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

대산세계문학총서 084

원제 ТРИ РАЗГОВОРА О ВОЙНЕ, ПРОГРЕССЕ И КОНЦЕ ВСЕМИРНОЙ ИСТОРИИ СО ВКЛЮЧЕНИЕМ КРАТКОЙ ПОВЕСТИ ОБ АНТИХРИСТЕ

박종소 옮김 |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10월 9일 | ISBN 9788932019970

사양 신국판 152x225mm · 254쪽 | 가격 10,000원

책소개

19세기 러시아의 천재 철학자 솔로비요프
그가 펼쳐 보이는 ‘악’의 존재에 관한 형이상학적 설명

19세기 러시아 철학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가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84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솔로비요프는 우리에게는 처음 소개되지만, 실증주의․힌두교․중세철학․종교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뛰어난 학문적 업적으로 러시아와 서유럽 문화지성사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철학자이자 시인, 정치․사회 비평가이다.

악은 실제적인 형이상학적 힘의 존재인가,
아니면 인류의 이성적 선의의 결핍과 부재로 인한 현상인가.

이번에 출간된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는 솔로비요프가 세상을 떠나던 마지막 해에 출판한 저술로, 솔로비요프의 철학적 사유의 과정과 예술적인 참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솔로비요프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삶과 역사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그 실제를 드러내는 ‘악’의 존재에 대해 형이상학적인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훈련한 독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솔로비요프는 이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던 여러 정치․사회적 사건과 에피소드를 통해 구체적인 예를 들어 전개함으로써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성하였다. 이는 서구 철학의 개념적이고 사변적인 성격과는 달리, 실제적인 삶과 문화, 나아가 정치와도 직접 연결되는 실천적 경향을 띠는 러시아 철학의 특징과 연결된다.
또한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플라톤의 대화의 방식을 취해 작품을 구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백전노장의 장군, 상당한 정치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 정치가, 출판업자이자 도덕주의자인 젊은 공작, 비중 있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소개되는 Z 씨, 또 사회 각 분야에 두루 관심을 갖고 있는 중년 여성 등 다섯 사람이 프랑스 칸 근교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갖추고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들은 ‘전쟁’ ‘진보’ ‘세계 역사의 종말’에 관한 주제를 그들의 경험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당시 러시아 사회의 시사적인 사건들과 더불어 논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들이 이끄는 세 편의 대화의 핵심은 ‘악’의 존재에 대한 상이한 관점에서의 역사적․형이상학적 설명이다.

유럽 문명과 동양 문명의 충돌과 종말론적 요소

작품이 발표된 지 이미 1백 년도 넘게 지났지만, 21세기를 살고 있는 한국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한 몇 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 첫째, 작품 속의 소설인 「적그리스도에 관한 짧은 소설」에 포함되어 있는 20세기 세계사에 대한 종말론적 예언, 특히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범몽골주의’의 유럽의 지배, 그것을 벗어난 유럽의 통합과 적그리스도의 출현이라는 예언적 요소이다. 솔로비요프는 생애의 마지막에 ‘유럽과 중국, 두 문화 세계’이 충돌하여 그 결과로 발생할 유럽 문명의 파멸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말년의 그는 유럽과 러시아의 문명이 몽골의 침입으로 멸망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간주했다. 그래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연구했고, 극동에서의 러시아 정책을 주의 깊게 주시하기도 했다.

솔로비요프가 읽고 해석한 새로운 러시아 요한계시록

둘째, 세계 문학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생생한 적그리스도 형상화를 들 수 있다. 세번째 대화편에 포함되어 작품의 대단원을 이루는 「적그리스도에 관한 짧은 소설」은 성서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에 대한 새로운 예술적 해석으로, 적그리스도의 출생과 성장, 그의 정치적․사회적 활동 과정, 종교 통합과 적그리스도의 변화 과정 등이 성서에 토대하면서도 성서의 과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그리고 예술적으로 그리고 있다. 즉, 이 작품은 심리적․예술적․형이상학적 차원에서 요한계시록, 그 가운데서도 특히 ‘적그리스도’에 관한 부분의 보충이자 새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적그리스도’가 워낙 흥미로운 주제라 이 작품은 기독교 신앙인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큰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악’의 존재에 대한 관심은 인류의 출현과 더불어 시작되었을 궁금증의 하나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러시아 철학자의 사유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박종소 교수가 석․박사 학위 논문을 비롯해 오랫동안 솔로비요프를 깊이 연구해온 학자인 만큼 정확한 번역과 자세하고 친절한 주석이 돋보인다.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면 『「적그리스도에 관한 짧은 소설」을 포함한 전쟁, 진보, 전 세계 역사의 종말에 관한 세 편의 대화』이다.

책 속으로

악(惡)이라는 것은 단지 자연스러운 결핍일 뿐, 선(善)이 자라나면 그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불완전함입니까, 아니면 유혹으로써 우리 세계를 지배하는 실제적인 힘이어서, 그것과 싸워 이기려면 다른 존재 질서의 지원(支援)을 얻어야만 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러한 중요한 문제는, 오직 완전한 형이상학적인 체계 속에서만 분명하게 연구되고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과 취향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이 문제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저는 악에 관한 문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9쪽)

Z 씨  유럽과 러시아에서 군국주의가 자멸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로 어떤 즐거움이나 기쁨이 생겨날 것인지는 좀더 지켜볼 일입니다.
공작  어째서요? 전쟁과 전쟁을 둘러싼 일들이 반드시, 그리고 지금 당장 인류가 피해야 할 무조건적인 악이며, 극단적인 악이라는 것을 의심하십니까? 이 사람 잡는 일을 완전히 즉각적으로 근절하는 것이야말로 어떤 경우라고 할지라도 이성과 선의 승리라는 것을 의심하십니까?
Z 씨  저는 반대의 경우를 확신합니다.
공작  그럼 그건 어떤 경우죠?
Z 씨  전쟁은 절대악이 아니며, 평화도 절대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선한 전쟁도 가능하고 또 있을 수 있으며, 나쁜 평화도 가능하고 또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작  아! 당신과 장군의 견해의 차이점을 이제 알겠습니다. 장군의 말씀은 전쟁은 항상 선하며 평화는 항상 어리석다는 것이라군요.
장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분명히 전쟁이 때로 매우 나쁜 일이라는 것을 저 역시 잘 압니다. (36~37쪽)

Z 씨  매우 간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악은 실제로 존재하며, 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전 영역에 있어 긍정적 대립이나 상위 자질에 대한 하위 자질의 우월 속에서도 표현됩니다. 개인적 악도 있는데, 그것은 인간 대다수에서 하위 자질, 즉 가축, 짐승의 정욕이 영혼의 높은 지향과의 대립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사회적 악이란 개별적으로 악에 예속된 세속 군중이 소수 훌륭한 이들의 구원 노력에 대항하여 승리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안에는 물리적 악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 육체를 구성하는 하위의 물질적 요소들이 그것을 유기체의 아름다운 형태로 통합하려는 생기 있고 밝은 힘에 대항하여 보다 높은 삶의 현실적 토대를 말살시키면서 이 형태를 파괴하는 겁니다. 이것은 극단적 악, 즉 죽음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극단적인 물리적 악의 승리를 최종의, 절대적인 승리라고 인정해야 한다면, 도덕적 사회적 영역에서의 개인적으로 거두는 선의 가상의 승리를 결코 진정한 성공으로 간주할 수 없을 것입니다. (178쪽)

그는 처음에는 예수에 대해서도 적의를 가지지 않았다. 그는 예수의 메시아로서의 의의와 가치를 인정했지만, 내심으로는 예수를 오로지 자신보다 앞서 온 위대한 선구자로만 보았고, 자기애로 어두워진 그의 이성은 그리스도의 도덕적 위업과 절대적 유일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판단했다. “그리스도는 나보다 먼저 왔다. 나는 두번째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실은 시간적으로 뒤에 온 것이 본질상은 더 앞서는 것이다. 다름 아니라 나는 완전하고 궁극적인 구원자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역사의 끝에 왔다. 그 그리스도는 나의 선구자이다. 그의 사명은 나의 출현을 예고하고 예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21세기의 위대한 인간은 성서의 복음서에 씌어져 있는 그리스도의 재림을 그 동일한 그리스도의 귀환이 아니라 예고하기 위해 왔던 그리스도를 최종적인 그리스도로 대체하는 것, 즉 자기 자신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설명하면서, 그리스도의 재림에 관한 모든 것을 자신에게 적용했다. 미래에 올 그는 이 단계에서 별다르게 특징적이고 독특한 면을 보이지는 않았다. 사실 예를 들면, 결코 악의로 비난할 수 없는 진실한 사람 마호메트도 그리스도와 자신의 관계를 이와 유사하게 바라보았었다. (202쪽)

목차

서문

첫번째 대화
두번째 대화
세번째 대화
「적그리스도에 관한 짧은 소설」

옮긴이 해설·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와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박종소 옮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과 대학원에서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연구』로 석사학위를,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 어문학부에서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시: 미학적‐도덕적 이상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러시아 문학의 종말론적 신화양상Ⅰ․Ⅱ․Ⅲ」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한 단계 높은 러시아어1․2』(공저), 옮긴 책으로는 바실리 로자노프의 『고독』,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아저씨의 꿈』,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공역) 등 다수가 있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 지음

(1853~1900)
모스크바 국립대학 총장을 역임한 아버지 세르게이 솔로비요프와 우크라이나 철학자 스코보로다 가문 출신의 어머니 폴릭세나 블라디미로브나 사이에서 1853년 1월 16일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물리수학과 역사철학을 전공했다. 철학자, 신학자, 윤리학자, 신비주의자, 정치사상가, 시인, 문학비평가로서 남긴 뛰어난 학문적 업적으로 19세기 세계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은 책과 논문으로 『서구 철학의 위기』(1874), 『총체적 지식의 철학적 기반』(1877), 『추상적인 원천들의 비판』(1877~1880), 『신인성에 관한 강의』(1878~1881), 『러시아의 민족 문제』(1883~1888), 「중국과 유럽」(1890), 『시집』(1891~1900), 『선의 변호』(1894~1897), 『세 편의 대화』(1899~1900) 등이 있다.

전자책 정보

발행일 2012년 8월 28일 | 최종 업데이트 2012년 8월 28일

ISBN 978-89-320-1997-0 | 가격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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