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10년 4월 9일 | ISBN 9788932020495

사양 양장 · · 398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꿈이 무슨 통닭이냐고!”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그들의 꿈으로 빚어낸 현실보다 더 지독한 상상

윤고은의 첫번째 소설집

혼자 식사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원, 꿈을 대신 꿔주는 철학관, 폭설로 고립된 사람이 야생동물이 되는 무인 모텔 등을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아니면, 21세기에 빈대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린 사람들, 백화점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휴지 위에 소설을 쓰는 소설가는 또 어떤가?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무중력증후군』을 통해 놀라운 상상력과 경쾌한 언어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던 젊은 작가 윤고은의 첫 소설집 『1인용 식탁』에는 이렇듯 우리의 현실과 너무나도 밀접해서 정말 있을 법한 일들, 그러나 쉽사리 상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전작 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과 더욱 폭넓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집에서 일상에 스며든 윤고은의 상상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표제작 「1인용 식탁」은 회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패스트푸드점이나 작은 음식점에서 혼자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이젠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깃집에 혼자 와서 고기를 굽는 일은 당사자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낯설다. 그런데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이 있다면? 이 작품의 화자는 헬스장을 등록할 수도, 요가를 다닐 수도, 홍삼 엑기스를 사거나 감마리놀렌산을 먹을 수도 있는 돈으로 혼자 식사하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두려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 진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로 가장된 현실로 들어간다.

「달콤한 여행」은 어떤가.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빈대 소동이다. 다니던 직장을 잃은 주인공은 여행 계획을 세우다 빈대 피해 사례들을 접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여행 내내 그를 괴롭힌 빈대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계속된다. 결국 빈대 퇴치의 거대한 숙주가 된 주인공은 돌아올 기약이 없는, 그야말로 달콤한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조금은 과장되고 생뚱맞아 보이는 이 빈대에 얽힌 이야기는 어쩐지, 너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어서 읽는 동안 왠지 모르게 몸이 가려워질 정도이다.

「인베이더 그래픽」의 화자는 소설가이다.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으나 이렇다 할 작품을 발표하지 못한 그는 주위 사람들의 눈에 그저 백수로 비칠 뿐이다. 부모님의 눈을 피해 그녀가 집필을 하러 가는 곳은 바로 백화점 화장실. 종이를 대신할 두루마리 화장지가 무제한으로 제공되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는 물론 인터넷까지 공짜로 쓸 수 있는 그곳은 소설을 쓰기에 모자람이 없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곳에서 화자는 잘나가지 못하는 증권 회사 직원이 인베이더 그래픽에 매혹되어 그것을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쓴다. 그러다 같은 화장실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러 와서 화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쟁자를 만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동안 써놓은 두루마리 화장지 40칸 분량의 소설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 절망적인 순간에 자신이 쓴 소설이 현실과 겹쳐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꿈을 대신 꿔주는 집이 철학관들처럼 줄줄이 들어선다는 독특한 설정의 「박현몽 꿈 철학관」은 통닭처럼 주문대로 꿈을 사고파는 이야기이다. 누가 봐도 허구인 이 이야기는 그러나, 걷잡을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의 안락한 수면을 포기하지 못하고 돈으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품을 내놓아 새로운 시장을 구축하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생생하여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로드킬」의 무인 모텔도 마찬가지. 모든 종류의 자판기가 돌아가는 무인 모텔에서 점점 낮아지는 금액만큼 점점 낮아지는 천장의 방으로 전전하는 주인공이 급기야 한 마리 야생동물의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은 소통이 단절되고 기계만 돌아가는 끔찍한 일상을 보여주는 잔혹한 우화로 읽힌다.

14년 만에 열어본 타임캡슐에서 목록에서 나와 있지 않은 시디를 발견하고 그것을 복원하려 하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하는 상황과 죽은 남편의 딸과 다시는 회복될 수 없는 관계에 놓인 상황이 맞물려 있는 작품「타임캡슐 1994」,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에게 맞는 나라가 아이슬란드라는 판정을 받고 그곳으로 떠나는 일을 꿈꾸지만, 일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아이슬란드」,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산대학문학상 수상작으로 신인다운 신선함이 느껴지는 「피어싱」 등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 위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수작들이다.

한편, 중편에 해당하는 「홍도야 울지 마라」는 앞서 놓인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성숙한 초등학생을 화자로 한 이 작품은 발랄한 문체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힘이 느껴지면서, 작가 윤고은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윤고은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무거운 현실에 톡톡 튀는 상상력을 얹어 경쾌한 문체로 풀어낸다는 것에 있다. 아홉 편의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독자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색해지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현실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상상을 통해 일탈을 꿈꾼다. 그런데 그 상상이 현실보다 더 지독하다면? 윤고은의 첫 소설집은 그 지독한 상상이 일상을 어떻게 채우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의 말

이 책의 마지막 말을 쓰기 위해 대청소를 시작했다. 신선한 공기, 정갈한 책상, 적절한 어둠, 오롯한 촛불, 연필 혹은 만년필, 도톰한 종이.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그러나 창밖이 노랗게 흔들린다. 라디오에서는 최악의 황사라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삼겹살 먹으러 가자는 벗의 문자 메시지, 시작도 하기 전에 웅크린 청소기, 건드리기 전보다 더 산만해진 서랍들, 켤 줄도 모르면서 꺼내놓은 성냥과 초를 그대로 놓아둔 채 마치 승천하듯, 쓴다.

책을 펼치는 행동은 문을 여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문을 열고 이 책 안으로 들어온 그대에게 감사하다고.

책을 덮는 행동은 문을 닫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그대에게 출구는 없다고, 압사하진 않을 거라고, 활자와 활자 사이에 유연하게 누워보라고, 혹은 걸어보라고, 다만 조심하라고, 아직 내뱉지 않은 말들도 매복해 있다고, 지뢰처럼.

2010년 봄밤

윤고은

목차

1인용 식탁

달콤한 휴가

인베이더 그래픽

로드킬

타임캡슐 1994

아이슬란드

피어싱

홍도야 울지 마라

해설| 현실과 상상의 ‘돌려 막기’  _이수형

작가의 말

작가 소개

윤고은 지음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소설집 『1인용 식탁』 『알로하』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장편소설 『무중력증후군』 『밤의 여행자들』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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