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정용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11월 18일 | ISBN 9788932022505

사양 양장 · · 304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
그것의 본성은 ‘자신의 소진과 소멸로 타자를 살게 하는 것’!

전위와 서정 사이, 그 매혹의 경계에서 사랑을 고백하는 신예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

200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충격과 관심을 함께 불러온 신예 정용준의 첫번째 소설집 『가나』가 출간되었다. 여기에는 표제작 「가나」를 포함해 「떠떠떠, 떠」 「벽」 「굿나잇,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까지 총 9편의 다채로운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이중 「가나」는 제1회 웹진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떠떠떠, 떠」는 제2회 젊은작가상에 선정되었다). 정용준 소설의 놀라운 점은 대상에 대한 집요한 묘사로 주어를 충전하는 한편 정체하지 않고 플롯을 진행시키는 서사적 술어를 균형감 있게 사용한다는 데 있다. 여기 실린 작품들 면면에는 그러한 진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용준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삶을 거부하고 죽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미 죽어 시신이 된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작품 속 인물들은 지극히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다. 작가 정용준은 ‘죽음과 함께’ ‘죽음으로부터’ 글 쓰는 에너지를 추동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문장들은 세상과 함께 뒹굴기보다는 세상을 고요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한 가운데에서 다시 그만의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정용준은 세계가 가하는 최초의 폭력에 사회가 개인에게 보장해야 할 보호의 방식은 차치해두고, 개인 스스로가 자신을 살리는 방식을 찾아 나서게 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은 결핍과 결함의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작품 속 인물들과 부둥켜안고 흐느끼게 되는데, 그러는 사이 작가는 자신의 주인공들과 독자들을 다독이는 데 열중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행간에서 들려오는 그 사랑의 노래(‘가나’)를 듣게 될 것이다.

한국 소설의 아주 어두운 계보는 죽음충동의 에너지, 곧 데스투루도를 탈성(폭력)화한 작가들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무장할 듯싶다. 그리고 문학적 계보란 그 기원에 의해서가 아니라, 항상 현재 시점에서 사후적으로 배열되고 구성된다는 말이 진실이라면, 정용준 소설은 그 계보의 맨 끝자리이자 맨 첫 자리에 놓인다. 부럽게도 그에게는 이런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문학사를 통틀어 이토록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을 만나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국문과 교수)

정용준 소설에 던지는 세 가지 물음
_작가는 왜 항상 다른 ‘눈’이 되려고 하는가
정용준 소설의 화자는 모두 낯선 눈을 가진 인물들이다. 바닷속을 유랑하며 그리운 고향을 향해 가고 있는 한 시신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가나」), 망상증 환자가 자기 세계(방)에서 맹수에게 도착된 행위를 벌이는 이야기가 있다(「먹이」). 또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된 어린 엄마를 위해 복중 태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야기도 있다(「사랑해서 그랬습니다」). 작가는 우리들 관계에서 읽히는 표면적 성격 뒤에 숨겨진 ‘마음’을 찾으려 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점의 탐색은 ‘마음’을 좇아 진실을 마주하려는 작가의 노력에서 터득한 작가만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_연극적 이미지, 인물, 메타포 등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사자와 판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떠떠떠, 떠」). 이들은 군중 속에서 손을 잡고 키스하고 나뒹군다. 하지만 인형극은 아니다. 세상 속에서 은둔하는 한 방식으로 탈 속에 숨어든 말더듬이와 간질 환자의 이야기다. 간질로 몸이 뒤틀리고 바닥을 뒹굴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런 판다가 귀엽게만 보인다. 사자는 사람들에게 포효하는 듯하지만 판다 주변에서 사람들의 배려 없는 손길에 주의를 준다. 굴도라는 섬으로 납치되어 처참한 폭력과 노동을 견뎌내는 사라들이 있다(「벽」). 햇볕 아래서 하루 종일 쌓여만 가는 소금을 긁어모으느라 쉬지 못하지만, 그 마저도 능률이 오르지 않으면 무차별 적인 폭력으로 흔적 없이 죽어 나가거나, 초점 없는 눈을 뜨고만 있는 벽이 되고 만다. 비대해진 몸 때문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어 어두운 방, 낡은 철제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내며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천장의 벽지 속 그림 세상을 보듯 묘사하기도 하고(「굿바이, 오블로」). 무료하고 무감한 생활을 하던 취업 준비생은 갑자기 머리 위에 솟은 뿔 때문에 인생 일대에 대전환을 예감하기도 한다(「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이러한 연극적 메타포는 슬픔을 견디는 ‘거리 두기’ 방식과 더불어 슬픔을 슬픔이 아닌 것으로 전환하는 작가만의 의연함이 돋보이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_한국 현대 소설의 계보, 그 어디쯤에 자리하는가
정용준의 필요 이상으로 상세하고 주의 깊은 묘사는 장용학, 손창섭, 남정현, 박상륭, 백민석, 백가흠, 편혜영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소설의 어두운 계보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작가들은 죽음충동의 에너지를 탈폭력화한 작가들을 나열하고 있는데 아름다운 죽음의 문장들을 담고 있는 정용준은 이 계보 어디쯤에 자리할 것이다. 하지만 정용준은 그들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장용학과 박상륭은 사변화하고, 편혜영과 백가흠은 사회화하고, 백민석은 탈승화한 그 데스트루도를 정용준은 서정화”(김형중)하기 때문이다.

가혹한 세상에 던져진 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태도, 사랑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일차적으로 먼저 글을 읽고 있는 자신의 감정적 동요를 느끼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적 쾌감’을 넘어선 좀더 유익한 즐거움은 읽고 난 뒤의 자신의 변화를 목격하는 일이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 자신에게 선물하는 책이 되어야 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게 주어진 생태적․유전적 결함에 가해지는 일상의 가혹한 폭력 앞에서 무력해지거나 신경증이 돋을 때, 그리고 어떠한 ‘나쁜’ 선택을 요구받을 때. 나는 나의 결함을 당당하게 내보이고 타인의 결함을 껴안을 수 있을까? 여기 그 힘겨운 사랑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정용준의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위선보다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그 존엄의 태도를 목도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간의 자존심’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정비하게 할 것이다. 이 세계에 던져진 한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태도, 사랑으로서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변화를 체험할 때 우리는 우리 내면의 공허를 채우게 된다. 이제 이것을 터득한 독자라면 이 소설을 가슴에 품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는 연인이 됐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본 적이 없다. 하물며 누군가 내게 무엇이 되어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사랑이라니. 나는 웅크리고 누워 접혀진 무릎을 만지며 자위하던 소년이었다. 가끔 웃었지만 주로 울었다. 별수 없이 침묵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입을 다물어야 했던 시간들. 그럴 때면 눈을 감아 어둠을 만들어 그 속에 숨었다. 〔……〕 할 수 있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앞당겨 죽고 싶었다. 말라죽은 곤충처럼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바스라질 것 같던 바로 그 시절에 그녀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_「떠떠떠, 떠」 p. 29

해류가 몸을 떠민다. 그것은 무겁고 밀도가 높은 바람과 같았다. 그 흐름에 따라 천천히 발이 움직이고, 난 바닷속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을 어찌 형용할 수 있을까, 부드러운 흙 속에 심겨진 나무뿌리처럼 나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 생각이 난다. 회전하는 스크루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때, 내 심장이 멈췄을 것이다. 오른쪽 허리가 심하게 손상되었다. 헤쳐진 살점과 내장들이 붉은 해초처럼 흔들린다. 갈치 두 마리가 내 곁에 맴돈다. 갈치가 움직일 때마다 칼날이 흔들리듯 날카로운 빛이 반짝거린다. 갈치가 내 몸을 먹는다. 너덜거리는 살점을 먹고 손상된 내장을 뜯는다. 떠 있던 다리가 바닥에 닿는다. 바닥의 모래는 이제껏 밟아봤던 그 어떤 땅보다 부드러웠다. _「가나」 p. 62

손톱깍이를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뭐, 솔직히 너도 여기서 굴러먹은 짬이 있으니까 대충 알 거야. 너도 승진이다. 축하한다. 넘버 나인! 멋지게 해봐.
9는 고개를 숙인다. 떨고 있는 18의 눈과 9의 눈이 마주친다.
옆에 있던 반장5가 갑자기 달려와 18의 배를 걷어차면서 말한다.
이렇게! 치라고. 새끼야.
18이 몸을 웅크리고 애벌레처럼 꿈틀거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어서 해.
사내가 조용히 채근한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반장5가 9의 뒤통수를 주먹으로 때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옆에 서 있던 반장 10이 달려와 9의 뺨을 때린다. 9는 움직이지 않는다. _「벽」p. 95

누나. 결국 오블로모프는 침대에 누워 부인이 남긴 편지를 안고 죽어. 하인도 가족도 모두 오블로모프를 떠나버린 쓸쓸한 집에서 말이야. 그런데, 누나. 오블로모프는 죽을 때 어땠을까? 죽는 것이 슬펐을까? 아니면 이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것이 행복했을까? 난 그것이 궁금해…… 어떤 죽음은 어떤 삶보다 차라리 행복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_「굿나잇, 오블로」 p. 130

구름이의 얼굴은 기형이다. 왼쪽 눈은 촛농이 흘러 굳은 것처럼 밑으로 처져 있었고, 윗입술이 벌어져 입을 다물어도 잇몸이 보였다. 의사는 앞으로 왼쪽 얼굴이 점점 더 흘러내릴 거라고 했다. 구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농은 구름이를 수족관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런 병신을 낳으려고 구름이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구름이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농은 어항을 집어던졌다. 〔……〕 그때 농의 팔목으로 구름이의 침이 흘렀다. 침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구름이는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채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농은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빠르게 두드리고 있는 구름이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손가락이 불에 데인 듯 뜨거워졌다. _「구름동 수족관」p. 141~142

그때 저는 제 오른손을 먹이의 입에 집어넣었습니다. 먹이를 어떻게든지 먹이고 싶었습니다. 다시 녀석이 무엇인가를 씹어 먹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었거든요. 〔……〕 먹이는 저를 바닥에 눕히고 앞발로 제 가슴을 눌렀습니다. 갈비뼈가 당장이라도 우드득 부러져 나갈 것 같은 강한 압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먹이는 그 순간까지도 발톱만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금니를 앙다물고 온 힘을 다해 오른손을 휘저었습니다. 순간 수십 개의 면도날이 피부를 도려내는 것 같은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_「먹이」 p. 183

그는 본다. 카메라에서 떨어져 나온 깨진 렌즈의 하얀 균열을, 가방에서 쏟아져 나온 여자의 속옷과 누군가의 발에서 빠져 나왔을 신발을, 피에 젖은 모자를, 목이 부러져 두 동강이 난 기타에서 삐져나온 터럭처럼 구부러진 여섯 줄의 현을, 부러진 안경을, 표지가 찢겨진 책을, 손톱이 붙어 있는 손가락을, 아직 죽지 않아 꿈틀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는 목줄이 걸려 있는 개를, 상체가 콘크리트에 깔린 소녀의 하체를, 껍질이 으깨진 곤충의 다리처럼 규칙적으로 떨고 있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바람 빠진 공처럼 찌그러져 있는 머리를, 상의가 벗겨진 채 죽은 남자의 오돌토돌한 척추 뼈를, 그것들이 마치 꿈속에서 등장한 무의미한 사물들인 것처럼 아무 감정도 없이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_「여기 아닌 어딘가로」 p. 206

안나와 어머니는 K를 가운데 두고 서서 K의 머리에 돋아난 뿔을 유심히 쳐다봤다. 어머니가 말했다. 티눈이구나. 안나가 말했다. 티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커. 어머니가 말했다. 사마귀인가? 안나가 말했다? 사마귀? 그런가. 어머니가 K의 등짝을 때리며 말했다. 씻지도 않고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머리에 지저분한 것이 나잖아. 〔……〕 안나는 방을 나가며서 다시 한 번 K의 정수리를 골똘히 쳐다봤다. 곪은 건가. 아프면 병원 가봐. K의 방문이 닫혔다. K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시 바닥에 누웠다. 방금 전에 봤던 이상한 생물처럼 뿔이 길어질 까 봐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꾹 누르며. _「어느 날 갑자기 K에게」 p. 227

안다는 것은, 누군가를 가장 많이 또 깊이 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많이 생각한 마음이다. 내 모든 것을 지금 멈추겠다. 사라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_「사랑해서 그랬습니다」 p. 284

작가의 말
1.

불면은 내게 가장 익숙한 인격이다.
자궁 속에 함께 잉태되었던 얼굴 없는 쌍생이 아닐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
깜깜한 밤이, 그 속을 멀쩡한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하는 새벽이,
어릴 때는 유령처럼 두려웠으나 지금은 오래된 친구처럼 친근하다.
두려움과 친근함의 힘에 의지해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생각을 하고 의자에 멍하게 앉아 타닥타닥 타이핑을 했다.
프린트된 원고를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불쑥 외롭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럴 때면 우편비행기를 타고 홀로 밤하늘을 날고 있는 우편배달부가 된 것 같았다.
외로웠으나 충만했고, 절망스러웠으나 슬프지 않았다.
어느새 밤이 나를 까맣게 물들였다. 이제 얼룩도 없고 흔적도 없다.
글이 준 선물이고, 글이 준 장애다.
모든 소설을 새벽에 썼다.
소설집 제목을 ‘야간비행’으로 짓고 싶었다.

2.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삶이 되었다.
앞으로도 평생 계속될 것이고
그리 되도록 힘쓰고 애쓸 것이다.
소설은 내 자신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잊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좋다.
소설가의 유일한 윤리는 좋은 글을 쓰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대로 살 것이고 함부로 낙담하거나
글의 힘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3.

사람들에 대해 말해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호명하기 시작하면 끝나지 않는 길고 긴 편지를 써야만 할 것 같다.
하지만 결국 그 편지를 부치지 못하고 구겨버릴 것이다.
희미해지거나 투명해지거나 아주 작아지길 원한다.
그대 곁에 서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끝없이 말하고 싶다.
혹은 투명한 내가 그대의 몸에 포개어 서서
당신이 갖고 있는 몸의 부피와 형상을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기도할 것이다.
사랑을 전하고 마음 다해 용서를 구한다.

4.

첫 책이 추운 날 나오는 것이 좋다.
누군가 책을 사들고 거리를 나설 때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그가 집에 도착해 외투를 벗고 책 표지에 쌓여 있는
하얀 눈을 손바닥으로 쓱 밀어내면 멋지겠다.
그런 것들을 상상하면 뭐랄까, 행복해진다.

5.

오늘은 그늘.

결말도 없고 끝도 없는 길고 긴 소설을 꿈꾼다.
소설을 평생 칠백 편 정도 쓰고 싶다.

목차

떠떠떠, 떠
가나

굿바이, 오블로
구름동 수족관
먹이
여기 아닌 어디딘가로
어느 날 갑자기 K에게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해설ㅣ아팠지, 사랑해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정용준 지음

1981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 「떠떠떠, 떠」가 제2회 젊은작가상에, 단편「가나」가 제1회 웹진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선정되었다. 현재 ‘텍스트 실험집단 루’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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