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소리(구 우상의 집)

최인훈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9년 4월 30일 | ISBN 9788932019222

사양 · 400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근대 한국에서 주체적 개인은 존재할 수 있는가”
한국 문학사상 최초의 시도, 드높은 반성적 돌이킴!

『웃음소리』는 최인훈의 단편 15편을 모은 것으로, 작가의 유일한 단편집에 해당한다. 이전 제목은 ‘우상의 집’이었으며, 이번 전집을 펴내며 작가가 작품 전반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 제목을 새로이 고쳤다. 각각의 단편들은 실로 다채로운 서사 실험 속에 진행되며, 서구 지향적 근대를 수입하던 혼돈의 시기, 한국에서 주체적 개인의 존재 여부를 실험하고 시도했던 작가의 시도가 그 근저에 녹아 있다. 심도 있는 예술적 성취로써,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철학적 깊이로 일궈낸 각각의 단편들은 여전히 유효한 현재진행형의 의문을 던지고 있다.

데뷔 이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에 최인훈 문학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1백여 편의 학위논문과 3백여 편의 평문들이 쏟아져나왔고, 그것들은 일종의 ‘최인훈 담론구성체’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음소리』에 실린 열다섯 개 단편들에 대한 연구는 많은 부분이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각각의 단편들이 하나의 범주로 묶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이를 보이며 울울한 성층을 이루고 있어, 이를 완전히 장악하는 해석이 드문 까닭이다.

“독립적 자유인이라는 의미에서의 근대국민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분석적으로 해체해 세계시민으로서 나아갈 통로를 열어놓기 위한 최초의 실험”(문학평론가/정과리) “서구 지향적 근대화의 단계에서 잘못 수입된 개인주의의 표피적 윤리를 비판하고 다각적인 탐구와 분석을 계속”하고자 한 작품들(문학평론가/오생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평에서 보이듯,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작품들 개개의 밑바닥에는 뿌리 뽑힌 자리에서 근대를 세워나가야 했던 한반도의 한 개인으로서의 작가의 고뇌가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면서 녹아들어 있다.

음악과 대화가 있으며 지기들과 더불어 은밀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곳,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던 젊은이들이 어느 집 2층을 빌려 그곳에서 모임을 갖고 그들의 내면을 나누는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는 젊은이들의 내부를 보여주면서 그 고통이 값진 것이며 고통을 통한 구원의 길은 열려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죄 없는 한 소년의 죽음을 에워싼 주위 현실의 작용과 반응을 감상 없이 전달하는 「7월의 아이들」, 버스 속에서 본 미군 부대 주변의 풍경 「국도의 끝」, 병영에서의 어느 하루를 매우 독특한 기법으로 묘사하는 「정오」, 사랑이나 우정의 관계에서 굽히지 않는 자존심 때문에 인간적인 포용성을 상실하고 공허한 의식의 싸움을 하는 「귀성」, 이 외에도 사울(바울)에게 늘 패배하는 라울의 형상을 통해 인간의 근본 욕망과 운명을 성찰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라울전」 을 비롯, 「9월의 달리아」 「우상의 집」 「수囚」 「웃음소리」 「만가」 등도 제각기 만만찮은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웃음소리』에 실린 열다섯 편 중 나머지 네 편, 즉 패러디 소설에 속하는 「놀부뎐」 「춘향뎐」 「금오신화」 「열하일기」는 고전 소설의 형식을 빌려와 작가가 속한 현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면서 1960년대 한국의 파행적 모더니티를 풍자적으로 그려낸다.

이렇듯 이 작품집은 여러 갈래의 최인훈 소설들이 이합집산하는 교차로이자, 최인훈 문학의 본줄기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초이기도 하다. 작가의 세심한 검증을 마치고 더욱 세련된 편집과 아름다운 장정으로 새로 선보이는 『웃음소리』가 독자 여러분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을 기대한다.

서구적인 전통과 질서에 대한 동경을 지니면서 현실의 올바른 자기 우상을 파악하려는 최인훈의 초기 작품들은 젊은이들의 고통과 어두운 의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그러한 젊은이들의 내면을 보여주면서 그 고통이 값진 것이며 고통을 통한 구원의 길은 열려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의 믿음을 우리는 우리의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믿음이 있는 곳에 용기가 있고, 용기가 있는 곳에 슬기로운 지혜가 있으리라는 것, 그의 젊은 문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인식이다. _오생근(문학평론가)

「우상의 집」의 ‘나’가 한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그’의 집이 정신병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느꼈던 자기 환멸도, 라울의 비참한 죽음으로 끝맺는 「라울전」의 결말도, 내내 귀에 들렸던 여자의 웃음소리가 바로 자신의 것에 불과했다는 사실 앞에서 황급히 되돌아서는 「웃음소리」의 여주인공이 깨달은바 모두 모방 욕망이 우상으로부터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에 틀림없다. 그들은 모두 모방 욕망의 허위를 깨달은 자들, 그리고 그것을 어렵게 극복해낸 자들이다. 그들의 승리가 바로 작가 최인훈이 진정한 작가라는 증거가 된다. 익히 알려진 대로 ‘모방 욕망의 삼각형’과 ‘창형 인간의 세계 인식’을 열쇠로 삼아 살펴보는 『웃음소리』에 실린 열다섯 편의 작품들은 자못 유기적이다. 그것은 최인훈 담론 구성체의 변방이라기보다는 최인훈 소설의 여러 갈래들이 이합집산하는 교차로이자 ‘사슬의 약한 고리’다. _김형중(문학평론가)

작가 컷 | 김경우
표지 그림 | 유근택, 무제, 목판화, 2005

작가 소개

최인훈 지음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법대에서 수학했다.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주요 작품으로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총독의 소리』 『화두』 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제1회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이 영어로,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되었다. 현재 서울예대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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