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인

최인훈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11월 13일 | ISBN 9788932019161

사양 · 416쪽 | 가격 12,000원

책소개

『회색인』은 주인공 독고준이 잃어버린, 혹은 정립된 적이 없었던 ‘자기 자신’으로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면서, 한국 사회와 문명, 예술 전반을 폭넓게 성찰한 한국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광장』이 주로 해방기에서 한국전쟁기에 이르는 시기의 문제적 지점들에 중심을 두어 파고들었다면, 『회색인』은 그러한 문제의식을 포월(包越)하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탐문의 폭을 더 넓고 깊게 확장시켰다.

존재의 연금술사, 독고준!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서,
정립된 적 없었던 ‘자기’를 찾아서, 도저한 자기성찰과 세계인식의 길을 걷다

작가 최인훈은 스스로 이 작품을 두고 “통과의례 규정을 자기 손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어떤 원시인 젊은이의 공방(空房)의 기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품의 주인공 독고준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한데, 일제 강점기에 북한에서 출생하여 학교를 다니다가 월남하여 남한에서 대학을 다니는 인물이다. 북한에 남아 있는 어머니와 누이 등 여러 가족은 생사를 알지 못하고, 함께 월남한 아버지는 남한에서 타계한 상태다. 분단 상황으로 인하여 ‘독고獨孤’ 상태에 처한 독고준은, 그야말로 고독한 자유인이다. 그는 스스로의 불완전함과 결여를 넘어서기 위해 허심탄회한 방랑을 서슴지 않으며,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지금의 영토를 뛰어넘어서 진정한 삶의 지평을 열기를 희망한다.

이와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독고준의 친구 김학, 황 선생, 오승은, 김 소위 등 상대 인물이나 여성 인물인 김순임과 이유정 등도 각기 나름의 입장과 눈으로 성찰적 관념을 표출하며 작가의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이들이 터 잡고 있는 현실과 허기진 정신 역시 한결같이 결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핍의 체험과 인식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지금 현재 앉은 의자는 불안한 ‘회색의 의자’(『회색인』의 발표 당시 원제목)에 다름 아니게 된다. 그 어느 쪽도 맞춤한 인식의 거울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이 ‘회색의 의자’에 앉은 젊은 영혼들은 방황하고 불안해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러한 소설 속 인물들의 눈과 입을 빌려 뒤엉킨 혼돈의 현실을 지적하고 분해하고 비판하여 그것을 속속들이, 치열하게 드러내고 이해하고자 한다. 운명의 굴레를 지성의 힘으로, 자기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려 하는 것, 『회색인』은 한국문학사상 처음으로 이에 대한 전범을 제시한 작품이다.

***

잃어버린 자기를 찾아서, 혹은 정립된 적이 없는 자기를 찾아서, 열정적인 행보를 보여준 독고준, 우리는 그를 존재의 연금술사라 부른다. 1960년대 소설사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로 호명되는 독고준의 탐문과 성공은 『회색인』에서 그치지 않고,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경유하고 『태풍』을 지나 『화두』에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나 독고준이 또다시 등장하여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신의 모험을 감행하는 『서유기』(최인훈 전집 3)는 『회색인』과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두 권을 비교해가며 읽으면 또 다른 경지의 예술적 독서 체험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인훈의 『회색인』은 이 작가의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이다. 그의 주인공 독고준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질문하기도 하며 자신의 모습의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자기 인식이며 진지한 현실 통찰의 방법론이 된다. _김치수(문학평론가)

다른 사람, 다른 존재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하겠다는 것, 자신의 이름으로 서명하겠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독고준의 근대 선언이자, 근대 작가 선언인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작가 최인훈의 준열한 선언이기도 하다. 최인훈의 문학은 이와 같은 자기 인식, 자기 서명 의식, 관념적 예술적 모험 의식과 자기 실험 정신의 소산이다. 그렇게 볼 때 『회색인』 이후의 최인훈의 문학의 원류의 상당 부분을 『회색인』에서 찾는 것은 결코 무리한 일이 아닐 터이다. 소설 『회색인』의 위대성은 바로 문학적 자기 성찰, 자기 정립, 자기 정초에 있다. _우찬제(문학평론가)

표지 그림 유근택, <인간>(2005)
작가 컷 이제하

작가 소개

최인훈 지음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법대에서 수학했다(2017년 명예졸업). 1959년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傳)」이 『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년 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총독의 소리』 『화두』 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 등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이 영어로,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되었다. 2018년 7월 별세했다. 사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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