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복거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11월 30일 | ISBN 9788932020150

사양 · 149쪽 | 가격 8,000원

책소개

소설가이자, 시인, 사회 평론가로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 복거일의 사회비평집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경제적 자유의 회복』 등을 내놓으며 ‘보수 논객’에서부터 ‘진정한 자유주의자’까지 다양한 층위의 해석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 저자 복거일은, 그동안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을 특유의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쉼 없이 전개해왔다.
이번에 출간된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는 그중에서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의 영향력에 한국의 주권이 점점 자주 그리고 깊이 침해되는 현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지금까지 중국에 관한 논의가 주로 경제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왔지만, 실상 “중국이 우리 사회에 제기하는 문제는 경제적 영향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빠르게 부상 중인 이웃나라 중국과 한국의 관계를 진단하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바를 모색한 책이다. (문학과지성사 刊, 2009)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 특유의 논리적 전개를 통해 차분하면서도 직설적 어조로 최근 강대국으로 빠르게 부상하며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작가 복거일의 날카로운 통찰과 깊이 있는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우선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주권이 점점 더 자주 그리고 깊이 침해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점점 심각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시 말해, 중국과 우리의 관계는 이미 “비대칭적”이라는 것. 따라서 “우리는 먼저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저자는 이 책에서 모두 열두 장에 걸쳐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대책을 진지하고 냉철하게 성찰한다.
이 책은 먼저 공산주의 국가 중국이 최근 강대국으로 급부상하게 된 원인으로 경제개혁을 꼽는다. 경제 분야를 자유화함으로써 폭발적인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는 것. 또한 이러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어느새 놀랄 만한 군사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도 지적한다. 이렇듯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을 바탕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높아졌고, 이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맞닿아 있는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고, 또 미칠 것인가?
저자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근거로 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미래상을 유추하는 한편, 여전히 중국이 자유주의 체제가 아닌 공산주의 체제 국가라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그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해왔던 제국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이러한 중국의 흥기가 결코 한반도에 유리하지 않다는 쓰디쓴 결론을 도출해낸다. 다시 말해, “강대해진 이웃은 늘 불길한 징조”이며 “강대한 나라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는 강대한 나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 그 사례로 오랫동안 러시아에 굴욕적인 세월을 보낸 핀란드의 역사적 경험인 ‘핀란드화’의 예시를 통해 강대국 옆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이에 대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먼저 “현실을 정직하게 살피고 우리에게 괴로운 상황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또한 “우리는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되짚어 나올 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합리적 대응은 대항력의 함양을 통해 양보를 최소화하는 적응적 묵종이다.” 여기서 대항력의 요소는 ‘외교적 대항력’ ‘군사적 대항력’ ‘시민적 대항력’ 등이며, 최근 소원해진 미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과 이웃나라 일본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성찰’이 드물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핀란드화’의 본질적 해악은 바로 시민들로 하여금 현실을 외면하고 위선에 매달리도록 해서 도덕적 타락을 부른 것으로, 우리 사회가 보다 철저히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자기 성찰을 해야 함을 요구한다.
이렇듯 경제 영역을 포함해 정치·외교·군사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모두 열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신문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펴낸 것이다.

책 속으로

근년에 중국은 빠르게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 거의 모든 면에서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크고 중요한 나라다.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미국을 제치고 가장 강대한 나라가 되리라는 전망도 자주 나온다. 중국의 그런 변신을 떠받친 것은 물론 빠른 경제성장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9퍼센트가 넘는 연간성장률을 누렸다. 그래서 개인 소득은 거의 7배 늘었고, 4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여러 가지 부정적 효과들이 따랐지만, 이것은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성취다.
중국의 그런 경제발전은, 다른 모든 성공적 경제성장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자유롭게 만든 데서 비롯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렸다. 모든 농토를 집단농장들로 편성한 일은 특히 큰 재앙을 불러서, 수천만 명이 굶어 죽었다. 마침내 1978년에 그런 사회주의 경제체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제1장 중국의 경제발전, 11~12쪽)

앞으로 중국은 제국주의를 더욱 공격적으로 추구할 것이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이 민족주의로 자신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강대국의 민족주의는 궁극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습을 하게 마련이다. 〔……〕 게다가 역사적 정황은 중국에서 낭만적 애국심이 유난히 번창하도록 만든다. 민족주의적 열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역사를 의식적으로 되살아보려는 결심을 낳는다. 그래서 오래전에 자신들의 선조가 품었다고 여겨지는 열망을 자신들도 함께 품으려 애쓰며 그 열망을 실제로 이룰 ‘역사적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고대부터 줄곧 아시아의 문화적·정치적 중심이었다가 근대에 서양 열강과 일본의 침략을 받은 역사 때문에, 중국 사람들은 찬란했던 역사를 되살아보고 싶은 열망이 유난히 크다. 이런 낭만적 애국심은 필연적으로 제국주의적 특질을 지니게 되어 둘레의 나라들과 부딪치게 된다. 〔……〕
앞으로 공산당 정권이 장악한 중국 정부는, 바라든 바라지 않든,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제국주의적 정책을 따를 것이다. 정권의 정당성을 민족주의에서 찾아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는 대중의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정책을 필연적으로 만들 테고, 그렇게 북돋우어진 대중의 민족주의적 열정은 중국 정부가 공격적 제국주의를 추구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제5장 중국의 제국주의, 48, 50~52쪽)

중국과 긴 국경을 공유하므로, 한반도는 중국의 공격적 제국주의의 영향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받는다.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한(漢)의 침입으로 고조선이 무너진 뒤, 중국의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삼국시대를 빼놓고는, 중국에 조공함으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평화적으로 유지해왔다. 중국에 대한 그런 예속은 19세기 말엽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함으로써 비로소 끝났다. 중국이 다시 강성해지자,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늘렸다. 이미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어서 북한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속국이 되었다. 한국도 중국의 자장(磁場) 안에 들었다.
우리 마음을 스산하게 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 정권이 집요하게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는 사실이다.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이 1950년 10월에 압록강 너머로 침입해서 유엔군과 싸워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했다는 것은 잘 알려졌다. 그러나 애초에 38선을 넘은 북한군의 주력이 실은 중공군이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제6장 한반도의 지정학, 54~55쪽)

핀란드화는 본질적으로 작은 나라가 큰 나라의 존재에 적응하는 방식이다. 힘에서 비대칭적이면, 강대국은 ‘지배적 정책policy of dominance’을 고르고 약소국은 ‘묵종적 정책policy of acquiescence’을 고르게 된다.
묵종적 정책을 고른 작은 나라는 큰 나라의 영향력에 세 가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나는 아예 대응하지 않는 것이다. 이 방식은 작은 나라의 역량이 조직화되지 못한 경우에 나온다. 둘째 방식은 정예집단이 큰 나라와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의 가치체계를 나라 전체에 강요하는 것이다. 이런 ‘강요된 지배imposed domination’의 경우, 흔히 괴뢰 정권이 나온다. 셋째 방식은 정예집단이 큰 나라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핵심적 가치를, 즉 나라의 독립이나 자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작은 나라의 체체가 큰 나라의 그것과 정체성이 다를 경우, 이런 방식은 자연스럽게 채택된다. 자기 나라가 큰 나라에 의존한다는 세력구조를 인정하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태도이므로, 이것은 적응적이다. 그래서 ‘적응적 묵종adaptive acquiescence’이라 불린다. 핀란드화는 적응적 묵종의 전형적 모습이다. (제7장 핀란드화, 63~64쪽)

이처럼 핀란드의 처지와 한국의 처지는 근본적으로 비슷하지만 두드러진 차이들도 있다. 두 나라의 처지가 근본적으로 비슷하다는 사실은 한국이 중국에 대해 적응적 묵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두 나라의 처지가 세부적으로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은 한국이 자신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막아내어 자신의 주권에 대한 침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대항력을 지녔음을 가리킨다. 한국이 스스로 어리석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핀란드화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 (제8장 한반도 핀란드화의 가능성, 91~92쪽)

우리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흥기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중요한 물음에 대해 좋은 답을 얻으려면, 우리는 먼저 현실을 정직하게 살피고 우리에게 괴로운 상황을 인정하는 도덕적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되짚어 나올 길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의 합리적 대응은 대항력의 함양을 통해 양보를 최소화하는 적응적 묵종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렇게 대응해왔다.
앞에서 살핀 것처럼, 적응적 묵종의 전략적 개념은 ‘양보’와 ‘대항력’이다. 약소국의 전략은 간단하니, 비대칭적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양보를 되도록 적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물론 대항력을 한껏 키워야 한다. 양보의 크기와 대항력의 크기는 역비례한다. 우리에게 열린 합리적 선택은 중국에 대해 적응적 묵종을 하되, 협상력을 한껏 키워서, 공동의 이익을 나누는 데서 너무 밀리지 않는 것이다. (제9장 한국의 대책, 93~94쪽)

더 큰 문제는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미국과의 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다.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는 점점 대립적이 되어간다. 우리가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하게 되면, 우리와 미국 사이의 관계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과의 군사적 협력은 한미 동맹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제기하라 것이다. 아무리 관계가 좋아졌다 하더라도, 한반도에서 한국과 미국의 자유주의 동맹은 북한과 중국의 공산주의 동맹에 맞서고 있다. 한미 동맹은 특히 엄격한 제약들을 우리에게 부과한다. 중국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일이 과연 그런 제약들과 양립할 수 있을까?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적 보장이 우리 안보의 핵심임을 생각하면, 이 물음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제10장 중국과의 협상, 122쪽)

그 점에서 지금 우리의 도덕적 태도는 걱정스럽다. 중국의 흥기가 자신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모두 잘 아는 사회에서 그것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드물다는 사실은 분명히 시사적이다. 핀란드의 경험은 선명히 보여준다, 시민들로 하여금 현실을 외면하고 위선에 매달리도록 해서 도덕적 타락을 부르는 것이 ‘핀란드화’의 본질적 해악임을.
외면과 위선은 당장엔 편리한 선택이다. 그러나 개인이든 사회든 그런 선택에 바탕을 두고 앞날을 설계할 수는 없다. 압도적으로 큰 나라와의 교섭에서 작은 나라가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아주 좁지만, 도덕적 태도만은 스스로 고를 수 있다. 핀란드 사람들이 줄곧 감추려 애썼던 것이 위선과 자기 검열의 모습을 한 도덕적 타락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내놓는다. 적응적 묵종은 긴 비탈이다. 한 걸음이라도 묵종의 골짜기로 덜 내려가려는 노력은 그래서 긴요하다. 그런 노력이 우리의 도덕적 타락을 막아줄 것이다. (제12장 도덕적 문제, 144쪽)

목차

책머리에

제1장 중국의 경제발전
제2장 경제발전의 바탕과 전망
제3장 강대국으로서의 중국
제4장 미국의 제국주의
제5장 중국의 제국주의
제6장 한반도의 지정학
제7장 핀란드화
제8장 한반도 핀란드화의 가능성
제9장 한국의 대책
제10장 중국과의 협상
제11장 중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
제12장 도덕적 문제

참고문헌

작가 소개

복거일 지음

1946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소설가이자, 시인․사회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 『높은 땅 낮은 이야기』 『역사 속의 나그네』 『파란 달 아래』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 『목성 잠언집』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 『보이지 않는 손』 『그라운드 제로』 등과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 시집 『五丈原의 가을』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가 있다. 사회 평론집으로는 『현실과 지향』 『진단과 처방』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혜들』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경제적 자유의 회복』 『자유주의의 시련』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등과 산문집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죽음 앞에서』 『소수를 위한 변명』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동화를 위한 계산』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벗어남으로서의 과학』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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