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희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이진아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2년 1월 30일 | ISBN 9788932022758

사양 · 264쪽 | 가격 10,000원

분야 외국소설

책소개

엄마는 사랑을 하고 있는 거야, 슬픈 사랑을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사랑과 좌절, 열정과 혐오로 수놓인 세 무희의 삶을 그리다!

인도의 타고르에 이어 동양에서 두번째이자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여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한 작가로 널리 알려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소설 『무희(舞姬)』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 시기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당대의 사회적 상황에 대해 실천적인 행보를 하지 않았으며, 문학작품을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나 입장을 뚜렷하게 표현하지도 않았다. 그보다는 일본이 군국주의로 치닫던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무용소설’들을 발표하면서 ‘순수한 미의 세계’를 추구하였다. 야스나리는 이후 20여 년 동안 무용을 소재로 작품을 쓰며 무용과 무용가에 대한 자신의 끝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무용은 보이는 음악이고 움직이는 미술이며, 육체로 쓰는 시(詩)이자 연극의 정화이다’라고 말하는 야스나리에게 무용은 외적인 육체의 미를 강조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아름답고 순수한 정신과 더불어 춤추는 것이 이상적인 춤이었다.
이 책 『무희』는  1950년을 배경으로 전후의 혼란 속에서 세 무희의 무용과 사랑, 가정이 전쟁으로 인해 굴절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리며 가와바타 야스나리 무용소설의 계보를 잇는다. 그러나 이 소설은 탐미주의의 거장인 야스나리의 예술적 성취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 여타의 그의 무용소설과는 차별성을 보인다. 이 작품은 가와바타의 무용소설의 정점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후 일본의 전통미를 중심으로 작품 세계를 전환해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으로서 가와바타 문학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야스나리는 풍부한 서정과 섬세한 감각뿐만 아니라 패전 후 서서히 붕괴해가는 일본 사회의 모습과 무기력한 현대인의 비극을 보여준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 고전의 세계, 영원성, 정신적인 것 등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지와 흔적을 드러낸다.
『무희』는 1950년 12월부터 1951년 3월까지 총109회에 걸쳐서 아사히신문의 연재소설로서 발표되고, 같은 해에 출판된 장편소설이다.

두 세대에 걸친 세 무희의 예술과 사랑,
야스나리의 수려한 문장을 통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미코는 젊은 시절엔 프리마 돈나를 꿈꾸었지만 이루지 못하고, 그 딸인 시나코에게 무용에 대한 애정을 쏟고 있는 인물이다. 자신의 가정교사였던 야기와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20여 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그녀의 실제 연인은 결혼 전부터 알았던, 이미 다른 가정이 있는 남자 다케하라다. 야기와의 결혼 생활에서의 해방과 다케하라와의 새로운 사랑을 꿈꾸지만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그녀의 성격으로 인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나미코의 딸인 시나코는 유명 발레단인 오이즈미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다. 그녀는 어머니의 재능과 예술적 소양을 물려받은, 장래가 촉망되는 무용수였으며 유럽에 유학을 갈 계획이었으나 전쟁으로 인해 그 꿈이 좌절된다. 소녀 시절 자신에게 무용을 가르쳤던 선생님 가야마를 향한 동경과 연정을 품고서, 그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나미코의 제자이자 시나코와 자매처럼 지내던 도모코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나미코 곁에서 일을 도우며 무용을 배우던, 진흙 속에 묻힌 진주 같은 무희이다. 그녀는 시나코가 입던 낡은 코트를 얻어 꿰매어 입어가면서도 밝게 생활하며 자신의 재능을 꽃피워간다. 그러나 가정이 있는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어, 그 남자의 아이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무용을 포기하고 유흥가 아사쿠사에 가서 스트리퍼가 된다.
탐미주의의 거장이자 무용 애호가인 야스나리의 소설답게, 이 책은 무용수들의 소소한 에피소드와 여성의 심리에 관한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의 혼란 속에서 무기력함에 갇혀 있던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직시하고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기까지의 방황의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미시마 유키오의 해설에 따르면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무력감에 싸여 있다.
지금 우리의 시선에서 보면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세 인물들은 시대와 사회에 정면으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음으로부터 순응하지도 못하며 우유부단하게 살아왔다. 가정문제뿐만 아니라 일적으로도 나미코는 무대의 꿈을 단념한 과거의 무희이고 시나코는 아직 프리마 돈나가 되지 못한 미래의 무희일 뿐이며, 소설 속에는 그녀들이 타인의 무대를 보는 것만 묘사되고 스스로의 힘을 승화시키는 무대는 그려지지 않는다. 이러한 인물들이 결국은 어느 쪽으로든 자신의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대인의 비극과 극복의 아름다움은 무희나 여자의 경험을 뛰어넘은 본질적인 것으로 깊은 감동을 남긴다.

야스나리 작품의 전환점
일본 전통문화와 아름다움의 수호자 가와바타 야스나리

세 사람의 무희를 바라보는 주체이자 소설의 또 다른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존재는 나미코의 남편인 야기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일본 문학사가인 그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일본의 전통적인 미에서 찾고자 하는 인물이다. 또한 일본의 패전 이후 무력감과 허무함 그리고 전쟁공포증을 갖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세 사람의 무희가 주인공이지만, 소설의 전체 구조를 잘 살펴보면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야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의 눈에 비친 무희들의 모습이 소설 전편을 통해서 그려진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가와바타의 주요 작품들에서도 보이는데, 그것은 작품의 중심축을 이루는 남자가 등장하고 다른 여성들은 그 남자의 시선이나 그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해서 그려진다. 이러한 작품들 속에서 남자 주인공은 야스나리 자신의 생각이 투영된 인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무희』에서도 야기의 생각과 의도를 따라감으로써 작가의 주제의식을 가늠해볼 수 있다.
야기는 『미녀불』이라는 일본문학론을 쓰면서 ‘동양의 미의 신’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국어 교과서에 고전문학과 불교미술에 관한 자신의 글을 실으면서 “서양 교과서에 성모 마리아의 그림이 들어가듯이 일본의 국어 교과서에 불상의 그림이 꼭 들어가야 한다”라고 편집자에게 주장한다. 스스로를  “마음의 미(美)를 잃은, 옛 일본의 망령”이라고 말하는 야기는 무희들의 삶과 예술에서 정신적인 일본의 미가 되살아나는 것을 기대했다. 야기의 이러한 생각은 일본의 육체는 패배했지만 고전과 전통으로의 회귀를 통해 일본적인 정신을 되살려내고 지켜나가고자 했던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소설에서 야기는 나미코의 춤에서 일본적인 영혼을 발견할 수 없게 되자 문학이나 고미술품으로 자신의 관심과 시선을 돌리게 된다. 일본의 불상, 불교미술, 고전문학, 도자기, 골동품 등을 통해 “영원한 이상의 상징”과 “그리운 영원”을 읽어내는 야기의 모습에서 일본의 패전 이후 전통적인 아름다움, 고전적인 세계, 정신적인 것, 영원성 등을 지향하는 작가 자신의 의지와 흔적이 엿보인다. 물질적인 차원을 넘어선 어떤 본래적인 것의 추구를 이제는 무용이 아닌 다른 대상을 통해 찾기 시작한 야기의 심리적인 변화는 야스나리가 1952년에 발표한 「보지 않는 사람(見ない人)」 이후 무용소설에 종말을 고하는 것과 일정한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서양 발레를 비롯한 서구적인 것에 매료되었던 야스나리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자 일본적인 전통과 고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른바 ‘고전회귀’를 선언하였고, 이후 일본의 전통미를 중심으로 자신의 문학을 전개시켜나갔다. 일본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우학』(1952) 『산소리』(1954) 『고도』(1962) 같은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1951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작품세계의 전환점에 되는 소설이다.

■ 본문 속으로
“알고는 있겠죠. 그렇지만 인간이란 저마다 슬픔을 짊어지고 사니까요. 그이도 그래요. 슬픔이 너무 크면 그 밖의 다른 일들은 알고도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일들도 생기지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바보 같아요. 야기 씨의 슬픔이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이 패전해서, 그 사람 마음의 아름다움이 절멸했다는 거예요. 자기는 옛 일본의 망령이래요.”  _11~12쪽

평범한 결혼이란 게 있을까요? 거짓말을 하시는군요. 모든 결혼은 하나하나 비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 사람이 비범하기 때문에 결혼도 비범하다는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 둘이 만나도 비범하게 되는 게 결혼이에요. _21쪽

“‘자유, 자유다’라고 요즘 말들 하지만, 내게는 나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치는 자유도 있어서, 그럴 수 있는 것도 나에게는 자유예요. 신앙의 자유도 있는걸요.”  _100쪽

“[……] 우리 집은 지금보다도 전쟁 때가 평화스러웠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글쎄.”
나미코는 갑작스러워서 말문이 막혔다.
“가족이 꼭 붙어서 지금처럼 흩어져 있지 않았고, 나라는 곧 망할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가정이 부서질 것 같지는 않았잖아요.”  _115~116쪽

눈을 감으면 나미코의 눈꺼풀은 무언가 말하는 것 같다. 입술보다도 따스하고 슬프게 호소한다. _139쪽

“두 아이도 스무 살이 되었어. 그런데도 어머니가 나를 부족하게 여긴다면, 여자의 공상이 끈질긴 데에 놀랄 수밖에 없는 거야. [……]  다케하라 같은 건 평범한 속인이 아닌가. 그자에게서 확실한 점이라곤 나미코와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뿐이지. 결국 공상의 인물이야. [……]
여자의 가슴에 박힌 화살은 빠지지 않는 건가?”  _187쪽

“아버지는 나를 일본에 두는 게 위험하다고 보시는 모양이야. 옛날 사람처럼 우리들은 국가를 자랑으로 여기지도 않고, 의지할 곳으로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나는 아버지의 보는 눈이 새롭다는 게 마음에 들었거든. 출세나 공부를 위해서 외국에 가는 게 아니야. 일본에 있으면 타락할 것 같고 파멸될 것 같으니까 그런 위험을 피해서 일본에서 내쫓는 거겠지.” _191쪽

그러나 야기와 있을 때 느끼는 공포는 애정의 발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굳이 애정과의 연결을 찾는다면 그건 애정이 없는 공포일까. 아니면 애정이 없는 곳에 애정을 그려 넣는, 그 환상이 사라진 공포일까.
인간과 인간 사이의 혐오 중에 부부 사이의 혐오만큼 살갗이 닿는 것조차 불쾌한 것은 없다고까지 나미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이 증오가 되면 가장 보기 흉한 증오일 것이다.  _195쪽

“그 사람하고는 20년 넘게 같이 살아왔고, 아이들도 다 컸지만 그게 저의 일생이었다고 할 수도 없어요. 제 스스로도 놀라게 되지요. 제 자신이 몇 사람이나 되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은 야기와 살고 있고, 한 사람은 무용을 하고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다케하라 씨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저는 이제 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몇 사람의 저를 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요.” 231쪽

목차

고쿄의 해자

엄마의 아들, 아빠의 아들

잠 깨는 때, 눈뜨는 때

겨울 호수

사랑하는 힘

산 너머 저편

불계와 마계

오래된 과거

 

옮긴이의 말 ‧ 오래된 아름다움을 춤추는 무희

작가 소개

가와바타 야스나리

1899년 6월 14일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1920년 도쿄 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했으나 곧 국문학과로 전과하여 1924년 졸업했다. 이후 요코미쓰 리이치 등 14명의 신진 작가들과 함께 『문예시대』를 창간하여 감각적이고 주관적으로 재창조된 새로운 현실 묘사를 시도하는 ‘신감각파’ 운동을 일으켰다. 1924년 『문예시대』에 첫 소설 「이즈의 무희」로 데뷔한 이래 『설국』 『천우학』 『산소리』 『잠자는 미녀』 『고도(古都)』 등 뛰어난 작품을 발표하면서 줄곧 서정적인 미의 세계를 추구하여 독자적인 문학의 장을 열었다. 1968년 그간의 작품을 통해 일본인의 정서를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으로 표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외에도 괴테 메달,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일본 문화훈장 등 여러 상을 수상했다. 1972년 4월 16일 72세의 나이에 자택에서 가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974년에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이 제정되었고, 1985년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관이 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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