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사 (무선)

이청준전집 8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10월 20일 | ISBN 9788932020884

사양 · 292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집필 시기상 이청준의 첫 장편소설인 『조율사』는 1967년의 정치, 언론, 문화 전반에 걸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 당시 전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갖기 시작한 산업화, 도시화 속에서 고독하고 소외된 도시인들의 삶과 심리를 탁월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리고 이후 이청준 소설에 반복 심화되는 많은 모티프들을 간직하고 있다. 가령 『조율사』에서 ‘나’가 그토록 부정하려고 했던 어머니에 대한 빚이 『눈길』에서 “숨겨진 빚 문서”로 다시 등장해 아침 햇살 아래 아름다운 화해를 이끌어내며, 『당신들의 천국』과 『서편제』를 비롯한 이청준의 대표작에서 배신과 복수를 꿈꾸던 자들이 마침내 용서와 화해에 이르게 된다.
가난한 시골에서의 삶, 그리고 거기서 떠밀려 올라와 맞닥뜨린 고달픈 서울에서의 삶에 좌절하고 상처 입은 인물들을 내세운 『조율사』는 20대 후반의 젊은 소설가 이청준이 안팎에서 감지하는 소설 쓰기의 위기의식과 이를 극복한 소설가로 재탄생하려는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작품 소개]
작가 이청준의 첫 장편소설
1967년 5월 대선과 금권, 관권 선거로 얼룩졌던 6.8총선, 대대적인 언론 탄압에 이은 대규모 시위 등 1967년의 당시 정치, 언론, 문화 전반에 걸친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조율사』는 집필 시기상 이청준의 첫 장편소설에 해당한다. 평론가 김현의 증언과 작가 본인의 고백에 따르면, 작가가 대학 졸업 후 처음 직장으로 삼았던 <사상계>사에 다닐 당시 1966년 여름 집필을 시작해 1967년 초에 완성을 했다. 탈고 직후 한 잡지사로 넘어갔던 『조율사』는 근 4년간 발표가 보류되다가, 다시 계간 『문학과지성』 1972년 봄호에서 가을호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연재되며 소개되었다.

1967년 한국 사회 변화 속에 갇힌 지식인의 고뇌와 의식의 흐름
『조율사』의 주인공 ‘나’는 잡지 편집자인 동시에 소설가이다. ‘나’는 잡지 편집자로서도 낭패를 보고 있지만 “근 1년 동안 소설을 한 편도 쓰지 못하고” 있어 소설가로서도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 이유에는 물론 글을 쓰지 않고 ‘조율’만 일삼는 당시의 상황도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연애의 실패나 시골에 있는 가족과의 불화 같은 개인적인 사정도 한몫을 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나’는 출세하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를 배반하고 문학을 전공한 것. 서울에서 소설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나 서울 중산층 집안 출신인 ‘은경’과의 교제 역시 지속적으로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인공 ‘나’가 직면한 문제는 “시골 사람들의 도시에서의 적응성 여부”와도 관계있는 만큼 소설 『조율사』는, 당시 1960년대에 전 사회적으로 파급력을 갖기 시작한 산업화, 도시화가 한국 현대 사회의 삶과 풍속을 크게 규정하고 있는 바로 그 현상을 직시하고 있다. 시골 출신 서울 유학생이라는 이력을 안고 있는 개인(작가 자신이기도 한)의 정서가 보편적 감수성의 위치를 획득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자기 극복과 삶의 진실에 이르기 위한 소설 쓰기
말하고 글 쓰는 것이 억압되는 현실 앞에서, 시골의 가족이나 서울의 애인과의 불화에서 ‘나’는 계속 낭패를 겪는데 그때마다 단식과 외종형에 대한 진술을 강박적으로 반복한다. ‘나’에게 단식이란 “가사 상태로 들어가기 전의 절망에 가까운 공포감과 회복기의 진통”이며, “언제나 죽었다는 소문이 있고, 또 살아 있다는 풍문과 함께 새로운 죽음이 전해지곤 하는” 외종형은 “불사조 거인 같은 신비한 존재”로 여겨진다. 이는 어쩌면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소설가 이청준이 안팎에서 감지하는 소설 쓰기의 위기의식과 이를 극복한 소설가로 재탄생하려는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현실에 소외당하고 고독과 좌절 속에 놓여 있는 정신적 도시빈민(혹은 작가 자신)은 복수와 자기보상의 한 방편으로 ‘소설 쓰기’를 택한다. 그런데 ‘나’의 소설 쓰기가 근 1년째 중단된 데는 앞서 열거한 외적인 요인 외에도 ‘소설 쓰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라는 내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크게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창작 행위에 전념하지 못하고 창작의 준비 단계인 토론, 일명 ‘조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평론가 ‘지훈’과 시인 ‘정’, 송 교수 등이 겪는 일명 지식인의 고뇌와 토로는 끝없이 반복된다. ‘나’를 비롯한 이들의 고뇌는, 자기 바깥과 잘못된 정치권력과의 싸움, 세상을 바로잡고자 투쟁하는 용기 못지않게, 자신이나 자신 속의 갈등, 허위의식과 싸우고 극복하는 반성적 태도 역시 가치 있다는 ‘삶과 현실의 또 다른 진실’의 추구를 향한다. 소설가인 ‘나’는 비평가 ‘지훈’과의 대화 형식을 빌려 그 자신의 갈등을, 생활과 자기 문학 사이의 괴로운 갈등을 목도한다.

“나쁜 자식. 그러고도 소설을 썼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진실을 배반하면서도 네게 무슨 진실이 있다고 말하겠어? 나쁜 놈, 그들을 모조리 버리고 싶은 거지? 잊고 싶은 거지? 잊어지나? 진실이란 게 네놈식의 관념이야? 천만에. 알아둬라.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의 소박한 기대라도 함부로 배반하지 않으려는 구체적 숨결과 행위의 연속……그런 것이 진실이라는 거야. 너에 대한 그 사람들의 기대가 너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만들고, 그래서 그 사람들의 기대 앞에 네 자신의 진실이 질식당해 죽고 말 거라 말하고 싶어질 때라도, 너는 그 기대를 조금씩이라도 교정시켜줄 수 있는 성실하고 애정 어린 설득을 시험해보지 않는 한 네놈에겐 아직 어떤 배반의 구실도 주어질 수 없는 거란 말이다.” (p.156)

글쓰기에 대한 내적 고민의 토로이다. 자신의 문학과 실생활의 의지가 팽팽하게 반발하는 긴장 속에서, 그 긴장을 견뎌내야 하는 힘에서 자신의 평형과 조화를 찾을 수밖에 없는 작가의 고뇌와 숙명을 읽게 된다. 바로 여기에 이후 이청준의 대표작에서 진정으로 꽃피울 수 있었던 ‘배신과 복수를 꿈꾸던 자들이 마침내 용서와 화해에 이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표지 그림 및 글씨 김선두

이청준전집

작가 소개

이청준 지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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