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김숨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8월 24일 | ISBN 9788932019840

사양 · 238쪽 | 가격 9,000원

책소개

상처와 좌절쯤… 넌 내 밥이다!

겨울 꽃[冬花]만큼 독한 소녀의 동화(童話) 같은 이야기

‘모래’와 ‘철’이라는 알레고리를 통해 1970~80년대 산업화 시대의 모습, 특히 거대 메커니즘 속 나약한 아버지의 초상을 형상화해온 김숨 작가가 세번째 장편소설이자 첫번째 성장소설을 들고 찾아왔다.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이번 소설은 1980년대, 충남 금산군 추부면을 배경으로 그려진다. 이전의 소설들이 그로테스크한 추상화였다면 이번 소설은 잔잔한 느낌의 수묵담채화를 닮았다. 어린 시절, 주변에서 익히 보았던 누군가가 책장을 들추고 걸어 나오는 듯한 느낌의 기시감이 어린다. 작가는 “죄인처럼 숨죽이고 살아가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과 “바스러진 그들의 얼굴을 원래대로 복원해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써내려갔다고 회고한다. “왜냐하면 그 마을과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진첩 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우리가 쉽게 버릴 수 없는 풍경이자 존재들이기 때문”에.

소설에는 흑백사진처럼 아주 오래된 마을,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집들, 그리고 ‘목숨’을 가장 두렵게 여기는 오래된 사람들이 ‘자주/많이’ 등장한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시골의 할머니에게 떠맡겨진 일곱 살 동화(冬花)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로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한 그 업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듯하다. 사랑의 상처, 인생의 좌절, 그리고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절망감들…… ‘마늘보다 더 독한 년’이라고 자부하며 그들 가난하고 불운한 사람들을 겪으며 지낸 두 해, 동화는 어느덧 그 아름다운 풍경 속 ‘죄인들’을 가슴에 품은 아이로 성장한다. 그리고 열여섯 살이 된 지금…… 동화의 눈엔 그 ‘죄인들’의 모습조차 아름답게 느껴진다. 흐린 거울 속처럼 아스라한 추억은 아픈 만큼 사무치게 그립다.

김숨 작가는 거대 서사 속에 시적인 문체를 녹여내는 자신만의 방식을 구사하며 한국 문학의 차세대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2009년 8월 현재, 동인문학상(『철』)과 황순원문학상(「간과 쓸개」) 최종심 후보에 그의 두 작품이 동시에 올라 있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을 터. 그가 그려내는 ‘성장통’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볼 수 없던 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백치들』과 『철』에서 익히 보았듯, 수많은 군상들을 개별적인 캐릭터로 보지 않고 마치 모자이크처럼 주인공 주변에 배치해 거대한 메커니즘으로 그려내는 것이라든지, ‘목숨’ 혹은 ‘죄’와 같은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이야기하면서도 어린아이나 무력한 서민의 눈과 입을 빌려 쏟아놓는 솜씨는 탁월하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 소녀가 한 땀 한 땀 밟아 가는 삶의 궤적들은 정적인 긴장감과 동적인 긴박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왁자지껄한 청소년소설들과의 변별점 역시 거기에서 비롯될 듯하다. 이 가을, 새로운 느낌의 성장소설이 우리에게 찾아왔다.

작품 줄거리

일곱 살의 동화(冬花)는 할머니 댁에 맡겨지고, 백 밤이 지나면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아버지는 좀체 연락이 없다. 1980년대 충청남도 금산군 추부면. 할머니 댁에는 내 이름(동화)을 토해놓고 중풍에 쓰러진 할아버지가 골방에 누워 있고, 양은대야 공장에 다니는 춘자 고모는 공장장과 바람이 나 밤늦게야 들어온다. 그리고 까도 까도 끝없는 마늘을 쏟아놓는 할머니는 내게 도망간 엄마를 닮았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마늘 독보다 더 독한 년’이라고 여기는 내 눈에 추부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가까운 존재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또한 그 업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듯하다. 방앗간 기계에 한 팔을 잃은 ‘방앗간 할머니’는 아들의 간청에도 방앗간을 팔지 않으려 하고, 간질병을 앓으면서도 형의 담배농사를 지어야 하는 ‘장대 아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일으키면서도 마을 아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뒤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옥천 할마’는 자신이 전생에 황후였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트럭에 치여 비명횡사한 아들의 보상금으로 금니를 해 넣은 ‘인자 아줌마’는 찢어지게 가난한 중에도 아들을 산 처녀와 결혼시킬 생각을 품고 있다. 개조한 축사에는 양은대야 공장에서 일하는 외지인들이 들어와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좀처럼 희망을 찾을 길 없는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축제를 벌이고, 열여덟의 나이에 아이를 밴 ‘정희 언니’는 아이가 죽어버리기를 바란다. 사랑의 상처, 인생의 좌절, 그리고 도무지 어쩔 수 없는 절망감들을 지닌 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어린 동화의 눈에 ‘죄’를 짓고 살아가는 것처럼만 보이는데…… 어느 날, 비참하고 기괴한 모습의 할아버지를 눈으로 본 뒤, 그리고 우연히 아버지의 과거사를 듣게 된 뒤, 나는 말을 잃고 만다. 흐린 거울 속처럼 아스라한 추억 이후,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온 것은 열여섯 살이나 되었을 때이다. 버스가 마을을 떠나고 나서야, 나는 그들 ‘슬프고도 아름다웠던 죄인들’이 미치도록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작품 속으로

숟가락 한가운데에는 해괴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기역자도 배우지 못한 나는 그 글자가 뭔 글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목숨 수(壽)란다.”
할머니의 입이 내 얼굴을 삼킬 듯 벌어지더니, 금을 씌운 어금니가 번개처럼 번쩍거렸다.
“동서남북 세상천지 사람 목숨보다 질긴 게 또 있을꼬?”
할머니는 눈동자를 굴려 골방 쪽을 흘끔 바라보며 말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목숨……?”
나는 그 말이 마냥 거북살스럽고 싫기만 했다. 나는 혓바닥으로 자꾸만 숟가락을 핥았다. 해괴한 그 글자를 내 혓바닥으로 핥고 또 핥아 흐릿하게 지워버리고만 싶었던 것이다. (12~13쪽)

할아버지는 복수초 씨앗만 같은 골방에서 구들장이나 지고, 싸리나무처럼 살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있다고 했다. 숨만 겨우 꼴딱, 꼴딱 토해내고 있다고 했다. 중풍이라고 했다. 골방 문 쪽으로 고개가 돌려질 때마다, 나는 할머니가 중얼거리던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할아버지가 동화라는 내 이름을 토해놓고는 쓰러졌다던……
‘뭔 놈의 조홧속인지……’
그때마다 나는 목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23쪽)

나는 눈을 꼭 감고, 아버지를 따라 떠나온 서울의 단칸방을 떠올려보았다. 부엌이 딸렸던 단칸방 그 어딘가 엄마가 숨어들었을 만한 곳을…… 혹시 빨간 다라이 속에 숨었나? 이불을 빨거나 목욕을 할 때나 쓰던 커다랗고 빨간 다라이 속에? 언젠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는 빨간 다라이를 뒤집어쓰고는 내가 어서어서 찾아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단칸방을 떠올려서인가, 팍팍한 고구마를 먹다 멘 것처럼 목구멍이 막혀왔다. 부셔진 찬장과 밥상, 부엌 시멘트바닥에 널브러진 그릇들, 깨진 화장품들과 찢어진 옷가지들이 떠올라서였다. 깨진 유리병에서 흘러나와 노란 장판지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던 영양크림도. 엄마가 도망을 갈 즈음, 아버지는 날마다 살림을 부수고 엄마를 때렸다. 옆방에 살던 아줌마는 엄마가 춤바람이 나서라고 했다. 춤바람이 난 여편네를 어느 사내놈이 마냥 내버려두겠냐고…… (33~34쪽)

설후에 피어난 꽃……?

겨울에도 꽃이 피나? 눈 속에서도 얼어 죽지 않고 피어나는 꽃이 다 있나? 나는 중얼거리며 옥천가게를 나왔다.
그러고 보니 옥천 할마는 나한테 독한 년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도 전생이라는 것이 있다고 했다. 할머니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으며 죽어라고 마늘을 까야 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생이…… 전생에 나는 뭐였을까? 옥천 할마가 전생에 황후였듯이, 나도 황후나 공주가 아니었을까? 얼굴이 밀가루를 바른 듯 하얗고, 눈동자가 눈깔사탕처럼 커다란 공주가 아니었을까? (54~55쪽)

거울과 괘종시계는 서로 마주보고 놓여 있었는데, 괘종시계가 데엥 데엥 울 때마다 거울은 주르륵 흘러내리기라도 하듯 흔들렸다. 거울 속 비뚤어지고 우굴쭈굴해진 괘종시계는, 사람의 형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복장이 터질 만큼 흐려터져서일까.
나는 불현듯 거울 저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내 얼굴 크기만 한 거울 속이 뒷산 저수지보다도 깊고 의뭉스럽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거울 저 너머에서도 꼭 나처럼 독하고 사나우며, 서러운 여자아이가 혀가 얼얼하도록 입김을 불어가며 거울을 닦고 있을 것만 같았다. (58~59쪽)

……커서, 뭐가?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커서 뭐가 될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할머니도, 춘자 고모도 내게 커서 뭐가 될 거냐고 물어온 적이 없었다. 바람이 나 도망을 가버린 엄마조차도.
“그러게, 공순이가 안 되면 커서 뭐가 될 거냐?”
아저씨들은 자꾸만 낄낄거렸다.
“입이 달렸으면 말을 해봐라. 커서 뭐가 될래?”
미용사? 간호사? 선생님? 식모? 아니면…… 양은대야 공장의 공순이? 처녀가 된 내 모습을 상상하려고 하자, 춘자 고모의 얼굴이 불쑥 떠올랐다. 화장을 싹 지워, 곪아터진 달걀만 같아진 그녀의 얼굴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어쩐지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지 않는 한, 양은대야 공장의 공순이밖에는 될 게 없을 것 같았다. (77~78쪽)

나는 중얼거리며 나도 사람이라는 것을, 돼지도 소도 개도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면 마을 할머니들처럼 구질구질하고 구차스럽게 늙으리라는 것을, 혼란스러워하며 깨닫고 있었다.
간질쟁이 장대 아저씨도 사람이고, 인자 아줌마도 사람이고, 죽어도 골백번은 죽었다던 옥천 할마도 사람이고, 바람이 나 도망을 간 엄마도 사람이고, 구들장에 들러붙어 죽을 날만 기다린다는 할아버지도 사람이고, 양은대야 공장의 아저씨들도 사람이고, 외팔이인 방앗간 할머니도 사람이고……
나는 자신이 돼지도, 소도, 개도 먹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놀라며 라면봉지를 뜯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할머니가 징글징글해할 만큼 질긴 목숨을 타고났나는 것이, 나는 괜히 기분 나쁘고 싫기만 했다. (92~93쪽)

내가 마늘을 까는 내내 자신에게 독한 년이라며 저주를 퍼붓듯, 오빠들도 자신들의 운명을 저주하는 것이라는…… 촌구석에 태어난 자신들의 앞날을 저주하고, 또 저주하는 것이라는……
그래서 오빠들은 여름방학 내내 개떼처럼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고 싸움질이나 일삼는 게 아닐까. 마을 아무 데나 침을 뱉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 촌구석에 두 발이 꽁꽁 묶여 살아가는 어른들의 눈 밖에 나려고 지랄 발광을 떨어대는 것이 아닐까. 읍내까지 나가 싸움을 벌여서는 마을 어른들로부터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닐까. (140~41쪽)

할아버지의 얼굴은 비명을 내지르고 싶을 만큼 비참하고 기괴했다. 그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불길에 그슬리고 찌그러진 양은냄비의 바닥만 같았다. 그러나 얼굴보다 더 끔찍한 것은, 갈라지듯 벌어진 입이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입속에는 이가 한 개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가 죄다 뿌리 뽑혀서인지 잇몸과 입천장은 거무스름하게 짓물러 있었다.
나는 그러한 할아버지의 입에서 ‘동화’라는 내 이름이 맨 처음 토해졌다는 사실이 소름 끼치도록 싫기만 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려 피하고 싶었지만, 할아버지의 얼굴에서 도무지 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 위로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내 머릿속에서 조금씩 바래지고 잊혀져가던 아버지의 얼굴이…… 유부남과 바람이 나 도망을 간 춘자 고모의 얼굴도 떠오르는가 싶더니,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의 얼굴도 아닌, 내 얼굴이었다. (195~96쪽)

그대들은 결코 더러운 자와 깨끗한 자를, 악한 자와 선한 자를 나눌 수 없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마치 검은 실과 흰 실이 함께 짜여지듯이 태양의 얼굴 앞에 함께 서 있으므로.

나는 그제야 그 글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태양의 얼굴 앞에 죄인은 없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 간질쟁이 장대 아저씨도, 문둥이라는 색시의 아버지도, 증발하듯 사라져버린 인자 아줌마도, 열여덟에 아기를 낳은 정희 언니도, 춘자 고모도 죄인이 아니었다. 오래전 쫓겨나듯 마을을 떠나간 축사의 이방인들도, 식모였다던 내 엄마도, 구 년이나 지나서야 날 데리러 올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조차도…… 그러니 누구도 그들을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없으며, 심판할 수 없었다. (234~35쪽)

작가의 말

신작로 위에서, 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처음으로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가, 소설을 쓰다가 문득문득 신작로를 떠올려보곤 합니다. 노란 흙먼지가 부글부글 들끓는 신작로를요. 신작로가 제 머릿속에 펼쳐지는 순간, 저는 이상하게도 눈이 멀고 귀가 먹는 듯 그렇게나 외롭고 까마득할 수가 없습니다. 어린 여자아이가 되어서는, 신작로를 홀로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휩싸여 고개를 가만히 수그리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한때, 저는 버스를 타고 신작로를 꽤 달려가야만 닿을 수 있는 마을에 살았었습니다. 흑백사진처럼 아주 오래된 마을이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집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들마다에는, ‘목숨’을 가장 두렵게 여기는 오래된 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물론 이발관도 구멍가게도 방앗간도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바보 같고, 죄인 같고, 또 세상으로부터 잊혀진 사람들만 같았습니다. 마치 흑백사진 속의 얼굴이 닳고 지워진 사람들처럼요…… 누군가 애써 기억해내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지고 말 사람들처럼요……
저는 신작로를 따라 그 마을에 들었고, 또 신작로를 따라 그 마을을 떠나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그 마을도, 그리고 그 마을의 오래된 사람들도 까맣게 잊고 살았습니다. 제가 잊고 살아가는 동안 그들 중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마을을 떠나버렸으며, 또 누군가는 몹시도 늙어버렸다는 것을 모른 채로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였을까요. 저는 그 마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마을에서 죄인처럼 숨죽이고 살아가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요. 바스러진 그들의 얼굴을 원래대로 복원해내고 싶은 마음을요…… 왜냐하면 그 마을과 사람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진첩 속에 소중히 간직되어 있는, 우리가 쉽게 버릴 수 없는 풍경이자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 마을을 다시 찾아가기 위해, 저에게는 ‘동화’라는 여자아이가 절실하게 필요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제가 그 마을에 사는 동안, 저와 함께 신작로를 한없이 내달렸을지도 모르는 그 여자아이가요.

저처럼, 이 세상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죄인들의 얼굴’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 그 여자아이…… 이 소설이 그런 이에게 위안과 용기가 되기를, 오늘 밤 저는 바라고 또 바랍니다.

2009년 8월
김숨

작가 소개

김숨 지음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간과 쓸개』 『국수』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듣기 시간』 등이 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김현문학패, 요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2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