해진 눈으로 파편적이고 익명화된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생의 풍경을 바라본다. 이기성의 시선은 단지 허무의 나락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부패된 것에 ‘말’과 ‘시’의 생명을 되먹임으로써 새로운 시적 도약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하석의 열번째 시집 『연애 間』이 출간된다. 이하석은 이번 시집을 ‘기억’에 관한 시들로 채웠다. 화자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반복해서 지우고 밀쳐내지만 그럴수록 “더 캄캄한 밤”으로 돌아오는 흔적들과 마주한다. 이 앞에서 얻은 깨달음을 시인은 단정하고 명확한 어조로 기술한다. 기억의 문제를 차분히 풀어가는 시들을 통해 우리는 시력 40년에 달하는 이하석의 원숙한 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서 임승유 시집, 장영수 시집, 송재학 시집, 김소형 시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_시인들이 사랑하는 첫번째 이름, 이성복. 생의 날것 앞에 선 인간을 향한 응시, 오랜 공부에서 비롯한 사유와 감각의 깊이로 거듭난 힘 있는 언어로 40년 가까이 우리를 매혹해온 이성복 시의 핵심을 시론집 『극지極地의 시』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 세 권으로 9월의 문턱에서 만난다. 시인이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학생과 독자를 대상으로 한 시 창작 강좌 내용을 각각 산문과 대담, 시, 아포리즘의 형식으로 풀어 새롭게 정리한 이 책들은, 일상에 뿌리를 둔 비유와 친근한 문체, 어조를 최대한 살려 마치 눈앞에 마주한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카프카에게 청춘의 영혼과 인생을 사로잡혔던 구스타프 야누흐의 회상과 기록을 담은 『카프카와의 대화』가 그러하듯,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 시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시인의 태도와 고백, 질문과 성찰로 이어지는 이 책들을 읽는 내내, 고요와 미소, 긴장과 열정의 일렁임이 교차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독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다.  이청준 장편소설 『인간인』 1・2권이 전집 24, 25권으로 지난 5월에 함께 나왔다. 1부와 2부를 합쳐 원고지 3천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인간인人間人’이란 하나의 제목으로 묶이기까지, 작가의 초기 작품 구상에서 잡지 연재를 거쳐 각각의 단행본으로 나오기까지 무려 10여 년이 소요된 대작으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개작 과정을 거쳐 완결된 탓에 이청준 문학 연구자들에게 여전한 문제작이다. 1부는 1944년 일제 강점기 말엽부터 1950년 여름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의 해남골 대원사를 배경으로, 수배 중인 범죄자로 신분을 가장하고 이곳에 잠입한 일본 밀정 남도섭의 인생 역정을, 2부는 1979년 유신 체제와 1980년 5월 광주에 걸쳐진 시기, 형사를 가장하고 역시 대원사를 찾아가 몸을 기탁하는 떠돌이 잡범 안장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밀실에 갇혀 거짓과 위장으로 서로를 쫓는 이들 장삼이사들의 인생극장을 통해 이청준은 쫓기고 숨어 사는 삶의 의미와 그 비극적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원환의 지옥을 묻는다. 그 속에서 부도덕하고 뒤틀린 사회와 파괴적 욕망의 분출 속에서 꽃피운 자비와 구원의 서사가 펼쳐진다. 이어서 장편소설 『흰옷』(26권), 『축제』(27권), 『자유의 문』(22권)이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010년 7월부터 간행해온 <이청준 전집>은 전체 34권의 규모로, 현재 스물두 권이 출간되었고 2016년 완간을 앞두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 40년의 총체를 담는 이 기획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_『제5회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 윤이형의 「루카」를 포함해 총 11명의 단편소설 12편이 실렸다. 윤이형의 「루카」는 사회와 개인의 삶 사이를 줄타기하는 ‘루카’와 ‘딸기’, 두 사람의 동성연애 이야기를 다루며, 삶의 여러 층위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이외에도 11편의 소설은 유난히 힘들고 애달팠던 2014년을 견뎌낸 우리들의 고통을 이장욱, 정지돈, 이상우, 김덕희, 정용준, 조해진, 황정은, 정소현, 백수린, 손보미 작가의 다채로운 서사와 문체로 어루만진다.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 문학의 가장 최전선의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문학이 이룬 또 하나의 성취를 증명한다.

_ 1988년에 연재를 시작으로 첫발을 뗀 복거일 소설 『역사 속의 나그네』가 연재 중단과 부분 출간, 그리고 25년 만에 후속 권 출간이라는 긴 항해를 마치고 6권의 완결체로 독자들을 다시 만났다. 작가는 공백이 길어지고, 기대가 원망으로 바뀌는 가운데 자신이 남길 수 있는 몇 권의 책 중 이 책의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끝에 죽음과 경주한다는 마음으로 집중하여서 한 해 동안 세 권을 더 보태 완간하게 되었다. 지식을 모으고 소설을 쓰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한 작가의 인생에 이 책 『역사 속의 나그네』는 숙제였고, 30년 넘는 시간 동안 마음에 품은 오랜 반려자와 같았다. 『역사 속의 나그네』는 21세기(2070년대) 인물 이언오가 26세기에서 날아온 시낭 ‘가마우지’를 타고 백악기 탐험을 떠났다, 16세기 조선사회에 좌초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 이언오는 21세기의 기술적인 혜택으로 지식을 구하는 일마저 편의적인 방식이 일반화된 시대에도 내면적 성품과 지적 욕망으로 책 읽기를 즐겨온 독서광이었던 덕분에 16세기 조선 사람들과 친근하게 사귀며 자신의 지식으로 어려운 사람을 살리고 새로운 세상을 그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게 된다. 이 절망의 시대에 이런 사람 한 명쯤 미래에서 와준다면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하는 낭만적 기대는 소설을 읽는 기쁨을 배가해줄 것이다.

_블랙유머와 마술적 리얼리즘의 작가 안성호, 그가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장편소설 『달수들』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간의 소설에서 왜소하고 무기력해진 주체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몽상과 망상으로 서사를 이끌어온 작가의 ‘본격 꿈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 소설에서는 두렵고 암담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꿈으로 도망친 한 소년의 왜곡된 성장담을 풀어냈다. 안성호는 삶을 회피하려고만 하는 달수와 꿈에서 튀어나온 욕망 덩어리 달수를 기묘하게 접붙여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2007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한 정한아가 오랜만에 두번째 소설집 『애니』를 출간한다. 위태롭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동시대의 젊음을 빚어내던 세심한 문장들은 이제 시간의 흐름 속에 하나둘 생겨난 삶의 상처들을 매만진다. 무언가를 영영 잃었기 때문에, 혹은 무엇을 끝내 잊을 수 없기에 저마다의 사정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은, 그 상흔을 치유하기 위해 각자의 상처를 향해 느린 발걸음을 옮긴다. 미약한 서로의 도움을 받아 진실을 똑바로 응시하고 수긍하면서, 밑바닥에 이르러 비로소 작은 애도에 도달하는 8편의 소설은 순례자의 여정을 닮아 있다. 백가흠의 네번째 소설집 『四十四』가 출간된다. 거대서사, 사회적 폭력보다는 미시적인 일상의 폭력을 집요하게 문제 삼아온 작가가 세번째 작품집에 이르렀을 때 생체 정치의 시절을 거쳐 ‘소설가’라는 자전을 통해 사회 심리적으로 심화한 시절을 겪었다면, 이제는 “한 박자 쉬고” 자신을 돌아보는 존재론적 성찰의 미학을 이행한다. 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작가도 맞닥뜨리고 있는 사십대의 이야기. 소망하던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어설프게 존재하는 운명을 온몸으로 감당하는 나이에 이른 작가 백가흠이 그린 ‘사사’(四十四)들은 문제를 풀어나갈 개인적・사회적 방정식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에, 질병보다 더 심한 절망을 앓고 있다. 이런 성찰의 지평에 담긴 아슬아슬한 삶의 모습은 어느 세대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이야기로 깊은 공명을 자아낼 것이다. 이어서 김엄지 소설집, 최은미 소설집, 김숨 장편소설이 출간될 예정이다.

_인문 단행본으로 강상중, 김기창, 박상훈, 홍성욱 등 정치, 경제, 철학, 과학 등의 분야를 대표하는 아홉 명의 학자들이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한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되었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다양한 사유가 펼쳐지는데,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보게 해주는 것은 물론, 사회 이슈를 보다 입체적으로 사고하게 해준다. 금세기 가장 독창적이고 천재적인 언어학자로 불리는 대니얼 헬러-로즌의 『에코랄리아스— 언어의 망각에 대하여』(조효원 옮김)가 출간되었다. 한국에 소개되는 저자의 첫 저작인 이 책에서 ‘에코랄리아스’란 ‘언어메아리’ 혹은 ‘메아리어’라는 뜻으로, 저 자신은 망실되었으나 마치 메아리처럼 살아남아 다른 언어의 지층이 되는 언어의 특성을 암시한다. 고대, 중세, 근대를 넘나들며 신화에서부터 현대 언어학 이론까지 폭넓고 흥미로운 2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언어 상실 혹은 언어의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전해준다.

이어서 차인석의 『우리 집의 세계화』(진형준 옮김)와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김태환 옮김)이 출간될 예정이다.

_ ‘현대의 지성’ 시리즈로 정수복의 『응답하는 사회학— 인문학적 사회학의 귀환』과 마쓰모토 겐이치의 『다케우치 요시미— 혁명과 침묵』(이목 옮김)이 출간될 예정이다.

_지난 5월에 나온 파스칼 키냐르 장편소설 『신비한 결속』(송의경 옮김)은 ‘본연의 모습을 찾는 여정’과 ‘곳(장소)에 대한 결속감’을 본격적인 주제로 삼은 그의 소설들 가운데 두번째 작품이다. 앞서 발표한 『빌라 아말리아』의 여주인공 ‘안’의 탐색이 의지적인 데 반해 이 책의 주인공 ‘클레르’의 탐색은 무의지적, 거의 샤먼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특히 이 책은 키냐르가 가장 애착을 느낀다고 서슴없이 말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소박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두루 인정받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조현실 옮김)가 출간되었다. 한 남자가 십대부터 팔십대까지 평생에 걸쳐 ‘존재의 장치로서의 몸’에 관해 쓴 일기 형식의 소설이다. 그러나 몸에 관해 쓰겠다고 작정하고 쓴 이 일기엔 결과적으로 전 생애에 걸친 삶의 애환이 다 녹아 있다.

_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리르 지 선정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로 불리는 르 클레지오의 소설집 『열병』이 대산세계문학총서 131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23세에 첫 소설 『조서』로 르노도상을 받으며 문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의 초기 중단편 9편을 엮은 책으로, 현대 도시의 일상에서 물질적・기능적 존재로 축소된 한 개인이 겪게 되는 병적 징후를 통해 삶의 이면을 조명한다. 서구에서 태어났지만 서구 문화에 갇히지 않은 작가, 끊임없이 변방을 탐색하며 풍요한 시적 세계를 일구었다는 찬사를 받는 작가 르 클레지오 문학 세계의 원형을 만날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시리즈의 이어지는 책은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의 『조선소』(조구호 옮김)다.

_톡톡 튀는 캐릭터와 유쾌한 반전이 있는 박성경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 『나쁜 엄마』가 출간되었다. 열여덟에 임신, 가출, 출산도 모자라 맹자 엄마도 한석봉 엄마도 ‘나쁜 엄마’라 외치는 막무가내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다. 티격태격하는 두 모자의 모습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이 작품은 기존 성장소설의 관습을 깨고, 편견으로 가득 찬 우리 사회에 일침을 날린다. 청소년들에게 가족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생각해보게 한다. 『별의별— 나를 키운 것들』은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입담’을 가진 소설가로 불리는 김종광의 신작이다. 별의별 사람과 사건에 관한 48편의 짧은 이야기로 엮인 이 작품은, 70~80년대 충남 보령의 어느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소년 소녀 들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농촌의 정다운 풍경과 순박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대사의 여러 장면과 겹쳐지며 그때 그 시절을 그려보게 한다.

이어서 정상순의 『지리산 삼시세끼』(가제) 출간을 준비 중이다.

_제1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인 장성자의 『모르는 아이』(김진화 그림)는 우리 근대사의 아픈 역사인 제주 4・3 사건을 주인공 연화의 눈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으로, 한 가족에게 일어난 슬픔과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를 잃고 어린 동생과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연화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안정된 문장력과 돋보이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뉴베리 상 수상 작가 매들렌 렝글의 ‘시간 4부작’ 중 셋째, 넷째 권이 6월에 동시에 출간되었다. 이로써 『시간의 주름』을 필두로 한 장대한 판타지 ‘시간 4부작’을 모두 출간하게 되었다. 앞서 출간된 『시간의 주름』과 『바람의 문』이 시간보다는 공간에 더 비중을 둔 작품이라면 세번째 작품 『급속히 기울어지는 행성』(정회성 옮김)은 시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찰스 월러스가 미치광이 독재자 ‘매드 독 브란질로’가 일으키려는 핵전쟁의 위협을 막기 위해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겪는 모험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 목표를 향한 불굴의 의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보여준다. 4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홍수』(정회성 옮김)는 앞선 세 작품과 달리 선과 악의 대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지 않다. 선과 악의 대결 대신, 머레이 가족의 쌍둥이 형제 샌디와 데니스가 곳곳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미지의 존재가 가득한 태곳적 지구의 시대로 들어가 노아의 홍수를 겪는 모험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신뢰와 따뜻한 사랑이 놀라운 상상력으로 광대하게 그려져 있다. 영국 최고의 스토리텔러 ‘마이클 모퍼고’의 『친절한 거인』(마이클 포맨 그림/김서정 옮김)이 8월 말에 독자들과 만난다. 차별, 환경 파괴, 생명 존중 그리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인간을 소외시키는 편견과 멸시가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차별받던 한 못생긴 야수를 통해 통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어서 오채의 『학교야, 울지 마!』(김영미 그림), 정수민의 『언제나 웃게 해 주는 약』(신민재 그림), 조은 그림책 『힐링 썰매』(김세현 그림)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_문학과지성사

목차

문학과사회 111
2015년 가을

기획
해방 70년, 한국 사회의 모더니티
압축된 모더니티, 그 경과 보고를 위한 적요 김병익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오지 않은 ‘전후’ 김철
문학의 감수感受 응집—해방 70년 모더니티 김정환
종교로 본 해방 70년 장석만

쟁점
좌담  표절 사태 이후의 한국 문학 황호덕&김영찬&소영현&김형중&강동호

지성
인간과 기계—갈등과 공생의 역사 홍성욱
사피엔스의 역사학, 생물학, 미래학 전치형

황순원 탄생 100주년
반근대성의 역설 박혜경

동향
마이너스 벡터의 시와 줄어드는 주체들 박성준
모더니즘의 잔해—정지돈과 이인휘 겹쳐 읽기 강경석


죽음의 관광객|설탕길|우리 브레멘으로 가는 거야 허수경
냄비는 왜?|방 안에 코끼리|꿈속의 영원으로 최정례
샤를로트 엘렌|몰도비안 방식으로 의자에 앉기|나의 거리에는 낙지 박상순
하루|거위남자를 따라갔던 밤|기둥 뒤에 소년이 서 있었다 이원
세상의 모든 무대|독서가들|미래의 여보 심보선
우리는 흐려질 때까지 서로의 입술을 만졌다|이슬이 비치다 김경주
싫|에계|갱생更生 황혜경
저고|중력의 법칙|불가사의, 여름, 기도 백은선
말끝을 흐리다|연출연습 2|악력 한인준

소설
모르는 사람 이승우
신들의 황혼 이혜경
비극 이후 김유진
비, 증기, 그리고 속도Rain, Steam and Speed 김사과
정선 최은미
장편 연재 3회 공포의 세기  백민석

색인 『문학과사회』 101 ~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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