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

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5년 5월 11일 | ISBN 9788932027517

사양 변형판 140x200 · 324쪽 | 가격 15,000원

분야 인문

책소개

정치,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논의하는

지금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화두, 예외!

우리는 예외를 어떻게 바라보고 취급해왔는가?

예외는 지양해야 할 악인가 혹은 미래를 여는 가능성인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발발. 막대한 피해와 상처를 안긴 일련의 사건들 앞에서 우리는 시스템의 안전 혹은 정상성에 대한 믿음이 발밑에서부터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됐다. 도대체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해야 할까? 이 사건들이 ‘예외적인 일’이었다고 한다면 예외라는 것은 무엇인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야 예외로 칠 수 있을까? 이러한 예외를 대비할 수는 없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이 책은 ‘예외’를 지금 가장 중요한 화두로 규정한다. 중요한 것은 예외란 무엇인가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무엇을 예외로 느끼고 왜 그러하며, 예외를 대하는 태도의 저변에 무엇이 있는가를 알고 깊이 생각해봄으로써 우리 시대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미 넓은 독자층을 갖고 있는 아홉 명의 전문가(강상중, 김기창, 김항, 김호, 박상훈, 이충형, 임태연, 최정규, 홍성욱)가 함께 쓰고 엮은 『예외—경계와 일탈에 관한 아홉 개의 사유』가 출간되었다. 저자들은 정치, 경제, 철학, 역사, 과학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들로, 예외라는 현상과 그 본질에 대해 면밀히 탐구한다. 그들이 펼치는 사유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예외’라는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유를 전개하는데, 각각의 글이 모여 지금 우리 시대를 읽고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의 윤곽을 그려내게 해준다. ‘예외’에 관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아홉 편의 글을 읽음으로써, 독자들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 사유를 새롭게 구성해 지금 이 시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으며, 사회 이슈를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성찰의 순간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예외란 무엇인가: 규칙 없는 예외 없고, 예외 없는 규칙 없다?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독감 A가 유행할 확률이 90퍼센트, 독감 B가 유행할 확률이 10퍼센트이고 두 독감의 치사율은 모두 100퍼센트라고 하자. 다행히 두 독감 각각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있는데, 문제는 두 백신 중 오직 하나만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당신은 어떤 백신을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살아남을 확률이 90퍼센트인 독감 A의 백신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독감 A의 백신을 선택할 경우 90퍼센트의 확률로 모든 이가 살아남겠지만 10퍼센트의 확률로 인류가 멸절한다. 하지만 이때 예외적인 사람들이 개인으로서는 비합리적 선택인 독감 B의 백신을 맞을 경우, 어느 독감이 유행하든 인류는 살아남게 된다. 규칙에서 벗어난 예외는 특이상태, 비정상,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이 예시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 유신체제, 통합진보당 해산, 지역주의, 돌연변이, 양성구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영역은 광범위하다. 이들은 예외인가? 그렇다면 예외란 무엇인가? 유명한 경구 중에 “예외 없는 규칙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규칙’이라는 개념은 ‘예외’라는 개념을 반드시 전제하지는 않는다. 반면 예외는 반드시 어떤 규칙의 예외다. 따라서 예외를 알고자 한다면 규칙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한 이충형 경희대 교수는 예외를 대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예외가 되려는 그리고 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낱낱이 파고들어 흥미롭게 분석한다. 또한 임태연 한양대 교수는 유전학과 생물학 등의 연구 자료를 열거하며 전형과 예외 사이의 우열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생명의 진화 과정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는데, ‘예외’는 무조건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인류와 자연의 미래를 여는 가능성이라는 점을 유추해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예외와 규칙의 변증법적 관계를 다음과 같이 고찰한다. 첫째, 예외는 경계의 문제다. 전통적으로 남/녀, 음/양과 같은 자연과 사회의 위계 체계를 허무는 존재들은 배제되고 박해를 받아왔다. 그 한편으로 이런 경계인을 포용하려는 노력도 차츰 전개되어왔는데 이는 자유와 권리의 확장 과정이며, 비정상이 정상으로 편입되는 과정이었다. 둘째, 예외의 문제는 중심과 주변의 갈등 문제다. 전자에게 예외는 말 그대로 예외지만, 후자의 새로운 세계관에서 예외는 규칙과 비슷한 것이 된다. 셋째, 예외의 문제는 권력의 문제다. 어떤 예외는 세상에 균열을 만들고 이 틈을 벌려서 세상을 전복하려 하며, 힘을 가진 이들은 이러한 예외를 예측하고 포섭하려 한다. 이게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예외의 대다수가 이에 저항한다. 이처럼 예외와 규칙의 변증법이란 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 사이의 소통 불가능성이며, 전자가 후자로 대체되는 과정이다. 예외는 예측 불가능하고 통제 불가능하며, 판을 뒤엎는 묘미를 보인다.

예외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사회를 다시 성찰하다!

역사 속에서 예외의 문제를 탐구한 김기창, 김호, 강상중의 글에서 한결같이 드러나는 사실은 어떤 사회나 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예외는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탐침봉이었다는 사실이다. 역사의 시간과 흐름에 잠겨버린 예외들이 더 많겠지만 기록되어 눈에 드러나는, 흐름을 거스른 예외들은 김기창 고려대 교수가 거론한 공자, 부처, 예수와 같이 전복적이었다. 김기창의 분석에 따르면, 공자는 당대를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흔히 생각하듯 시대에 순응한 전형적 인물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전복적 인물이었다. 한편 우리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르는, 제거해야 할 예외들도 있다. 김호 경인교대 교수는 시체를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는 행위인 ‘도뢰’라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풍속을 주제로 삼았다. 이러한 사건들이 급증하자, ‘인간 본성의 선함’을 기초로 하여 수립된 조선의 성리학 정치는 균열되고 근본적인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글에서 알 수 있듯, 작고 사소해 보이는 예외일지라도 그 빈도가 늘어나면 한 사회의 구성 원리를 뒤엎어버리기도 한다.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고베 살인 사건을 시발점으로 ‘예외’와 더불어 ‘악’에 관해 고찰하면서 인간 내면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시에 정부나 시스템으로서 등장하는 이 시대의 악, 즉 ‘예외로서의 악’을 이야기한다. 그는 비극적 결말을 포함한 ‘악’을 극복할 방법으로 사랑과 연대를 제안한다.

김항, 박상훈, 최정규는 박정희의 유신체제, 호남 차별과 지역주의 등 한국 정치 상황에 관한 분석, 그리고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근대 매트릭스’의 우화를 통해 현실에 직접 맞닿아 있는 예리한 분석을 펼친다. ‘예외상태’가 사실은 ‘예외’가 아니라 현대 국가의 통상적인 통치행위에 속한다는 김항 연세대 HK교수의 분석은 아감벤의 ‘예외상태’ 개념을 70년대 한국의 유신체제 성립 과정으로 논리정연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지역주의라는 말에 물음표를 붙임으로써 예외와 배제를 정치 공학적으로 이용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다. 최정규 경북대 교수는 자유주의적 이상의 내적 모순을 지적하면서 경제학이라는 영역에서 정치를 복원할 수 있고 복원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위기의식과 불안이 퍼져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외는 지양해야만 할 사악한 면모일 수도 있고,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가능케 하는 희망일 수도 있으며, 곧 규칙과 전형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예비적 존재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보다 넓고 깊은 관점에서 예외라는 현상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를 해석하고 주체적으로 전유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예외’와 시스템의 규칙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골똘히 고민하던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내겐 엄청난 충격을 안긴 세월호의 기록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용기조차 없다. 참혹함. 고민은 더 깊어졌다.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무관심과 나태, 그리고 세속적 욕망이 불러온 참사라 ‘예외’라고 부르는 것조차 주저해야 하는, 하지만 여전히 예외라고 믿고 싶은 사건 앞에서 이런 ‘예외’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예외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면 해답이 있을까? 역사적으로 예외는 어떻게 다루어졌을까? 그리고 예외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일까? 질문들이 꼬리를 이었고 이 책은 그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기획의 말」, 6쪽)

모든 규칙은 예외를 낳는 것일까? ‘모든 규칙이 예외를 가진다’라는 명제도 규칙이라면 이 규칙에도 예외가 있어야 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예외를 가지지 않는 규칙도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명제가 ‘모든 백조는 희다’라는 명제처럼 경험에서 얻은 명제라면 여기에 꼭 예외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논리적 근거는 없다. 그런데 우리가 관찰의 일반화를 통해 얻은 명제 중에 예외가 없는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것일까? 세상을 양/음, 하늘/땅, 북극/남극, +/ – 등 상반되는 두 가지 범주로 나누는 우리의 근본적인 인식틀은 남성/여성이라는 두 가지 다른 성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남성/여성이라는 두 개의 성을 가진다는 규칙에는 예외가 없을까? (홍성욱, 「규칙과 예외의 변증법」, 18~19쪽)

사람들은 전형과 예외를 구분만 하는 게 아니라 이에 가치와 규범을 부여한다. 대체로 전형은 바르고 좋고 중요한 것이고, 예외는 그르고 나쁘고 무시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집단을 이룬 사람들은 예외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배제하거나 응징하려는 성향이 있고,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인 개인들은 따라서 자신의 믿음, 기호, 행동을 집단에 일치시키려는 성향이 있다. 이런 성향에 반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권력이 있어 자신을 각종 규칙에 대한 예외적 존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거나, 규칙의 규범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반규범적, 반사회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규칙의 규범성과 가치를 모두 이해하고 인정함에도 스스로의 기호와 판단을 따르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의 핵심으로 간주하는 사람이다. 이 세번째 부류의 사람들이 항상 옳은 판단과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이들이 역사의 변화를 일으키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이충형, 「예외를 대하는 태도, 예외가 되려는 심리」, 89~90쪽)

하루에 담배를 두 갑씩, 소주를 두 병씩 소비하는 사람들 가운데 아흔이 넘게 장수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담배를 입에 댄 적도 없는데 40대에 폐암 환자가 되어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이 앞서 이야기한 질환에 대한 민감도 혹은 저항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매우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유전적 경향을 갖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술과 담배는 몸에 좋지 않으니 끊으라고 그냥 말하는 것과, “염기다형성을 분석해보니 당신은 하루에 담배 한 갑씩 피우게 되면 40세가 되기 전에 폐암에 걸릴 확률이 80퍼센트 이상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일 것인가? 개개인마다 각종 질환에 대한 민감도와 저항성 정도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예방을 하는 것, 그것이 미래 의학이 이루고자 하는 첫번째 목표다. (임태연, 「돌연변이, 드문 변화의 시작」, 122쪽)

필자는 이번 기회를 빌려 ‘예외라고밖에는 할 수 없는 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동시에 그 악이 정부나 시스템으로서 나타날 때 얼마나 비참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다루고자 한다. [……]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사회에서는 원전을 둘러싼 다양하고 또 심각한 문제들을 끌어안은 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견할 만한 것으로 한국에는 세월호 사건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에서 불거져 나온 문제들은 국가를 둘러싼 악, 그리고 여러 가지 각각 다른 위치에 있었던 관계자들의 악이었다. 여기에는 커다란 악이 있는가 하면 또 작은 악도 있었을 것이다. 여하튼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한국과 일본은 어떤 의미에서 해방 혹은 전후 70년 동안 익숙해진 지금까지의 일상적인 풍경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점에 서게 되지 않았나 싶다. (강상중, 「예외와 ‘악惡’」, 135쪽)

시체를 이용하여 돈을 갈취하는 무고 행위를 도뢰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조선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인간의 악을 목격하고 경악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예외적인 사건’으로 보았다. 이들은 도뢰와 같은 행위를 ‘예외’라는 따옴표 안에 넣어둠으로써 그것을 현실의 일부이며 악의 분명한 증거로 인정하면서도, 악보다는 선의 일반성을 희망하는 증거로 보고자 했다. 이들은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낙관 속에 깊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도뢰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뢰를 예외가 아닌 일상으로 보고, 현실을 선의가 충만한 공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비교적 비관적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의 비관 속에서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호, 「도뢰圖賴, 조선 후기의 ‘예외’」, 157쪽)

형벌이 ‘불중不中’한다는 말은 ‘적중하지 못한다’ ‘빗나간다’는 말이다. 처벌되어야 할 자가 빠져나가고, 애꿎은 자가 억울하게 처벌되는 일이 자꾸 벌어지면 형벌이 ‘적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형벌을 없애고 예의나 지키며 점잖게 살자는 허황된 소리를 공자가 한 것이 아니라(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식으로 공자를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형벌이 제대로 적중하려면 규정 자체도 제대로 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그 규정을 집행/준수하는 자가 제대로 된 마음가짐과 윤리성을 일단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기창, 「새롭게 만나는 공자: 예외와 전복」, 219쪽)

반공과 근대화를 국시로 삼은 박정희의 통치는 헌법을 최고 규범으로 하는 법률체계를 필요할 때마다 실질적으로 효력 정지시키며 통치를 작동시켜왔다. 그 정점을 찍은 국면이 서두에서 살펴본 3선 개헌으로부터 긴급조치에 이르는 과정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통해 박정희는 법률로 명시된 규칙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불규칙적인 조치의 남발로 통치를 구성하는 전형적인 예외적 통치를 구성했다. 그러나 이 예외적 통치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순한 폭정이 아니다. 박정희는 어디까지나 헌법이 근거하는 규범을 수호하기 위해 헌법을 효력정지시켰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렇게 수호하려 한 절대적 규범이란 무엇일까? 다시 말해 박정희의 예외적 통치를 정당화해주는 정통성이란 무엇이었을까? (김항, 「예외상태와 현대의 통치」, 251쪽)

전라도 사람들의 기질을 말하고, 비호남 출신들이 갖는 호남에 대한 편견을 말하고, 옛날부터 그런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강변한다 해도, 그것은 인위적으로 동원되고 작위적으로 부각된 결과일 뿐, 사실이 아니다. 문제의 진정한 핵심은 권위주의의 재생산이든 기득권의 방어든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그런 편견의 이데올로기 효과를 필요로 하는 체제와 세력이 존재했다는 사실, 바로 그것이다. 이를 말하지 않고 국민의식 개혁운동을 수천 번 하고, 지역 화합행사를 수만 번 해도, 그건 우리 사회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이데올로기화하는 데 기여할 뿐이다. (박상훈, 「한국정치, 얼마나 예외적인가: 지역주의를 둘러싼 예외와 보편의 줄다리기」, 281쪽)

자본 소유자에게 생산의 공간은 외부의 간섭을 배제할 권리가 있는 ‘사적 공간’이다. 소유한 만큼 자유롭고, 그는 그 안에서 자유로울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모든 것이 계약되지 않고, 따라서 노동 지출을 둘러싼 권력 행사가 가능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공간은 자본 소유자의 공간이지만, 자본 소유자는 노동자들에게 계약을 통해 매개되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고, 그렇다면 그 공간은 자유주의의 정의상 ‘사적 공간’으로만 간주될 수는 없다. 하나의 독립된 개인이 다른 독립적 개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리고 그 영향력이 시장 거래를 통해, 즉 계약을 통해 완전하게 제어되지 못한다면, 둘은 여전히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고받는 관계에 놓이게 되며, 이 경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개인의 행위는 ‘사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최정규, 「경제적 영역에서의 예외: 정치의 복원」, 320쪽)

목차

■ 차례

기획의 말

1부 과학의 눈으로 본 예외
“예외는 새로운 가능성이다”
규칙과 예외의 변증법 • 홍성욱
예외를 대하는 태도, 예외가 되려는 심리 • 이충형
돌연변이, 드문 변화의 시작 • 임태연

2부 역사와 일상 속에서 만난 예외
“예외를 어떻게 취급해왔는가”
예외와 ‘악惡’ • 강상중
도뢰圖賴, 조선 후기의 ‘예외’ • 김호
새롭게 만나는 공자: 예외와 전복 • 김기창

3부 정치와 사회 국면의 예외
“예외는 권력의 문제다”
예외상태와 현대의 통치 • 김항
한국정치, 얼마나 예외적인가: 지역주의를 둘러싼 예외와 보편의 줄다리기 • 박상훈
경제적 영역에서의 예외: 정치의 복원 • 최정규

필자 소개

작가 소개

강상중 지음

와세다 대학 대학원 정치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국제기독교대학ICU 준교수, 도쿄 대학 대학원 정보학환・학제정보학부 교수, 같은 학교 대학원 현대한국연구센터 센터장, 세이가쿠인 대학 학장 등을 거쳤다. 현재 도쿄 대학 명예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막스 베버와 근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내셔널리즘』 『애국의 작법』 『고민하는 힘』 『너는 누구? 나는 여기에 있어』 『살아야 하는 이유』『어머니』 『마음』 『마음의 힘』 등이 있다.

김기창 지음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1988~90년) 변호사로 근무하다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중세 영국법에서의 외국인 지위」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Aliens in Medieval Law가, 옮긴 책으로 『법의 지배』가 있다.

김항 지음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및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표상문화론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국학연구원 HK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말하는 입과 먹는 입』 『제국일본의 사상』 『인터뷰: 한국 인문학 지각 변동』(공저)이, 옮긴 책으로 『미시마 유키오 對 동경대 전공투 1969~2000』 『근대초극론』 『예외상태』 『정치신학』 『세계를 아는 힘』 『중국의 체온』 등이 있다.

"김항"의 다른 책들

김호 지음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허준의 동의보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규장각 책임연구원과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교수를 거쳐 현재 경인교육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조선 시대의 예악형정禮樂刑政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원통함을 없게 하라』 『조선의 명의들』 『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 등이, 옮긴 책으로 『신주무원록』 등이 있다.

박상훈 지음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한국 지역 정당 체제의 합리적 기초에 관한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정치발전소 학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만들어진 현실』 『정치의 발견』 『민주주의의 재발견』 『어떤 민주주의인가』(공저), 『논쟁으로서의 민주주의』(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등이 있다.

이충형 지음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양자 측정의 사용」이라는 논문으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프레즈노 캠퍼스 조교수 등을 거쳐 현재 경희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The two-envelope paradox: Asymmetrical cases” “Infinity and Newton’s three laws of motion” 등이, 옮긴 책으로 『골렘: 과학의 뒷골목』이 있다

임태연 지음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의 조교수 및 부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대상은 천식, COPD, 폐섬유화증, 폐암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며, 유전체 및 단백체 등 다양한 오믹스 분석 기술을 통해 각종 질환의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Cancer Targeted Drug Delivery(공저), 『과학의 눈: 우주와 세포』(공저) 등이 있다.

최정규 지음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산타페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The Coevolution of Parochial Altruism and War”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이타적 인간의 출현』 『게임이론과 진화 다이내믹스』 등이 있다.

홍성욱 지음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같은 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과 학부 ‘과학기술학(STS) 연계전공’에서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습기 살균제나 세월호 같은 재난과 1970년대 한국 중화학공업의 역사를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크로스 사이언스』 『홍성욱의 STS, 과학을 경청하다』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 『이타주의자』(공저), 『슈퍼휴머니티』(공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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