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는 문장들

조재룡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5년 3월 13일 | ISBN 9788932027197

사양 변형판 140x210 · 499쪽 | 가격 21,000원

책소개

번역의 문학적 가치에 대한 옹호,
번역의 인식론을 둘러싼 언어-문화의 변화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고 한국 현대시를 비평하며 번역 문학과 비평 지형에 대해 연구해온 문학평론가 조재룡(고려대 불문과 교수)이 새 저서 『번역하는 문장들』(문학과지성사, 2015)을 출간했다. 오랫동안 〈한국번역비평학회〉의 일원으로 일하며 한국 번역문학의 실태를 쟁점화하고 번역학의 체계적 정립을 위한 연구와 발표에 앞장서온 저자는 5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에서 번역을 둘러싼 “도전과 좌절과 꿈”을 담은 총 16편의 지적 탐색을 보유를 포함한 총 다섯 개 장에 나눠 싣고 있다. 그의 전작 『번역의 유령들』(문학과지성사, 2011)이 한국 현대시에 밀착한 세밀한 현장비평을 토대로 삶의 형식에 문학을 결부시키고 언어예술로서의 시와 문학 창작, 번역과 비평의 접점을 추적했었다면, 이번에 소개되는 『번역하는 문장들』은 번역을 창조적 행위의 관점에 놓고, 언어-문화의 지형과 문학의 변모 과정에 대한 총체적 이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가치 판단의 과정과 결과, 방식과 태도 모두를 아울러 ‘번역의 인식론’으로 정의내림을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번역은 경험적 사실들과 경험에서 축적된 지식과 언어를 통해, 다른 언어로 그 지식과 언어를 위치시키면서, 매번의 맥락과 역사적 상황을 헤아려 말의 쓰임을 찾아가는 언어활동 전반에 대한 귀납적 성찰의 과정이다. 번역은 그러니까 가장 잔인하고도 강력한 독서일 것이다.” (pp.14~15)

저자는 번역을 둘러싼 낡고 고착화된 이분법적 이해와 수용―직역/의역, 형식/의미, 문자/정신, 구조/내용, 원문 중심/역문 중심, 문학성/가독성, 충실성/창조성, 탈중심/병합, 보존/변형, 딱딱함/유려함, 이국화/자국화, 출발어/도착어—의 폐해를 낱낱이 밝히는 한편, 우리 삶과 세계의 확장을 위해 번역(가)의 윤리와 제대로 된 번역비평의 절대적 필요성을 도출해내고 있다. ‘이 세계의 거의 모든 사유를 담아내려는, 불가능에 가까운 언어적 실험과 도전이 바로 번역’이라는 확고한 신념 아래 저자는 지금-여기의 번역을 둘러싼 거의 모든 쟁점(번역의 인식론, 중역의 인식론, 바로선 번역비평의 필요성, ‘세계화’의 논리 아래 치러지는 세계문학전집 번역의 현실, 운문 번역의 실재, 예상 표절, 의사 번역, 번역가의 윤리)을 이 책에 한데 소환하여 치열한 글쓰기를 통해 거듭 묻고 있다. “과연 누가, 언어를 고안하고 확장해내는가?”라는 책 모두의 질문은 다름 아닌 ‘모국어의 잠재적 가능성을 일깨우는 번역이야말로 우리말의 어휘와 표현을 풍부하게 해주는 첨병’ 이라는 자명한 진리를 향해 있다. 이는 다시 “타국어의 운용 방식과 그 구조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모국어의 활용 가능성(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결국 모국어를 살찌워나간다는 측면에서, 타자를 내 안에 받아들여 다시 나를 조율해나간다는 차원에서, 모국어로 읽는 문학에서 간과되기 쉬운 언어의 서걱거리는 결들과 낯선 구성, 기이한 사유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번역은 문학보다 포괄적이며 중층적이다”라는 분석 비평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근현대 동서양 문학들과 다양한 형태의 장르문화들을 경계 없이 가로지르며 “지식과 언어의 순환 구조를 헤아려볼 근본적인 성찰의 대상”인 번역의 역사, 그 현장을 답사하는 실증적 태도를 기반으로 저자는 번역이 함의한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활동성을 드러내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여기에 시학 이론을 중심으로 프랑스 문화기호학과 서구 철학, 문학이론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근거한 주도면밀한 분석과 유려하고 힘 있는 문장이 조화롭게 갈마들며, 언어를 매개로 한 상호 텍스트의 현장인 ‘창작–번역–비평’의 진정한 가치를 밝혀내고 있다. 문학의 변모 과정과 흐름, 문학의 특수성과 언어활동에 대한 깊고도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번역에서 이론이 창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번역이야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의 하나이자 총체일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번역의 역사를 새삼 들추어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환기해야 하는 것은 독서의 메커니즘과 지식의 순환 체계가 번역이자 번역의 속성이기도 하며, 번역의 역사성, 번역이라는 이름으로 소급해내야 할 인간의 저 어지러운 정신활동과 다름없다라는 사실이다. […] 아랍어를 번역한 라틴어 테스트는 또 프랑스어와 영어, 독일어와 어떻게 경쟁했을 것이며, 라틴어로 사제들이 점령해놓은 지식의 권위와 위상은 어떻게 번역으로 인해 하염없이 몰락의 길을 걸었던가? […] 플라톤의 『대화』가 그리스어–아랍어–라틴어–서유럽어–일본어–한국어라는, 언어‐문화적 시험의 관문을 차례로 통과한 후, 이렇게 내 앞에 다시 놓인다. 한국어–일본어–서유럽어–라틴어–라틴어–아랍어–그리스어라는 역순은 그러나 가능한 것일까? 번역되어 우리가 읽게 된 저 위대한 고전을 지금‐여기에서 바라보게 될 때, 필연적으로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번역의 사연으로 가득한 이 여정은 나의 정체성만을 관철시키려는 입장에서는 소모적인 싸움이나 이데올로기적 분쟁의 씨앗이 되겠지만, 이타성이 정체성의 발판이자 정체성 자체를 고안한다는 관점에서는 인식론적 투쟁의 대상이자, 내가 서 있는 지평, 나의 지금‐여기 그것을 위치시킬 수밖에 없는, 지식과 언어의 순환 구조를 헤아려볼 근본적인 성찰의 대상으로 거듭난다. (pp.26~28)

낯선 사유를 고민하거나 그것을 전치하는 방식을 노정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번역은 문학보다 근본적으로 방대한 활동성과 치명적인 위험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번역이 윤리인 까닭은, 또한 번역의 윤리가 중요한 것은, 이 방대한 활동성과 언어활동의 위험성에 항시 노출된 활동이 바로 번역이기 때문이다. 특수성에 대한 연구는 문학성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언어와 윤리, 번역과 윤리 전반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이상향을 지향하면서, 번역과 윤리를 둘러싸고 전개된 철학적·미학적·사회적·정치적 관점을 글쓰기와 언어활동의 인식론적 투쟁으로 전환해낸다. (p.388)

목차

■ 차례

제1부 번역/중역의 모험
번역의 도전과 좌절과 꿈―번역의 인식론을 위하여
‘세계화’라는 사이비 논리와 번역의 딜레마
중역의 인식론―그 모든 중역의 중역과 근대 한국어
중역과 근대의 모험―횡단과 언어적 전환이라는 문제의식에 관하여

제2부 번역의 운명과 친화력
개념어의 운명과 번역―미메시스, 그리고 에크리튀르
번역 정글 잔혹사, 혹은 세계문학전집 번역 유감―1998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이전 편
‘운문’의 ‘운문’으로의 번역은 가능한가?―번역시의 귀납적 양감과 그 친화력에 대하여

제3부 번역과 상호 텍스트성
나는 네가 쓰려는 것을 알고 있다―예상 표절과 글쓰기의 세 가지 층위
제약을 실천하기, 문자를 해방하기, 삶을 번역하기―『잠재문학실험실』 예찬
문화적 간격과 번역의 역설―가까운 이웃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하여
번역가 김남주―여전히 가야 하는 길, 아직 가지 않은 길

제4부 의사번역, 창작, 번역의 윤리
번역의 윤리―이해와 해석, 번역가의 소임, 낯섦에 대한 비판적 고찰
의사번역의 연기에 입회하는 일―자끄 드뉘망의 『뿔바지』
사회를 번역해야 하는 문학의 운명―다문화를 경험하게 만드는 프랑스 청소년 소설

보유
반수면 상태의 ‘너’가 뿜어내는 위대한 무관심 ―조르주 페렉의 『잠자는 남자』 한국어 번역에 부쳐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나다

작가 소개

조재룡 지음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2002년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 고려대학교 번역과레토릭연구소의 전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3년『비평』지에 평론을 발표하면서 문학평론가로도 활동 중이며, 시학과 번역학, 프랑스와 한국 문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과 평론을 집필하였다. 지은 책으로는『앙리 메쇼닉과 현대비평 : 시학, 번역, 주체』『번역의 유령들』『시는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번역하는 문장들』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앙리 메쇼닉의 『시학을 위하여 1』, 제라르 데송의 『시학 입문』, 루시 부라사의『앙리 메쇼닉, 리듬의 시학을 위하여』, 알랭 바디우의『사랑예찬』, 조르주 페렉의『잠자는 남자』, 장 주네의 『사형을 언도받은 자/외줄타기 곡예사』등이 있다. 2015년 시와사상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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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준모
    2015.07.09 오전 11:16

    다소 주제와 동떨어진 글입니다만, 표지의 일본어 문장에 누락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번역하는 문장들’ 이라면 翻訳する文章たち 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번역(翻訳) 부분이 빠져 する文章たち(하는 문장들) 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다소 신경쓰이네요.

    1. 문학과지성사
      2015.07.09 오후 2:17

      네. 의견 감사합니다. 2쇄에는 수정하여 출간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