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토테미즘

PARADIGMA 7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 류재화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2년 8월 27일 | ISBN 9788932023380

사양 · 167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프랑스 사상계를 뒤흔든 레비-스트로스의 작지만 경이로운 인류학의 고전!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이자, 구조주의 인류학을 꽃피우고 이후 철학․사상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레비-스트로스의 『오늘날의 토테미즘』이 국내 최초로 번역, 소개되었다. 같은 해 출판된 『야생의 사고』(1962)와 함께 레비-스트로스 특유의 구조주의 이론이 정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책은, 20세기 초반 유행한 토테미즘이라는 학문 경향을 비판하고 인류학이 나아갈 새 길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다.
『오늘날의 토테미즘』은 “토테미즘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레비-스트로스의 시대를 앞선 통찰이 담긴 책이다. 이제 이 책이 문학과지성사의 파라디그마 시리즈로 출간됨으로써 국내 독자들도 이 인류학의 대가의 정신세계에 다가서는 또 하나의 발판을 얻게 되었다. 사상계를 뒤흔든 구조주의 신화학을 꽃피우기까지 레비-스트로스의 지적․사상적 궤적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은 토테미즘에 관한 방대한 문헌들과 기존 인류학자의 주장들을 요약하고 낱낱이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토테미즘의 전개 및 발전 과정을 한눈에 개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참고서이기도 하다.

 

안으로부터의 토테미즘을 경계하며,
이성과 감정의 이분법이 아닌 통합적 ‘지성’을 사유하며
『오늘날의 토테미즘』의 결론 격인 장 제목은 ‘안’으로부터의 토테미즘이다. 이는 레비-스트로스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토테미즘이 우리 ‘바깥’에 실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서 기인했다는 말이다.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이상한 신앙이나 관습을 보면 고대 사고의 ‘흔적’이라고 설명하곤 하지만, 실상 원시인의 사고와 현대인의 사고는 다를 게 없다. 또한 토테미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특정한 원시 부족의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 경향이라는 것이 레비-스트로스의 주장이다. 그가 이 책의 시작을 히스테리나 토테미즘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로 시작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레비-스트로스는 스스로 이 책에 대해 “역설로 가득 찬 고찰과 성찰”이며, 이 역설은 “토템 환상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고 쓴다. 토테미즘의 실재성을 부정하기 위해 그간 인류학이 쌓아 올린, 견고해 보이지만 모래성과도 같은 토테미즘 이론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인류학자들의 텍스트를 비교분석하고 그 안에서 오류와 역설을 찾아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희생양으로 삼는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이는 토테미즘의 ‘부재’를 입증하기 위해 ‘현재’하는 토테미즘의 모든 환영을 불러낸 기묘한 의례이다.

 

이미지/공론空論으로서의 토테미즘에 관한 역설적 고찰
레비-스트로스에 따르면 토테미즘은 인류학자의 머릿속에나 존재하는 환상, 즉 인간의 지각 작용에 의한 지성의 산물로서 공론空論에 불과하다. 그 개념 자체가 ‘서구 백인-성인’이 ‘정상성’을 획득하고 ‘통합성’을 유지하기 위해 문명에 대비되는 자연을 타자 삼은 것인데, 이는 서구 제국주의나 오리엔탈리즘과도 맥을 같이한다. 오죽하면 ‘토테미즘’이라는 용어조차 오지브와족의 말을 잘못 이해한 데서 유래했을까.
토테미즘을 말할 때 사실상 두 가지 문제를 혼동한다. 우선 인간 존재를 동식물과 빈번히 동일시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혈족 관계에 기초한 집단의 명칭 문제다. 레비-스트로스는 부족, 토템, 족외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어떠한 도식이나 체계를 이룰 하나의 통일체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에 걸맞은 사례가 극히 미미하다는 것을 구체적 실례를 통해 보여준다. 한편 20세기 중반 인류학이 현장 조사에 몰두하게 되자 특정 사회의 토테미즘에는 그 사회에 고유한 기능이 있으며, 각 사례 사이에는 일반화할 수 없을 정도의 변수와 차이가 있음이 시시각각 밝혀졌다. 일부 인류학자는 ‘단 하나의 토테미즘이 아닌 여러 개의 토테미즘이 있다’는 식으로 이론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토테미즘이라는 전체성을 폐기하는 데는 주저하는 상황이었다. 이때 레비-스트로스가 일견 신중한 자세를 취하되 정면돌파를 시도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 책을 집필하기 수년 전에 레비-스트로스가 쓴 또 하나의 걸작 『슬픈 열대』가 아메리카 원주민을 직접 탐방한 기록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이미 그는 긴 시간의 현장 조사, 수많은 문헌 탐독,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지 준비를 마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레비-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을 비판․분석하는 데 있어 내용과 형식 두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한다. 그는 토템이란 어떤 문명인다운 논리, 인과관계에 따라 선택된 게 아니라 ‘지성’에 따른 것, 즉 단순하고 무의식적인 환기 대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레비-스트로스는 토테미즘을 메타포로서 바라본다. 그의 말을 빌리면, 토테미즘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만드는 ‘이미지의 예술’이다.

이 책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레비-스트로스 특유의 문체와 방대한 정보량, 생소한 고유명사와 용어, 함축적 표현 때문에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이론들과 담론들을 어떻게 독해하는지 따라가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본질적이고 정상적인 것은 없다는 그의 주장은 반세기가 흐른 지금 우리에게도 새로운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신화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의 사상의 계보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책 속으로

백인-성인으로 대표되는 정상적 인간의 사고 양식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그들 밖에 있는 인간의 인습과 종교를 수집하는 것만큼 편한 게 없었다. 사실 이런 것들은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에 분류가 쉽지 않은 것인데, 우리 서구 문명을 비롯해 다른 문명에서 그들의 모습, 그들의 행동을 바로 인지할 수 있도록 그 이질적 요소들을 전혀 활성적이지 않은 한 덩어리로 뭉쳐 하나의 개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 개념이 공격적이지 않은 게 아니다. 토테미즘은 엑소시즘처럼 우선 우리 세계 바깥에 대한 생각을 투영한 것이다. 기독교적 사고의 핵심은 인간과 자연을 불연속적으로 놓는 것이다. 이 불연속성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 ‘두번째 자연’의 특성을 거꾸로 뒤집어놓을 것이 요구된다. 자기 고유의 전개 과정이 있는 ‘원시적primitif’ 혹은 ‘태곳적archaïque’ 상태를 개화해 문명화된 인간을 만들면 불연속성의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가져서 그런 것일까? (「서문」, 11~12쪽)

토테미즘이 처음부터 모든 카드 패를 다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 동물 혹은 식물 조상과 그 인간 후손 간의 이행 단계를 밝히는 데 유보적인 것은 없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는 통행은 반드시 불연속적으로 파악된다(동시에 행해지는 같은 형태의 모든 통행). 최초 상태와 최후 상태 간의 모든 감각적 인접성을 배제하는 일종의 ‘막을 내리지 않고 하는 무대 전환’ 같다. 자연물 발생과는 거리가 먼 토템 발생은, 아니 그에 대한 환기는 적용, 투영 혹은 분리로 귀착된다. 그것은 환유 관계로, 그 분석은 ‘인류생물학ethno-biologie이라기보다 ‘인류논리학ethno-logique’에 가깝다. 말하자면 A족은 곰에서 ‘내려왔고,’ B족은 독수리에서 ‘내려왔다’고 할 때, 두 종 사이의 유사점은 A와 B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구체성을 띤 축약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1장 「토템 환상」, 47쪽)

엘킨은 토테미즘을 변별적 두 실체로 분해한 후 너무 분리된 느낌이 들자 다시 하나의 단위체로 만들고자 했다. 모든 토테미즘 형태는 이중 기능을 한다. 하나는 자연과 인간의 연관성, 상생을 표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재와 과거의 연속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형식은 너무나 모호하고 일반적이고 보편적이어서, 왜 시간적 지속성을 인간 최초의 조상은 동물 외양을 가진다는 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사회 집단의 연대가 복수 토템의 숭배 형태 아래 필연적으로 확고해질 수밖에 없었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것은 그냥 토테미즘이 아니다. 그게 어떤 것이든 그것은 모든 철학, 모든 종교이다. (제2장 「오스트레일리아 유명론」, 76쪽)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불안감을 느껴 주술 의식에 호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술 의식에 호소를 하니까 불안이 발생한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런 논의는 래드클리프-브라운의 토테미즘에 관한 첫번째 이론과 반대되는 것일 수 있다. 인간은 자신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동물 종과 식물 종에 대해 의례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해주는 셈이다. 여기서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이 관심이 자발적이고 무의식적인 관심이라는 것이다. 토템 목록이 다양하고 기이하게 나타나는 것은 인간이 그것들에서 어떤 관심거리를 발견해서라기보다 의례 행위 때문에 도리어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제3장 「기능주의적 토테미즘」, 95~96쪽)

이 원칙은 반대항의 결합 속에 있다. 동물과 식물 항으로 된 특별한 명명법(그리고 그게 유일한 변별적 특성이다)으로 이른바 토테미즘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상응성과 대립성을 표현한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부족에서는 하늘과 땅, 전쟁과 평화, 상류와 하류, 붉은색과 하얀색이다. 이것의 더 일반적인 모델이자 더 체계적인 적용은 중국의 음양 사상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암컷과 수컷, 낮과 밤, 여름과 겨울 등이 하나로 결합하여 조직된 전체, 그러니까 도道, tao를 낳는다. 부부라는 한 쌍, 하루 혹은 한 해 역시 그런 음양의 조합이다. 따라서 토테미즘은 일반적인 하나의 문제를 형식화하는 하나의 특별한 방법이 된다. (제4장 「지성을 향하여」, 121쪽)

토테미즘은 관찰자들의 해석을, 이론가들의 공론空論을 과장하면서까지 우리의 제도를 원시인들의 제도로부터 차별화하려는 목적에서, 그 원시적 제도들에 생긴 긴장을 더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그것이 특히 종교적 현상이라 더 많은 운이 따랐고, 토템과 종교를 근접시킴으로써 그 유사성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토테미즘을 종교 속에 놓은 것은 종교적인 것에 대한 강박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위 문명화된 종교가 원시 종교와 접촉하면 녹아 없어질까 두려워 최대한 그것을 문명화된 종교와 멀리 떨어뜨리고 필요하면 풍자하고 비하했다. 뒤르켐의 경험처럼, 종교이면서 토테미즘이라는 원래의 속성이 없는 이상 그 조합은 새로운 형체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제5장 「‘안’으로부터의 토테미즘」, 141쪽)

목차

 

서문 9

 

제1장 토템 환상 27

제2장 오스트레일리아 유명론 49

제3장 기능주의적 토테미즘 79

제4장 지성을 향하여 101

제5장 ‘안’으로부터의 토테미즘 125

 

옮긴이 해설 143

참고문헌 157

찾아보기 162

작가 소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파리대학 법학부와 문학부를 졸업한 후 임상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을 공부했다.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최연소로 합격한 그는 1933년 로위의 『원시 사회』를 읽고 인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등에서 대학교수를 하면서 카두베오족과 보로로족 등을 방문조사하며 여러 논문을 발표했고 1941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신사회조사연구원에서 문화인류학을 연구했다. 박사학위논문 『친족 관계의 기본구조』(1949)가 출판되어 프랑스 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산문 기록처럼 쓰인 『슬픈 열대』(1955)는 공쿠르상 후보작이 되기도 했다. 1962년 발표한 『오늘날의 토테미즘』과 『야생의 사고』는 원시인에 대한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사상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날것과 익힌 것』(1964), 『꿀에서 재까지』(1965), 『식사예절의 기원』(1968), 『벌거벗은 인간』(1971) 등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의 체계를 완성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을 지내면서 『먼 시선』(1983), 『보다 듣다 읽다』(1993) 등 굵직한 저서를 다수 내놓았다. 철학을 비판하며 철학에 대항하는 인간과학으로서의 인류학을 정초한 그는 20세기 인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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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화 옮김

고려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을 거쳐 현재 파리 소르본누벨대학에서 파스칼 키냐르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문, 예술, 문학 등에 걸쳐 다양한 책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 레비-스트로스의 『보다 듣다 읽다』, 다니엘 아라스의 『서양미술사의 재발견』, 파스칼 키냐르의 『심연들』 『세상의 모든 아침』, 라파예트 부인의 『클레브 공작부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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