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원제 La porte Étroite

앙드레 지드 지음 | 이성복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3년 1월 30일 | ISBN 9788932023823

사양 변형판 145x210 · 239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명작은 시대, 국가, 언어, 가치관, 문화 등 차이에 속박받지 않고 사랑받는 문학 작품을 통칭하는 명사이다. 이 작품들은 인간 정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세계는 이를 통해 변화해왔다. 지금부터 소개할 책은 아직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명작의 반열에 오른 ‘불후’의 작품이다. 이 책은 발전과 자본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진 당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며, 그들이 새로워지도록 깨우쳤고, 새로운 정신을 갖도록 도왔다. 또 세계적인 명성을 갖게 된 작가의 초기 대표작으로 새로운 문학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풍자와 비판을 통해 경직된 사회를 고발한 앙드레 지드의 아름다운 장편소설 『좁은 문』을 정확한 번역과 친절한 해설을 통해 만나보자.

 

프랑스 문학의 거장 앙드레 지드의 초기 대표작 『좁은 문』을
이성복 시인의 번역으로 다시 만난다!

◆◆  보도자료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이 불문학자이자 시인 이성복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성복의 『좁은 문』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 그는 『좁은 문』을 읽으며 문학을 시작했고, 『좁은 문』으로 논문을 써 학위를 받았다. 또 불문학자로서 마지막 논문 역시 『좁은 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여 역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좁은 문』으로 시작해 『좁은 문』으로 끝났다.’

1909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좁은 문』은 앙드레 지드가 무려 3년 동안 무수한 포기-재시도와 이에 따르는 고통-환희를 견뎌낸 끝에 완성한 작품이다. 연재를 통해 처음 발표되었으며 당시 그 내용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였다. 덕분에 앙드레 지드는 유명 작가가 되었으며, 비난과 찬사 속에 새로운 작품을 출간할 힘을 얻는다.

소설 『좁은 문』의 표면을 이루는 것은 제롬과 알리사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이다. 그들은 외사촌지간으로 청교도적 가정환경에서 엄한 교육을 받으며 함께 자란다. 어느 날 알리사의 어머니가 정부(情夫)와 도망가는 사건이 벌어지고 제롬은 불우해진 알리사를 지켜주겠다는 결심을 한다. 연민과 의지로 출발한 이들의 사랑은(당시 외사촌지간은 결혼이 가능했다) 그러나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힘쓰라”라는 성경 구절을 접하면서 보다 쉬운 보편적 사랑이 아닌 고난으로 가득한 정신적 사랑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제롬과 알리사는 서로를 갈구하지만 자신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적 윤리에 갇혀 서로의 주변을 맴돌고 결국 알리사의 죽음으로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끝난다.

그러나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감각으로 쓰인 이 소설의 내부에는 종교적 윤리와 그것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이 숨어 있다. 이 소설이 쓰인 20세기 초는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의 반목과 충돌이 격심했던 때였다.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이룩되었던 유럽에 인간의 본성과 본능 그리고 인간의 자유라는 새 바람이 불어닥친 것이다. 작가인 앙드레 지드 역시 엄격한 청교도적 교육을 받고 자란 이였다. 그러나 그는 청년 시절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점차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을 탈피하여 억압적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지드는 이 소설을 집필하고 ‘이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야기는 왜 아름답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제롬과 알리사가 부르주아 집안의 자제들이 아니었다면, 그리하여 종교적으로 보다 덜 구속받았더라면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질 듯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종교적 윤리라는 틀이 과연 신이 원하는 것일까라고 의구하게 된다. 신은 사랑과 절대 진리의 존재이므로 모두를 사랑한다면 온전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이 가치관은 우리가 만든 것이며 그것은 본성과 자연에 위배되는 그릇된 것이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보여줄 뿐이다. 이 소설에 대한 논란이 격심했을 때에도 지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좁은 문』의 서문에 “이 책을 통해 나 개인의 의견을 찾으려 하면 길을 잃게 마련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말할 계제가 아니다. 내 역할은 독자로 하여금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작품이 ‘풍자’와 ‘비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당시 부르주아들의 생활과 도덕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것에 일침을 가하는 것은 깨어 있는 지식인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지드는 순응주의와 독단주의의 적(敵)이었다. 그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개인을 꿈꿨으며 그것을 방해하는 관습과 순응은 비자연적이 그것을 이루는 것들은 없애야 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이 생각은 자유롭고 싶었던 젊은이들을 열광시켰으며, 이를 계기로 기존 가치관을 무너끄리는 ‘위험한’ 생각들과 행동들이 가능해졌다. 지드의 『좁은 문』은 ‘열리고 넓은 문’으로 만든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드의 비판의 대상은 알리사이다. 당시의 관념상 영웅주의적 죽음으로까지 이해될 수 있는 그녀의 죽음은 『좁은 문』 안에서는 불필요한 오만으로까지 읽힌다. 소설의 말미를 장식하는 그녀의 편지는 정신적이며 신성하고 순결함 그 자체이지만, 그것은 모두 지나친 것이며 그녀의 선택은 고통과 비애만을 불러올 뿐이다. 그녀의 죽음은 결코 아름답지 않으며, 모두를 슬프게 만드는 것이다. “신성함이란 결코 값비싸게 치러야 할 의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찾아야 할 기쁨인 것이다.” 이렇듯 지드는 알리사의 기독교적 의식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은 절대 조롱이나 조소가 아니다. 그것의 본바탕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지드와 그의 사촌 누이이자 아내인 마들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비극으로 끝난 결말을 제외한 도입부의 이야기와 편지들은 자신과 자신의 아내의 것을 적극적으로 차용 변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풍자와 비판의 시작은 작가가 젊은 시절을 회고하며 재발견한 종교적 열정과 이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제롬과 알리사의 사랑이 이토록 애절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마 이로부터 기인할 것이다.

이 작품을 우리 말로 옮긴 이성복 시인은 자신이 알리사의 편이며 그녀를 동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인 동시에 시대 비판과 풍자의 이야기인 이 소설의 핵심에는 인간적 연민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을 오랜 시간 변치 않는 감동을 전하는 명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했다.

 

◆◆  작품해설 중에서
사실 진정한 성스러움이란 현실적 삶을 경멸하지 않으며, 인간적인 사랑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신비주의자란 세상의 모든 것이 신성한 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알리사는 천상에 대한 동경보다는, 지상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힌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지드가 비판하는 알리사의 또 다른 오류는 고통과 비애에 대한 갈망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든 욕망을 스스로 박탈하는 기이한 염원을 지니고 있는데. 이 염원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신적 삶의 원칙이며 종착점이 되는 것이다. 작가는 알리사의 실패한 삶을 통해, 신성함이란 결코 값비싸게 치러야 할 의무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찾아야 할 기쁨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알리사가 헛되이 찾으려 했던 신성함이란 인간적 사랑을 통해 육화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나치게 의지적이고 금욕적이어서 진정한 성스러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녀가 숭배하는 신은 너무나 추상적이고, 그녀의 신앙에는 언제나 슬픔이 배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일기에서 환희를 외치는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스스로 그 환희를 체험하지 못한 채 죽어간다.
이렇듯 지드는 알리사의 청교도주의에 대해 준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판은 결코 조롱이나 조소가 아니다. 그는 이 작품을 써나가는 동안 젊은 시절의 종교적 열정과 이상을 다시 발견함으로써, 스스로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알리사를 아름답게 그렸다. 그런 까닭에 작가 자신이 일기에서 고백한 바와 같이, 독자인 우리도 이 작품을 대할 때마다 번번이 비장한 아름다움에 전율하는 것이다.

 

◆◆  작품 중에서
“내가 오빠를 바로 이해한 거라면, 오빠는 알리사의 추억에 충실하려는 것 같은데.”
나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도 그보다는, 알리사가 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에 충실하려는 거겠지…… 아니, 그렇다고 내가 무슨 장한 일이나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라. 나는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내가 딴 여자와 결혼하더라도, 난 그 여자를 사랑하는 척할 수밖에 없을 거야.”
“아!” 그녀는 별 관심이 없는 듯이 대꾸했다. 그러고는 내게서 얼굴을 돌리고서, 무슨 잃어버린 것이라도 찾으려는 듯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아무 희망도 없는 사랑을 그토록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 쥘리에트.”
“그리고 삶의 거센 바람이 나날이 불어 닥쳐도, 그 사랑의 불은 꺼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해?……”
저녁 어스름이 잿빛 밀물처럼 밀려와 사물 하나하나를 어둠에 잠기게 했고, 그 어둠 속에서 사물들은 되살아나 나직한 목소리로 자신의 지난날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나는 알리사의 방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 쥘리에트가 그 방의 가구들을 모두 이곳에 모아두었던 것이다. 이제 그녀는 다시 내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너무 어두워 그녀의 얼굴 윤곽을 뚜렷이 볼 수 없었기에, 그녀가 눈을 감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몹시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자! 이젠 잠에서 깨어나야 해……”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가 일어나 한 걸음 내딛더니, 힘을 잃은 듯 옆 의자에 다시 주저앉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램프를 들고 하녀가 내려왔다.

목차

좁은 문

작품 해설 앙드레 지드와 『좁은 문』

작가 연보

작가 소개

앙드레 지드 지음

앙드레 지드André Gide(1869~1951)
법학교수인 아버지와 부유한 사업가 집안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지드는 엄격한 청교도적인 교육을 받으며 자라났다. 소르본 대학에 등록하나 학업은 중단한 채 문학 창작에 전념한 지드는 1890년 첫 소설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를 출간하고 말라르메를 만나 ‘화요회’에서 예술가들과 친교를 쌓으며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20대 중반에 떠난 아프리카 여행에서 지드는 동성애를 경험하는 등 육체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새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 여행을 기점으로 소심한 청교도적 청년에서 과감하고 윤리의 구속에서 벗어난 인물로 돌변한다. 이후 종교적 도덕과 본능이라는 상반된 내적 욕구로 갈등을 겪으며 이러한 고민의 일면들을 작품화한 『지상의 양식』『배덕자』『좁은 문』『코리동』등을 발표했다. 
1908년에는 몇몇 문인들과 문예지 『누벨 르뷔 프랑세즈N.R.F.』를 출간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등 프랑스 문학을 쇄신하려는 목소리를 주도했으며, 1925년에는 그가 유일하게 ‘소설roman’로 지칭한 『위폐범들』을 발표함으로써 종래의 소설 관념을 타파하고 새로운 형식과 구성을 시도했다. 이 작품 이후 자아의 문제에 집중되었던 본격적인 문학 활동은 접고 사회로 눈을 돌린 지드는 『콩고 기행』『차드 기행』을 써서 프랑스 식민 정책의 착취 형태와 원주민들의 고통을 고발했으며, 소련을 방문하고 『소련 기행』을 출간하기도 했다.
『도스토옙스키론』을 비롯한 외국문학과 프랑스 문학에 대한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쳤고, 평생 써온 『일기』와 자서전 『한 알의 밀이 죽지 않는다면』을 출간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194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51년 82세를 일기로 지병인 폐충열로 사망했다.

"앙드레 지드"의 다른 책들

이성복 옮김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불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7년 겨울, 시 「정든 유곽에서」를 계간 『문학과지성』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계명대학교 불문과와 문예창작과에서 강의했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남해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문학과지성사, 2012)

『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사, 2013)

『어둠 속의 시: 1976-1985』 (열화당, 2014)

시선

『정든 유곽에서』 (문학과지성사, 1996)

시론

『극지의 시: 2014-2015』 (문학과지성사, 2015)

『불화하는 말들: 2006-2007』 (문학과지성사, 2015)

『무한화서: 2002-2015』 (문학과지성사, 2015)

산문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문학동네, 2001)

『고백의 형식들: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 (열화당, 2014)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문학동네, 2001)

대담

『끝나지 않는 대화: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열화당, 2014)

사진 에세이

『오름 오르다: 고남수 사진』 (현대문학, 2004)

『타오르는 물: 이경홍 사진』 (현대문학, 2009)

연구서

『네르발 시 연구: 역학적 이해의 한 시도』 (문학과 지성사, 1992)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 (문학과 지성사, 2004)

문학앨범

『사랑으로 가는 먼 길』 (웅진출판사, 1994)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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