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스피에르의 죽음

서준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6월 10일 | ISBN 9788932024103

사양 변형판 144x217 · 495쪽 | 가격 15,000원

분야 장편소설

수상/추천: 문학나눔사업 우수문학도서

책소개

전 세계적 과제 ‘프랑스대혁명’을 사유한 최초의 한국 소설!

지금 우리 소설은 무엇을 꿈꾸는가?

우리는 지금 그의 원죄를 낯설게 사유하면서,
더 낫게 반복해야 할 때에 이르지 않았는가?
_장정일(소설가)

 

“왜 로베스피에르인가?” — 세계 인식과 새로운 인물상에 대한 욕망 그리고 충동
작가 서준환이 글렌 굴드의 전기적 사실을 바탕으로 ‘피아노를 싫어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역설적 존재를 탐구한 소설 『골드베르크 변주곡』(뿔, 2010) 이후 두번째 장편소설 『로베스피에르의 죽음』(문학과지성사, 2013)을 선보인다. 역설적 매력의 인간을 탐구하고 시대가 요청하는 총체적 인물상을 욕망하는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소설이 또 한 번 펼쳐진다. 그 출발점은 로베스피에르다. 게오르크 뷔히너의 희곡 『당통의 죽음』을 모티프로 한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은 뷔히너의 작품 속 로베스피에르의 초상을 전혀 새롭게 불러낸다. 그런데 많은 전기소설 가운데 왜 하필 로베스피에르인가.
지상의 역사에서 인간의 지반을 뒤흔든 가장 위험한 사건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프랑스대혁명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프랑스대혁명’을 소재로 한 한국 소설은 없었다.) 법과 제도와 더불어 사고와 생활방식까지 우리는 그것에 영향받았다. 『당통의 죽음』이 왕정을 무너뜨린 것에서 혁명을 끝맺으려는 당통과 모든 계급의 전복과 시민 사회의 설립을 혁명의 완수로 인식한 로베스피에르의 대립의 결과로 단두대에 오른 당통의 죽음을 그렸을 때 독일의 보수 비평가들은 로베스피에르를 ‘독재자’ ‘폭군’으로 호도하며 혁명을 폭력과 동일시하기 바빴다. 서준환은 성직자와 귀족, 부르주아 시민과 노동 계급 등 다양한 계층이 왕정, 입헌정, 공화정을 놓고 각축을 벌인 긴 시간 동안의 일을 로베스피에르가 실각하는 3일간으로 압축해, 로베스피에르에게 들씌워진 이 원죄를 낯설게 하며 프랑스대혁명의 의미를 다시 쓴다. 로베스피에르라는 인물에서 시작된 서준환의 이러한 인물 충동이 던져줄 파장이 기대된다.
오직 상상의 힘으로 역사적 사건을 소환하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삶에 던지는 현재적 질문 그 자체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혁명 당시 다층위 계급의 요구 사이에 끼인 로베스피에르가 느꼈을 압박이 양극화 시대에 바깥으로 내몰리는 우리의 아슬아슬한 선 타기에 절묘하게 대입된다. 현실 감각을 극도로 생생하게 환기하는 이 글을 읽어 나가며, 혹자는 왜 이런 문제를 소설이 고민해야 하는가 묻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소설을 ‘세계 인식’과 부합시키며 독자를 끊임없이 자극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이 거대한 소설의 출현이 반가운 이유다.

 

루카치․마생․지젝…… 로베스피에르의 변호인들
많은 중립적 역사가와 좌파 역사가들이 이렇게 로베스피에르에게 씌워진 악마의 가면을 벗기려 노력했다. 루카치에 따르면 당통은 혁명을 부르주아의 이해에 한정한 사람이며 로베스피에르의 혁명 완수 목표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 로베스피에르에게는 봉건제도로부터 해방되는 것 이상의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장 마생은 집단체제가 운영한 공포정치는 로베스피에르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반혁명 세력의 준동을 정범 내지 공범으로 지목한다. 지젝은 더 나아가 루이를 법정에 세우자는 당통의 주장은 혁명(의 결과)을 심판하는 것과 같다는 로베스피에르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것이 “인민독재의 참모습이며, ‘휴머니즘과 폭력’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자유주의자들이 다시 배워야 할 대의”라고 지목하고 공포정치를 급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서준환이 가세했다. 작가는 『로베스피에르의 죽음』을 통해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로베스피에르를 실각시킨 부르주아 계층과 이들에게 동조한 극좌 상퀼로트를 모두 무대 위로 불러내 온갖 정치적•경제적 세력 사이의 복잡한 지형을 드러내며 어떤 혁명을 지향하고, 어느 지점에서 혁명을 그쳐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게 한다. 작가의 이러한 변론은 죽은 로베스피에르를 다시 태어나게 함은 물론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지지하고, 이득이 없다면 혁명을 방치하는 우리에게 나아갈 길을 시사할 것이다.
작은 상자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가장 큰 이야기
18세기 먼 대륙의 한 역사가 작가의 지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우리 앞으로 날아왔다. 작가는 거대한 역사와 그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지난한 과정을 오가며 헤맨 지독한 몽상의 과정을 그렸다. 어떠한 주의 주장도 없이 종이 상자 안에서 손가락 인형(기뇰)과 꼭두각시(마리오네트)가 펼치는 인형극의 형태로 치밀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하였다. 하지만 이 소설이 그 흔한 역사소설들과 구분되는 것은 역사 소환에 있어 이권과 이념이 누린 자유의 문제를 반성하며 다각적 해석 가능성을 살핀다는 점이다. ‘극’의 형식을 빌려 사건 속으로 바로 진입해, 단지 보여줌으로써 해석 가능한 상태로 남아 현대인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철인정치를 꿈꾸는 이 글은 지독한 관념소설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사유하는 소설,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소설로 남아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이고 어떤 상황에 서 있는가를 묻는 그 시작점으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가 그토록 청원서를 넣었건만, 이 망할 놈의 혁명정부에서는 우리의 요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도 않고 결국 식료품의 최고 가격 고정제를 철폐해버렸어. 또 한 번 내려앉을 기근의 재앙으로 이제 파리의 지붕 밑이 온통 시름에 잠기리라는 건 되새겨봐야 마음만 아플 뿐 부질없는 일이지. 공화국이 생겨난 지도 어언 3년째지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세상의 몫은 여전히 공평하기도 하구나. 한쪽이 배 불리 먹고 잘 차려입을수록 다른 한쪽에서는 헐벗고 굶주려야 하니……
p. 55

어째서 공포정치의 엄중한 비수는 특정 대상만을 겨눠 무자비하게 엄단할 뿐 정작 사유재산의 침해와 약취 같은 반사회적 망동에 대해서는 이토록 관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것은 공화국을 온갖 불법과 탈선의 아수라장으로 망쳐놓고 있는 무정부주의적 난맥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독재와 무정부주의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셈입니다, 여러분.
p. 213

로베스피에르가 우리 부르주아들의 명백한 적이라는 사실. 그런데 부르주아의 적은 곧바로 이 공화정의 적일 수밖에 없소. 왜냐하면 공화정은 왕정과 귀족들의 전횡에 시달려온 부르주아들이 그 압제에서 벗어나 거둔 역사의 과실(果實)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지금 그 과실을 찬탈하려는 무리들이 공포정치와 혁명정부의 명분 밑에 숨어 포악한 준동을 서슴지 않고 있소.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이 준동을 엄히 다스려 잘못 흘러갈 수도 있을 역사의 물굽이를 바로잡아야 할 때요. 역사를 구체제로 퇴행시키려는 왕당파들과 마찬가지로 부르주아들의 손아귀에서 감히 그 과실을 찬탈하려는 작금의 무리들 또한 우리가 이 공화정 수호를 위해 극력 타도해야 할 불순 세력들에 지나지 않소. 방금 전 경제 정책의 기조에 대한 동지들의 입장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명제는 어떻소? 부르주아의 적은 곧바로 공화정의 적이다.
p. 244

지롱드파보다 자코뱅의 정파가 외관상 우리들에게 더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의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저 속절없는 환상에 불과하지. 정치의 토대는 출신성분이야. 다시 말해 어느 정파의 출신성분을 살펴보면 정치적 사술에 가려지지 않은 그들 정파의 진심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일세. 아무리 혁명적이니 급진적이니 하는 수식의 딱지를 붙이고 다닌다 한들 자코뱅의 출신성분이 부르주아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아닌가. 그런 그들이 결국 누구를 위한 정치에 전념하겠나?
pp. 338~39

국가는 한도 끝도 없는 장사치들의 욕심에 제동을 걸어야 할 책임이 있네.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은 온통 자본과 재물의 살벌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말 테니까. 그런 장사치들의 자유로운 활개를 저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인민들이 권력을 수임해준 국가기구밖에 없어. 그렇지 못하면 나중에 가서는 아시냐가 인민을 먹어치우는 참상과 마주할 수도 있네. 〔……〕아시냐가 인민을 먹어치우는 순간, 그곳은 이미 공화정도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야. 그저 돈의 자유만이 득세하는 장사치들의 전제정이겠지.
p. 339~40

목차

주요 등자인물

 

서막

1막

2막

3막

에필로그

 

발문 원죄-공포정치, 낯설게 하기_장정일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서준환 지음

2001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너는 달의 기억』 『파란 비닐인형 외계인』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 장편소설 『골드베르크 변주곡』 『로베스피에르의 죽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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