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아버지

김원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9월 30일 | ISBN 9788932024486

사양 변형판 145x216 · 386쪽 | 가격 13,000원

분야 장편소설

수상/추천: 문학나눔사업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당신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의 ‘아버지’이십니다”
『마당 깊은 집』의 前史, 김원일 자전소설!

대동 세상을 꿈꾼 혁명가, 사상에 미쳐 처자식을 버린 거리귀신
50년에 걸쳐 착잡한 우리 세계의 진실을 찾아 한국전쟁과 분단 비극을 파헤치는 데 주력하며 ‘분단 소설의 미학’을 보여준 작가 김원일이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 곳곳에 희미하게 등장했던 ‘아버지’의 생애를 전면적으로 추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가상 인물을 앞세우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등장해 정면에서 아버지를 마주한다. 전쟁 중 아버지가 월북한 뒤 삯바느질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어머니 아래서 누나와 두 사내 동생과 함께 ‘마당 깊은 집’에 세 들어 살며 호되게 장자의 역할을 종용하는 어머니를 가짜 어머니로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 시대에 빼앗긴 어머니 찾기를 그린 소설이 『마당 깊은 집』이라면, 『아들의 아버지』는 여덟 살 이후 만나지 못한 아버지의 자취를 추적한 잃어버린 아버지 찾기라 할 만하다. 또 『마당 깊은 집』이 열세 살 무렵의 작가의 모습을 담았다면 이 책은 이전의 이야기, 태아일 때부터 아버지가 월북하던 여덟 살 무렵까지를 다룬, 그 전사(前史)라 할 수 있다.
상업학교를 나와 읍 소재 금융조합 서기로 일하던 아버지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고, 귀국한 뒤에도 집에 머물지 않고 농촌에서 사회운동을 하며 배움에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강습소를 열기도 한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부산에 머물며 자치단체를 조직하고 사상 공부에 열을 올리던 중 남로당 경남도당 책임지도원 자리에 앉게 된다. 아버지는 당신이 품은 뜻으로는 대동 세상을 꿈꾼 혁명가였지만, 역시나 어머니에게는 사상에 미쳐 처자식을 버리고 거리귀신으로 떠도는 원망의 대상이었던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작가는 이렇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나마 아버지를 좇으며 자신의 어떤 예술적인 성향이나 감수성, 격정 따위는 다분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영향일 것임을 짐작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어머니의 탯줄을 통해 생명만 물려받은 게 아니라 당시의 심리 상태를 고스란히 이식받아 소심 불안증, 대인기피증, 만성적인 우울증이 자궁 속 태아로 있을 때 자신의 디엔에이에 새겨졌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고백은 가족보다는 세상에의 의지가 강했던 아버지나 혹독하게 자신을 가르친 어머니를 고스란히 자신의 몸속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간 숙명에 대한 지극한 깨달음이라 할 수 있다.

한민족 아래 인공기와 태극기를 넘어선 삶의 의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인공치하의 서울에는 여기저기 인공기가 내걸렸다. 집행부 사무실은 물론 드문드문 일반 가정집에서도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정부 수립 이후 공산당 가담자 색출에 혈안이던 이승만 정권이 전쟁이 나자 한강 다리를 폭파하고 남쪽으로 피신한 이후였다. 그리고 3개월 뒤 “인민군이 문산과 동두천 쪽으로 밀고 내려온다느니, 국군이 괴뢰군을 되치고 올라가 해주를 탈환했다느니, 한동안 전황이 엇갈”리는 사이 미군 참전을 달성해낸 남한 정부와 국군이 다시 북진을 시작하고 서울 거리의 사람들은 어느새 어디에서 났는지 모를 태극기를 가슴에서 꺼내들고 외친다. “인민공화국 만세”를 외치던 국민들이 “국군과 유엔군,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작가는 아버지 친구가 운영하는 영진공업사 뒤 객차방에 머물고 있었는데, 노동부 간부의 집이라는 동네 사람들의 밀고를 듣고 들이닥친 미군이 쏘아대는 총질을 피해 왕십리로 피신을 한다. 이 인상적인 장면은 작가의 세계관을 가장 잘 피력한다. 작가는 이웃의 밀고나 미군의 총질을 객관적으로 감정 없이 묘사할 뿐 한 번도 원망의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생사의 기로에서 인공기를 드는 일과 태극기를 드는 일이 어떤 사상의 지배도 아닌 삶의 의지에서 나온 행동이듯 당시는 그저 누구를 원망하고 탓할 수 없는 한민족의 고통스런 상황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살리고 국가를 세우는 내재적이고 근원적인 사상 찾기보다는 망상 대 망상으로 대립하는 지금의 정치 상황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개인사를 뛰어넘어 우리 현실의 바로보기가 될 것이다.

혼란스런 시대, 한 인간의 행적과 현대 민족사의 맥락을 되짚다
월북으로 헤어질 때의 아버지 나이보다 두 배가 넘는 고희에 이르면서 작가는 이제야 정면으로 아버지의 삶의 실제를 추적한 이 소설을 통해 개인적인 아버지를 온전히 찾아냄과 동시에 기구한 민족의 안쓰러운 역사, 아픈 상처를 따뜻하게 다독인다. 작가는 해방과 전쟁 사이의 시대적 공간을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르포식으로 기술해나가는데, 덕분에 소설은 그 어떤 현대사보다 많은 실증 사료와 구술 자료를 참조하고 직접 인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생애와 아들(자신)의 유년을 사실대로 반영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작가 특유의 소박한 삶의 실제는 어떤 소설보다도 더 소설적이다. 문단의 거대한 존재 김원일(실제로도 작가는 풍채가 좋다)이 소년으로 등장해 겁먹은 채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누나의 손을 잡고 석탄 무개차를 타고 시커멓게 까마귀가 되어 피난을 하는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눈물과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이제 우리는 “김원일의 이 진솔한 추적의 소설에서 혼란스런 시대의 한 인간 행적과, 거기서 되살린 그의 초상을 통해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잇는 현대 한국 민족사의 맥락을 되짚어, 다시 느끼고 알며, 살고 그리고 또, 성찰”(김병익)하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어느 날 문득,  이 나이가 되도록 가물가물한 기억 저편에 있는 아버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당신의 면면을 내 소설 속에 더러 등장시키긴 했으나 내 문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당신을 올곧게 그려본 적 없었다는 그 어떤 부채 의식을 뒤늦게 깨우쳤다.
p. 7
일제가 패망하고 이 나라가 독립을 맞을 때 국가 건설의 이념 잣대는 민족주의-사회주의 체제로 나가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에 아버지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아버지의 그럼 이념 성향은 향리에 돌아오자마자 마산과 부산으로 행동반경을 넓혀 자기 이념을 실천할 동조자를 규합하는 한편, 일제의 단말마적 강압통치 아래서 자기 갈 길을 정했다. 말해보아야 알아듣지 못하거나 이해해주지 못할 가족에게는 자신의 이념 잣대를 설명하지도 않은 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선 외길이 당신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 좋게 말해 혁명가의 길이요, 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사상에 미쳐 가정을 버린 거리귀신으로 나선 길이었다.
p. 43
나를 업은 채 삭정이 한 짐을 꾸려서 이고 온 어머니는 누나로부터 아버지가 왔다는 말을 들었다. 우체국에 가서 고모한테도 아버지가 왔다는 소식을 알렸다고 했다. 어머니가 마루에 놓인 아버지가 사온 선물 내 새 옷 꾸러미를 보았다. 아들이 모처럼 귀가했기에 할머니는 상설시장으로 가서 저녁 찬거리를 푸짐하게 사왔다. 어머니의 부엌 일이 바빠졌다. 중앙산 너머로 해가 떨어졌을 때야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누나와 함께 마루에 누워 노는 나를 보더니 “이 놈이 바로 그 놈이군”하며 안아들었다. 놀란 내가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가 안아주는데 울다니” 아버지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내가 아버지를 처음 본 순간이었고 그 품에 안겨보기도 처음이었다. 내 울음소리를 들은 어머니가 정지에서 나왔다. “애가 튼튼하구려.” 아버지가 어머니를 보고 처음 한 말이었다.
p. 105
남로당이 지방조직에 착수했을 때 아버지는 그 이름이 중앙에도 알려져 남로당 경남도당 책임지도원 자리에 앉게 되었다. 책임지도원은 도당 부위원장급이었다. 민청 경남지부 지도위원에 남로당 책임지도원까지 맡게 되자 아버지는 진영의 집에 머무는 날보다 부산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아버지 숙소는 일정하지 않아 진영 식구는 아버지가 부산 어디에서 먹고 자는지를 알지 못했다. 그렇게 한 달이면 일주일도 채 머물지 않는데도 건넌방에 들어앉은 진주 색시는 그곳이 제 둥지인 듯 뱃심 좋게 눌러앉아 있었다. 9월도 중순에 들자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낮 동안 건넌방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닫힌 건넌방에 눈이 갈 때마다 어머니의 한숨이 잦았다.
pp. 176
허겁지겁 고물상 마당으로 나서니 철모 쓴 미군 흑인 병사와 한국군이 우리 식구를 제치고 총질을 하며 집 안으로 뛰어들었다. 어머니가 두 손을 번쩍 들어 나도 덩달아 손을 치켜들었다. 흑인 병사와 국군은 연방 총을 쏘아대며 영진공업사 창고로 건너갔다. 객차방 지붕으로 올라간 백인 병사가 지붕 사이 아래에 대고 총을 쏘아댔다.
마당에 둘러섰던 사람들이 입을 벙긋 벌린 채 튀어나온 우리 식구를 주목했다. “미군들이 아부지 잡으러 왔습니더. 우리도 붙잡히모 죽습니더.” 누나가 어머니 몸뻬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 맞아. 인자 안 되겠다. 왕십리로, 어서 거게로 가자.”
p. 349

작가의 말
『아들의 아버지』는 계간 『21세기문학』에 2012년 봄호부터 2013년 여름호까지 6회를 연재하고, 출간을 위해 개고할 때 450장 정도를 들어냈다. 이 장편은 1인칭 주인공을 내세워 회고록 형식으로 시작하여 끝을 맺었다. 그러나 나는 이 장편을 시작할 때 세 가지 형식을 활용할 것임을 염두에 두었다. 해방과 전쟁 사이의 시대적 공간을 역사적 사실에 의거해 르포식으로 기술한다, 아버지의 생애와 내 유년을 사실대로 반영한다, 아버지를 형상화하는 부분은 내가 너무 어린 나이에 당신과 헤어져 토막기억밖에 남은 게 없기에 여러 장면을 추측과 허구로 만들어가보겠다,였다. 모든 소설은 자전적 요소를 적당히 바탕에 깔고 있다는 이치대로 이 장편소설에서 다수의 실명이 등장했어도, 진솔한 회고록 자체로 재단하지는 말아주기 바란다.
목차

머리글

아들의 아버지

작가의 말

작가 소개

김원일 지음

작가 김원일은 1942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에서 출생, 대구에서 성장했고 영남대학교를 졸업했다. 1966년부터 소설을 발표하여, 장편소설 『노을』 (1978), 『바람과 강』(1986), 『겨울 골짜기』(1986), 『마당깊은 집』(1988), 『늘푸른소나무』(1993), 『아우라지로 가는 길』(1996), 『사랑아, 길을 묻지 않는다』(1998) 외 『김원일 중 단편 전집』(전5권)이 있으며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우경문학예술상 외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 국립 순천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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