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소리(무선)

이청준 전집 3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2년 6월 29일 | ISBN 9788932020839

사양 · 377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그 쉼 없는 열정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 『이청준 전집』

지난 2008년 7월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보전하고 재조명하고자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준비한 『이청준 전집』 시리즈 가운데 3권 중단편집 『꽃과 소리』(2012)가 출간되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등 우리 시대의 한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하려 한평생 고뇌한 작가 이청준.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소설 문학사의 큰 표징이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는다. 다시 말해,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은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2009년 7월에 발족한 <이청준추모사업회>와 문학과지성사가 정본으로서의 새로운 『이청준 전집』 간행에 한뜻을 모으고,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문학평론가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청준 전집 간행위원회>를 통해 이후 수차례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청준 전 작품과 서지 자료 정리 및 전집 기본 구성안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간행위원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1) (발간과 미발간 작품 모두를 포함한) 이청준 작품 목록 정리, 2) 이청준 연보 정리, 3) 각 작품 연재 지면과 발행 출판사, 작품 분량에 대한 일차적인 세부 목록 조사와 정리가 이뤄졌고, 더불어 각권의 표지 그림과 제자는 생전의 이청준 선생의 절친이자 고향 후배인 김선두 화백이 맡고 있다. 역시 오랫동안 이청준 문학에 밀착하여 정밀하고도 성실한 비평적 노력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가 각 개별 작품들의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상세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해주고 있다. 이 주해는 이청준 작품 세계의 소재적, 주제적, 문체적 측면의 특장과 주요 변모를 연대기적 흐름과 출판사, 판면의 변화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청준 전집』은 약 서른네 권 정도의 규모로 무선과 양장, 두 가지 장정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는다.

 

자기 진실을 향한 첨예한 물음, 그 증상과 성찰

이청준 전집 3권 『꽃과 소리』(문학과지성사, 2012)에 실린 7편의 중단편은 1960년대 초기 이청준 소설의 문제의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 있는 작품들로, 이번 작품집 해설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영찬(계명대 국문과) 씨는 “이청준의 소설은 대부분 증상으로 표출되는 개인의 진실에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구조”를 띠며, 바로 그 ‘의심과 호기심’이야말로 이청준의 소설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고 평했다.

“이청준 문학의 그 커다란 성좌 가운데 각기 제 몫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빛나는 작은 별들이다. 1960년대 이청준 소설의 중심에 있는 것은 저 개인의 자기 진실에 대한 옹호와 탐구이며, 그 진실을 억압하는 모든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청준의 소설은 그렇게, 확정적인 진실을 말하는 것의 불가능성, 그리고 그 불가능을 무릅쓰는 다양한 시도와 관점 들의 교차를 보여줌으로써 거꾸로 그 어느 것으로도 환원할 수 없는 개인적 진실의 존재와 가치를 환기하고 있다. 이것이 1960년대 이청준의 소설이 진실에 접근하는 소설적 성찰의 방법론이다.
21세기에 이청준을 다시 읽는 까닭은 멀리 있지 않다. 이청준은 지난 세기의 근대적 문학정신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대표하는 작가다. 21세기의 새로운 문학정신의 창조는 지난 세기와의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애도 속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불가피하다. 가고 없는 그를 다시 불러 읽어야 할 이유다.”_김영찬/ 문학평론가

■ 작품 소개
「변사와 연극」 (『여원』 1969년 3월호) : 「병신과 머저리」처럼 격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화자인 사내가 자서전을 연극 대본으로 삼고 변사의 역할을 자임하며 무대에 연극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자기 한과 아픔을 치유하고 스스로 구원받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소설 속 사내의 연극이 실패하면서 진정한 치유에 이르지 못하고 극은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한바탕 소동에 그치고 만다. 의문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한 개인의 비밀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이른바 추측과 소문의 생태학이 흥미롭게 그려진 작품이다.

「이상한 나팔수」 (『여성동아』 1969년 4월호) : 부대에 새로 온 나팔수가 부대 막사가 아닌 남쪽을 향해 취침나팔을 불어댄다. 그는 입대 전 서커스에서 트럼펫을 불었던 사내다. 영문 모를 나팔 소리의 이유는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 다만 해산을 앞둔 그의 여자를 향한 것이란 추측만 난무할 뿐이다. 이청준 소설에서 나팔수는 단편 「줄광대」 「들어보면 아시겠지만」에서도 주요하게 등장하는 캐릭터이자 직업군이다.

「소매치기올시다」 (『사상계』 1969년 5.6월호) : 「목포행」 「문단속 좀 해주세요」(1971)와 함께 『소매치기, 글쟁이, 다시 소매치기』 3부작을 이루는 단편으로, 보이지 않는 청자를 두고 이야기하는 독백체로 씌어졌다.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자리에서 타인과의 대결을 통해 비로소 존재하는 인물로 소매치기를 그리는 이청준은 글쟁이의 운명 또한 그것과 매한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늘 패배자로 존재하는 소매치기나 글쟁이의 운명은 다름 아닌 독자와 현실의 몰이해에서 비롯한다고 보여줌으로써 보여줄 수도 증거할 수도 없는 부재의 존재라는 삶의 진실을(소재와 주제 면에서) 짧은 이야기에서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꽃과 뱀」 (『월간중앙』 1969년 6월호) : 진짜와 가짜, 진실과 거짓의 대립 구도는 이청준 소설의 주요한 모티프(실명과 가명, 생화와 조화, 나와 나의 분신)로 변주되며 주제의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 단편에 등장하는 생화와 조화, 진짜 뱀 한 마리와 무수한 가짜 뱀들은 가명과 조화, 다시 말해 자기 얼굴이 없는 자아망실증, 자기망각증을 앓고 있는 인물과 병든 사회의 폐부를 가리키고 있다.

「꽃과 소리」 (『세대』 1969년 7월호) : 「꽃과 뱀」의 주요 인물이 겹치듯 등장하며(이화/가화, 화장품 장수/가면을 쓴 사내) 이청준의 초등학교 시절 자전적인 이야기-6.25의 환란, 정부 원조와 학부형 헌금으로 급조된 교실 3개짜리 가교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를 엿볼 수 있다. 「변사와 연극」처럼 소설 속에 연극이 등장하는 격자소설인데, 바로 이 연극 속에 단편 「꽃과 뱀」이 들어 있는 이중 구조로서, 가면과 맨얼굴에 대한 생각이 조화와 생화로 연결되고, 인물들의 역할이 뒤바뀌면서 분신의 개념까지 등장하는 여러 단계의 복잡한 층위를 띤 중편이다. 이를 통해 이청준은 “세상 일의 진실과 허위, 인간에게 있어서의 본래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혼미를 현대문명의 일면으로 드러내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엿장수 노인의 대사(소리의 가족 합숙소를 인생의 무덤에 빗대는)를 통해, 이후 『남도 사람』 연작에서 좀더 심화되는 “말하는 생의 내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소리의 무덤’” 역시 주요하게 언급되고 있다. 이청준이 말하는 ‘소리’라는 것은 소리의 당사자들이 그 소리를 가장 절실한 생활로, 구체적인 개인의 생명이 깃들어 있는 인생 그 자체로 구현되고 있다.

「가수(假睡)」 (『월간문학』 1969년 8월호) : 「줄광대」 「병신과 머저리」 「꽃과 소리」 등과 함께 대표적인 격자소설로, 분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명의 주영훈은 진짜와 가짜를 넘어 서로가 서로의 분신이다. 한 여자를 취하고 한 이름으로 서로의 글쓰기에도 등장한다. 잠과 잠 사이를 일컫는 가수(假睡) 상태는 분신처럼 나와 또 다른 나 사이, 의식과 잠 사이, 의식과 무의식 사이, 삶과 죽음 사이, 사람과 유령 사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에서 이청준은 가수 상태의 행위가 갖는 절실함을 진실을 탐문하는 글쓰기와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고 있다.

「마스코트」 (『한국전쟁문학전집』 1969년 10월, 휘문출판사) : 소설 소재를 취하고 해석하는 복잡한 구성에 대한 일화인 이 단편은 분량을 늘려 콩트 「전쟁과 여인」이란 작품으로 개고되지만 생전의 이청준은 이를 후회했다고 전해진다.

■ 작품 해설
1960년대 이청준의 소설을 지배하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바로 ‘자기 진실’의 문제다. 자기의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세계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진실을 말해야 하는 것. 그것이 이청준이 생각하는 소설가의 운명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청준의 소설은 그렇게 진술을 불가능하게 하는 세계의 조건에 대한 탐구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청준 소설의 곳곳에서 ‘말할 수 없다’ 혹은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곱씹고 확인하는 인물들의 행로도, 실은 그 말하지 못하게 하는 세계에 맞닥뜨려 보여주는 일종의 증산이다. 그리고 이때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성적으로 곱씹는 행위 그 자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서든 말하려고 하는 의지의 역설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청준의 소설에서 그렇게 정직한 자기 진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이를테면 유형무형의 억압과 통제이고, 오만과 편견이며, 독선과 허위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모든의 총체이기도 하다.
_김영찬(문학평론가), 작품 해설 「증상과 성찰―1969, 이청준의 소설들」 부분

목차

변사와 연극

이상한 나팔수

소매치기올시다

꽃과 뱀

꽃과 소리

가수(假睡)

마스코트

 

해설_증상과 성찰(김영찬/문학평론가)

자료_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이윤옥/문학평론가)

작가 소개

이청준 지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이청준"의 다른 책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2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