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4년 12월 8일 | ISBN 9788932026732

사양 변형판 200x125 · 246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9․11, 천안함 침몰, 디도스 공격, 세월호 참사……

우리는 지금 음모론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사회에 음모론이 들끓는 이유와 그 사회적 기능에 대한

사회학자 전상진의 흥미로운 분석!

 

음모론은 그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KAL기 폭파 사건부터 천안함 침몰, 디도스 공격,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세월호 참사에 이르기까지, 언제부턴가 커다란 사건 ․ 사고가 일어나면 그 이면에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었다. 심지어는 특정 시기에 어느 인기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진 이유가 첨예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음모론까지 존재한다. 어느 사이 음모론은 세계를 해석하는 주요한 설명 틀 가운데 하나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흔히들 책임 당국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공론장이 제대로 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 음모론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지금 이렇게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떠돌고 음모론자라는 낙인이 횡행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사회학자 전상진 교수의 첫 책인 『음모론의 시대』는 우리 사회가 왜 음모론으로 들끓게 되었으며, 음모론은 어떤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지, 각각의 정치 세력은 어떤 식으로 음모론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흥미진진한 해석을 펼쳐나간다. 또한 어떻게 하면 음모론이 단순한 음모‘놀이’나 손쉬운 책임전가 수단에 머물지 않고, 유의미한 비판이론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세속적 신정론’으로서의 음모론

오랫동안 지식인들은 음모론에 빠져든 사람들을 박해 망상과 자기 맹신에 휩싸인 ‘광신자’ 혹은 ‘편집증자’라고 치부해왔다. 그런데 최근 음모론의 영향력이 전 사회 영역으로 확대되고(‘음모론의 주류화’), 터무니없는 것으로 간주되던 몇몇 음모들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음모론을 더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자는 음모론이 막스 베버가 말한 ‘신정론神正論’(고통, 악, 죽음과 같은 현상을 신의 존재에 의거하여 정당화하려는 믿음 체계)과 동일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회에는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에서 비롯되는 다양한 고통을 설명하기 위한 문화적 장치가 존재하는데, 오랫동안 그 기능을 신정론이 담당해왔다. 우리가 겪는 고통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줌으로써 고통의 무게를 덜어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사회가 도래하면서 신정론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종교가 현세적 세계질서의 불공정성을 더는 설명해주지 못하자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기 시작했다. 대신 그들이 찾은 ‘새로운 신정론’은 바로 “현세 내에서의 혁명적 보상”을 약속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였다. 그리고 그 정치 이데올로기마저 영향력을 상실한 지금,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 ‘음모론’이다. ‘세속적 신정론’으로서의 음모론은, 세상의 불합리한 문제들과 ‘고통’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와 책임자를 밝혀줌으로써, 즉 세계를 명료하게 그려줌으로써 우리를 유혹한다.

 

 

음모론, 약자의 무기인가 지배의 망치인가

음모론은 흔히 생각하듯 약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음모론은 권력을 지닌 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치 전략이 될 수 있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에 특정 정파나 지위와 관계없이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된다(집권 세력이 자신들을 반대하는 ‘음모’가 있다고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라 할 수 있다. 음모론은 (권력 비판을 위한) 약자의 무기가 될 수도, (권력 유지를 위한) 강자의 망치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질병-음모론,’ 찰스 피그던의 ‘정상-음모론,’ 데이비드 코디의 ‘충돌 음모론,’ 칼-하인츠 힐만의 ‘권위적 주장’)과 음모론자의 여러 유형(신념윤리가적 음모론자,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그리고 각각의 세력들이 음모론을 정치 전략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또한 음모론을 다루는 학술서들뿐 아니라 움베르트 에코, 돈 드릴로, 임성순의 소설 등을 폭넓게 인용하며 흥미로운 사유를 펼쳐나간다.

 

 

음모론은 포위된 시민들의 최후의 도피처일 뿐인가?

비판이론으로서 음모론의 잠재력을 생각한다.

 

“물론 음모론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그러나 투명한 게 없어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어요.”(박래군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운영위원장)

 

저자는 사회학자 게오르크 짐멜의 ‘관찰자’와 ‘재판관’이라는 개념 틀을 빌려 스스로의 역할을 특정 음모의 진위 여부를 밝히는 ‘재판관’이 아니라, 다양한 음모론과 그 사회적 의미를 거리를 두고 분석하는 ‘관찰자’임을 분명히 한다.

저자는 음모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은 너무나도 쉽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부정해버린다. 음모의 세상에는 두 진영만이 존재한다. 적과 아군, 나쁜 놈과 좋은 놈. 그러한 적과 대화나 타협이 가능할 리 없다. 적에게 민주주의적 관용을 적용할 까닭이 없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근본이 파괴되니 제대로 된 감시와 비판이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정당한 비판까지도 아주 쉽게 음모론으로 낙인찍힌다. 사회의 자기비판과 자기갱신의 능력이 소진된다.

음모론이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권력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공론장이 비판의 기능을 상실한 오늘날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음모론이 비판이론으로서 갖는 잠재력을 무시하는 것은 경솔하다고 말한다. 음모론은 ‘전복적인 힘’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사회에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 음모론의 시대에 넘쳐나는 질문들이 ‘박제화된 비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막스 베버가 말한) ‘책임윤리가’의 자세, 책임감과 균형 감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본문 속으로

 

고통의 설명에서 오랫동안 독점적 위치를 차지해온 신정론은 근대사회가 도래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막스 베버는 20세기 초 독일의 많은 프롤레타리아트가 무신론자가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령 1906년에만 해도, (상당수의) 무산자들에게 왜 기독교를 믿지 않는가라고 물은 결과 단지 소수만이 근대의 자연과학적 이론들을 그 근거로 제시했고, 다수는 현세적 세계질서의 ‘불공정성’을 기독교 불신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들은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면서 기독교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 그들이 교회를 등진 까닭은 교회가 자신들의 고통에 “만족할 만한 답”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대신에 그들이 찾은 교회 밖의 ‘세속적 신정론’은 바로 “현세 내에서의 혁명적 보상”을 약속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였다._21~22쪽

 

음모론자를 정신병자, 구체적으로는 편집증자로 보는 관점은 주류 사회의 견해다. 음모론에 사회과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인물인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음모론자를 “증오에 휩싸인 편집증자”라고 부른다. 편집증자는 ‘극단적 의심’ ‘박해 망상’ ‘자기 맹신’의 성향을 보인다. 여기에 더하여 음모론자는 증오에 차 있다. 일단 모든 것을 극단적으로 의심한다. 자신의 망상적 세계를 뒤엎는 ‘합리적’ 증거가 밝혀져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증거 자체가 ‘오염’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_24~25쪽

 

음모론은 현대 정치의 중요한 전략이자 자원이 되었다. 지지자 동원에 효과적이고 정적 공격에 유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무력화하는 데 쓸모를 지니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정치적 쓸모는 특정 정파나 권력의 위치에 제한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민주적’이다. 좌우를 막론하고 또 지배하는 자나 지배당하는 자 모두에게 쓸모가 있다. 권력 유지에쓰일 수 있는 것처럼, 저항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지만 먼저 말해두자면, 음모론은 강자의 지배를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권력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약자의 무기a weapon of the weak”이기도 하다._30~31쪽

 

음모론의 창궐도 마찬가지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 책임을 음모집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히스테리성 유행병이 부모와 교사를 책임 전가의 주된 표적으로 삼는다면, 음모론은 음모집단을 조준한다. 예를 들어, 일본의 ‘재특회在特會(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 회원들은 재일조선인과 그들을 옹호하는 “거대 언론, 공무원(교사 포함), 노동조합, 국제적인 대기업, 그 외 좌익 일반, 외국인”에게 “무언가가 잘 안 풀리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돌림으로써 인지적 간극에서 비롯하는 “불안과 불만”을 해소한다._93쪽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웃사이더는 나름의 음모론으로 주류 사회의 낙인에 저항한다. ‘창을 돌려’ 오히려 기득권자를 겨냥한다. 우리를 청소하려는 너희들의 음모를 우리는 간파했어. 말할 것도 없이 몇몇 음모론이 실제 정치적 음모를 폭로하기에, “그때 우리는 음모론이 비판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존 피스크는 이런 조심스러움이 성에 차지 않는다. 단서를 달고서야 비판이론‘일 수’ 있는 음모론에 피스크는 “대항 지식”이라는 당당한 시민권을 부여한다. 대항 지식은 “지배적인 지식이 억압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폐기한 사실들, 사건들, 정보의 편린들을 복원한 것”이다._120~121쪽

 

사회가 희생자를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동일시가 확대된다. 희생자 지위가 “전략적 특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결코 희생자가 아니지만 그 지위가 제공하는 전략적 특권을 취하기 위해 희생자인 척하는 일(동일시)이 잦아지는 것이다. 희생자 되기는 확고한 정체성을 부여하고(난 홀로코스트를 겪은 사람이야), 위신을 높여주며(극한 상황을 겪은 사람의 아우라), 공격할 수 없도록(그런 일을 겪은 사람인데 그 정도 잘못을 가지고 비난할 수는 없다) 만든다. 희생자 지위는 책임을 면제하며 주목을 요구하고 공감이나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압박한다._170~171쪽

 

크리스토퍼 후드는 오늘날 공적 조직, 이를테면 공공 기관이나 공적 목적에 봉사하는 모든 조직이 “비난의 세계blameworld”가 되었다고 말한다. 비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비난을 잘 처리해야 한다. 비난의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난 회피의 정치와 논리와 전략이 곧 “좋은 거버넌스”의 필수—충분은 아니다—요소가 되었다. 다양한 비난 회피의 전략에서 주목을 끄는 것은 스핀 닥터spin doctor(미디어 조언자 또는 여론 조작자)를 이용한 프레젠테이션 전략이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실행되는 나라에서 기득권자의 면책특권은 은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은밀한 보장의 핵심은 정보와 여론의 흐름과 물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스핀 닥터가 채용하는 다양한 설득—또는 조작—전략에서 음모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_210~211쪽

 

음모론을 경솔하게 다루지 않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를 뤽 볼탄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요구를 거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반박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의 영역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폭로와 고발의 형식으로 나타나는 저항적 음모론은 “반박”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으로 낙인찍혀, “미친 것, 변태적인 것, 아니면 편집증적인 것으로” 내몰린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비판의 과업은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창설자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부정의와 비판을 정신의학의 질문과 연결”하는 것이다. 오늘날 편집증과 음모론을 사회 비판의 교두보로 삼아야 하는 까닭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_216쪽

 

조디 딘이 음모론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론을 제공하는 대신에 질문함으로써” 음모론은 민주주의에 기여한다. “그때 우리는 음모론이 비판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질문으로 남을 때 음모론은 비판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답변이고자 과욕을 부리면 그것은 더 이상 비판이 아니게 된다. 망상이 된다. 도그마가 된다. 독백하는 신념 체계가 된다. 기회주의자의 알리바이가 된다._218쪽

 

목차

서문 5

1장 음모론의 시대 19
모든 고통에는 이유가 있다 19
우리는 왜 음모론을 믿는가? 23
음모론, 편집증적 세계의 관찰법 26
음모론의 정치적 매력 30

2장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33
음모론이란 무엇인가 33
음모론자와 음모론 연구자는 다르다! 35
음모론의 정의 39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설명들 44

3장 음모론자의 동기: 신념이냐 기회주의냐
신념윤리와 음모론 58
음모론자의 유형 67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70

4장 착한 사람에게 왜 불행이 닥칠까? 77
고통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77
의미에 대한 욕구 81
음모론, 간극의 상상적 해결책 85

5장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음모론 104
신정론의 정치성: 배제와 사회적 폐쇄의 정치 104
행복의 신정론과 고통의 신정론 107
통치의 음모론과 저항의 음모론 113
편집증은 무력한 자의 전유물인가? 124
통치 음모론과 저항 음모론의 차이 134

6장 기득권자를 위한 아웃사이더의 반란 141
통치를 위한 저항 음모론의 활용 141
음모론의 형식 145

7장 정치 전략으로서의 음모론 159
음모론의 세 가지 정치 전략 159
비판 면역 전략 160
희생자 되기와 악마 만들기 165
르상티망과 원흉의 인격화 179

8장 음모론적 정치 스타일의 비용 189
악마적 관점 189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국가범죄 195
책임의 위기 200

9장 올바른 질문에 대한 잘못된 답변 212
어떻게 음모론을 믿지 않을 수 있겠는가? 212
음모론의 잠재력과 한계 215
음모론의 치유책 218

작가 소개

전상진 지음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 시대의 다양한 현상들을 사회학이라는 ‘도구’로 해석하고 진단하는 일을 하고 있다. 특히 세대 문제, 음모론, 자기계발 붐 등에 관심이 많다. 현재 서강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음모론의 시대』 『세대 게임―‘세대 프레임’을 넘어서』가 있다.

독자 리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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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2 =

  1. 박일호
    2019.08.01 오전 7:25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오타가 있어 알려드립니다. (1판2쇄 기준)
    230쪽, 2째줄 타인는~->타인은

    1. 문학과지성사
      2019.08.06 오후 4:29

      안녕하세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쇄에는 꼭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