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와 광대

유희수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10월 30일 | ISBN 978893202005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71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어느 시대에나 사제의 철학과 광대의 철학은 가장 보편적인 두 형태의 지적 문화다. 사제는 절대적인 것의 수호자다. 그는 전통에 의해 인정되고 그 속에 존재하는 궁극적이고 명백한 것에 대한 숭배를 지지한다. 〔……〕 광대의 철학은 가장 안정되어 보이는 것을 의심스럽다고 폭로하고, 명백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것에서 모순을 드러내고, 상식을 조롱하고, 그 속에서 불합리한 것을 읽어낸다. 요컨대 그것은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위험을 무릅쓰면서 일상적인 궂은일을 수행한다.
—L. 콜라코프스키, 『마르크스주의적 인문주의를 향하여』

아직 숲으로 뒤덮인 중세의 서양, 기근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 지옥에 대한 공포와 부패한 성직자들, 이단재판과 마녀사냥이 난무하던 시대……. 우리가 중세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다. 그동안 아날학파 등의 많은 연구에 힘입어 중세에 대한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엷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세는 우리에게 무지(無知) 혹은 무관심의 시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세 또한 여느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 행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였다. 이렇듯 중세문화를 교회 중심의 역사, 즉 엘리트 중심의 역사가 아닌 ‘민중문화’의 관점에서 풀어쓴 흥미로운 책이 출간되어 눈길을 끈다. 중세 중․후기(11~15세기) 프랑스에서의 성과 사랑, 결혼과 친족, 죽음과 저승과 같은 일상적 주제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유희수 교수(고려대 사학과)의 『사제와 광대—중세 교회문화와 민중문화』가 바로 그것(문학과지성사 刊, 2009).

‘사제적’이고도 ‘어릿광대적’인 중세
이 책의 저자 유희수는 평생을 학문에만 전념해온 역사학자로, 이 책에서는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두 축을 이루고 있는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큰 기둥으로 삼아 11~15세기에 걸친 프랑스에서의 중세문화의 실상을 깊은 통찰력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다. 특히 이 책은 저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 성과가 담긴 노작(勞作)이자 자신의 이름으로 펴낸 첫 저작이며, 국내 학자가 직접 저술한 의미 있는 중세사 연구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세심하게 공을 들인 원고답게 풍부한 사료를 인용하여 성과 사랑, 결혼과 친족, 죽음과 저승 등의 일상적 주제를 짜임새 있게 풀어나가며 전공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에게도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특히 이 책에서 저자 유희수는 중세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규범을 대변하는 ‘공식기독교’가 아니라 평신도들의 입장에서 파악하는 ‘민중기독교’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교회 이데올로기—조르주 뒤비를 따라서 “현실의 반영물이 아니라 현실에 영향을 주기 위한 하나의 기획이라는 의미에서의 이데올로기—와 사회현실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민중기독교’는 비록 기독교적 외피를 걸치고 있지만, 그 속살은 여전히 이교적 민속문화로 채워져 있는 기독교 세계를 말한다. 즉, 중세문화는 어떤 의미에서 문자해독자 문화와 문맹자 문화, 성직자 문화와 평신도 문화, 교회문화와 세속문화가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이룩한 문화로, 이 책은 기본적으로 중세문화를 이 두 하위문화의 착종(錯綜)으로 보면서, 그것을 되도록 ‘민중문화’의 입장에서 파악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민중문화’란 말이 ‘하층계급의 문화’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로제 샤르티에에 따르면 중세 신학자들은 ‘민중적’이란 말을 ‘가톨릭’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썼는데, 그것은 성경과 같은 권위 있는 전거에 기초하지 않고 기독교 신자들 전체가 공유하지 않은 특정 공동체의 삶에 뿌리를 둔 미신적 실천과 신앙을 의미했다. 또한 그들은 ‘민중’이라는 말도 ‘하층계급’보다는 복수개념으로서 특정한 집단들, 예컨대 도시민, 본당구 신도, 부녀자 등을 지칭할 때 썼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면, 중세에서 ‘민중문화’란 말은 ‘하층계급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문화’에 대비되는 ‘세속문화’와 다를 바 없다.

이렇듯 ‘교회의 지배’라는 측면에서 중세를 파악하는 것에서 벗어나 ‘민중문화’ ‘세속문화’의 관점에서 중세사를 풀어쓰고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중세의 진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기독교와 전통문화가 서로 접점을 찾아가고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실제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을뿐더러, 그런 문화 속에서 뜨겁게 사랑하고 삶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의 모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의 제1부 「에로스에 대한 교회이념과 현실논리」에서는 성과 사랑, 결혼과 친족, 곧 에로스적인 것을 중심으로 교회 이데올로기와 사회현실, 교회문화와 세속문화 사이의 갈등과 접변을 다루고 있다. 제1장은 13세기의 유명한 설교가 자크 드 비트리의 대중설교를 중심으로 민중문화의 재기독교화 문제를 다루었으며, 제2장은 중세교회의 결혼과 성 규범이 일상생활로 삼투해 들어가는 과정, 이것과 농민층의 성 풍속을 비교․분석한 글이다. 제3장은 성 타이스의 예화를 중심으로 13세기부터 16세기 종교개혁 직전까지 매춘에 대한 교회와 세속사회의 태도를, 제4장은 12세기 궁정식 사랑의 전범으로 평가받는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로망에 나타난 문학적 표현법을 분석하고 그것이 딛고 있는 사회현실을 읽어냈다. 제5장은 중세 작명방식에 나타난 친족구조의 성격을 밝히고 있으며, 제6장은 기독교적 사랑에서 비롯된 현대 서양의 박애적 입양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이다.

이어서 제2부 「타나토스에 대한 교회권력과 영생전략」에서는 유언에서부터 저승에서의 구원까지 일련의 행동과 의례, 곧 타나토스적인 것을 교회권력과 신자들의 영생전략 사이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파악하고 있다. 제1장부터 6장에 걸쳐 유언장 작성부터 임종․철야․장례행렬․매장․위령제까지 교회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이교적 전통이 지속되던 죽음의 다양한 의례들과 교회가 신자들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던 저승세계 등의 상징을 흥미롭게 풀어쓰고 있다.

책 속으로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자크 드 비트리가 이용한 ‘예화’의 구조와 논리에서 ‘민중문화’의 실제와 이에 대한 교회의 이데올로기적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예화’는 주인공들의 공덕과 죄과를 청중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청중을 은밀하게 통제하는 구조와 논리를 자체에 내포하고 있고, 이를 통해 ‘민중문화’를 교화하는 역할을 했다. 자크 드 비트리가 각별하게 교화의 대상으로 삼은 대상은 음욕․탐욕과 관련된 도시사회의 신분들이었으며, 반대로 공덕의 비율이 높은 신분은 청빈을 실천하고 악마와 싸우는 사람들이었다. 이것은 그가 이상으로 삼은 수도원주의에 비해, 그리고 이를 무기로 삼아 싸워야 할 대상으로 성과 돈으로 얼룩진 도시사회를 악의 소굴로 보았던 이유를 말해준다. 따라서 그는 모든 신분에게 동일한 설교를 할 것이 아니라 공덕의 위계서열에 따라, 그러니까 돈 버는 직업에 따라 잡다한 작업들을 촘촘하게 구별하여 이들에게 적합한 설교와 ‘예화’를 제공할 것을 권유하고 이것을 실천했다. 그리하여 그의 ‘예화’는 각각의 신분과 직업에 각별하게 적용되는 죄의 범주를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예시해줌으로써 이러한 사례와 관련된 죄의식을 끊임없이 인지․기억시키고 내면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각각의 신분에게 자신의 죄를 검증하여 스스로를 통제하게 하는 자기관리 기술로 기능했다. (제1부 제1장 대중설교에 나타난 교회이념과 민중문화, 45~46쪽)

그렇지만 몽타이유 마을의 ‘느슨한’ 성 풍속과 농민 공동체적 도덕체계를 일반화할 수 있는가? 〔……〕 그러나 중세 말까지도 교회가 기독교의 기본 교리를 ‘민중’에게 주입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부 역사가들은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의 기독교에 대한 연구에서 관심의 초점을 ‘공식기독교’에서 ‘민중기독교’ 또는 ‘본당구기독교’로 돌리면서 ‘기독교적 중세’가 하나의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를 중심으로 플랑드르 지방의 민중적 경건성을 연구한 자크 투사에르는 가톨릭교회의 역사를 통틀어 결코 ‘기독교화한’ 적이 없었다고 보았다. 또한 장 들뤼모는 12~13세기를 ‘기독교의 절정기’로 보고 근대로 전환하는 시기를 ‘탈기독교화’의 시기라고 보는 것은 오류이며—1500년경 기독교 세계의 대부분은 아직도 ‘포교대상자’였다—, 오히려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과 가톨릭의 대응종교개혁을 계기로 유럽인의 기독교화와 영성이 더욱 높아진 16~18세기를 ‘제2의 기독교 시대’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의 연구들은 13세기 몽타이유 마을에서 보인 ‘민중기독교’의 실상을 지역적 일반성과 장기적 경향성 속에 자리매김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제1부 제2장 성과 결혼에 대한 교회이념과 세속풍속, 79~80쪽)

궁정식 사랑은 기본적으로 주종관계를 모델로 한다. 섬김의 대상이 주군에서 주군의 부인으로, 그 대가가 봉에서 호의로 바뀌었을 뿐이다. 〔……〕 그러나 이러한 보상이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며, 육체적 결합은 실현되기 힘든 매우 위험한 것이다. 간통이, 특히 여성의 간통이 봉건 귀족사회에서 엄격하게 제재를 받던 시절에 궁정식 사랑은 간통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정식 사랑은 욕망을 억제하면서 욕망의 차원에서만 머무는 ‘욕망 억제의 에로티시즘’ 미학을 담고 있다. 귀부인은 정복대상이 아니라 숭배대상이며, 자연히 궁정식 사랑은 사랑의 종교라는 성격을 띤다.

귀부인에 대한 섬김과 숭배 형태로 표현된 궁정식 사랑은 봉건사회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 오히려 그것은 결혼하지 못하고 방랑하는 총각기사들의 모험, 상속녀나 상위신분 여성과의 결혼에 대한 이들의 꿈을 담고 있다. 더 나아가서 그것은 성주령이 제후령 또는 왕령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하급기사의 역할이 증대되던 시절에, 그리고 이와 더불어 하급기사와 상층귀족 사이의 통합이 이루어지고 궁중예술이 탄생하던 시절에 하급기사가 왕 또는 제후와의 주종관계에 편입하고자 하는 조바심을 반영한다고 하겠다. (제1부 제4장 궁정식 사랑의 은유와 현실세계, 131쪽)

중세 말에 세례명과 성으로 된 두 이름체계가 보편화한 것은 친족구조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그것을 잭 구디의 주장처럼 육신적 친족의 퇴조와 영적 친족의 승리로 해석할 수 있는가? 〔……〕 사실 중세 말에 ‘부계명’이 성으로 정착한 것은 세례명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다른 두 가지 사실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봉건 귀족층에서 ‘토착가문’이 발전함에 따라 ‘혈통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고, 다른 하나는 행정적인 이유다. 중세 말에 문서의 사용이 증가하고 국가의 사법과 징세 제도가 발전하면서 개인으로 하여금 좀더 정확하게 자신의 신원을 밝히도록 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장 마르탱처럼 대부모제를 순전히 영적 관계로만 인식한 것이 아니라 가문 연대의 확장수단으로도 이용했기 때문이다. 중세 말 피렌체 같은 도시에서처럼 부르주아들도 귀족들을 모방하여 세례명과 성 이외에도, 부나 조부와 같은 조상의 이름을 ‘개인이름’에 배서(背書)하는 2~4요소로 된 이름형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것은 영적 친족제의 발전뿐만 아니라 부계제 가문 이데올로기의 강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세 말에 보편화한 두 이름체계는 그 자체에 영적 관계와 육신적 관계, 영과 육, 따라서 신성과 악마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제1부 제5장 이름 짓기에 나타난 영적 친족과 육신적 친족, 157~58쪽)

15세기에 토착민 유언자 가운데 약 50퍼센트가 사후 조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외래인의 경우 10퍼센트 미만만이 조상을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외래인은 조상을 덜 찾는 ‘뿌리 뽑힌 사람들’ ‘조상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그 대신 배우자 곁에 묻히고자 하는 유언자들은 여성의 경우 아비뇽에서는 30퍼센트로, 두에에서는 14세기에 25퍼센트에서 15세기에는 36퍼센트로 비교적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토스카나 지방의 가족연대에 관한 크리스티안 클라피쉬와 미셸 드모네의 연구 결과를 적용해서 설명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도시가족에서 일어나는 순환은 상대적으로 짧고 가장이 사망하면 단절된다. 반면에 농촌 가족에서 가장의 죽음은 좀더 긴 폭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않다.”

요컨대 묘지 선택에 작용한 기본 준칙은 우선 탁발수도회 같은 수도사의 개입이나 성스러움에 대한 접근 등 기독교적 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보다 더 크게 작용한 것은 가족연대를 변화시킨 사회구조의 변화다. 12세기부터 시작된 도시화와 이로 인한 이주, 중세 말에 만연한 흑사병과 전쟁과 기근 등은 가족유대를 와해시키고 관습을 단절시켰다. 대도시에서는 가족의 현실적․상상적 연대가 농촌적 전통과는 달리 나타난다. 대도시에서 가족생활은 짧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고, 가족의 번식이 더는 조상들의 보살핌 안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2부 제3장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관계, 239쪽)

연옥은 중세 말 개인적 심판의 중요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기호다. 개인이 죽는 순간 신이 그에게 내려준 연옥의 시간은 분명히 개인적인 시간이다. 연옥의 시간이 개인적인 시간인 것은 그것이 지상의 삶처럼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연옥에서 체류하는 기간은 개인이 속죄해야 할 죄의 무게뿐만 아니라, 생자들이 대도를 통해 연옥에 체류하는 자들을 구하려는 그들의 열망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므로 그것은 개인의 노력과 대도 공동체의 열망에 따라 분할하고 조종할 수 있는 불평등한 시간이다.

대체로 13세기 이래 중세 말은 연옥이 기독교 세계에 정착하는 시기다. 그것은 여러 차원에서 논의되는 가운데 위에서부터 아래로 일상화되기 시작했다. 〔……〕 고리대금업자가 이자를 과도하게 받지 않고 죽기 전에 반환하고 통회를 한다면, 그는 이제 지옥에 가지 않고 연옥에 가서 남은 죄를 씻고 결국에는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연옥은 돈과 구원이 양립 가능하고, 결국 자본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정신적 지형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제2부 제4장 연옥의 탄생과 사회구조, 261~62쪽)

우선 중세 말은 지옥에 대한 공포가 강화된 단계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지옥에서의 처벌수단이 자연적 요소에서 일상적 도구로 전환되는 것에서 드러났다. 일상도구는 욕망이 곧 죄악이고 죄악이 곧 처벌이라는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죄악과 처벌이 유비관계에서 처벌이 죄악을 모방하면서 지옥에서 이루어지는 처벌은 하나의 언어처럼 기능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처벌은 하나의 기호이며, 이 기호에 의해 지시된 것은 일정한 죄악이 된다. 이러한 지옥 이미지는 지배권력을 거머쥔 교회의 이해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중세 말 지옥 이미지의 공포 강화와 일상생활로의 침투는 교회가 지옥을 권력의 수단으로 만들어서 신자대중을 더 엄격하게 통제하고 그들의 순종을 확보하기 위한 “마키아벨리적 고안품”이었던 것이다. (제2부 제5장 지옥의 이미지와 처벌구조, 279~80쪽)

목차

머리말

제1부 에로스에 대한 교회이념과 현실논리
제1장 대중설교에 나타난 교회이념과 민중문화
1. 설교형태의 변화와 자크 드 비트리의 대중설교 | 2. 대중설교의 원칙과 예화 | 3. 예화의 민중문화적․이데올로기적 함축

제2장 성과 결혼에 대한 교회이념과 세속풍속
1. 성과 결혼에 대한 교회의 규범 | 2. 교회규범의 일상화 기제와 전략 | 3. 교회규범의 일상화 대상과 내용 | 4. 일상화의 실상: 몽타이유 마을 농민의 경우

제3장 매춘에 대한 교회의 이념과 사회현실의 논리
1. 성 타이스에 대한 예화 | 2. 매춘에 대한 교회의 이데올로기 | 3. 매춘에 대한 사회현실의 논리 | 4. 예화에 담긴 이데올로기적․사회적 의미

제4장 궁정식 사랑의 은유와 현실세계
1. 궁정식 사랑의 구도 | 2. 궁정식 사랑의 메타포 | 3. 궁정식 사랑의 메타포에 나타난 사회현실

제5장 이름 짓기에 나타난 영적 친족과 육신적 친족
1. 한 이름체계와 친족구조 | 2. 두 이름체계의 등장과 친족구조 | 3. 두 이름체계의 정착과 친족구조

제6장 양자제의 이념과 실제
1. 양자제의 이념 | 2. 양자제의 실상과 친족구조

제2부 타나토스에 대한 교회권력과 영생전략
제1장 유언과 죽음의 준비
1. 유언의 부활 | 2. 유언관습

제2장 죽음과 통과의례
1. 임종과 철야 | 2. 장례행렬 | 3. 장례연과 위령제

제3장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관계
1. 묘지의 선택 | 2. 망자의 가족

제4장 연옥의 탄생과 사회구조
1. 연옥의 탄생 | 2. 연옥 탄생의 사회구조적 조건

제5장 지옥의 이미지와 처벌구조
1. 현실적 공포의 지옥 이미지로의 전위 | 2. 일상생활로 스며든 지옥의 이미지

제6장 천국의 이미지와 구원의 전략
1. 천국의 이미지 | 2. 구원의 전략

작가 소개

유희수 지음

195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남대 사학과 교수를 거쳐 1996년부터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을 『서양 중세사 강의』와 『서양의 가족과 성』(이상 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매너의 역사: 문명화 과정』 『중세의 소외 집단: 섹스․일탈․저주』(공역), 『몽타이유: 중세말 남프랑스 어느 마을 사람들의 삶』 『서양 중세 문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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