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산 2

대산세계문학총서 073

원제 火の山-山猿記 (下)

쓰시마 유코 지음 | 이송희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9월 26일 | ISBN 9788932018997

사양 신국판 152x225mm · 480쪽 | 가격 15,000원

책소개

메이지 유신의 전야에서 새로운 세기까지
일본의 근현대에 걸친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는 장엄한 심포니

제51회 노마 문예상
제34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 수상작

NHK 인기 드라마 「순정 반짝(純情きらり)」 원안 소설

지적이고 환상적인 문체의 소설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의 중견 작가 쓰시마 유코의 『불의 산』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에게 일본 문학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노마 문예상’과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영예를 가져다준 대작이다. 쓰시마 유코는 20세기 일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딸로, 또한 신경숙 작가와 주고받은 서신에세이집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의 공동 저자로 국내에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물리학자 아리모리 유타로가 기록한 회상록을 파리 태생인 그의 외손자 파트리스 유헤이가 친구들과 더불어 읽어나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회상록은 유타로의 조부 시대인 메이지 유신을 전후한 때부터 태평양전쟁으로 일본이 패망하는 시기까지의 아리모리 집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회상록을 중심으로 유타로의 다섯 누이들이 각자 적어놓은 노트 속 이야기와 이들의 아버지이면서 오랫동안 후지 산을 연구해온 지질학자 아리모리 겐이치로의 문장이 끼어들고, 파트리스와 친구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전화 통화, 편지 내용 등이 삽입되는 등 여러 명의 화자, 여러 명의 시점이 모여서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작가가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가족’ ‘삶과 죽음’ ‘언어와 인간의 관계’라는 주제를 집대성한 대표작이라는 평을 받았던 이 작품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작가가 살아오면서 여러 차례 겪은 가족의 죽음이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작가는 겨우 한 살이 지났을 무렵 다자이 오사무가 39세의 젊은 나이에 자살함으로써 아버지를, 13세 때에는 다운 증후군을 앓던 오빠를 잃었으며, 심지어 38세 때에는 아홉 살의 아들이 호흡 발작으로 생을 마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죽음을 접하며 ‘인간 생존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자기의 삶’과 ‘타인의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에 유타로의 조카로 등장하는 유키코는 작가 자신이 투영된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녀는 작가 자신처럼 어린 시절에는 오빠 도오루를, 성장해서는 아들을 잃는다.

한편 아버지 다자이 오사무가 투영된 인물인 화가 스기 도고라는 인물도 독자들의 흥미를 끌 만하다. 작품의 후반부는 치정극에 휘말려 사망하는 스기 도고와 그의 아내인 후에코(즉, 작가의 어머니),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예술가와 그 아내의 고통과 애처로움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작가는 『산이 있는 집 우물에 있는 집』에서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동반 자살한 아버지가 “아무도 묻지 말았으면 하고 바랐”던 비밀이었다고 고백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 이르러 비로소 자신의 출생과 아버지의 죽음에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밖에도 회상록을 집필한 유타로는 작가의 외삼촌인 이시하라 아키라를, 유타로의 아버지인 지질학자 겐이치로는 실제로 지질학자였던 작가의 외할아버지 이시하라 쇼타로를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인 ‘불의 산’은 일본의 최고봉인 후지 산을 가리킨다. 후지 산은 몇 겹으로 겹치고 구부러지면서 농밀하게 전개되어가는 이 기나긴 이야기에서 하나의 축으로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이미지로 작용한다.

“일본 근대사의 축도를 보여주는 가족사” _요미우리 신문
“어느 가족사가 그리는 불안정한 인간세계” _아사히 신문
“일본어를 어떻게 전달할지 실험한 소설” _도쿄 신문

작품의 줄거리

유키코는 사촌 동생인 마키코와 함께 미국에 있는 외삼촌인 아리모리 유타로를 방문하여 가족의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과 가족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간 물리학자 아리모리 유타로는 그 부탁을 받고는 온 힘을 기울여 일족의 회상록을 쓴 다음 표지에 ‘유키코를 위하여, 마키코를 위하여’라고 써서 유키코에게 전한다. 훗날 암 선고를 받게 된 유키코는 이 회상록과 함께 자신의 어머니와 이모들의 옛 노트를 파리에 거주하고 있던 마키코에게 보낸다.

파리 태생인 마키코의 아들 파트리스는 청년이 되어 회상록 뭉치를 발견한 뒤 일본어를 공부해가면서 이를 해독해나가며, 이제는 늙어버린 어머니 마키코를 위해 이 기록을 프랑스어로 옮긴다. 회상록은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아리모리 집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도쿄제국대학 출신의 지질학자인 아버지와 무사 계급 출신 어머니를 부모로 둔 막내아들 유타로의 어린 시절은 행복한 것이었다. 이 시절의 무대가 되는 고후 분지에서 후지 산과 남알프스 산들을 바라보면서 아리모리 유타로와 형, 다섯 누나들이 성장해가는 풍경에 역사적인 사건, 그리고 신화적인 모티프가 교차되어간다.

번쩍번쩍 온몸이 빛나는 말, 불타는 돌을 입에 물고 하루 만에 후지 산을 넘어 달리는 말들. 기다려어, 기다려어, 외치면서 마부를 쫓아가는 무서운 산녀(山女) 가몬카카. 산속에서 활약하던 무장 신앙 집단 미다케슈 이야기. 할머니의 죽음 후 찾아낸 뜰의 소나무 구멍, 그 속에 들어 있던 스물네 마리나 되는 뱀들. 쌀을 구하려다 결국 폭도로 변하는 농민들.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신기한 양치질. 아버지 겐이치로와의 등산. 한없이 믿음직스럽던 형 고타로. 어린 유타로와 할아버지가 비밀스럽게 지켜본 말들. 산사태 같기도 하고 홍수 속의 강 흐름 같기도 했던 검은 말들의 질주. 자기를 산속의 원숭이라고 부르던 일. 어떤 의미에서 아리모리 집안의 황금 시대였다고도 할 수 있는 그 무렵의 일들을 유타로는 기억해낸다.

그러나 아버지 겐이치로가 갑자기 사망하고, 집안의 희망이었던 형 고타로도 의과대학에 당당히 합격하지만 곧 병으로 사망하면서 아리모리 집안에 불행이 찾아온다.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제국주의화하자 자유주의자였던 아버지 겐이치로와 형 고타로의 영향을 받은 아리모리 집안사람들은 답답한 공기를 견디지 못하고 생활도 점점 궁핍해진다. 그러나 그들은 후지 산이 바라다보이는 고향 가이코마에서 때때로 희망을 찾고 때로 절망하기도 하면서 시대를 견뎌낸다.

전쟁이 끝났지만 집안의 불행은 계속된다. 음악을 좋아했던 막내 누나 사쿠라코는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고 한 남자와 약혼하지만 갑자기 남자가 징집되자 7년 동안이나 혼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약혼자를 기다린다. 7년 만에 드디어 약혼자가 돌아오자 결혼, 곧바로 임신하지만 결핵에 걸려 입원하게 된다. 의사에게서 출산은 절대 안 된다는 말을 듣지만, 결국 아기를 낳는 것을 선택하고 천신만고 끝에 낳은 아기를 멀리서 보는 것조차 금지당한 채 유명을 달리한다. 둘째 누나인 후에코와 결혼한 화가 스기 도고는 오늘 그리고 있는 그림을 내일도 그리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수수께끼 같은 죽음을 당한다. 유타로는 자기 집안과 일본을 버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한다.

책 속으로

유헤이.
파트리스.
부디, 이제 겨우 두 살인 네 생명이 계속 지켜지기를!
네 존재가 부서질 수 있는 나쁜 일은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설령 프랑스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사라져 없어진다 해도, 이 바다, 이 육지, 이 식물, 이 동물이 네 주변에서 계속 퍼져나가 계속해서 네게 기쁨을 줄 수 있기를! (1권, 49쪽)

돌이 생물체였다는 사실을 잘 알겠지? 이렇게 돌은 자기 생명을 노래하고 있는 거란다. 잘 들어보렴. 돌의 소리를 들으려면 자기도 돌이 되지 않으면 안 되지. 하잘것없는 생각은 전부 잊어버리고 지면과 함께 숨을 쉬는 거야. 자, 들리지? 그래, 그게 돌의 목소리란다. 돌의 생명이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란다, 이 지구는…… (2권, 199쪽)

나는 영혼의 존재 따위는 믿지 않았다. [……] 그런데도 그의 슬픔, 그의 쓸쓸함이 내게 조금씩 다가온다. 나를 돌아봐줘, 후에코. 내 몸을 안아줘. 당신 때문에 나는 이런 피를 흘렸으니까 후에코, 후에코, 나한테서 떠나지 말아줘……
나는 그로부터 눈을 피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2권, 420쪽)

목차

2-6 물빛 파인더 다섯 권에 정리된, 볼펜으로 쓴 A4 판형의 「기록」 계속
    16. 기분 최고다, 야아!
    17. 출발-엘고덴을 품고
    18.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

0-6 ……

2-7 「기록」 계속
    19. 불! 불!
    20. 달의 빛-황옥(토파즈)

0-7 ……

2-8 「기록」 계속
    21. 귀향
    22. 패전 2년째-푸른 눈동자
    23. 내일 하루 이대로

3-2 B4 판형 복사본(작은 메모장의 페이지를 확대한 것)

2-9 「기록」 계속
    24. 미제레Miserere!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

0-8 ……

옮긴이 해설·쓰시마 유코와 『불의 산』
작가 연보
기획의 말

작가 소개

쓰시마 유코 지음

쓰시마 유코津島佑子(본명 쓰시마 사토코〔津島里子〕)는 1947년 도쿄 교외 미타카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시라유리 여자대학으로 진학해서는 영문학을 수학하며, 포크너의 작품 등 미국 남부의 문학에 매료되었고 크리스토퍼 말로의 「파우스투스 박사」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파우스트 전설을 연구해 졸업 논문을 썼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1969년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여성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쓰면서도, 늘 새로운 표현과 다양한 소재로 현대 일본 문학의 정점을 달리고 있다. 일본 국내외 소수민족의 문화와 그들에게 전해진 구승 문예에 공감을 갖고 있으며, 문학의 글로벌리즘이 초래한 균질화에 강하게 대항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다무라 도시코 문학상, 이즈미 쿄카 상, 여류문학상, 노마 문예 신인상,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 히라바야시 다이코 상, 오사라기 지로 상, 요미우리 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불의 산』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과 노마 문예상을 동시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생물이 모이는 집』 『산을 달리는 여자』 『풀의 침상』 『총아(寵兒)』 『빛의 영역』 『밤의 빛에 쫓겨서』 『한낮으로』 『위대한 꿈이여, 빛이여』 『바람이여, 하늘을 달리는 바람이여』 『웃는 늑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소설집 『「나」』와 소설가 신경숙과의 왕복 서간 에세이집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이 출간된 바 있다.

이송희 옮김

서울대학교 가정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로 학사 편입학 졸업 후 같은 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외대, 연세대, 경원대, 아주대 등에서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는 『2백년의 아이들』 『언덕 위의 구름』 『컬러풀』 『명치유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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