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학 강의―이야기에 대한 모든 것

원제 The Cambridge Introduction to Narrative

H. 포터 애벗 지음|우찬제 옮김|이소연 옮김|박상익 옮김|공성수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0년 11월 19일 | ISBN 9788932021683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6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문학 이론과 영화 이론, 커뮤니케이션 연구, 담화 분석, 여성 및 젠더 연구, 역사학, 비교매체학, 비판법학 이론까지……

명확하고 실용적이고 광범위하면서도 독창적인 서사 입문서!

 

 

서사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떻게 구조화되는가. 인간과 서사는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가. 서사는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가. 매체 또는 문화적 맥락이 변할 때 서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예술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영역에서 우리는 어떻게 그토록 자주 서사들을 발견하게 되는가.

독자들과 더불어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씌어진 『서사학 강의—이야기에 대한 모든 것』은, 기초적인 개념 정의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논점을 파고드는 접근법을 취하는 친근한 방식으로 서사의 구조와 정의를 간명하고도 체계적으로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문학뿐 아니라 영화, 연극, 만화 등 고급·대중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예들을 제시하고 있으며, 시대를 가로지르는 예시, 참고 자료들이 각 장과 행간에 넘쳐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에서 배운 서사 이론과 원리들을 손쉽게 자신의 관심 분야에(나아가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 방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 책 속으로

 

‘서사는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여기서는 일단 서사의 역할은 다양하며, 다음 장에서 이에 대해 자세히 논하게 될 것이라는 점만 밝히고자 한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여러 가지 대답 중에서 오직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가장 타당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서사는 인류가 시간에 대한 이해를 구조화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1장 「서사와 삶」, 22쪽)

 

서사가 끝나고 ‘실제세계’가 시작되는 경계는 어디인가? 이는 어떻게 보면 간단한 질문이다. 서사는 발단에서 시작하고 결말에서 끝난다. 그러나 서사와 세계 간의 구분이 그렇게 명확하지만은 않다. 글로 된 서사는 이에 덧붙여진 언어, 때로는 그림들과 한데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각 장의 제목, 난외 표제, 목차, 서문, 후기, 삽화, (선전문구가 동반된) 표지 등이 이에 해당된다. 〔……〕

어떤 경로로건 시작 단계부터 서사와 함께 동반되는 이러한 자료들을 지칭하기 위해 제라르 주네트는 곁테스트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서사의 영향력에 대해 논할 때에, 우리는 곁테스트의 역할에 대해서는 간과하기 쉽다. 우리는 서사 전체가 처음과 중간과 끝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자신이 읽거나 듣거나 본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멋있는 책표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이야기를 읽고 싶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이야기가 그 표지의 화려함을 채워주지 못했을 때 실망감은 오히려 배가될 수 있다. 광고는 상업적인 이유로 관객들에게 특정한 연극 또는 영화에 대해 기대감을 품게 만들지만, 작품이 이런 기대와는 완전 딴판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 삶의 조건에 대해 황량하고, 정적이며, 암울한 유머를 담아 무대화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초연 시에 “두 대륙을 떠들썩하게 할 웃음의 무대”라는 광고 문구로 선전되었다. 그 결과, 이 공연은 관중에게 잘못된 기대를 심어주었으며, 공연 첫날 밤 경쾌한 코미디를 기대하고 왔던 마이애미의 중상류층 관객들은 1막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극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3장 「서사의 경계」, 69~71쪽)

 

배심원 앞에서 논증하는 노련한 변호사, 유권자들에게 연설하는 정치가, 혹은 수요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광고업자들은 청중이 마음속에 간직한 마스터플롯을 움직이는 서사를 사용함으로써 수사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심슨 재판의 평결에 대한 반응의 명확한 차이와 그들이 지키려고 했던 가치의 강도는, 심슨의 ‘스토리’가 심리 기간 동안 미국 문화에서 강력하지만 첨예하게 대립하는 몇몇 마스터플롯에 연결되었다는 사실에 빚지고 있다. 심슨을 강력하게 옹호하는 첫번째 마스터플롯은, 이 사건이 ‘그의 신분에서’ 벗어난 흑인을 부당하게 징벌한 스토리라는 것이다. 이 마스터플롯에서 피고인의 검은 피부는 그를 범죄와 쉽게 연결시켜 처벌을 조장하고 있다. 이 스토리는 19세기 노예 서사에서부터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1952)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판본으로 진술되었다. 그 재판에서 사용된 또 다른 강력한 마스터플롯은 매 맞는 아내의 스토리이다. 이 마스터플롯은 기소인 측이 니콜 심슨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즉, 그에게 부여되었던 부와 명예가 부당한 특권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또 이것은 미국인의 문화적 삶에서 자주 출현하는—대부분의 문화권에서 그러하겠지만—마스터플롯이기도 하다. 심슨 재판에서 기소인 측이 해결해야 할 까다로운 문제 중 하나는, 어떻게 샌프란시스코 게토에서 성장한 흑인을 부당한 특권에 대한 마스터플롯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가였다. (4장 「서사의 수사학」, 102~103쪽)

 

결론부터 말하면, 종결은 우리가 서사 안에서 찾고자 하는 ‘바로 그것’이라는 사실이다. 우리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거나, 기대의 실현을 구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종결을 찾는다. 〔……〕 종결은 욕망에 만족감을, 서스펜스에 안도감을, 혼란에 명확함을 가져다준다. 그것은 정상적인 상태를 향한다. 그것은 마스터플롯을 인증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우리는 너무 빠른 종결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종결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품게 되는 질문들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사용하는 ‘우리’라는 말이 나와는 아주 다른 수없이 많은 사람을 지칭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야 할 것 같다. 우리 중 몇몇은 종결을 요구한다. 그들은 종결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사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카프카를 훨씬 더 좋아하기도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기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아주 폭넓은 서사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비행기에서 읽을 미스터리물을 골라 집었다면, 시의원 스텁스를 죽인 자를 알아내지 못할 때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를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경우일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 중 몇몇은 다른 이들이 결코 종결을 찾지 못하는 곳에서도 종결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읽는 것이다. (5장 「종결」, 130~31쪽)

 

서사 읽기는 섬세한 조직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식하여 삽입하는 일과 매우 비슷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들은 더읽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서사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서사가 끌어내는 동력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란 뜻이다. 서사 내부의 틈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쓴 볼프강 이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토리가 역동성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가피하게 누락된 부분들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동시에 독서 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신의 작용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서사를 ‘역동적인 것’으로 만드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서사의 빈틈을 채우는 활동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이 활동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7장 「서사의 해석」, 179~80쪽)

 

이 장에서 중시되었던 주제를 다시 언급하면, 서사에서 의미를 만들어낼 때 우리 모두는 적극적인 협력자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해석은 어느 정도 창작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사를 읽거나 보거나 혹은 듣는 순간에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덧붙이고, 뒤를 따르면서도 형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 둘 사이에는 일종의 연속체가 존재하며, 어떤 점에서 우리는 이른바 해석이라고 하는 것이 점차 일종의 창작과 유사하게 되어가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악명 높은 오해라고 할지라도 해석은 여전히 존재한다. 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모든 위대한 예술 작품은 필연적으로 선배 예술 작품에 대한 강력한 오해의 소산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창작 과정에서 적용하는 읽기가 갖는 의미에 대한 탁월한 언급이며, 창조성과 해석 간에 존재하는 밀접한 관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위대한 작가들뿐만 아니라 모든 저술가들은 스토리를 취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고쳐 쓰는 과정에서 ‘적용하며 읽는’ 해석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8장 「서사 해석의 세 가지 방법」, 209~10쪽)

 

서사에 관해 자명한 한 가지 사실은, 그것이 우리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 아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도 한 사람의 등장인물이 아니겠는가? 다시 말해 우리는 등장인물과 비슷하며, 또한 등장인물은 대부분의 스토리에서 행위와 더불어 두 가지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를 구성한다. 극단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우리가 스스로를 서사 속의 인물로서 구성해야만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러한 진술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정적인, 비서사화된 조건에서 인간을 해부하고 분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구성하는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요소에 대한 이해를 광범위하게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더 정확한 일반화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시간을 통해 행위하는 활동적인 실체로서, 우리 자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서사를 통해서이다. (10장 「등장인물과 서사 속의 자아」, 247쪽)

 

스토리들은 재판정에서만 투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서사의 경쟁은 거의 모든 곳에서 일어난다. 다만 법정에서의 경쟁은 서사가 벌이는, 그리고 서사에 관련된 집중력의 강도와 규범의 통제가 다른 분야에서보다 더욱 강력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재판에는 심판과 판사가 존재한다. 이들은 그/그녀가 진행하는 서사의 경쟁에 적용되는 규범들을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판사는 포함될 수 있는 것과 배제해야 할 것, 발언할 수 있는 사람, 발언하는 방식, 서사의 일부가 보조적인 서술자 또는 증인들로부터 도출되는 방식 등을 통제한다. 그러나 통제의 강도는 더 약할지 모르나, 서사들은 대부분의 삶의 영역에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학계에서 벌어지는 논쟁이 대표적이다. 학문 영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학계는 다양한 정도의 중재를 받는 서사의 경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13장 「서사의 경합」, 361쪽)

목차

제1판 서문/ 제2판 서문

 

1장 서사와 삶

서사의 보편성/ 서사와 시간/ 서사 지각

 

2장 서사의 정의

기본적인 의미/ 스토리와 서사담화/ 스토리의 중개(구성)/ 구성적 사건과 보충적 사건/ 서사성

 

3장 서사의 경계

액자서사/ 곁테스트/ 서사의 바깥경계/ 하이퍼텍스트서사/ 서사인가 아니면 삶 그 자체인가?

 

4장 서사의 수사학

서사의 수사학/ 인과관계/ 표준화하기/ 마스터플롯/ 서사적 수사학의 실제 사례

 

5장 종결

갈등: 아곤/ 종결과 끝/ 종결, 서스펜스 그리고 놀라움/ 기대층위에서의 종결/ 질문층위에서의 종결/ 종결의 부재

 

6장 서술

해석에 관한 몇 가지 단어/ 서술자/ 서사의 진술은 모두 서술자의 몫인가?/ 목소리/ 초점화/ 거리/ 신뢰성/ 자유간접문체/ 연극과 영화에서의 서술

 

7장 서사의 해석

내포저자/ 덜읽기/ 더읽기/ 틈/ 기점/ 반복: 테마와 모티프

 

8장 서사 해석의 세 가지 방법

서사의 통합성에 관한 질문/ 의도를 헤아리며 읽기/ 징후적 읽기/ 적용하며 읽기

 

9장 매체 간 각색

창조적 파괴로서의 각색/ 상연 시간과 속도/ 등장인물/ 비유적인 언어/ 틈/ 초점화/ 시장의 제약

 

10장 등장인물과 서사 속의 자아

등장인물 vs. 행위/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 등장인물이 현실적으로 될 수 있는가?/ 유형/ 자서전/ 연행으로서의 삶에 관한 글쓰기

 

11장 서사와 진실

픽션과 논픽션/ 어떻게 픽션과 논픽션을 구별하는가?/ 픽션 속의 역사적 사실/ 픽션의 진실

 

12장 서사세계

서사 공간/ 스토리세계의 정신/ 복합적인 세계들: 갈림길서사/ 복합적인 세계들: 서사적 메타제시

 

13장 서사의 경합

서사의 경합/ 서사의 격자 구조/ 섀도 스토리/ 동기부여와 성격/ 마스터플롯과 유형들/ 문화 속의 마스터플롯,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 서사의 투쟁은 어디서나 벌어진다

 

14장 서사의 협상

서사의 협상/ 서사적 협상으로서의 비평적 독해/ 종결의 중요성/ 종결의 끝?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그림 목록

용어 해설 및 주제별 색인

 

작가 소개

H. 포터 애벗 지음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와 토론토 대학University of Toronto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UC 샌타바버라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 영문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사뮈엘 베케트의 소설: 형식과 영향The Fiction of Samuel Beckett: Form and Effect』 『일기 형식의 소설: 행위로서의 글쓰기Diary Fiction: Writing as Action』 『베케트가 쓴 베케트: 저자가 쓴 글 속의 저자Beckett Writing Beckett: the Author in the Autograph』 등이 있다. 19세기와 20세기 문학 전반과 모더니즘에 대한 폭넓은 연구 활동을 펼쳐왔으며, 최근에는 인지 이론, 진화론 등의 분야를 중심으로 한 연구와 저술에 전념하고 있다.

우찬제 옮김

1962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평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 『욕망의 시학』 『상처와 상징』 『타자의 목소리』 『고독한 공생』 『텍스트의 수사학』 『프로테우스의 탈주』 『불안의 수사학』 『나무의 수사학』 『애도의 심연』 등이 있다. 팔봉비평문학상, 소천이헌구비평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박상익

서강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단국대학교 미디어콘텐츠 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제국신문 단형 서사체의 논증방법 연구」가 있다.

공성수

서강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소연

연세대학교 영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 졸업.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9년 『현대문학』 문학 평론 부분에 「불우한 자들의 불꽃놀이: 김애란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역서로는 『서사학강의』(H. 포터 애벗/문학과지성사)(공역)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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