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들의 잔을 (무선)

이청준전집 5

이청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7월 22일 | ISBN 9788932020853

사양 · 577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인간의 진실과 운명을 향한 도저한 사유, 그 쉼 없는 열정
한국 문학의 큰 산, 소설가 이청준이 일궈놓은 40년 문학의 총체
『이청준 전집』

지난 2008년 7월에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보전하고 재조명하고자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운 구성과 장정으로 준비한 『이청준 전집』 시리즈 가운데 5권 장편소설 『이제 우리들의 잔을』(2011)이 출간되었다.

이야기의 병립과 교차로 관습적 구도에서 벗어나,
현실의 표면과 심층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 이청준 초기 장편소설.
신문연재소설의 틀 안에서
글쓰기의 조건에 대한 자의식을 담금질하다.

『이제 우리들의 잔을』은 1969년 11월 15일부터 1970년 8월 14일까지 『조선일보』에 ‘원무’라는 제목으로 총 230회 연재된 신문연재소설로, 이후 1978년 예림출판사에서 ‘이제 우리들의 잔을’이란 제목을 달고 첫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단행본 출간 당시, 신문 연재시의 총 16장이었던 전체 구성이 총 10장으로 재편되었고, 등장인물의 비중 변화나 에필로그에서의 재언급 등 적잖은 텍스트의 변모도 거쳤다.

『이제 우리들의 잔을』은 무불 스님이 주지로 있는 여래암이라는 한 암자의 별채를 배경으로, 가을의 적막이 깃든 산길에서 시작해 지난한 봄기운이 한창 무르익어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저마다의 이유로 그곳에 흘러들어온 군상들이 펼쳐 보이는 이야기이다. 고시생 허진걸, 시골 면장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출마와 낙선을 오가는 김의원(김삼응), 전직 신부 안 선생, 사촌누이를 범하고 고향에서 쫓겨나온 노 군(노명식) 등이 기숙하고 있던 여래암에 지윤희라는 젊은 여성이 요양차 찾아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고시생 허진걸과 지윤희의 연애를 축으로,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여인 배경숙과 고향의 약혼녀 명순 등이 등장하면서 연애의 갈등 구조가 형성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들 모두 작품 속 C일보에 연재되는 연애소설을 따라 읽고 있으며, 소설은 각 인물들의 발화를 통해 신문연재소설에 대한 일반적 통념과 작가의 비평적 접근이 함께 수행되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의 신문소설 작가의 발언에는 자신 역시 신문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의 자의식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여기에 외부의 이념에 종속된 허구의 산물로서의 자서전(김의원)과 표현의 욕망에 내재된 나르시시즘적 쾌락의 산물로서의 일기장(노 군)이라는 다른 형태의 글쓰기와 진술이 더해지면서 작가 이청준이 일관되게 추구했던 자기반성의 진정성과 실천이란 주제의식을 부각시키고 있다. 소설의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신학을 공부하러 떠나는 노 군, 수계를 받고 새로 여래암의 주지가 되는 안 선생, 불교계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러 산을 내려가는 무불 스님, 친구 경식의 등장으로 쫓기듯 하산하는 허진걸 등 인물들에게 변화가 일어나고 마치 원환의 구성처럼 또 다른 구성원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며 여래암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렇듯 이청준의 초기 장편 『이제 우리들의 잔을』은, 연재 당시의 풍속과 인간 군상의 삶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으면서 동시에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이청준 작품 세계의 주요 모티프들을 한데 담고 있기에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가령 이 작품에서 자서전 쓰기의 불가능성의 문제는 ‘언어사회학서설’ 연작에서 더욱 심화되고, 또 소설 쓰기, 글쓰기의 일반적 차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연애의 불가능성의 문제는 『젊은 날의 이별』(원제 『백조의 춤』), 『사랑을 앓는 철새들』에서 좀더 분명한 서사적 윤곽을 띠며 변주되고, 예술의 불가능성의 문제는 ‘남도 소리’ 연작으로 이어진다. 안 선생을 통해 제시된 ‘신념의 우상’의 문제는 「소문의 벽」과 「자서전들 쓰십시다」 그리고 『당신들의 천국』에서 전면적이고 구체적 성격을 띠며 전개되기도 한다.


[해설]
이청준의 소설들은 상호 텍스트성의 원리에 의해 서로 중첩되고 연결되면서 하나의 커다란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두 편의 『이제 우리들의 잔을』은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될 이 세계에 두 가지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다. 그 하나가 이후의 텍스트들에서 확장, 진화될 모티프의 싹을 앞서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면, 그 다른 하나는 반복의 원리를 통해 텍스트들 사이의 수평적, 순환적 차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두 편의 『이제 우리들의 잔을』은 현실의 표면과 근원적 심층 사이의 어긋남, 그 아이러니를 추구하는 이청준 소설의 전형적인 격자소설 형식과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여러 내러티브들이 병립과 교차, 그리고 순환하고 있다. 이야기와 현실은 서로 넘나들고 있으며, 이야기의 시작과 마지막 역시 원환처럼 서로 맞물려 뫼비우스의 띠를 이루고 있다. 표면과 심층 사이의 위계가 사라지고 없는 이러한 반복적, 순환적 차원을 이청준의 정통적인 근대소설의 세계 안에 잠재되어 있던 탈근대적 계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_손정수(문학평론가)

“소설은 언어의 질서를 통해 반성적으로 삶을 인식 해석하고, 창조적으로 사랑하며,
자유롭고 조화로운 새 세계를 꿈꾸는 담화 행위이다.”
_이청준, 『말없음표의 속말들』에서

『서편제』 『눈길』 『당신들의 천국』 등 우리 시대의 한과 아픔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하려 한평생 고뇌한 작가 이청준. 그는 소설가로서 투철한 작가 의식, 지성인으로서 인격, 생활인으로서 겸손함, 남을 위한 배려 정신과 자신에 대한 엄격성 등 삶의 여러 본보기들을 소리 없이 실천하며 우리 곁에 머물다 간, 명실공히 한국 소설 문학사의 큰 표징이다. 말과 말의 질서를 통해 삶을 사랑하기를 문학의 궁극적 행위이자 가치로 놓았던 이청준의 작품 세계는 권력과 인간의 갈등, 집단과 개인의 불화, 언어와 사회의 길항 등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고난을 견디는 장소로서의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과 그 밑바닥의 가장 복잡한 심사들의 뒤엉킴이라는 개인적이고 미시적인 구조에까지 멀리 그리고 깊게 닿아 인간의 한 생을 파노라마로 엮는다. 다시 말해, 『당신들의 천국』이 완성한 지성의 정치학으로부터 『서편제』가 풀어낸 토속적 정한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이청준 문학이 뻗어 있는 영역은 우리 삶의 전방위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정신은 가난하고 메마른 자리에서 크고 풍요한 보람을 일구어내고
아름다운 영혼은 괴롭고 슬픈 삶에서 고결하고 진지한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일흔 해 한 생애를 소설문학의 창작에 바치고 이승을 떠난
이청준에게서 우리는 이 뛰어난 정신과 아름다운 영혼의 모범을 발견합니다.”
_김병익(문학평론가)

2009년 7월 28일에 발족된 <이청준추모사업회>와 문학과지성사가 정본으로서의 새로운 『이청준 전집』 간행에 한뜻을 모으고, 문학평론가 권오룡 정과리 우찬제 이윤옥 홍정선, 소설가 이인성 등으로 구성된 <이청준 전집 간행위원회>를 통해 이후 수차례의 논의와 협의를 거쳐 이청준 전 작품과 서지 자료 정리 및 전집 기본 구성안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지난 2년여에 걸쳐 진행된 간행위원회의 정기회의를 통해 1) (발간과 미발간 작품 모두를 포함한) 이청준 작품 목록 정리, 2) 이청준 연보 정리, 3) 각 작품 연재 지면과 발행 출판사, 작품 분량에 대한 일차적인 세부 목록 조사와 정리가 이뤄졌고, 더불어 각권의 표지 그림과 제자는 생전의 이청준 선생의 절친이자 고향 후배인 김선두 화백이 맡기로 결정하였다. 역시 오랫동안 이청준 문학에 밀착하여 정통한 비평적 노력을 기울여온 문학평론가 이윤옥 씨가 각 개별 작품들의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를 밝히는 상세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해주었다. 이 주해는 이청준 작품 세계의 소재적, 주제적, 문체적 측면의 특장과 주요 변모를 연대기적 흐름과 출판사, 판면의 변화와 함께 보여줌으로써 이청준 문학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

『최인훈 전집』 『황순원 전집』 『김현 문학 전집』 『한국문학전집』 등 한국문학의 대표 문인들의 전집을 발간해오고 있는 문학과지성사가 앞으로 5년에 걸쳐 집대성할 『이청준 전집』은, 이청준 문학의 전체를 조망하는 동시에 한국 현대소설문학의 궤적을 한눈에 되짚어보고 또 앞으로의 행보를 모색할 수 있는 뜻 깊은 계기로 거듭날 것이다.


[표지 그림 및 글씨]
김선두는 1958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제7회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데뷔하였고, 제12회 석남미술상과 제3회 부일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1992년 금호미술관 첫 개인전 이후 14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취화선」에서 자문 및 그림을 그리기도 했으며,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청준전집

목차

여래암(如來庵) 사람들 7
여성 도시 70
눈먼 요정들 128
미운 동행 204
즐거운 참회록 242
여자의 벽 281
인물 없는 자서전 341
장마철의 꽃나무 405
저마다의 잔(盞) 앞에서 448
에필로그 491
해설 | 내러티브들의 원무_손정수 494
자료 |  텍스트의 변모와 상호 관계_이윤옥 535

작가 소개

이청준 지음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퇴원」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 데로 임하소서』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춤추는 사제』 『이제 우리들의 잔을』 『흰옷』 『축제』 『신화를 삼킨 섬』 『신화의 시대』 등이,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 『소문의 벽』 『가면의 꿈』 『자서전들 쓰십시다』 『살아 있는 늪』 『비화밀교』 『키 작은 자유인』 『서편제』 『꽃 지고 강물 흘러』 『잃어버린 말을 찾아서』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이 있다. 한양대와 순천대에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한편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21세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사후에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2008년 7월, 지병으로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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