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시드의 노래

대산세계문학총서 076

원제 Poema de Mio Cid

정동섭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11월 28일 | ISBN 9788932019116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04쪽 | 가격 13,000원

책소개

스페인 서사문학의 백미

중세 스페인의 국민적 영웅 ‘미오 시드’의 무훈을 노래한 스페인 최초의 서사시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의 76번째 책으로, 중세 스페인의 서사시 『미오 시드의 노래』가 출간되었다. 『미오 시드의 노래』는 스페인 중세 서사문학 작품 중 전문(全文)이 거의 다 남아 있는 유일한 작품이며, 가장 오래된 서사시다. 1140년경에 씌어졌다는 설이 있지만, 최근에는 12세기 말 또는 13세기 초에 작성되었다는 이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텍스트는 14세기 언어로 씌어진 양피지 필사본이며, 현재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미오 시드mid cid’란 ‘나의 주군’ 혹은 ‘우리들의 주군’이란 의미로, 중세 스페인의 영웅 로드리고 디아스 데 비바르(1043?~1099)를 가리킨다. 역사 속의 시드는 지금의 스페인이 여러 왕국으로 나뉘어 있을 당시 카스티야 왕국의 산초 2세가 총애하는 신하였다. 산초 2세가 사망하고, 그의 형제이자 레온 왕국의 왕이던 알폰소 6세가 카스티야 왕국을 손에 넣은 뒤부터 시드의 정치적 부침이 시작되었다. 시드가 산초 2세의 죽음이 알폰소 6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드와 왕과의 관계가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고, 이에 왕은 그를 두 차례에 걸쳐 추방하였다. 1089년 두번째로 추방되고 난 뒤 시드는 당시 이슬람권이던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1094년에는 마침내 무어족의 도시이던 발렌시아를 함락시켰다. 이후 발렌시아를 수복하려는 북아프리카의 이슬람권 종족인 알모라비데족의 공격을 견디던 중 1099년 사망했다. 그의 사후, 발렌시아는 다시 무어인들의 수중에 들어갔다. 『미오 시드의 노래』는 두번째 추방이 이뤄진 1089년부터 시드가 사망한 1099년까지 10년에 걸친 시드의 무훈(武勳)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기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입장의 논쟁이 있다. 하나는 ‘구술주의자’들의 주장으로, 그들은 이 작품을 ‘후글라르 문학’에 포함시킨다. 후글라르는 곡예, 손마술, 춤과 음악 등의 다양한 재주로 대중들을 즐겁게 했던 떠돌이 광대로, 이들에 의해 이 작품이 공연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낭독되었고, 그 낭독에 기초하여 재구성한 게 현재의 필사본이란 것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들의 주장은 이 작품이 한 사람의 시인에 의해 작성되었고, 이후 여러 후글라르들에 의해 낭송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은 후글라르의 역할을 작품 전파자의 한계 내에 묶어둔다. 그 근거로 이 작품의 지은이가 법률문제나 라틴 연대기, 혹은 그 밖의 역사자료에 능숙할 만큼 지적 수준이 상당했음을 들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지은이는 사제 같은 지식인이나 교양인이었을 거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전개되고 있다.

서사시라는 장르 자체가 민족과 국가의 시각을 신 또는 영웅과 연결 지어 민족의 숭엄한 정신을 표방·공표하는 것이라면, 『미오 시드의 노래』가 씌어진 목적도 영토 확장기에 있던 13세기 스페인의 대중들에게 자긍심과 모험 정신을 고취시키는 데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1212년 시작된 기독교도들의 진군에 앞선 모병(募兵)에 이 작품이 사용되었으리라고 추정되고 있으며, 영국의 스페인 중세 문학 연구자인 알란 데어몬드Alan Deyermond는 『미오 시드의 노래』를 가리켜 ‘13세기 (영토) 확장 문학’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영토 확장 문학에 그쳤다면 오늘날까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읽히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오 시드의 노래』는 시드에게 실질적인 동기와 현실적인 인간성을 부여함으로써 여느 중세 서사시와는 변별되는 뛰어난 문학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학적 가치와 의미는 스페인 문학 내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영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사우디는 『미오 시드의 노래』를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이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했고, 독일의 평론가 프리드리히 폰 슐레겔과 미국의 비평가 조지 티크너도 그 독창성과 문학성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또한 『미오 시드의 노래』는 여러 장르에 걸친 많은 작품의 모티프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그중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프랑스 근대 연극의 장을 연 작품이라 평가받는 코르네이유의 『르 시드』(1636), 안소니 만 감독이 연출하고 찰턴 헤스턴과 소피아 로렌이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엘 시드」(1961), 2003년 제작된 호세 포소 감독의 애니메이션 「엘 시드―전설의 영웅」 등이 있다.

『미오 시드의 노래』와 같은 작품을 대하는 독자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는 사실을 상기, 강조하고 싶다. 최대한의 상상력을 가동하며 작품의 ‘목소리’를 들을 것. 독자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3세기 정도의 어느 허름한 스페인 시골 마을 장터에 가야 한다. 가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장터의 한 귀퉁이에서 능수능란한 떠돌이 소리꾼 또는 이야기꾼이 청중들을 상대로 벌이는 한바탕을 퍼포먼스를 보고 들어야 한다. _정동섭, 「옮긴이의 말」에서

작품의 줄거리

『미오 시드의 노래』는 세 개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노래는 추방 명령을 받은 시드가 고향 비바르를 떠나 부르고스를 향해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시드는 그를 돕는 자는 엄벌에 처한다는 국왕의 명령을 두려워한 부르고스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그곳을 떠난다. 수하들을 유지해야 하는 시드는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인 라켈과 비다스에게 돈을 꾸고는 모래가 가득 든 상자를 보석이 담긴 상자로 속여 담보 잡힌다. 그리고 카르데냐 수도원에 아내인 도냐 히메나와 두 딸을 맡긴다. 이후 그는 카스테혼과 알코세르를 정복하며 명성과 부를 얻고 알바르 파녜스를 통해 왕에게 값진 선물을 보낸다. 또한 알카니스를 공격하고 레리다의 무어인들과 바르셀로나 백작인 라몬 베렝게르를 상대로 승전한다.
두번째 노래는 시드의 발렌시아 입성(入城)이 주된 이야기를 이루는데, 여기서 시드는 헤리카, 온다, 알메나라, 무르비에드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렌시아를 정복한다. 발렌시아를 정복한 후 시드는 다시 알폰소 6세에게 선물을 보내며 가족과 함께 살게 해줄 것을 간청한다. 국왕은 시드의 청을 받아들이고, 시드는 그리웠던 가족과 상봉한다. 모로코 왕의 공격을 막아낸 후 시드는 다시 국왕에게 이전보다 더 대단한 선물을 보내는데, 이를 보고 시드의 명성과 재산을 노린 카리온의 왕족들은 시드의 딸들과 결혼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하여 알폰소 6세는 시드를 사면하고 카리온의 왕족들과 시드의 딸인 도냐 엘비라와 도냐 솔을 결혼시킨다.
세번째 노래에서 시드의 사위가 된 카리온의 왕족들은 시드의 부하들에 의해 조롱거리가 된다. 사위들은 우리에서 사자가 뛰쳐나왔을 때 체면도 없이 도망쳐버렸고 또 전장에서도 대단히 비겁했기 때문이다. 못난 그들은 오히려 시드의 딸들이자 자신들의 아내인 도냐 엘비라와 도냐 솔을 숲 속에서 매질로 모욕하고 버려둠으로써 앙갚음을 하고 자신들의 고향인 카리온으로 도망가버린다. 시드의 조카 펠릭스 무뇨스가 사촌인 시드의 딸들을 구해 발렌시아로 데려오고 딸들로 인해 모욕당한 시드는 국왕에게 재판을 요구하여 알폰소 6세는 이에 조정(朝廷) 회의를 소집한다. 이 회의를 통해 시드는 카리온의 왕족들에게 주었던 지참금과 보검들을 회수하고 국왕은 시드의 명예를 되찾기 위한 결투 일정을 잡는다. 이후 시드의 부하들은 결투에서 승리하고 시드의 딸들은 각각 나바라와 아라곤의 왕자들과 결혼한다. 이야기는 시드의 평화로운 죽음으로 끝난다.

책 속으로

두 눈으로는
그토록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그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빗장 없이
열려 있는 문들과
가죽옷도, 망토도 없이
텅 비어 있는 횃대들을 보았습니다.
[……]
미오 시드는
사려 깊고 점잖게 말했습니다.
“사악한 적들이
제 삶을 이렇게 엎어놨군요.
높은 곳에 계시는 아버지,
그래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7~8쪽)

미오 시드는 창을 잡고는
말을 타고 나갔습니다.
그가 탄 바비에카라고
불리는 말이
달리는데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그가 달리자
모든 이들이 감탄했고,
그날부터 바비에카는
스페인 전체에 대단히 유명해졌습니다. (170~71쪽)

시드는 첫번째보다
더욱 명예롭게 딸들을 결혼시킵니다.
자기 딸들이 나바라와 아라곤의
여주인이 됐을 때
호시절에 태어나신 이의
명예가 얼마나 커졌는지 보십시오!
오늘날 스페인의 왕들은
그의 친척들이고
호시절에 태어나신 이로 인해
모두들 명예롭습니다.
시드는 오순절 날에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372쪽)

목차

첫번째 노래
두번째 노래
세번째 노래

옮긴이 해설·스페인 서사문학의 백미
옮긴이의 말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정동섭 옮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페인으로 건너가 마드리드 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마드리드 국립대학에서 스페인 현대소설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이론 및 영화사를 전공했다. 옮긴 책으로 『소설의 이론』 『스페인 영화사』 『돈 후안 테노리오』 『바람의 그림자』 『보이지 않는 도시』 등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돈 후안: 치명적인 유혹의 대명사』가 있다. 현재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스페인 문학과 영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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