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실재

오형엽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2년 9월 28일 | ISBN 9788932023519

사양 · 352쪽 | 가격 14,000원

수상/추천: 김달진문학상

책소개

2000년대 시를 관류하는 환상성의 맥락에서
생동하는 실재를 발견하는 탐색의 여정

■ 책 소개

1994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하고, 2년 뒤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도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한 문학평론가 오형엽(수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비평집 『환상과 실재』(문학과지성사, 2012)가 출간되었다. 『신체와 문체』 『주름과 기억』 출간 이후 8년 만에 묶은 세번째 비평집으로 그간 저자가 평론 활동을 하며 변주·확장해온 방법론적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처음 텍스트의 ‘문체’를 정밀히 읽고 분석하여 시의 ‘신체’에 도달하고자 했던 비평 방법이 그다음 단계에 이르러 시간의 흔적인 ‘주름’을 통해 ‘기억’에 도달하려는 비평 방법과 접목·변주되었다면, 이번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시에 나타나는 새로운 징후로서의 ‘환상’에 천착하여 이를 중층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실재’를 파악해내고자 한다.

복잡다기한 회로를 정리해낸 2000년대 전위시의 지형도
이번 비평집은 시의 환상성이 실재로서 드러나는 방식에 천착하여 유의미한 경향성을 파악한다. 특히 저자는 젊은 시인들의 전위시에 집중하여 시단에서 이들이 분포된 지점을 지형도로 그려낸다. 이 분석에 따르면 전위시의 경향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비)문법을 차용한 착란의 어법으로 의식의 동일성과 길항함을 특징으로 잡을 수 있는 진은영·김이듬·이기성 등의 ‘마녀적 무의식의 시’다. 둘째로는 환상과 향유를 통해 실재와 충동의 대상을 포획하면서 욕망을 발산하고 있는 황병승·김민정·이민하 등의 ‘환상시’다. 세번째로는 이장욱·신해욱·하재연 등이 구사하고 있는, 인과성이 제거된 우발적 사건을 드러냄으로써 개별자들 사이의 우연성의 효과와 순수한 놀이의 아우라를 발생시키는 ‘우발성의 시’다. 이 세 유형은 기존 시의 서정적 자아에서 이탈한다는 점에서 세대적 친연성을 가지지만, 실재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시의 환상성이 각자 실험성, 사회성 등과 조우하며, 마치 각자의 색깔로 분광하는 스펙트럼처럼 다양한 양태로 분화·복제되며 실재의 세계에 현현해왔던 방식들을 분석하여 시의 구조적 고찰과 동시에 문학사적 맥락을 탐색해간다.

근작 시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서정의 변용 가능성
저자는 이 책에서 2000년대 한국 시의 세대적 특질을 잡아내는 동시에 근래에 발표된 시집에 대한 세밀하고 심도 있는 해설을 내놓는다. 박주택·채호기·이원 등처럼 대부분 이미 여러 권의 시집을 낸 시인들이 변모 과정을 유의 깊게 살피며, 자신의 일관된 시적 개성을 보유하면서도 기존 서정에 변용을 가한 지점을 찾는다. 뿐만 아니라 이 흐름 속에서 서정의 변모 지점이 서로 만나고 겹치고 스미는 접점과 공유면을 찾아내며 각 시인이 가지고 있는 시사적 위치도 알 수 있게끔 한다. 오형엽은 이번 비평집을 통해 지난 18년 동안 활발히 활동해온 현장 비평가로서 예민하게 시의 흐름을 포착해 깊이 있는 시평을 담아내고 있다. 시를 어려워하는 독자들도 여러 양태로 생동하는 현대시의 경향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 책머리에 (부분 발췌)

내가 비평 작업을 진행하면서 염두에 둔 것은 텍스트를 정독하는 ‘내재비평’의 관점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더 밀고 나가 ‘문학사적 비평’에 해당하는 ‘구조적 고찰’ 및 ‘계보적 고찰’과 접목시키는 것이다. 개별 작품을 중심으로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 상호 비교하는 공시적 탐색이 ‘구조적 고찰’의 방법이라면, 작품을 문학사의 유동적 좌표 위에 놓인 열린 체계로 간주하고 그 지형과 맥락을 통시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계보적 고찰’의 방법이다.  ‘내재비평’의 방법이 미시적 측면에서 현미경적 시선을 요구한다면, ‘문학사적 비평’은 거시적 측면에서 망원경적 안목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나름대로 1990년대 이후 한국 시의 흐름과 경향을 크게 ‘서정’ ‘폐허’ ‘변신’의 주름으로 유형화하고, 그 구조화 원리를 상이한 기억의 방식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폐허’와 ‘변신’의 형식에 해당하는 1990년대 전위시를 좀더 세분하여 다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바 있다. 또한 그 연장선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 시의 흐름을 ‘서정시의 경향’과 ‘전위시의 경향’으로 대별하고, 2000년대 이후 전위시의 지형도 그리기를 시도하여 일차적으로 시뮬라크르와 실재를 드러내는 방식을 기준으로 세 가지 유형을 설정하는 한편, 이 세 유형 이외에 넓은 의미의 ‘환상성’이 ‘서정성’이나 ‘사회성’ 및 ‘현실성’과 만나는 접면을 기준으로 네 가지 유형화를 시도했다. ‘구조적 고찰’에 해당하는 이러한 유형화 작업과 함께 문학사적 지형과 맥락을 탐색하는 ‘계보적 고찰’도 나름대로 시도해 왔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시의 흐름을 전통적으로 지속되어온 정제된 ‘서정시의 경향’과, 환상 및 환각을 중심으로 내면 무의식을 자유분방하게 분출하는 ‘전위시의 경향’으로 대별한다면, 나의 비평적 관심은 서정성과 실험성과 현실성이 서로 만나고 겹치고 스미는 접점과 공유 면을 발견하는데 있다. 좋은 시는 서정과 환상, 자기 동일성과 타자성, 사회적 현실성과 실험적 모험성을 상호 배타적으로 거부하지 않고 자기 몸에 하나로 끌어안고 나아간다. 이 전진의 순간이야말로 시적인 것이 발생하는 차원이며, 이 순간을 지속할 때에만 시가 생성되고 시인이 존재한다. 이 순간을 지속하는 동력이 멈출 때, 그저 평범한 서정시나 평범한 환상시가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급한 ‘내재비평’의 방법과 ‘문학사적 비평’의 방법은 내가 비평적 목표로 삼은 이상일 뿐이고, 실제 비평의 결과는 항상 실패와 좌절을 반복해왔음을 뼈저리게 확인한다. 현미경적 시선과 망원경적 안목의 어느 한 쪽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그저 사시(斜視)가 되어 버린 듯하다. 밤길을 걸으며 매번 길을 잃고 헤매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곤 했던 것도 이와 관련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신인의 자세로 암중모색하며 새로운 이정표를 찾아 나서려 한다.

2012년 9월

목차

■ 목차

 

제1부 신체의 회로

신체의 회로―유하·성기완·김태동·윤의섭·이원·서정학의 시

풍경의 소리와 빛깔―송재학·고진하의 시

소음과 소통―김기택·이문재의 시

환상과 향유―황병승·김민정·이민하의 시

평면, 혹은 우발성의 시―신해욱·하재연·이근화의 시

시적 강도와 밀도―마종기·조원규·문태준·정영·김경주의 시

 

제2부 환상과 실재

환상과 실재의 스펙트럼―2000년대 전위시의 지형도

망각의 힘과 불온한 피―박주택론

해부학적 정신분석과 생의 전환―채호기론

사막-자궁-허공의 보로메오 매듭―이원론

꿈속의 진혼제―진은영론

안팎의 존재론, 고저의 위상학―이영주론

 

제3부 서정과 변용

각성과 성찰―장영수의 시 세계

적막, 혹은 무한의 깊이―위선환의 시 세계

야생, 구멍, 허기―오정국의 시 세계

변용의 시학―김재혁의 시 세계

메타포 경제학―김영남의 시 세계

느린 기억의 풍경―곽효환의 시 세계

 

작가 소개

오형엽 지음

지은이 오형엽은 1965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현대시』 신인상을 수상했고,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주요 저서로 『신체와 문체』 『주름과 기억』 등의 비평집과, 『한국 근대시와 시론의 구조적 연구』 『현대시의 지형과 맥락』 『현대문학의 구조와 계보』 『문학과 수사학』 등의 문학 연구서를 펴냈다. 역서로 『이성의 수사학』이 있다. 제3회 젊은 평론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현대시』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수원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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