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최수철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1년 6월 10일 | ISBN 9788932022130

사양 · 582쪽 | 가격 14,000원

분야 장편소설

책소개

“나는 침대다. 당신은 나의 침대다. 모든 것은 모든 것을 위한 침대다.”
깊고 평안한 잠과 경이로운 꿈을 선사하는 침대로부터의 초대……
이제, 삶이라는 한 편의 우주적인 꿈이 시작된다.
최수철 6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페스트』처럼 번지는 ‘자살’에서 『침대』 위에서 벌어지는 ‘삶’으로

작가 최수철이 『페스트』 이후 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침대』를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냈다. 자신이 천착해온 의식의 해체, 엄정한 문체, 도저한 지적 사유라는 작가적 과제와 스타일을 견지하면서도 개인 스스로 삶을 방기하는 ‘자살’이란 문제를 전면화했던 『페스트』에서 폐쇄적 개인에서 사회로 문제의식의 확대를 시도했었던 최수철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조심스럽게 이러한 변화를 꾀하면서 그 변화의 양상을 본격화 ․ 구체화시킨 바 있다. 이번에 펴낸 『침대』에도 이러한 변화는 고스란히 이어진다. 하지만 더 나아가 개인 의식사에서 사회구조로 확대된 내러티브 속 구체적 무대, 구체적 등장인물, 구체적 사건의 출현 그리고 한껏 외연화된 주제의식 등은 전작에 비해 훨씬 더 견고해졌다.

특히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의식과 언어의 카오스에 내던져진 존재 탐구의 글쓰기와는 또 다른,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은 최수철 장편소설의 치밀한 소설 쓰기를 만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고지 2,000매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으로 사람이자 요람, 관으로 살아온 침대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이번 장편은 2010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한 단편 「침대에 대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그 단편의 이야기들이 수정을 거쳐 이번 장편 적재적소에 들어 있기도 하다. 이미 그는 단편에서 이번 장편에 대한 암시와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여기에서 멈추는 까닭은, 앞에서 말했듯이 침대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무궁무진하게 진행되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졌던 단편에서 “세상의 모든 일은 침대로부터 비롯되고, 또한 그 모든 일은 침대로 향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던 작가는, 『침대』에서 한 그루의 자작나무가 침대로 탄생한 후 시베리아-리에파야 항구-발틱-희망봉-싱가포르-대한해협에 이르는 백여 년간의 삶으로 확대하고 “모든 것은 모든 것을 위한 침대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우리 모두의 삶을 꿈으로 꾸면서 그로부터 그치지 않는 영감을 얻었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지는 침대의 삶은 또한 우리의 삶, 우리의 역사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한 편의 우주적인 꿈이 아닐까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침대 위에서 태어나고 침대 위에서 죽음을 맞는 우리들의 삶은 어쩌면 하나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그렇기에 우리는 어쩌면 모두 하나의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그렇다면 나의 꿈이 너의 꿈인 이곳에서 우리는 서로의 침대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침대의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침대 위에서 꾸는 하나의 꿈

그 길고 파란만장한 침대의 여정은 다음과 같다.

 

서시베리아 침엽수 지대에서 자란 활엽수 자작나무인 ‘나(침대)’는 비록 활엽수이지만 침엽수 지대에서 자란 탓에 침엽수의 심장과 영혼을 가지고 있다. 이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 미누는 그와 그의 여인 우그리아를 해치려는 칼리우(악령)와 대결을 펼친다. 칼리우는 인간의 잠과 꿈을 방해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꿈속의 ‘악마’이다. 몽마, 인쿠부스, 스쿠부스 모두 다 칼리우의 일종인 것이다. 대결 ㅤㄱㅡㅌ에 칼리우에게 사랑하는 우그리아를 빼앗긴 후 미누는 자작나무였던 나를 베어 우그리와와 그의 안식처를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미누와 우그리아를 품은 관이자 요람, 침대가 된다.

나(침대)는 칼리우와 미누, 우그리아, 세 영혼을 품은 관이 되는데, 그 후 벌목꾼에게 발견당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실려 대륙을 가로질러 리에파야 항구에 도착한다. 이로부터 시베리아-리에파야 항구-발틱-희망봉-싱가포르-대한해협에 이르는 백여 년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다리가 네 개 달리고 머리에는 단이 세워진 침대로 거듭 태어난 후 의사 자격으로 전장에 참여하는 안드레이의 침대로 병원선에 실려 온갖 전쟁의 참상을 보고, 인간들의 영혼이 말라비틀어지고 참혹하게 꺾여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병원선이 일본 함대에 나포되어 일본의 사세보라는 항구에 강제 호송된 침대는 무라사키라는 잔혹한 일본 군인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장교 전용 구락부의 온천탕과 연결된 휴게실에 놓인 침대는 온천물의 유황 성분이 자꾸 닿아서인지 검붉은색의 기괴한 눈알처럼 생긴 옹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그 옹이는 ‘악마의 눈evil eye’이라 불린다. 그 뒤 고위층을 위한 침소로 옮겨지는데, 여기서 기생 후쿠쓰케와 운명적으로 만난다. 후쿠쓰케는 이 침대로 피신해 곤히 잠을 자곤 했는데, 어느 날 이 침대에서 자다가 취객 두 명에게 발견되었으나 그들이 자신을 범하지 못하고 그냥 되돌아간 이후로 더욱 이 침대를 사랑하게 된다. 한편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을 드나들고 한때는 벼슬도 했으나 이제 한낱 풍류객에 불과한 신세로 일본을 떠도는 독설가이자 요설가 장선우와 사랑에 빠진 후쿠쓰케 침대 위에서 아이를 잉태하는데, 출산 중에 후쿠쓰케는 그만 죽고 만다. 그리고 후쿠쓰케의 유언대로 침대만 홀로 조선으로 향한다.

침대는 조선의 세도가 송병수의 저택에 도착하게 된다. 송병수 저택은 각국의 침대들이 모여든 각축장으로, 오종(프랑스 인) 브리너(러시아 인) 마쓰이(일본인) 유적이 모인 자리에 침대가 선보인다. 어린 나이에 황제의 딸과 결혼하고, 조선에 침입한 제국주의자들에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유적은 조선에 들어온 침대를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보고 오줌을 갈기려고 하다가 구금당하고, 여기서 장선우와 해후한다. 유적을 흠모한 장선우의 동생 장선이는 그의 회복을 돕는다. 그사이 송병수는 유람을 떠나서 각 나라를 돌아다니다 죽고, 유적은 연금에서 풀려나 황제에게 ‘만국 침대 박람회’를 열게 해달라고 요청한다. 거기서 유적은 조선을 침입한 침대들, 하나같이 약탈자들이고 모리배들이고 엄청난 욕정의 소유물인 이 침대들들 불사른다. 이 일로 오종과 브리너는 스파이 행각이 발각되어 추방당한다. 이 화재 현장에서 나(침대)는 간신히 살아남지만, 유적은 화재 여파로 죽고 장선이 역시 그를 따라 죽는다.

쓸모가 없어진 침대는 다시 송병수의 저택 창고에 옮겨져 창고에 침입한 온갖 부랑자들, 도둑들의 난폭한 행위들을 지켜본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창고의 침대를 꺼내 굿을 하려고 할 때 힘센 남자 하나가 나타나 침대를 가져간다. 그는 유랑 서커스단의 단장으로, 나라를 빼앗긴 설움 때문에 유랑을 하다가 나라를 되찾고 나서도 갈 곳 없는 부랑아들을 모아 또다시 유랑을 떠난다. 단장이 아낀 단원 세 명이 있으니, ‘장강’ ‘동산’ ‘베드’이다. 도적질을 하고 서커스단에 흘러들어온 장강은 차력사나 아크로바트를 담당하고, 침대의 영혼을 가진 동산은 재담꾼이다. 그리고 어렸을 적 동생을 잃고 늙은 신사의 손에 키워지다 세상으로 나와 온갖 고초를 겪은 뒤 서커스단에 들어온 베드가 있다. 나(침대)는 서커스단에서 최면술사의 침대가 되기도 하고 마술사의 침대 노릇도 한다.

단장은 점점 최면술에 빠져들어, 심령술사, 신비주의자가 되어간다. 공연도 그로테스크하거나 난해하고 선정적인 분위기를 띠게 된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장강과 동산 간의 커다란 혈투가 벌어진다. 장강은 지명수배를 당하고 동산은 부상을 당한다.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단장은 죽고 난쟁이 꼽추와 늙은 광대가 침대를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강물에 떠내려가다가 거지 왕초에게 발견된 침대는 거지 집단에서 왕초의 침대로 쓰이다가 전장에서 퇴각 중인 군대에 발견된다. 이 군대의 중대장인 박기수는 침대에서 아주 오랜만에 짧은 단잠을 잔 후, 침대를 나뭇가지로 잘 가려놓고 전장으로 떠난다.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숲 한가운데에서 이 침대를 발견한 병사들은 짧게 잠을 자고 떠난다. ‘악마의 침대’로 불린 이 침대가 속한 죽음의 사각지대를 두고 결전이 벌어진다. 양측의 수장은 박기수와 장강이었는데, 무참한 살육이 벌어지는 와중에 연합군인 매킨리 대령으로부터 싸움을 중지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수용소에 수감된 장강은 동료들에게 배신당해 인간 침대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수용소에서 벌어진 폭동을 진압한 박기수는 침대를 차지해 눕는다. 군의관 정수로는 침상이 부족했지만 박기수를 그 침대에 눕게 한다. 나(침대)는 박기수를 따라다니는 앳된 청년의 부관 ‘김홍일’을 만나고 깜짝 놀란다. 김홍일이 바로 후쿠쓰케와 장선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기 때문이다. 한편, 홍일(쿠리모토 무라사키)은 지뢰 파편에 심한 부상을 입는데, 거의 죽을 뻔한 그를 침대는 자신의 온 힘을 그러모아 살린다. 홍일은 자는 동안 침대로부터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박기수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침대는, 인간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이야기 침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난 후 세상은 어지러워 온갖 침대가 시장으로 나오게 된다. 휴전 이후, 침대는 정수로의 병원 특별진찰실에 자리를 잡는다. 박기수는 군부에 남았고 동산은 석방돼 고위 관료가 되었다. 정수로와 박기수는 서로를 자신의 사람으로 삼았다. 세상이 어지러운 틈을 타 군의 동요가 심해지자, 박기수는 어느 날 지속적 음경발기증(성기가 발기되어 가라앉지 않는 병)을 얻은 것을 계기로 세상의 지배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박기수는 발기가 지속된 사람들을 모아 쿠데타를 꾸미고, 병원은 감옥이 된다. 권좌에 앉는 데 성공한 박기수는 자신의 모든 침대를 ‘호텔’로 보낸다. 그 호텔은 고문침대 등 게스트룸과 지하 감방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며, 반체제 인사를 회유하기 위해 안락함도 제공하는 곳이다. 침대는 이제 지옥으로 떨어지고, 왕초는 그 ‘호텔’의 책임자가 된다. 이 호텔에서 왕초는 ‘침대 위의 수도승’을 고문하다가 죽인다. ‘침대 위의 수도승’은 무의식까지 완벽하게 통제하여 어느 침대에서나 잠들 수 있는 사람이었다. 수도승에 대한 고문과 죽음으로 민중 봉기가 일어난다. 중앙정부의 거대한 침대에는 금이 가고, 민중의 침대가 깨어난다. 박기수가 집권한 지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행사를 하루 앞두고, 조촐한 저녁 식사 자리가 마련된다. 왕초는 침대 위의 수도승을 죽인 뒤 계속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다가 박기수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권총을 소지하고 등장한다. 결과적으로 박기수, 왕초, 정수로가 격투 끝에 죽고 홍일(후쿠쓰케의 아들)은 부상을 입는다.

박기수의 죽음으로 독재정치가 종식된 후 침대는 독한 표백제와 세척액으로 핏자국을 씻어내고 지하의 기밀실에 유폐된다. 홍일은 언젠가 박기수를 복권시킬 사명감을 갖고 침대를 자신의 별장으로 빼돌린다. 홍일에게는 아내 예주와 남매, 하람과 연조가 있다. 아내와 아이들이 주말마다 별장을 찾아 침대에서 잠드는 동안, 침대도 같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홍일이 죽고 아내인 예주도 미쳐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홍일의 아들인 하람은 처음에 침대를 불길하게 생각했으나, 정부의 부정 재산 화수 조처에 맞서 별장과 침대를 지키기로 마음을 바꾼다. 동생인 연조는 오빠인 하람이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목격한 후, 그의 외로움을 치유해주기로 마음먹고 수아(박기수의 딸)를 별장으로 부른다. 수아는 매일 밤 친구들을 불러 침대 위에서 난교 파티를 벌인다. 그렇게 난교를 벌이다 어느 날 침대 위에서 죽을 뻔한 수아를 최불이란 사내가 구해낸다. 최불은 하람에게 “자기의 육체의 소유권”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하람은 온갖 방식으로 최불의 육체를 유린하나 최불은 동요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연조가 최불을 데리고 들어와 하람과 함께 나란히 침대에 눕는다.

하람은 어느 날 최불의 집에 들렀다가 최불이 침대 조각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불이 자신에게 육체의 소유권을 주었던 것은, 최불이 스스로 침대가 되어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안 하람은 배신감을 느끼고 침대를 경매에 넘긴다. 그곳에서 침대는 최불이 바로 미누가 환생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되고, 결국 나(침대)는 최불에게로 간다.

침대와 해후한 최불은 틈만 나면 침대에 누워 많은 영감과 꿈을 얻으려고 한다. 연조는 최불을 위해 서울 근교에 5층짜리 건물을 사들여 <갤러리 침대>를 열어 1,2층은 전시 공간, 3층은 사무실, 4, 5층은 작업실로 사용한다. 최불은 무서운 속도로 침대를 주제와 소재로 삼은 많은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침대는 그런 최불을 자랑스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최불은 다른 나라에 전시회 참석차 겸 여행을 갔다가 침대를 버리고 도망 온다. 침대와 자신이 너무 일체화되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침대는 수취인 불명이 되어 귀국하고 가장 누추한 곳에서부터 가장 기이한 곳까지 떠돌며 갖가지 진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도박사의 침대가 되기도 하고, 임시로 외과 의사의 수술 침대가 되기도 하며, 경찰에 넘겨져 부검 침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를 찍는 현장, 스트립 댄서의 쇼 장, 유곽들을 전전하며 특이한 침대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도 듣는다. 소설가를 만나 침대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소재로 들려주기도 한다.

결국 다시 하람을 만나는데, 하람에게는 이태원에서 만난 기량이라는 사내가 옆에 있다. 하람은 차츰 이성애에 눈을 떠가는 과정에 있었다. 한 병원의 응급차 운전수로 일하고 있는 기량은 하람과 최불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그러나 기량의 손길이 닿는 순간, 침대는 기량이 살인자임을 알아챈다. 기량은 애인을 충동적으로 죽인 후, 또 다른 살인충동을 느껴 침대 위에서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침대 살인마’가 된다. 형사 유병은 침대 살인마를 전담해 쫓는다. 기량은 급기야 연조에게 약물을 투여한 후 나(침대)에 눕혀 [침대와의 결혼]이라는 작품을 완성하려고 한다. 기량은 꿈과 현실 사이에 채널을 열어 몽마들을 하객으로 불러 모은다. 그 순간, 유병이 들이닥치고, 유병은 몽마들이 그의 손가락을 잘라내 손가락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자 침대를 끌어안는다. 꿈의 권능에 금이 가자 꿈의 마법이 풀리면서 모두들 현실로 돌아온다. 기량은 하나의 거대한 갑충이 되어 침대에 꽂히고 돼지로 변한 몽마들이 그의 가슴을 물어뜯어 죽음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갑충이 된 기량은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힘을 그러모아 자기 속의 악마를 불러내어 결합한다. 그 악마는 바로 제1장에서 나왔던 칼리우였다. 칼리우는 오랜 시간 동안 모습이 더욱 기괴해져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고 어떤 것으로든 침투할 수 있는 상태였다. 칼리우는 최불, 연조, 하람, 유병 등을 침대(나) 위에 눕혀 악령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이 대결에서 결국 침대가 칼리우를 제 몸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이긴다. 이 대결이 끝난 후 최불과 연조는 결혼식을 올린다.

 

이처럼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가운데 실제의 일을 연상시키는 사건과 인물들과 마주하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침대에 실려 떠나는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침대 위에서 봇물처럼 터진 이야기들이 서로 촘촘하게 짜여 끝나지 않을 꿈처럼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창밖에서는 또 계절이 열 번이 넘게 바뀌었다. 그 시간 동안, 작은 발원지에서 물이 흘러내려 큰 강을 이루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난관도 겪고 즐거움도 누렸다. 지금도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침대’만큼 좋은 소재가 또 있을까?”

처음 침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정한 후로, 내 머릿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일화들이 쉬지 않고 만들어졌다. 게다가 그 일화들이 서로 엮이면서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오는지, 그것들을 어떻게 한자리에 쓸어 담아야 할지 몰라 행복에 겨운 고민을 해야 할 정도였다.

나는 우리의 삶이 각기 한 편의 우주적인 꿈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우리 모두의 삶을 꿈으로 꾸면서 그로부터 그치지 않는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이 『침대』는 독자들의 몫이다. 이제 나는 이 책이라는 침대가 독자들에게 깊고 평안한 잠과 아름답고 경이로운 꿈을 선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1년 6월

최수철

목차

제1장 침대의 탄생

제2장 대항해

제3장 이상한 나라의 침대

제4장 불타는 침대들

제5장 광대들

제6장 전쟁과 침대

제7장 잠과 꿈의 독재자

제8장 육체의 소유권

제9장 이 세상의 모든 침대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최수철 지음

1958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불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맹점」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공중누각』(1985), 『화두, 기록, 화석』(1987), 『내 정신의 그믐』(1995), 『몽타주』(2007) , 『갓길에서의 짧은 잠』(2012) 등이, 장편소설로 『고래 뱃속에서』(1989),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사랑』(4부작, 1991), 『벽화 그리는 남자』(1992), 『불멸과 소멸』(1995), 『매미』(2000), 『페스트』(2005) 『침대』(2011),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2013)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2010), 김유정문학상(2009), 윤동주문학상(1998), 이상문학상(1993)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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