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최윤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12월 16일 | ISBN 9788932022468

사양 · 345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시간의 침식에서 자유로운, 보편적 문학의 가치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으로 다시 만나는 최윤의 대표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지난 2006년, 문학과지성사는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을 선보였다. 무수한 문학들이 등장했다가 사그라지는 현실 속에서 시간이 지나도 비평가와 독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이 있다는 것은 문화적으로 값진 일이다. 스테디셀러들을 충실한 원본 검증을 거쳐 다시 찍어내 우리 시대 명작 소설들이 펼치는 문학적 축제의 자리를 마련한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시리즈의 스물여섯번째 작품으로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출간되었다. 불문학자이자 번역가, 비평가인 최윤은 1988년 『문학과사회』에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등단작을 포함해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된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에서는 1980~90년대의 시대적 아픔과 상흔을 간직한 개인들의 삶을 다양한 주제와 문체로 변주하고 있다.

“죽음은 죽은 자에게는 사건이 아니다.
그 죽음은 남아 있는 사람에게만 혹독하게 생생한 사건이 된다.”
지금,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다

올해 책의 화두는 물음이었다. 독자들은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 묻고 싶어 했다. 정의란, 도덕이란, 권력이란…… 답하기 힘든 질문의 답안을 구하기 위한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2011년 을 마감하는 지금, 준비한 또 하나의 물음이 있다. <문학과지성 명작선>으로 재출간된 최윤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할 수 있게 한다.
‘인간다움’, 인간의 조건에 대해 묻는 것은 문학에 보편적으로 내재한 질문이다. 최윤의 작품에서 인간다움은 감내하기 고통스러운 부재를 피하지 않고 목도하는 것이다. 시간은 고통을 옅게 하며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를 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망각과 타협하여 과거라 일축해버리기에 앞서, 고통을 ‘사건화’해 공유하고 공감하는 윤리의식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부재를 겪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이다. 최윤의 작품 속 등장인물은 대개 곁에 있는 사람이 죽거나 사라지는 ‘사건’을 겪고 순식간에 변화한다. 사라진 자가 남겨놓은 단서에 일생 매달리거나(「당신의 물제비」) 의도적으로 도피하거나(「한여름 낮의 꿈」) 아예 미쳐버리는(「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등 양상은 저마다 다르지만, 변화는 남겨진 자들의 인생에 걸쳐 진행되며 그들은 더 이상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없”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란 비단 등장인물에게만 해당되는 범위가 아니다. 독자들 역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죄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신판 해설을 맡은 이수형은 최윤의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부재’가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부재하지만 [……] 가볍게 일축해버릴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많은 것들을 너무 쉽게 일축해버린 우리의 자취를 되돌아보게 한다. 가볍게 일축해버릴 수 없는 것이 있음을 아는 것도, 그럼에도 가볍게 일축해버리길 일삼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모두 인간답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다.”

서정적 언어로 변주된 다양한 삶의 모습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에 수록된 여덟 편의 중단편소설들은 각각 1980~90년대 우리 시대의 경향을 드러낸다. 사상의 차이나 역사적 사건에 희생된 개인이 주인공인 작품이 있는가 하면, 욕망과 혼란에 허우적대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작품도 있다.
“「당신의 물제비」가 삶이란 인간의 예상과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내면적 지혜의 깨달음을 제시하였으며 「아버지 감시」와 「벙어리 창(唱)」 「회색 눈사람」 등이 분단을 말미암은 이산가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데 비해, 「판도라의 가방」과 「갈증의 시학」은 탈출에의 꿈과 욕망의 물질화라는 현대적 주제에 대해 현학적으로 탐색”하며 “「한여름 낮의 꿈」 역시 그 연장선에서 자기 은폐의 심리를 드러”낸다. 특히 “우리 단편 문학의 백미”인 “「회색 눈사람」이나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서정적인 문장이 객관적 현실의 고통을 어떻게 껴안아 문학 본유의 정서적 확산 기능을 맡게 되는가를 뛰어나게 보여”준다. (김병익)
1988년 여름에서 1992년 가을까지 발표되었던 작품들 간 주제의 차이는 압축적이고 집약적인 변동이 이루어졌던 당대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단순히 시대를 반영하고 고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 개인을 거쳐 오히려 서정적이고 울림 있는 언어로 승화시켜냈다는 데서 최윤 소설의 진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신판 작가 후기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늘 당장 당장의 의무에 치여 그러지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작품집이 새롭게 단장하는 기회에 미루어놓은 재독에 임하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뭉텅뭉텅 고쳐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늘 그런 것이다, 시간의 흔적은.
그것을 존중하여 미미한 첨삭에 머물기로 한다.

새 책을 내는 것처럼 책 준비에 정성을 들인 문학과지성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1.12.
최 윤

작가 소개

최윤 지음

195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프로방스 대학교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월간 『문학사상』에 허윤석의 단편을 중심으로 쓴 평론 「소설의 의미 구조 분석」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1988년 계간 『문학과사회』에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발표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속삭임, 속삭임』 『열세 가지 이름의 꽃향기』 『첫 만남』, 장편소설 『너는 더 이상 너가 아니다』 『겨울, 아틀란티스』,  『마네킹』, 『오릭맨스티』, 산문집 『수줍은 아웃사이더의 고백』 등이 있다. 1992년 「회색 눈사람」으로 동인문학상을, 1994년 「하나코는 없다」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작품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터키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현재 서강대학교 프랑스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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