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

대산세계문학총서 077

원제 Pericles, Prince of Tyre|The Winter's Tale|Cymbeline, King of Britain|The Tempest|The Two Noble Kinsmen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이상섭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12월 15일 | ISBN 9788932019123

사양 신국판 152x225mm · 740쪽 | 가격 22,000원

책소개

만년에 이르러 완성된 셰익스피어 희곡의 정점
희극과 비극이 한데 섞여 있는 기구한 인생 이야기 ‘로맨스’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77번째 책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 5편을 모은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이 출간되었다. 셰익스피어는 희극, 비극, 사극, 로맨스 극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모두 38편의 희곡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로맨스 희곡으로 분류되는 것은 『타이어의 공작 페리클리스』 『겨울 이야기』 『심벌린』 『폭풍』 『두 귀족 사촌 형제』 둥 셰익스피어가 마지막 창작 시기에 쓴 5편의 희곡이다.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은 이 5편의 희곡을 원로 영문학자 이상섭 연세대 명예교수의 번역으로 수록하고 있다. 그중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두 귀족 사촌 형제』는 국내에는 처음으로 번역·소개되는 것이다.

‘로맨스’란 넓은 의미에서는 희극이지만 단순한 웃음을 자아내는 데 그치지 않으며, 사실적·일상적이라기보다는 환상적·상상적이며,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등장인물들이 겪는 온갖 기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학 장르를 가리킨다. 16세기까지는 연극이론상 복잡한 이야기인 로맨스를 두세 시간 동안에 무대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보였지만, 17세기 초 실내 극장이 생기며 배우의 연기와 무대 장치 및 기술의 혁신이 이뤄짐으로써 이런 문제들이 많이 해결되었다. 비극과 희극 등 여러 장르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희곡과 비극이 한데 섞인 로맨스야말로 굴곡이 심한 인간사를 더욱 여실하고 감동적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셰익스피어는 본격적으로 로맨스 희곡을 창작하기 시작했다. 결국 셰익스피어의 첫 로맨스 희곡인 『타이어의 공작 페리클리스』(1607)가 크게 성공하고, 이에 자극을 받은 젊은 극작가들이 모방작을 내기 시작하면서 당시 잉글랜드의 연극계에서 로맨스 희곡은 일종의 전성기를 누렸다.

셰익스피어의 전형적인 로맨스 희곡은 뱃길 여행과 난파로 인한 헤어짐, 그리고 이후의 기적적인 만남을 다룬다. 여기에 나이 든 아버지와 젊고 아름다운 딸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보통 희극은 단순한 결혼으로 끝나는 데 반해 로맨스는 오래도록 고통스럽게 헤어져 있던 사람들의 만남, 화해, 재생으로 끝을 맺어 다분히 종교적 색채를 띤다. 이런 종교적 색채는 당시 유럽 전반에 미치고 있던 기독교의 영향에 기인한다. 즉, 난파선은 단순히 불행한 일회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 고난을 뜻하는 ‘보편적’ 상황이며, 잃은 딸은 인간이 세상살이에서 잃어버린 가장 귀중한 영혼이며,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그녀를 만나는 것은 그 영혼을 다시 찾는 한없이 귀중한 일의 ‘알레고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은 단순히 이러한 종교성이나 교훈성에 매이지 않고 특유의 드넓은 상상적 세계 속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관객들은 그 정신적 의미에 대한 의문을 곱씹으면서도, 놀랍도록 복잡하고 정교한 이야기의 전개에 깊이 빠져든다. 즉, 문학 특유의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이 책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은 특히 우리말 번역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모든 희곡이 운문으로 씌어졌고, 셰익스피어도 주로 약음절과 강음절을 다섯 번 반복하는 형식인 이른바 ‘5보격(펜타미터)’을 사용하여 희곡을 썼다. 셰익스피어를 세계 최고의 ‘시인’이라 하는 것은 물론 그가 불후의 ‘시’를 창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문학 장르에서 형식적으로 가장 정교하다는 ‘소네트’를 150편 이상 남겼고 역시 정교한 형식의 장편 이야기 시를 2편 이상 남겼으므로 현대적 의미의 시인임에 틀림없지만, 지금 남아 있는 38편의 희곡 작품 모두가 시(운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최고의 ‘시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국내의 셰익스피어 번역은 셰익스피어의 찬란한 시적 언어를 도외시하고, 극적인 구성, 즉 ‘플롯’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식으로 이뤄져왔다. 옮긴이 이상섭 교수는 셰익스피어 희곡의 운문으로서의 성격에 주목하여, 셰익스피어 희곡의 운율을 우리식으로 과감하게 해석, 우리말의 기본 운율인 4.4조에 맞게 번역하였다. 몇 종의 국어사전을 편찬할 만큼 우리말에 능수능란한 옮긴이의 작업답게 일정한 뜻과 가락이 생생히 살아 있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글을 읽는 재미를 줌과 동시에 실제 연극의 대본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신의 셰익스피어 희곡 연구 결과를 반영한 옥스퍼드판을 저본으로 아든판, 리버사이드판, 펭귄판 등 다양한 셰익스피어 판본을 참고하여 독자들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럽의 문학관을 결정지었다고 할 수 있는 그의 『시학』에서 시인(포에타, 제작자란 뜻)은 통상적으로 ‘운문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꾸미는 사람,’ 즉 주어진 이야기 자료를 가지고 작품으로 구조화하는 사람임을 천명했는데, 바로 그런 의미에서도 여러 자료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낸 셰익스피어는 ‘시인’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당시나 셰익스피어 당시에도 현대적 의미의 극작가(드라마티스트, 플레이라이트)라는 말은 아직 없었고 으레 시인이라 했던 것이다(순 산문으로 극작품 씌어지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후반이었다).
셰익스피어의 극적가로서의 천재성은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극에서 일관되게 구사한 그의 운문에 주의를 보낼 필요가 있다. 그의 극적인 구성, 이른바 ‘플롯’에만 주의하는 것은 그의 찬란한 시적 언어(운문)를 도외시하는 것이 된다. [……] 그의 운문 극본은 청중의 귀에 직접 들리는 ‘흥겨운 가락’이었다. 서양 학자들의 원본에 대한 비평과 해설도 운문에 관련된 것이 거의 30퍼센트나 된다는 사실을 보아도 그의 운문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올바른 번역은 되도록 그 가락의 흥겨움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를 저절로 흥겹게 해주는 우리 가락을 살려서 번역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유행하는 이른바 ‘자유시’는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가락은 되지 못한다. 이런 말은 국내 학자들도 많이 하고 있으나 실천한 적은 거의 없다.
나는 한국인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가락은 4.4조라고 믿는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표어에서부터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동요와 ‘빛을 찾아가는 나의 노래는 슬픈 구름 걷어가는 바람이 되라'(조지훈)는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래적’ 가락은 4.4조와 그 변조(시조, 가사, 판소리의 가락과 이른바 7.5조 등)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셰익스피어의 운문 희곡을 4.4조의 우리 가락으로 옮겼다.
_이상섭, 「옮긴이 해설·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에서

책 속으로

페리클리스   다이애나여! 옳으신 명에 따라
                 나 여기서 타이어의 왕임을 밝힙니다.
                 황급히 나라를 떠나 펜타폴리스에 이르러
                 아름다운 세이사와 [세이사가 놀란다.] 결혼하였습니다.
                 바다에서 해산 중에 그녀는 죽고
                 마리나라 이름 지은 딸을 하나 낳았는데,
                 여신이여, 딸은 아직 여신님을 따릅니다.
                 타서스의 클리온에 양육받아 열네 살 될 때
                 그자가 살해하려 하였으나 행운으로
                 미털리니에 오게 됐고, 우리 배가 갔을 때
                 행운이 그녀를 우리 배에 오게 하여
                 분명한 기억으로 자기가 내 딸임을
                 밝혔던 것입니다.
세이사                              저 목소리, 저 얼굴!
                 당신은, 당신은 페리클리스 왕!
                 [기절하여 쓰러진다.]

-『타이어의 공작 페리클리스』에서

목차

타이어의 공작 페리클리스
겨울 이야기
심벌린
폭풍
두 귀족 사촌 형제

옮긴이 해설·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에 잉글랜드 중부의 워릭셔 카운티에 있는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 태어났다. 성인이 되자마자 그는 1580년대 후반에 런던으로 가서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이후 그는 30여 년간 그의 출세작인 「헨리 6세 제1부」, 「헨리 6세 제2부」, 「헨리 6세 제3부」 연작 등의 사극과, 4대 비극으로 일컬어진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 등의 비극과, 재치 넘치는 「오해 연발 코미디」,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등의 희극과, 「트로일로스와 크레시다」, 「끝이 좋으면 모두가 좋다」 등의 문제극과 「페리클레스」, 「폭풍」 등의 로맨스극 등 모두 38편의 희곡을 집필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시인으로서의 천부적 재능도 감추지 않은 그는 「비너스와 아도니스」, 「루크리스의 겁탈」 등을 비롯한 몇 권의 시집과 154편의 「소네트」를 발표했다. 1613년에 「헨리 8세」, 「두 왕족 사촌 형제」를 끝으로 그는 고향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다가 1616년 4월 23일(생일)에 별세하여 ‘홀리 트리니티 교회’에 안장되었다. 동료 극작가 벤 존슨은 셰익스피어를 일컬어 “한 시대가 아닌 만세를 위한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아름다운 시적 상상력과 인간성의 안팎을 넓고 깊게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보여주었으며, 그의 언어 구사는 영어를 상당히 풍요롭게 했으며, 그가 그려낸 다양한 무대 형상화 솜씨는 무척 탁월했다. 그러기에 그가 별세한 지 4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공연되고 있다.

이상섭 옮김

1937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및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에모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머레이 주립대학교 영문학과 조교수,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문과대학장,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아시아사전학회 회장, 한국사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는 『문학의 이해』, 『문학 연구의 방법』, 『말의 질서』, 『문학이론의 역사적 전개』, 『문학비평용어사전』, 『시학』, 『역사에 대한 불만과 문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 『영미 비평사』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로맨스 희곡 전집』, 『예술 창조의 과정』, 『눈물이, 부질없는 눈물이: 테니슨 시선집』, 『시월의 시: 딜런 토머스 시선집』, 『오웬 시전집』 등이 있다. 이밖에 편저서로 『연세한국어사전』, 『연세초등국어사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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