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그리고 말

김주연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4년 8월 26일 | ISBN 9788932026527

사양 변형판 140x212 · 353쪽 | 가격 16,000원

책소개

‘몸’에 깃든 새로운 가능성, 문학은 사람을 살리는 글
“문학은 적어도 구원으로 가는 제법 진지한 몸짓이 된다”

문학을 점령하고 있는 ‘몸’ 담론의 오늘과 내일
원로 비평가이자 독문학자 김주연이 새 비평집 『몸, 그리고 말』(문학과지성사, 2014)을 출간했다. 내년이면 그가 글로써 세상과 소통한 지 50년이 된다. 4·19세대, 김병익·김치수·김현과 함께 문학과지성사를 세운 이른바 4K의 일원, 한국독문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 수많은 수식이 따라붙는 이름이지만 그 스스로는 호기심 많고 자주 공감하며 더러는 개탄도 하는 현장 비평가로 회자되는 걸 더 좋아한다. 그런 그가 여느 젊은 비평가들 못지않은 독서량과 예리한 감각으로 쓴 비평을 모았다. 본격적인 문학 비평서로는 『미니멀 투어 스토리 만들기』 이후 2년 만이다. 이 책은 ‘몸’을 이야기하는 담론이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해 ‘몸’이 지나간 자리에 도래할 테제로서 서정과 낭만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짚어보고 문학을 둘러싸고 있는 각계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문학이 스스로 비축해야 할 힘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몸을 다룬 시와 소설
총 4부 중 1부에서는 우선 탁월하게 ‘몸’을 다룬 시와 소설들을 살펴본다. 몸 자체가 소재나 주제, 혹은 모티프가 된 글들로서 소설, 시 장르의 구분 없이 ‘몸을 내세우는 말’이라는 제목 안에 함께 포괄되었다. 소설가 김훈·박범신·권지예·김중혁과 시인 이성복·김언·박미산이 김주연의 비평에서 모처럼 호명되었다.

나로서도 스스로 흥미로운 점은 지난 시간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작가 박범신과 권지예의 발견이다. 다소 대중적인 인상의(가령 성적인 소재로 신문연재를 한다든가 하는) 두 작가는 사실 본격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부담스러운 형편이었다. 그러나 박범신의 근작과 권지예의 소설들은 몸과 관련한 주목에 충분히 값할 만한 것으로 보인다. -「욕망자본주의를 넘어서」에서

저자는 박범신과 권지예의 문학이 몸을 활용하면서 발생한 점을 눈여겨보면서 몸에 대한 비극적 세계관 위에 기초하고 있는 김훈과 이성복 문학이 문학의 본질, 그 운명에 슬프게 밀착해 있음을 읽는다. 이러한 독해의 과정에서 몸을 물질로만 바라볼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애절한 정조가 저자의 노련하고 예리한 분석으로 명징하게 드러난다. 그런가 하면 2천년대의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 김중혁과 시인 김언의 작품들은 몸의 연장으로서 기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1세기 문학의 징조들로 소개된다. 몸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시적 소재로 사용한 박미산의 시에 대한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시인이 몸 안에서 관능성과 파괴력, 그리고 미학으로의 차원 이동을 감수하며 상상력을 펼치는 장면들을 포착한다.


몸을 넘어서
김주연은 오늘의 한국 문학이 풍성한 양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문학 현장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연령대에 관계없이 그 활동들의 내용을 대략 두 가지로 대별되는 것으로 보았는데, 그 하나는 몸에 대한 긍정적 탐닉 내지 객관적 접근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정신적/영적 초월의 세계에 대한 의지와 동경이다. 1부에서 전자의 사례들을 검토했고 후자의 경우들은 2부에서 묶였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윤흥길은 기독교라는 분명한 지향점을 내놓고 있고 성석제는 옛이야기, 혹은 지역 삽화를 통해 나름대로의 신화 만들기를 지속하고 있다. 그런 한편 신경숙은 특유의 결핍/부재의 미학으로 자신만의 소설 공간을 구축함으로써 ‘몸뚱어리’ 없이도 살아가는 집을 만들어낸다. 이태수와 박라연의 작품에서는 종교적 아우라를 빚어냄으로써 해체적 혼미의 시어들과 어울려 있는 어떤 젊은 시들을 당황케 하는 감동이 있고, 저자가 “다소 뜻밖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한 김후란의 최근 시에서는 단정한 묘사를 통해 자연 속에서 신성과 인간성의 교합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문학은 구원으로 가는 제법 진지한 몸짓
3부와 4부는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고 작금의 문학 현장이 간과하고 있는 소임을 상기시키는 데 할애되고 있다. 3부 ‘시인이여, 절망을 노래하라’는 언어에 대한 절망을 통해서 언어를 바로 인식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기형도와 이성복 등의 작품 세계를 통해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셈이다. 4부 ‘사람을 살리는 글’은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하고자 하는 기획으로 구성된 듯하다. 문학의 역할에 대한 응답들은 대개 회의적이기 마련이다. 회의적인 응답들 앞에서 저자는 어느 공식석상에서 들은 젊은 소설가의 자조 섞인 발언을 떠올린다.

과연 문학은 무엇인가. 언젠가 어느 젊은 소설가는 문학이 구원 어쩌고 하는 일은 “완전히 웃기는 일”이라고 코웃음을 쳤다. 그것도 어느 공식석상에서…… 그렇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문학은 구원, 적어도 구원으로 가는 제법 진지한 몸짓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젊은 소설가의 말대로 그냥 재미있게 노는 게임 정도가 될 것이며 소설을 포함한 모든 문학 장르는 욕망자본주의에 꼼짝 못 하고 종속될 것이다. -「욕망자본주의를 넘어서」에서

일찍이 김현에게서 나온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한국문학의 위상/문학사회학』 김현문학전집 1, 문학과지성사, 1991)라는 진술을 떠올리게 하긴 하나, 저자가 옮긴 저 젊은 소설가의 넋두리에서는 그 진의가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듯 들린다. 저자의 ‘개탄’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문학은 ‘무용성의 쓸모’로 존재한다는 논리가 변질된 채 익숙해져버린 시점에서 이 나이 지긋한 비평가는 과감히 문학에 중책을 맡기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학의 효용에 대한 논의를 오랫동안 이끌어오고 있으면서도 만족할 만한 답은 아직 얻지 못한 듯 저자는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쉰다. 그가 책 서두에 오래전 세상을 떠난 동료 비평가 김현에게 남긴 메시지는 그래서 더 큰 울림을 준다.

먼저 떠나간 김현에게,
르네 지라르 책을 나에게 헌정하면서
제기한 물음들을 기억하며
자네에게 이 책을 바친다. 너무 늦었네.
그러나 이 책 안에도 자네가 만족할 만한
답이 없으니 미안하이.

목차

욕망자본주의를 넘어서—책머리에

제1부 몸을 내세우는 말
몸의 유물론—김훈
부패한 몸, 우울의 예술성—이성복
좀비가 된 몸, 그리고 말—김중혁
기계가 된 말, 그리고 몸—김언
몸과 예술가—박범신
몸의 예감—권지예
몸의 기, 그 상상력—박미산

제2부 몸을 넘어서
몸의 부재와 그 위력—신경숙
생명을 살리는 시—박라연
예술과 자연, 하나 되다—이태수
서정, 자연에서 신을 노래하다—김후란
샤머니즘에서 기독교로—윤흥길
근대에도 신화는 있다—성석제
자연을 노래하며 자연을 생각한다
과학으로 과학을 넘어서려고 했으나—의사 시인 G. 벤의 경우

제3부 시인이여, 절망을 노래하라
시인이여, 절망을 노래하라
시인 기형도
시인 복거일
달을 바라보며—시 교육 가능한가

제4부 사람을 살리는 글
‘헛됨’이라는 아이러니
국어와 문학
왜 다시 낭만인가
낭만과 분석
원고지를 위한 변명
사람을 살리는 글

작가 소개

김주연 지음

김주연은 1941년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 대학과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연구했다. 1965년부터 문학 비평 활동을 시작했고, 『문학과지성』 편집 동인으로 활약했다. 주요 저서로 『상황과 인간』 『문학비평론』 『변동 사회와 작가』 『새로운 꿈을 위하여』 『문학을 넘어서』 『문학과 정신의 힘』 『문학, 그 영원한 모순과 더불어』 『사랑과 권력』 『가짜의 진실, 그 환상』 『디지털 욕망과 문학의 현혹』 『근대 논의 이후의 문학』 『미니멀 투어 스토리 만들기』 『문학, 영상을 만나다』 『사라진 낭만의 아이러니』 등의 문학평론집과 『고트프리트 벤 연구』 『독일시인론』 『독일문학의 본질』 『독일 비평사』 등의 독문학 연구서를 펴냈다. 한국독어독문학회 학회장, 한국문학번역원장(2009~2011)을 역임했다. 30여 년간 숙명여대 독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석좌교수를 지내기도 했다(2011~2013). 김환태 평론문학상(1990), 우경문화저술상(1991), 팔봉비평문학상(1995) 등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2004)을 수훈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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