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무선)

이청준 전집 12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4월 23일 | ISBN 9788932020921

사양 변형판 139x212 · 418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소리의 미학을 통해 길어올린 사랑과 화해의 윤리학

 

“사람의 한이라는 것이 그렇게 심어주려 해서 심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닌 걸세.
사람의 한이라는 건 그런 식으로 누구한테 받아 지닐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살이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긴긴 세월 동안
먼지처럼 쌓여 생기는 것이라네. 어떤 사람들한텐
사는 것이 한을 쌓는 일이고 한을 쌓는 것이 사는 것이 되듯이 말이네……”
(「서편제」, p.31)
 

『서편제』 『눈길』 『당신들의 천국』 등 우리 시대의 한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하려 한평생 고뇌한 작가 이청준.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소설 문학사의 큰 표징이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는다. 다시 말해,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은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남도 사람’ 연작은 우리 겨레의 한의 심상과 한의 언어,
그 한 살이가 승화된 한 극점으로서의 판소리 세계를 통해 충일한 존재적 언어의 세계,
말과 삶이 분리되지 않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조화롭고 창조적인
생명의 미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본 복합적인 한의 문학 공간이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이청준 전집’ 12권으로 발행된 『서편제』(문학과지성사, 2013)는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 원작 「서편제」를 필두로 작가가 1976년 봄에서 이듬해 봄까지 발표했던 13편의 중단편을 묶고 있다. 표제작 「서편제」(1976)는 이후 「소리의 빛」(1977) 「선학동 나그네」(1979) 「새와 나무」(1980) 「다시 태어나는 말」(1981)로 이어지는 저 유명한 ‘남도 사람’ 연작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한민족의 정조인 한(恨)을 삶 속에 껴안아 들여 삭임과 동시에, 걸판진 흥과 신명기의 소리로써 극복해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존재적 삶을 성찰하고 창조적 생명의 미학을 조형해낸 걸작이다. 또한 「지배와 해방」(1977)은 잃어버린 말, 폭력적으로 존재를 억압하는 언어와 사회의 관계를 파헤치는 ‘언어사회학서설’ 연작의 하나이다. 말과 삶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삶, 해방과 자유의 질서를 모색하는 이청준 문학의 한 축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나무와 새로 표상되는 이청준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존재적 삶과 관계적 삶을 모색하는 10여 편의 중단편이 함께 실렸다.

 

  “결국 작가는 자유의 질서로써 독자를 지배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억압이나 구속이나 규제가 아닌 자유의 질서를 찾아 그것을 넓게 확대해나감으로써
이 세계를 지배해나간다는 것입니다. 지배라는 말이 흔히 우리들에게 인상 지어주기 쉽듯이,
그는 우리의 삶을 그의 지배력으로 구속하고 규제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로부터 우리의 삶을 해방시키고 그 본래의 자유롭고 화창한 삶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하려는 것일진대, 독자들도 그의 지배를 승인하고 스스로
그의 질서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지배와 해방」, p.342)

 

신판 전집의 작품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프로이트의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 개념과 ‘포르트-다fort-da 놀이’, 그리고 라캉의 대타자(대상a) 개념에 기반하여 이청준의 작품 세계 전반이 어머니와 고향 땅을 대상으로 한 유년기의 왕복운동으로부터 발생한 에너지에 빚지고 있다는 지금껏 없었던 새롭고 흥미로운 해석을 내리고 있다. 김형중은 ‘연’과 ‘새’, ‘누이’와 ‘아내’, 고향 장흥의 언어와 도시 서울의 언어로 대립되는 기표와 기의, 상상계의 언어와 상징계의 언어의 대립이라는 도식 안에, “‘억압/자유’ ‘지배/해방’ ‘구속/확대’와 같은 이항적 개념쌍들이 지배하려는 욕망의 구심력과 해방되려는 작품의 원심력이 생산적으로 길항하며” 이청준 문학 특유의 균형 감각과 합리주의가 탄생했다고 진단한다.

 

■ 수록 작품 최초 발표 연도
 서편제(1976, 뿌리깊은 나무)
 황홀한 실종(1976, 한국문학)
 자서전들 쓰십시다(1976, 문학과지성)
 꽃동네의 합창(1976, 한국문학)
 수상한 해협(1976, 신동아)
 새가 운들(1976, 독서생활)
 별을 기르는 아이(1976, 부산일보 연재)
 치자꽃 향기(1976, 한국문학)
 문패도둑(1980, 홍성사/ 최초 단행본 수록 『살아있는 늪』)
 지배와 해방(1977, 세계의문학)
 연(1977, 동아일보)
 빗새 이야기(1977, 샘터)
 학(1985, 나남/최초 단행본 수록 『비화밀교』)

 

■ 작품 해설
  「서편제」에서 더운 여름날, 어머니와 화자가 밭고랑을 사이에 두고 펼치는 사라짐과 귀환, 안달과 안심을 오가는 분리-불안의 왕복운동은 이청준 소설이 구축한 전체 세계(서정/관념, 고향/도시, 부계/모계로 양분화되었다고 일컬어지기도 하는)를 일관되게 꿰뚫으며, 그의 모든 작품의 기저에서 서사를 추동하는 원초적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가령 그의 두 걸작 「눈길」과 『당신들의 천국』만 예로 들어도, 장흥(어머니가 계시던)의 구심력과 서울(상징적 질서들로 촘촘한)의 원심력, ‘사랑’(대타자에게로의 소외)의 구심력과 ‘자유’(대타자로부터의 분리)의 원심력이 길항하는 어떤 지점에서가 아니고서는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청준이 프로이트나 라캉을 읽었다는 증거는 아직 제출된 바 없으니, 그저 작가의 인간 심리에 대한 경험적 관찰의 깊이가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다시 한 번 이청준의 거대한 소설 세계를 형성한 저 왕복운동의 생산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청준 소설에 대해 ‘포르트-다fort-da’ 놀이가 수행한 역할은 마치 교통수단에 대해 증기기관이 수행한 역할과 같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두 기관 모두 왕복운동을 통해 동력을 산출한다.
  작품집 『서편제』가 이청준의 전체 소설 세계를 일관되게 꿰뚫고 의미화하는 누빔점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목차

서편제―남도사람 1 _7

황홀한 실종 _33

자서전들 쓰십시다―언어사회학서설 2 _114

꽃동네의 합창 _171

수상한 해협 _182

새가 운들 _204

별을 기르는 아이 _233

치자꽃 향기 _280

문패 도둑 _298

지배와 해방―언어사회학서설 3 _307

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1 _346

빗새 이야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2 _351

학―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3 _356

 

해설 지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왕복운동/김형중 _363

자료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 _383

작가 소개

이청준 지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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