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한설야 단편선)

한국문학전집 40

한설야 지음 | 서경석 엮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7월 29일 | ISBN 9788932022147

사양 변형판 135x207 · 484쪽 | 가격 11,000원

책소개

한설야 단편선 『과도기』(문학과지성사, 2011)는 식민지 시대 신경향파·카프 계열 작가로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을 추구한 작가 한설야의 문학적 특징을 잘 드러내는 단편 17편을 수록하고 있다. 시대적 대세에 편승하며 작품의 경향을 바꾸었던 다른 카프 작가들과는 달리 한설야는, 주체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택한 「과도기」의 ‘창선’이 그러하듯, 급속히 근대화되어가는 조선 사회에서 노동자 계급의 전망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포착하여 형상화할  것인가를 자신의 평생 과제로 삼아 창작에 몰두했다. 흔히 한국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한 경향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이기영이 주로 현실 제도의 탐구를 통해 인간의 의식과 삶을 그려낸 작가라면,  한설야는 그의 대표작 『황혼』(1936)이 말해주듯 인간의 주체성에 초점을 맞추어 현실의 변화를 그려낸 작가라 하겠다.

■ 한설야 문학의 시기 구분_ 서경석(한양대 국문과 교수)
한설야의 작품들은 다음의 몇 시기로 나누어 분류해볼 수 있다.
첫째 부류는 그가 경향문학으로 방향 전환하기 전의 작품들이다. 1926년 그가 만주로 이주하기 전 발표된 시 몇 편과 「그날 밤」 「동경」 「주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시기 작품은 당시 청년들의 문예에 대한 일반적이고도 소박한 경향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부류는 경향문학 시기의 작품들이다. 잘 알려진 「과도기」 「씨름」 계열의 작품들이 대부분 이 부류에 속한다. 1930년대 중반 제2차 카프 사건 직전까지 이런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이 경향소설적인 성향과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사항으로 1930년대 후반에 『탁류』 3부작 창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카프는 해산되었음에도  ‘지나간 시대’의 경향소설적인 작품인 3부작 「홍수」 「부역」 「산촌」을 써서 평론가들에 의해 비판받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이다. 시대적인 대세에 편승하면서 작품의 경향을 바꾸는 카프 작가들의 일반적인 정황에 거스르고 있었다는 점은 그만의 독특한 문학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참고 지점이다.
셋째 부류는 이른바 전향소설로 분류되기도 하는 작품들이다. 1936년부터 해방 전까지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표작으로「태양」 「능금」 「딸」을 포함하여 평론가들에게 높이 평가받은 「이녕」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문학사에서는 생활문학이라 부른다. 또한 이 시기에는 본격적으로 장편소설들이 창작되기에 이른다.
넷째 부류는 해방 후의 작품들이다. 이 시기 한설야의 작품들은 이기영과는 대조적으로 창작 방법론상에서 ‘주체의 역할’을 크게 고양시키고 있다. 후에 북한 문학에서 보편적인 방법론으로 정착된 이러한 특징을 한설야 문학은 선취하고 있다.

■ 주요 작품 소개
「동경」은 한설야 문학의 1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시기 작품 가운데 비교적 작품으로서의 외형을 갖춘 것이라 할 수도 있다. 화가 S는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간호부 K를 연모하게 되고 결국 그녀를 화폭에 담아낸다는 이야기인데 연애 모티프가 예술을 매개로 하여 구현되고 있다. 이 모티프는 개화기 신소설 작품에서는 개화 담론을, 경향문학에서는 계급운동을 매개로 형상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동경」은 1920년 전후의 문학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그릇된 동경」 「합숙소의 밤」 「과도기」 「씨름」 「사방공사」 「교차선」 「추수 후」는 제2기 즉 경향소설 시기의 대표작들이다. 30편에 약간 못 미치는 경향소설들 가운데 특히 「그릇된 동경」과 「과도기」는 한설야 문학의 바탕과 이후 그의 행보를 예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그릇된 동경」은 『동아일보』에 1927년 1월에 발표되었다. 그가 「프로예술 선언」을 같은 지면에 발표한 때가 1926년 11월이었고, 만주 생활을 포기하고 귀국한 때가 1927년 1월이었다. 따라서 그의 본격적인 경향소설 창작은 이 시기부터인데 『만주일일신문』에 발표된 일문 단편을 제외하면 이 작품이 그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의 잘못된 연애와 결혼에 대한 반성이 주제이다. 세 명의 등장인물의 특징, 연애, 결혼의 동기와 반성의 계기 등을 살펴보면 이 작품이 경향소설 전체 가운데에서도 대단히 이채로운 작품임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작품이 특징적인 것은 일본과 조선이라는 대립 축으로 사태를 정리하는 데 있다.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성이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어 드러난다. 이러한 민족주의적인 시선은 일제강점기 소설에서는 대개 향토적인 것과 결합하여 형상화됨에도 이 작품에서는 조선적이라는 관념과 ‘조선(祖先)’이 결합하여 나타난다. 특히 그 ‘조선(祖先)’이라는 관념 속에서 한설야 작품의 바탕에 놓인 민족적 성향의 특징적 윤곽이 그려진다. 근대 합리주의와 민족주의를 쌍생아로 보는 염상섭의 『만세전』의 시선과 비교하여 보면 한설야의 이러한 민족주의는 본분과 근본에 가까운 도리로서의 그것에 가까이 가 있다. 연애와 결혼의 파탄 원인조차도 환원될 수 있는 원점으로서의 민족 간의 이러한 모순을 작품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1920년대 우리 소설의 희귀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과도기」는 일제하 소설사에서 한 획을 긋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당대 소설이 최서해적 경향 즉 폐쇄된 극단적인 극빈 체험의 형상화와, 박영희적 경향 즉 극단적 관념의 세계 사이에서 분열되어 작품 내용이 도식화되어가는 위기에 놓여 있었다. 「과도기」는 이 두 세계를 통일시키는 계기로서 등장한 작품이다. 「과도기」는 일반적으로 이기영의「서화」와 비교되는데 후자가 농민이 지니는 다면적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이 계층의 변화 과정의 어려움을 그려낸 작품이라면, 전자는 농민 계층 출신 노동자가 혁명적 노동자로 탈바꿈해가는 세계를 포착하려는 한설야의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제 「과도기」에서 노동자가 된 ‘창선’이 어떤 과정을 거쳐 주체적인 노동자가 되어가는가가 한설야 소설의 과제로 설정된다. 한설야는 이를 평생의 과제로 삼아 창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씨름」은 그 실패한 첫번째 속편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실패의 원인과 이후 과제를 분명히 해주기 때문이다. 「씨름」의 주인공 명호는 이미 ‘완성된’ 인물로 제시되어 있다. 문제는 ‘창선’이가 ‘명호’ 되는 과정 자체의 본격적인 탐구일 터인데 작가는 「씨름」에서는 이 과제에 소홀했다. 이 과제의 응답인 『황혼』(『조선일보』, 1936년 연재)도 평론가들에 의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설봉산』(1956년)에 가서야 한설야는 이 과제를 일정 정도 성취하게 된다.

전주사건 즉 제2차 카프 사건을 경험한 한설야는 출옥 후 「태양」 「능금」 「딸」 「이녕」 등 일련의 생활문학 범주에 드는 전향소설들을 발표한다. 제3기의 작품들이다. 이러한 작품들의 주제는 고향으로의 귀향 이후 전향자가 어떻게 생활에 적응해나가는가에 놓여 있다. 「태양」은 출소 후 고향까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서 그는 그간에 보지 못했던 ‘작은 것들’에 대해 강조한다. 「능금」에서는 고향의 가족과 생활하면서 겪는 부적응과 그럼에도 그 속에서 느낀 작은 깨달음을 내비친다. “그는 이날에 비로소 제가 갈 길을 찾은 듯하였다. 맨 밑바닥을 걸어가자! 거기서부터 다시 떠나기로 하자!”라고. 그러나 이러한 깨달음은 언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생활 바깥의 어떤 실천과 결부되어 있다.

한편 이런 양상과는 달리 생활 속에서 생활의 깨달음으로 나아간 작품으로 「이녕」을 들 수 있다. 「이녕」은 당대의 생활문학 가운데 수작에 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간의 생활을 좀더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차원에 놓여 있다. 이전의 작품들이 생활에 매몰된 자신에 대한 감상과 좌절 혹은 이 생활을 벗어난 실천의 가능성에 매달렸다면 이 작품은 좀더 거리를 두고 생활을 관찰하되, 그 속에서 포착되는 생활의 의미를 그려낸다. 생활의 재발견이라 할 만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생활문학은 두 부류로 구분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작품 이후 한설야는 이 생활로의 복귀, 그리고 새로운 모색에는 만족하지 못했다. 이 지점에서 그의 열정은 정상적 삶을 이탈한다. 「보복」 「술집」 「종두」 「태양은 병들다」 「모색」 「파도」 「숙명」 「아들」 「두견」 「세로」 「유전」으로 이어지는 이후의 단편들은 그의 빗나간 열정과 자의식 그리고 현실에 대한 패배감이나 회의가 반복되어 있다.
제4기의 한설야는 해방 후 북한에 남아 주로 북한의 문학적 과제에 대응하는 주제들을 형상화하였다. 이러한 문학적 태도는 현실의 탐색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전망의 형상화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과 직결되는 성격을 지닌다. 6‧25 전까지 그의 단편소설들을 주제별로 유형화해보면 이 사실은 바로 입증된다.
첫째로 김일성의 과거 항일 유격대 활동이나 당대의 김일성의 영웅성에 대한 형상화로서 「혈로」 「개선」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혈로」는 ‘혁명군’의 고난의 길을 그리면서도 그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왔음을 강조한다. 그 희망은 일본군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지도자의 신출귀몰함 혹은 신에 가까운 능력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계열의 작품들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이유는 작품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작품에 구현된 지도자의 영웅성 때문이다. 1946년 시점에서 한설야가 이를 집중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은 그의 앞으로 올 북한 사회에 대한 선취에 해당한다. 2002년 전후 그가 북한에서 다시 거론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다.
둘째 부류는 「모자」 「얼굴」 「남매」를 대표작으로 하는 조-소 친선에 관한 형상화이다. 특히 해방 후 북한에 진주한 한 소비에트 병사의 향수가 주제로 되어 있는 「모자」는 발표 후 북한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셋째 부류는 「탄갱촌」 「자라는 마을」에서 보이는 사회주의 건설의 형상화이다. 이 부분은 한설야가 비교적 자신 있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인데 바로 사회주의 현실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농촌이나 공장 현장에서 노력하는 일꾼들을 그려내는 일은 익숙한 작업이어서 위의 두 부류와는 그 작품의 구조적 성격이 구별된다. 그 성격에는 현실 속에서 전망을 찾는 창작 태도를 기본 전제로 하면서 당대의 정책적 입장을 반영한 다소 절충적 형태를 포함한다. 이 부류의 대표작은 「자라는 마을」이다.

 

[표지 사진] 서영철, a one’s walk, 2009

목차

[수록 작품]

동경/ 그릇된 동경/ 합숙소의 밤/ 과도기/ 씨름/ 사방공사/ 교차선/ 추수 후/ 태양/ 임금/ 딸/ 철로 교차점/ 부역/ 산촌/ 이녕/ 모자/ 혈로

작가 소개

한설야 지음

한설야 (韓雪野, 1900~1976)
1900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났으며 경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함흥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22세에 동경 유학길에 올라 니혼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이때부터 소설을 습작했다. 귀국한 뒤 26세에 이광수의 추천으로 『조선문단』에 「그날 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뒤 1927년에 카프 재조직에 참여하여 본격적인 카프 이론가로 등장하면서 작품 창작도 병행하였다. 1934년에 2차 카프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 생활을 하고 이듬해 12월에 석방되어 1936년에 첫 장편소설 「황혼」을 연재하였다. 1945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위원 135인 가운데 1인으로 초청받았으며, 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조직 결성을 주도했다. 1951년 조선문학가총동맹의 위원장을 지냈으며, 1962년 숙청당하기 전까지 활발한 작품 활동과 함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각종 자리를 지키며 정치에 가담했다. 1976년 77세로 사망하였다.

서경석 엮음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 졸업했고 현재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한국 근대 리얼리즘 문학사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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