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두근두근

문학과지성 성장시선

윤동주 외 85인 지음|이광호 김선우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7월 25일 | ISBN 9788932022000

사양 · 231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어떤, 기이한, 생의 한 순간
시가 내게 다가온다. 두근두근,
움트기 시작한 우리, 첫사랑!

86명의 시인들이 쓴 97편의 ‘성장시’
시를 통해 성장의 순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 책 소개

『첫사랑 두근두근』은 문학과지성사가 가려 뽑은 ‘성장시선집’이다. 문학평론가 이광호와 시인 김선우가 엮은 이 책은 ‘시’ 안에서 ‘성장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확립했다는 의미와 함께 우리 시사(詩史)에서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는 주요 시편들을 한 자리에 모은 첫번째 기획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홍사용, 정지용, 백석, 이용악, 윤동주 등이 쓴 1920~30년대의 시들로부터 김경주, 황병승, 김성규, 이근화 강성은, 윤석정, 최정진, 유희경, 박준 등 2000년대 중후반 등단한 신예들에 이르기까지 86명의 시인들이 쓴 97편의 ‘성장시’들은 극적인 성장의 이미지와 어떤 생의 절제된 이야기, 그리고 시적 도약의 순간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금까지 ‘성장’이란 개념은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을 내면적으로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성장소설’에서 주로 언급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줄거리가 아닌 순간을 봉인하는 언어 양식인 ‘시’로서 ‘성장’을 말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두 명의 엮은이는 때때로 경험하게 되는 우리 시에서의 ‘성장의 순간’들을 발굴해 사랑, 가족, 사춘기, 유년의 기억 등 성찰의 순간들을 테마로 하는 “시적 도약”의 순간들을 총 6부로 나누어 수록했다.

황지우의 시 「연혁」은 “어머니와 솔섬으로 상징되는 세속적인 역사의 공간이 길항하는 미학적 긴장감”을 통해 “개인의 실존적 내력을 펼쳐 보이(면서) 가난과 죽음과 재생을 관통하는 성장의 드라마”를 아로새기며, 고은의 시 「사치」는 유년의 기억, 즉 누님의 병과 죽음과 허무의 미학을 통해 “소년의 가장 은밀한 내부에서 일어난 어떤 […] 내적 성장을 둘러싼 상상적 모험”의 순간들이 어떻게 성장의 순간을 구축하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김명인의 「안개」는 “버림받은 유년의 헐벗음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안간힘으로 가득 찼던 그 남루한 생존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시적 성장의 계기들을 사랑의 순간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 시선집의 제목 역시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정현종, 「세상의 나무들」)”에서 빌려왔듯이, “사랑은 자라나고 시는 씌어진다.”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는 사랑이 사소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러운 사건임을 말함으로써 “사랑의 사건을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면서 한국 연시의 전통에 새로운 뉘앙스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은 “장난 같은 순간 때문에 서정적인 시간이 하나의 극적인 시간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김혜순의 시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1」이나 김행숙의 「소녀들―사춘기5」 등은 “시간의 위계와 성장의 중심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이상한 성장의 순간을 섬광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밖에도 『첫사랑 두근두근』에는 86명의 시인들이 발산하는 성장의 기쁨, 아픔, 설렘, 슬픔의 정서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지고 있다. 마치 성장시라는 장르가 본래부터, 그렇게 우리들 사이에 존재했었다는 듯.
사랑도 우정도, 유년의 기억과 성찰의 매 순간들도…… 문학과지성 성장시선 『첫사랑 두근두근』은 두근두근, 첫사랑처럼 우리를 성장시킬 것이다. 성장이 애타게 목마른 청소년들은 물론, 성장이 아스라이 그리워진 성인들에게도.

 

■ 수록 시 소개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윤동주, 「소년(少年)」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 「그 여름의 끝」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렸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걱정」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진은영, 「첫사랑」

 

■ ‘해설: 아름답고 불가능한 성장의 시’ 중에서

시에서 ‘성장’을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성장이라는 것은 하나의 존재가 더 나은 다른 존재로 변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장의 계기와 성장의 사건과 성장의 결과가 있어야 한다. 성장의 이야기는 시간과 기억의 서사이다. 성장의 담론은 어떤 사건의 완료 시점에서 발설되는 것이며, 그것은 과거형이나 과거완료형의 이야기여야 한다. 더구나 전통적인 의미의 성장소설 혹은 교양소설(Bildungsroman)은 유년시절부터 청년시절에 이르는 사이에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을 내면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묘사한 소설이며, 그 성장의 과정에 전인간적(全人間的)인 보편적 가치를 부여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시란 무엇인가? 혹은 서정시란 무엇인가? 시는 기본적으로 줄거리를 통해 생을 파악하는 예술이 아니라, 순간을 봉인하는 언어 양식이다. 따라서 하나의 시 안에서 성장의 계기와 성장의 결과를 모두 보여주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시에서 ‘성장’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아마 세 가지의 맥락이 있을 것이다. 시에서 성장의 서사를 구축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시는 어떤 극적인 성장의 모멘트를 보여준다.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것은 인과적인 서사의 논리에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생의 한 순간일 수도 있다. 생의 한 순간, 마치 극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처럼, 우리는 사소한 이미지 속에서 삶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것을 경험한다. 시에서 성장의 계기는 그 시적 순간을 포착한다. 시가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런 극적인 성장의 이미지이다. 또 하나의 경우, 시가 어떤 압축된 서사를 품을 수도 있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의 전모를 밝히지는 않더라도 어떤 생의 절제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때 서사적인 것은 서정적인 것 안으로 스며들어 성장의 몇 가지 순간들을 아로 새긴다. 그리고 또 다른 성장은 시의 바깥에서 일어날지도 모른다. 우리가 시를 읽고 시를 경험하고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시를 자기 생의 일부로 살게 되는 것은, 시를 통해 우리가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마지막 성장은 이렇게 시의 깊은 이미지들로부터 시작하여 시의 바깥에서 완성된다. 시의 내부로부터 시의 외부에 이르는 이 성장의 사건들을 시적 도약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
여기서 기이한 내적 성장의 순간이 시작되는 동시에 마감된다. 시는 이렇게 성장이라는 개념을 한사코 비껴가면서 아름답고 불가능한 성장의 순간을 새긴다.
우리는 아마도 이 모든 시적 성장의 계기들을 사랑의 순간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사랑이란 하나의 존재가 다른 존재가 되(려)는 사건일 것이므로. 그러므로 이 선집의 제목인 ‘첫사랑 두근두근’에서 ‘첫’과 ‘두근두근’은 사랑을 둘러싼 성장의 사태를 압축하는 언어이다. 모든 시적 성장의 순간에는 “첫사랑 두근두근 팽창하는 기운(정현종, 「세상의 나무들」)”이 스며들어 있으니까. 결국 그 성장이 불가능한 것이라 해도, 그 ‘두근거림’으로 인해 사랑은 자라나고 시는 씌어진다.

■ 지은이 소개

강성은 강  정 고운기 고  은 기형도 김경주 김광규 김  근 김명인 김민정
김선우 김성규 김수영 김승희 김이듬 김종삼 김중일 김지하 김행숙 김혜순
나희덕 류인서 마종기 문충성 문태준 박노해 박상수 박성우 박재삼 박  준
박형준 박후기 백무산 백  석 손택수 신경림 신용목 신현정 심보선 안도현
안현미 양애경 오규원 유  하 유희경 윤동주 윤석정 이경림 이근화 이기인
이문재 이병률 이성복 이승원 이시영 이영주 이용악 이  원 이윤학 이장욱
이홍섭 장석남 장이지 장정일 정끝별 정  영 정지용 정현종 정호승 조연호
조  은 진은영 최금진 최승자 최정진 최치언 하재연 함민복 허수경 홍사용
황동규 황병승 황인숙 황지우 황학주 휘  민

목차

제1부 사랑의 변주곡
소년 – 윤동주 | 즐거운 편지 – 황동규 | 사랑의 변주곡 – 김수영 | 꽃의 이유 – 마종기 | 우화의 강 1 – 마종기 | 세상의 나무들 – 정현종 |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 달맞이꽃 – 이홍섭 | 첫사랑 – 진은영 |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 첫사랑 – 이병률 | ㅎ방직공장의 소녀들 – 이기인 |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 김선우

제2부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사치 – 고  은 | 엄마 걱정 – 기형도 | 위험한 가계·1969 – 기형도 | 14K – 이시영 | 쇠귀나물 – 황학주 | 삼학년 – 박성우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최금진 | 새엄마 – 고운기 | 얼음나라 여자들 – 강성은 | 공중의 시간 – 유희경

제3부 사춘기가 왔다
안개 – 김명인 | 손금 – 문충성 | 다시 태어나기 싫은 아이 – 김혜순 |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2  – 유 하 | 소녀들―사춘기5  – 김행숙 | 너무 작은 처녀들 – 황병승 | 변성기 – 장이지 | 싱겁고 싱거운 – 김  근 | 그 거리 – 이승원 | 기울어진 아이 – 최정진 | 사춘기가 왔다 – 류인서

제4부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거미 – 김수영 | 소곡 3  – 황동규 | 스와니강이랑 요단강이랑 – 김종삼 | 사물의 꿈 1 – 정현종 | 살아 있는 것은 흔들리면서―순례11 – 오규원 | 갈대 – 신경림 | 동두천 1 – 김명인 | 자화상 – 최승자 | 시다의 꿈 – 박노해 | 자작나무숲으로 가서 – 고  은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 상류로 거슬러오르는 물고기떼처럼 – 이성복 | 무화과 – 김지하 | 지하인간 – 장정일 |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 가구의 힘 – 박형준 | 제도 – 김승희 | 이모에게 가는 길 – 양애경 | 내가 모든 등장인물인 그런 소설 1  – 김혜순 | 벗에게 부탁함 – 정호승 | 굴을 지나면서 – 문태준 | 삼미 슈퍼스타즈 구장에서 – 이장욱 |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 이문재 | 따뜻한 흙 – 조  은 | 아버지의 등을 밀며 – 손택수 | 오월 – 조연호 |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 내 워크맨 속 갠지스 – 김경주 | 아이들은 자란다 – 하재연 | 매일매일 Birthday! – 박상수 | 나는 국경꽃집이 되었다 – 김중일 | 복 – 백무산 | 그 집이 아름답다 – 신경림 | 우리가 소년 소녀였을 때 – 심보선 | 스무 살 – 강  정 | 그 무렵 살찌우게 – 윤석정 | 천마총 놀이터 – 박  준

제5부 그 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나는 왕이로소이다 – 홍사용 | 무서운 시계 – 정지용 | 모닥불 – 백  석 | 낡은 집 – 이용악 | 추억에서 – 박재삼 | 영이가 있던 날 – 김광규 | 연혁 – 황지우 | 고추밭 – 안도현 | 며느리밥풀꽃 – 이윤학 | 남강시편1 – 허수경 | 그 샘 – 함민복 | 시금치 사러 갔다가 – 이경림 | 장독대에 내리는 저녁 – 휘  민 | 철봉은 힘이 세다 – 박후기 | 그 봄, 아무 일 없었던 듯 – 신용목

제6부 우리들의 진화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 황인숙 | 한 나라가 간다 – 이  원 |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김민정 | 석유집 아이 – 최치언 | 권오준씨 – 정  영 | 유니폼은 싫어요 – 김이듬 | 쇠공을 굴리는 아이들 – 김성규 | 토끼에게로의 추억 – 신현정 | 우리들의 진화 – 이근화 | 자살법 – 이영주 | 마왕 – 정끝별

해설 아름답고 불가능한 성장의 시 이광호 작품 출처 | 시인 소개

작가 소개

이광호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문학평론과 에세이를 쓰며, 책 만드는 일을 한다. 산문집으로 『사랑의 미래』와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가 있으며, 그 외 『시선의 문학사』 『익명의 사랑』 『이토록 사소한 정치성』 등 다수의 비평집을 썼다. 소천비평문학상, 현대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우리 말고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부상당한 천사에게』, 장편소설 『나는 춤이다』 『캔들 플라워』 『물의 연인들』 『발원: 요석 그리고 원효』, 그 외에 다수의 시 해설서를 출간했다. 현대문학상과 천상병시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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