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박물관

김혜정

출판사 문지푸른책 | 발행일 2015년 4월 17일 | ISBN 9788932027258

사양 신국변형 145x210 · 202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 영혼을 부검한다고?”

. 죽은 자들의 영혼.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야.”

 

일상의 폭력과 도저한 불안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을 어린 영혼들을 위한

지상(地上) 혹은 지상(紙上)의 거처, ‘영혼 박물관’

 

“봄날의 서커스처럼 아슬아슬하고 아찔한 곡예 같은 청춘”들의 삶을 섬세한 필치로 명랑하게 그려낸 『독립명랑소녀』의 김혜정 작가가 신작 성장소설집 『영혼 박물관』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죽은 자들의 삶의 파편을 한데 그러모은 기억의 집이 ‘박물관’이라면, 살아 있으나 어쩌면 “우리 모두 죽은 것처럼 살고 있다”고 자조하는 지금, 여기의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는 지상의 거처가 바로 이 책 ‘영혼 박물관’이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본격문학과 청소년문학을 넘나들며 촘촘한 언어의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이자,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김혜정 작가는 한층 더 단단해진 작가적 내공으로 평범한 일상의 경계, 혹은 그 어디쯤에 자리한 어린 영혼들의 고단한 삶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평범한 일상을 깨부수는 느닷없는 친구의 부고(「영혼 박물관」)와 ‘성’스러운 사랑과 ‘성’적 충동 사이를 오가는 열여섯 소년의 열병 같은 혼란(「성,스러운 그녀」), 낯선 땅에 홀로 부려진 탈북자 소년 은우의 성장담(「직녀의 골목」)에 이어, “몸은 병신인데 의식은 멀쩡할 뿐 아니라 감각은 더 예민한” 소녀의 사랑과 질투(「침묵」), 파키스탄 아버지 때문에 ‘파퀴’라 불리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 일쑤인 하와(「하와」), 황금햄스터 ‘별’이를 맡기기 전까지는 엄마가 있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는 외로운 아이 현모(「하늘나라 입국절차」), 마지막으로 재개발 붐에 밀려 ‘궁전여관’ 달방으로 나앉는 처지가 되면서 빈집에 두고 온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헤매는 환호(「또자는 어디로 갔을까」)의 이야기까지, 모두 일곱 편의 작품이 담긴 『영혼 박물관』에는 삶에 내재한 모순, 그 불편한 진실을 가까스로 견디고 있는 어린 영혼들의 성장담이 따뜻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김혜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살아 있는 자체가 고행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날들이 꽤 있다”라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을 힘겹게 붙들고 살지만, 누구에게나 느닷없이 친구의 부고가 들려오거나 실직을 하거나 실연을 하는 등 얇디얇은 유리잔 같은 일상에 균열이 일어난다. 이렇듯 삶의 마디마디 매 순간 불안한 우리이기에, 그 고통이 아이들에게도 예외일 수 없음을, 어쩌면 아이들이야말로 더 예민하고 불안한 존재라는 데에 작가의 깊은 시선이 머문다. “목 안에 철사처럼 빳빳한 머리카락이 다발로 들어차 있는” 듯 괴롭고, 너무 외로운 나머지 죽으려고 “숨을 참아”도 보지만,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면서 “그 과정에서 삶이 무수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터득하게 되”는 어린 영혼들. 그리고 어느덧 “상처와 정면으로 대면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탈북자 소년, 다문화 가정, 장애인 소녀에서 학교폭력과 성폭력, 그리고 친구의 자살까지 자칫 예민하고 민감한 소재를 다루는 듯싶지만, 작가의 인식은 그 결핍 자체에 머무르기보다 그 결핍을 둘러싼 일상의 폭력, 그 안에서 도저한 불안을 견디고 있는 아이들의 삶 자체를 어루만진다. 어쩌면 그것은 너무 어렵지만 의외로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되는 일 말이다.

 


 

줄거리

중학교 단짝이었던 네 친구 진후, 인태, 순재, 무언. 그들 중 무언이 혼자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차츰 멀어져가던 그들에게 갑작스레 닥쳐온 무언의 죽음과 애도의 시간들. 친구의 죽음은 평범하던 그들 인생에 균열을 일으키고,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러나 나름의 방식대로 애도의 시간을 갖게 되고, 남은 친구들은 가만히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이상 지금, 여기서 뭘 해야 하는지 찾아야지. 맥락의 다리를 건너 우린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해야 하니까.” (「영혼 박물관」)
사춘기의 한복판을 건너는 열여섯 ‘나.’ 그런 나를 수시로 곤란하게 만드는 애교 점이 근사한 옆방 누나, 예리한 파편이 가슴을 저미는 듯 나를 아프게 하는 그 애. 주인공 ‘나’는 ‘성’스러운 호기심과 ‘성’스러운 사랑을 오가며 십대만의 방식으로 성장해간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는 백조, 그게 나였어.” 
“네가 나를 바라봐준 그 순간부터 견딜 수 있었어. 네가 나를 견디게 해 준거야. 그리고 ……” (「성, 스러운 그녀」)
혼자 몸으로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편안함을 느낀 곳, 자신의 뿌리를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준 ‘셋넷학교’ 대신 야심차게 일반고에 진학한 은우가 겪은 만만찮은 학교생활과 자신이 살아온 날들에 대해 사람이 아닌 셋넷학교의 토종닭에게 하는 고백.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건 존재의 이유가 되잖아. 그곳이 머무르고 싶은 곳이라면, 여기는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나 할까.” (「직녀의 골목」)
조금만 움직여도 팔다리가 꼬이고 얼굴이 비틀리는, 사람들이 말하길 배냇병신이라는 소녀. 몸은 병신인데 의식은 멀쩡할 뿐 아니라 감각은 더 예민한 소녀의 사랑과 질투. 미성년 장애인 성폭행 혐의로 몰려 구속 수감된 ‘그’의 침묵과 엄마의 합의금.
“침묵과 굴욕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드리운 절망 말입니다.” (「침묵」)
엄마가 가출하고 아빠 회사의 부도로 전학 온 대성이 만난 하와. 하와는 파키스탄 아버지를 두어서 ‘파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재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하와의 아버지가 재구의 아버지를 구하려다 죽어버린 화재 사건.
“나는 둘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왔다. 주머니 속의 병을 꺼내 귀에 대었다. 바람 말이야, 숨을 고르면서 산을 올라. 그 과정에서 삶이 무수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터득하게 되는 거지. 언젠가 하와가 했던 말이 들려왔다.” (「하와」)
외로워서 죽고 싶은 소년은 죽는 것은 숨을 쉬지 않는 것이라고 여길 뿐이다. 그러나 황금햄스터를 맡기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다. 황금햄스터 ‘별’이를 맡길 곳을 찾기 전에는 엄마가 있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다는 초등학교 2학년 현모의 이야기. (「하늘나라 입국 절차」)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자서 ‘또자’라고 이름 붙여준 개. 재개발 붐에 밀려 궁전여관 ‘달방’에 나앉아 있는 동안 ‘빈집’에 두고 온 잃어버린 또자를 찾아 헤매는 소년의 이야기.
“또자가 듣지 못하는 개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또자에게 말했다. 또자, 넌 행운아야. 세상의 모든 소리가 다 좋은 소리가 아니니까. 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잠자는 시간이야.”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

 


 

책 속으로

 “누나한테 들었는데, 네가 이따금 어딜 가서 늦게 온다고……”
“아, 거긴 아지트야.”
“아지트?”
“영혼 박물관이라고.”
〔……〕
“거긴 그저 모여서 놀고 즐기는 데야. 물론 책도 읽고 토론도 해. 콘서트나 공연, 전시회도 열고. 그야말로 이것저것 해보는 실험실이지. 가끔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빵이나 천연비누, 허브 초 같은 것도 만들어. 그걸로 물물교환 장터도 열고. 단 이윤보다는 생명의 가치를 확산시킬 활동들. 물론 실험이 쉽지만은 않아. 뭔가 시작했다가 안 되는 경우도 있거든. 그러면 개점휴업 상태를 유지하면서 때를 기다려. 점검의 시간을 가진다고 해야 하나? 어설퍼도 더뎌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어…… 먹고 싶은 게 있을 땐 재료를 가져와 자유롭게 해먹고. 오픈 키친이랄까? 중요한 건 우리끼리 한다는 거야.”
“그런 걸 다 아이들이 한다고?”
“그렇다니까. 너도 가볼래?”
“나 같은 애도 갈 수 있는 데야?”
“불안한 청춘이면 누구든 환영이야.” (「영혼 박물관」, 19~20쪽)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그 후 상범이 패거리가 대놓고 나를 무시했다. 어이, 번데기! 하고 부르는 건 예사고 비엔나, 코딱지가 어쩌고 하면서 비웃기 일쑤였다. 심지어는 침을 뱉거나 발을 걸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쉬는 시간이 되면 빵과 햄버거, 음료수 따위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처음 몇 번은 못 들은 척하며 버텼지만 아이들은 집요했다. 어쭈? 이 새끼, 이거 번데기 주제에 간땡이까지 배 밖으로 출타하셨다? 들어주지 말아야지 했다가도 그 애들과 눈이 마주치면 도리가 없었다. 여자애들은 그걸 쉽게 포착했다. 여자 어른들이 큰 집과 고급 승용차를 가진 남자들을 간택하듯이 여자애들은 힘 있는 남자애들 주변을 알짱거렸다. 아니, 고래를 잡지 않은 애들을 껌 딱지 보듯 했다. 부당한 일이었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성,스러운 그녀」, 46~47쪽)
한참을 달리다 낮은 담장 앞에서 멈췄어. 누군가가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뒷모습이 낯익었어. 그 순간 가슴이 뛰었어. 이미 짐작했으면서도 말이야. 편의점에 올 때마다 옷에 묻어 있던 페인트!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할아버지가 먼저 웃어주었어. 순간 그전까지의 울분이 눈 녹듯 녹는 거야. 이게 누군지 알간? 오마니. 우리 오마니야. 할아버지도 북한에서 왔다는 걸 그때 알았어. 엄마 등에 업힌 채 잠든 아기가 할아버지라니. 할아버지도 아기였던 적이 있다는 게 신기했어. 당연한 건데 말이야. 할아버지가 나에게 붓을 건네주었어. 한번 그려보라고 할아버지의 눈이 말했지.
그렇게 그림이, 벽화가 나에게 온 거야. (「직녀의 골목」, 77~78쪽)
“너, 내 이름의 뜻이 뭔지 아냐?”
“……”
“바람!”
하필 바람이람. 안 그래도 귓속에서 웅웅대는 바람 소리 때문에 미칠 지경인데.
“너, 바람 안 좋아하지? 무서워하거나.”
어라, 귀신이 따로 없네.
“걱정 마. 곧 좋아질 거니까.”
보자보자 하니까 자식이 아예 나를 갖고 놀라고 하네.
“우리 눈에는 바람이 제멋대로 부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 기다리는 게 바람의 속성이야. 높은 산맥을 오르려면 숨을 돌려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숨을 고르면서 산을 올라야 하지. 그 과정에서 삶이 무수한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터득하게 되는 거야.” (「하와」, 129~130쪽)
텅 빈 땅에 머지않아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곳은 신기루일 뿐이었다. 그 동네처럼 우리 동네도 곧 헐릴 거라고 했다. 이사를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엄마와 아빠가 한숨을 쉬었다. 이주비가 나오지만 지금보다 훨씬 작은 집으로 가야 한다고. 작은 집으로 가면 내가 또자를 안고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사를 가면서 개를 버리는 집이 많았다. 개들은 안락사를 당한다고 했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개들은 집과 함께 압착기에 납작하게 눌려 형체도 없어진다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또자를 버리고 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삿짐을 싸면서 아빠가 말했다. 또자는 여기 두고 가는 수밖에 없어. 안 돼요. 또자를 죽게 할 수는 없어요. 지금은 또자가 문제가 아냐. 여기 두고 간다고 꼭 또자가 죽으란 법도 없고. 죽고 사는 건 다 자기 팔자야. 나중에 더 좋은 놈을 사주마. 안 돼요. 안 된대도.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 177~178쪽)
목차

■ 차례

영혼 박물관
성,스러운 그녀
직녀의 골목
침묵
하와
하늘나라 입국 절차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

작가의 말

작가 소개

김혜정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여수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비디오가게 남자」 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창작집 『복어가 배를 부풀리는 까닭은』 『바람의 집』 『수상한 이웃』, 장편소설 『달의 문(門)』 『독립명랑소녀』가 있다. 서라벌문학상신인상, 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청소년저작상, 송순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3아르코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록 가수를 꿈꾸었으나 이야기를 지으며 살고 겨우 맞이하는 아침마다 부명고등학교 교문을 들어선다. 아이들의 뱀파이어 아닌 척 시침 떼며.

"김혜정"의 다른 책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4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