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

나를 키운 것들

김종광 지음

출판사 문지푸른책 | 발행일 2015년 8월 3일 | ISBN 9788932027678

사양 변형판 145x210 · 288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워칙히 이르케 재밌을 수가 있대유?”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입담’을 가진 소설가

‘김종광’이 돌아왔다!

 “나를 성장시킨 산천과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바치는 이야기. 그렇게 별의별 사람과 사건이 나를 키웠다.”_「작가의 말」에서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갖춘 소설가로 통하는 ‘김종광’의 신작. 그의 자전적 체험이 바탕이 된 청소년 소설 『별의별–나를 키운 것들』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971년생인 작가가 실제 자신의 고향인 충남 보령을 배경으로, 제목 그대로 ‘별의별’ 사람과 사건들이 담긴 48편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나를 키운 것들’이란 테마로 작가가 오랜 기간에 걸쳐 쓰고 다듬은 만큼 그만의 매력이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의 주요 무대는 70~80년대 충청남도 보령군 청라면의 어느 시골 마을.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에겐 최고의 역사 영웅으로 존경받는 고려 말의 충신 ‘김성우 장군’ 이야기를 시작으로, 때로는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고, 때로는 순박하기 그지없는 소년소녀들의 성장담이 펼쳐진다. 

점점 잊혀 가는 농촌의 풍경과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해학과 풍자로 잘 버무려 내어, 청소년들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또한 주류 문학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시골의 정경과 변방의 이야기를 그 지역 언어를 살려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학 세계를 느끼게 한다.

부모 세대에게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을 불러내는 한편, 자녀 세대에는 60~70년대 시골에서 나고 자란 어버이 세대의 이야기를 보다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이로써 세대 간의 벽을 허물고 공감의 장을 마련한다. 별의별 사람들이 벌이는 별의별 일들을 따라가며 웃고 우는 사이, 순박함을 간직한 청라면 사람들에 동화되어 갈 것이다.

 

충남 보령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어른들의 요절복통 성장기

 

소설 속에는 미련할 만큼 순진한 범골 최고의 약체 ‘판돈’을 비롯해 1971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사내아이보다 주먹이 센 왈가닥 ‘덕순,’ 뭐든지 기가 막히게 만들어내는 ‘공작,’ 판돈의 눈엔 선녀보다 예쁜 핸드볼 여신 ‘미해,’ 뱀이며 산토끼며 척척 잡아내는 사냥 천재 ‘육손,’ 유일하게 표준어를 구사하는 서울 아이 ‘운성,’ 싸움은 최고지만 집안 살림을 돕느라 싸울 시간이 없는 애어른 ‘환기’ 등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잊지 못할 학창 시절을 만들어나간다.

시대적 배경은 70~80년대지만, 친구들끼리 짓궂은 장난은 일상이요, 게임을 하다 벌어진 치열한 신경전, 얼결에 성(性)에 눈떠 어찌할 바를 모르던 사연, 풋사랑의 설렘, 처음으로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된 얘기 등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거리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하지만 마냥 명랑해 보이는 범골 아이들에게도 속사정은 있기 마련. 어려운 가정 형편에 학교 진학을 포기하기도 하고,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기도 하고,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느라 일찍 철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저마다 하나씩 고민을 떠안고 살아가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친구의 흠을 잡아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다 같이 어울려 뛰놀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범골 ‘애어른’들의 모습은 비교와 경쟁, 피상적인 관계의 굴레에 갇혀버린 청소년들에게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묵묵히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가난과 독재의 시대를 지나온 투박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 외에도 마을 어른들의 믿거나 말거나식 무용담도 한몫을 한다. 취했을 때나 취하지 않았을 때나 끝장 볼 때까지 떠들어대는 ‘고주망태 아저씨,’ 44년 동안 쓴 일기 때문에 돌아가신 ‘범웅 할아버지,’ 개망나니에서 목사로 환골탈태한 ‘해병’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골고루 생명력을 가지며 소설 속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마을 어른들의 모습 이면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시달려야 했던 농민들의 애환과 당시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웃지 못할 실화들이 투영되어 있다. 대통령 비난하는 발언을 하다 삼청교육대에 다녀온 뒤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포에이취 아저씨,’ 정부의 정책을 믿고 목장을 차렸다가 ‘소값 파동’으로 아버지 재산까지 몽땅 날린 ‘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절망한 축산 농가를 찾아다니며 딴생각 못 하게” 자신의 형편을 내세워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네는 ‘우유’의 일화는 눈물 콧물 쏙 빼게 만드는 김종광식 유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묵묵히 저마다의 빛을 잃지 않고 암담한 현실과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텨온 청라면 사람들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발전을 이룬 주역이 바로 이들 같은 민초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동학농민운동, 새마을운동, 삼청교육대, 소값 파동……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녹아 있는 ‘기억 저장고’ 같은 소설

“이 소설을 통해 우리의 삶을 아우르고 있는 것들이 전(前) 세대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 투쟁을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절실히 깨닫고, 지나간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지지대로 삼았으면 한다.” _「해설」에서

고려 말 김성우 장군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기 다른 사람들의 사연 속에 묻어나는 청라면의 역사를 쭉 따라가다 보면 동학농민운동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 벌어졌던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장면들이 에피소드 한 편 한 편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이념 갈등으로 억누르며 산골 무지렁이 같은 청라면 어른들뿐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글짓기대회」 「금강산댐」)는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군사정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무거울 수 있는 비극적 사건들도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잃지 않고, 풍자와 해학으로 품어냄으로써 청소년들에게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상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송영심의 역사 교실(http://www.edusong.com)’을 운영하는 송영심 선생님의 해방 전후사를 아우르는 해설을 실어 청소년들이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 책 속으로

계집애라고 사정 봐주지 않는 개소주가 덕순이 허벅지를 신나게 두드렸다. 검사조 판돈은 가슴이 아팠다. 차마 볼 수가 없어 눈길을 돌렸는데, 가위표를 쳐놓은 칠판의 문제가 새로 보였다. 제기랄! / “선생님, 지가 잘못했슈. 지가 잘못 봤구먼유. 덕순이는 맞혔슈.” / 개소주는 잠시 멍 때렸다.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는 듯이 “이 나쁜 놈, 친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누명을 씌워!” 고함지르고는 판돈을 사정없이 때렸다. (중략) 쉬는 시간에 판돈은 덕순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 “미안해. 너는 문제를 맞혔는데…… 내가 잘못 봐서…… 미안해.” / 덕순이 서럽게 울먹였다. / “머저리! 잘못 봤으면 가만있지, 왜 나서서 뒈지게 맞았어. 나는 다섯 대밖에 안 맞았는데 니는 겁나게 맞았잖아.” _「검사조」 45쪽

포에이취는 “전두환 그 텐베이비가 박통의 업적을 다 말아먹겠다”고 떠들고 다니다가, 어느 날 사라졌다. 한 1년 뒤에 돌아왔는데 사람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좋던 풍채는 말라비틀어진 북어처럼 되어버렸고, 총기 가득한 두 눈은 동태 눈깔처럼 흐리터분해졌고, 청산유수 말솜씨도 다 어디로 갔는지 언청이 품바타령 하는 것 같았다. / 삼청교육대가 듣도 보도 못한 대학교 이름인 줄 알고 ‘새마을 지도자씩이나 돼서 뭐 더 공부할 게 있다고 또 대학에 갔단 말인가’ 하던 세상 물정 어두운 사람도 ‘지도자’가 맛이 간 꼴을 보고야 은밀히 돌던 소문처럼, 거기가 논산훈련소보다 천 배쯤 빡센 데라고 어설피 짐작하게 되었다. _「포에이취」 68쪽

“아버지, 엄마, 이것 보셔유. 이 솥뚜껑인지 자라인지를 강우가 잡았슈. 낚시루 잡았단 말유!” / 과연 아버지와 어머니도 깜짝 놀랐다. / 어머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 “보통 자라가 아닌 것 같은디. 영물이구만, 영물. 이런 건 집에 들고 오는 게 아녀. 얼른 가서 도로 놔주고 오는 게 좋겄다.” / 아버지는 기뻐했다. / “똥 싸고 자빠졌네. 요새 세상에 영물이 어딨어. 참 잘되었구만. 자라 피가 참 죽여주는 것이여. 별탕은 또 어떻고. 오늘 몸보신 한번 거하게 해보자.” / 강우의 얼굴에서 뚝뚝 떨어지던 웃음은 삽시간에 얼어버렸다. / “풀 한 지게 베고 와서 먹어야지. 판돈이 너는 막걸리 몇 병 받아오구. 큰아버지들도 모셔와라잉. 이 좋은 것을 혼자 먹을 수는 없잖여. 여보, 내가 올 때까지 죽이지 말어. 생피부터 마셔야 되니께.” / “영물을 먹었다가 무슨 큰일을 당하려고 저걸 먹겄다는 규. 나는 못 휴. 죽이기는사리 건드리지두 못혀. 놔주자니께유. 놔줘야 된다구유.” / “닥쳐. 하여튼 내가 올 때까지 아무도 건드리지 말어! 건드리면 큰일 날 줄 알어!” /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나가버리자, 간신히 서 있던 강우가 무너져 내렸다. / “씨이, 내가 잡은 건디, 왜 고모부가 먹는다는 겨. 내 건디, 내 거란 말여.” _「자라와 화가」 111~112쪽

“사람은 누구나 적어도 한두 가지 재주는 타고나요. 자기 재주가 뭔지는 나이가 들면 차차로 알게 돼요.” / 태성이 다른 학생들의 대변자처럼 어깃장을 놓았다. / “선생님,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타고난 재주가 없는 것 같어유. 아무리 생각해봐두 읎슈.” / 다뚱샘은 한숨을 내쉬었다. / “아니에요. 타고난 재주가 있을 거예요.” / “없다니께유.” (중략) “그건 부모님들이 못나거나 게으르거나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해서 그런 게 아녜요. 여러분 부모님들이 어렸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너무너무 가난했어요. 먹고살기도 힘들어서 학교 가서 배우고 그러는 걸 꿈도 꾸기가 어려웠어요…… 일찌감치 먹고살기 위해서 일해야 했어요. 자기가 지닌 재주를 찾아낼 수조차 없었어요. 찾아냈다 해도 공부할 기회가 없으니 재주를 갈고닦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하시는 거예요. 여러분들만은 훌륭히 키우고 싶어서. 부모님들이 들판에서, 광산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덕분에, 여러분은 이렇게 학교를 다니고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부모님 덕분에 대학교도 갈 수 있겠지요.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여러분은 자기만의 재주를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꼭 찾아내야 하겠지요? 그래야 부모님도 기뻐하시겠죠? 부모님들은요, 부모님들이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걸, 여러분들은 꼭 이루길 바라는 거예요.” _「글짓기대회」 122~123쪽

“돈 따고 도망가는 텐베이비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가는 거야, 골로.” / 판돈은 섬쩍지근해 “개평을 줄 테니까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떨까?” 떠보았다. / “우리가 거지베이비냐? 개평을 받게. 걱정하지 마, 시간은 많으니까.” (중략) 동창이 푸르게 물들면서 닭이 홰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승냥이들이 ‘착한 아이들’로 돌아와 있었다. 사타구니를 내려 보니 그 많던 돈이 다 어디로 가버렸다. 그렇게 잃어지지 않던 돈이 신경 끊고 있었더니 알아서 줄어든 거였다. 판돈은 차라리 홀가분했다. / “난 그만 가고 싶은데.” / 나원리 애어른들은 너 같은 게 있었냐는 듯이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 “나 간다고. 이제 딴 돈 없으니까 가도 되냐고!” / 한 애어른이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 “아직도 안 갔냐?” _「섰다」 141~142쪽

한라장사 이 아무개의 아버지와 이장사는 잘 아는 사이였다. 두 사람은 젊은 시절에 씨름 맞수로 용호상박하던 사이였다. 이장사는 이 아무개의 아비랑 만난 날이면 괜스레 억울해서 마음 편히 잘 사는 덕남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 “야, 인마. 왜 씨름을 그만둔 겨. 너는 할 수 있었다니께. 너한테 만날 지던 아무개가 한라장사가 되었어. 니는 천하장사까지 됐을 끼라고. 왜 안 한 겨, 왜……” / 아들은 가만히 듣다가 웃음기 섞어 말했다. / “술 조금만 드셔유.” _「장사 덕남」 198쪽

 * 이 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목차

김성우 장군
일기
범웅 노인
서낭당 소나무
장기대회
수리바위
병신골 카니발
검사조
해병
버섯
청라면
미꾸라지
포에이취
핸드볼
망자 행장기
뽑기
도서관
시인
자라와 화가
화장댁과 방물댁
글짓기대회
총무 문진
가정환경 조사
섰다
수음
청천축제
첫사랑
사냥 천재 육손
씨름
연수리
들개
모내기의 힘 맹영득
아버지의 편지
공작 천재
장사 덕남
애어른 환기
서울 아이 운성
킬링필드
교회와 목사
공덕비
어처구니없는 꿈
우체부와 효순이
우유
빨갱이
금강산댐
생애 첫 소설
쪽지 아저씨께
오서산

작가의 말
해설

작가 소개

김종광 지음

1971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경찰서여, 안녕」이,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해로가」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짬뽕과 소주의 힘』 『낙서문학사』 『처음 연애』 『처음의 아이들』과 중편소설 『71년생 다인이』 『죽음의 한일전』, 장편소설 『야살쟁이록』 『율려낙원국』 『첫경험』 등이 있다. 신동엽창작상과 제비꽃서민소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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