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기, 이성의 문학

이동렬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9월 8일 | ISBN 9788932018904

사양 신국판 152x225mm · 344쪽 | 가격 18,000원

책소개

“18세기는 역사상 유일한 행운의 시대이며 프랑스 작가들이 곧 잃어버리게 된 낙원이다.”
―장 폴 사르트르

과학적 합리주의는 고도로 발달된 물질문명을 가져왔으나 오늘날 인류는 과거보다 극심한 불행감에 시달리며, 나날이 가중되는 환경파괴와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살상무기 앞에서 생물학적 종으로서 인류의 생존 자체를 의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확실히 우리는 문명의 진보와 인류의 행복한 삶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처럼 우울한 회의주의자가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한 책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과 문학을 다룬 『빛의 세기, 이성의 문학』이 바로 그것.
이 책은 어둠의 시대에 환한 ‘빛’을 비춰 세상을 밝히고자 했던 18세기 계몽사상을, 프랑스의 대표적 계몽주의 사상가인 몽테스키외, 볼테르, 디드로, 루소의 생애와 작품을 중심으로 흥미롭게 조명하고 있다. 20년 넘게 강단에서 18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쳐온 저자 이동렬(서울대 불문과 교수)은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나지막한 어조로 독자들을 ‘빛의 세기’라 불리는 계몽주의 시대로 이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18세기 프랑스로 나 있는 문학의 오솔길을 걷다 보면, 독자들은 ‘인간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유례없는 인류의 진보를 낙관했던 계몽사상가들의 불같은 열정, 세계의 진보와 인류의 행복을 향한 보편적 이상,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탐구정신과 관대한 계몽정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문학과지성사 刊, 343쪽, 18,000원)

‘빛의 세기’로 떠나는 프랑스 계몽주의 문학 산책
모두 다섯 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몽테스키외, 볼테르, 디드로, 루소를 본격적으로 살피기에 앞서, 먼저 18세기 프랑스의 정치·사회적 현실과 그 안에서 꽃을 피운 계몽사상을 개괄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계몽주의’는 좁게 보면 18세기에 이성과 과학이라는 합리주의를 기치로 내세워 한 시대를 풍미하고, 구체제를 타파한 프랑스 혁명이라는 대사건으로 스스로를 분출한 한 시대의 패러다임이다. 계몽주의의 무기는 ‘인간이성’에 의한 ‘비판 정신’이며, 앙시앵레짐의 양대 지주인 왕정제와 기독교를 비판하며 성장했다. 계몽주의자들은 인간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인류가 무한히 진보할 수 있다는 믿음을 소유했다. 이들이 휘두른 번쩍이는 빛으로 상징되는 계몽의 칼날은 어둠에 있던 부모의 시대를 몰아냈으며, 온통 빛으로 충만한 세상을 꿈꾸었고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지는 법. 계몽주의에 기초한 이성 중심의 사고는 과학과 만나 현대와 같은 고도의 물질문명을 일궈냈지만, 우리는 더 이상 몽테스키외의 『페르시아인의 편지』에 나오는 주인공 위스벡처럼 열광의 감정을 가지고 진보의 개념을 생각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과학적 합리주의가 가져온 고도의 물질문명은 계몽의 세기가 믿었던 바의 인간의 행복을 보증해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처럼 인류의 운명에 대한 우울한 진단은 문명의 진보와 인간의 행복을 믿었던 계몽주의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같이 계몽사상에 가해지는 혹독한 비판에 대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계몽주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그들이 가졌던 본래의 정신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살피기 위해 이념적 접근이 아닌 계몽주의의 대표적 주도자였던 몽테스키외, 볼테르, 디드로, 루소라는 네 인물을 통해 다가간다.
선구적 계몽사상가인 몽테스키외와 프랑스 계몽주의 문학 최초의 위대한 텍스트라고 일컬어지는 『페르시아인의 편지』, 계몽운동의 대표적 투사로 손꼽히는 볼테르와 ‘칼라스’ 사건을 통해 종교적 관용정신을 강조한 『관용론』, 그리고 『백과전서』를 완성함으로써 계몽주의를 집대성한 철학자 디드로와 그의 작품 『라모의 조카』 및 『운명론자 자크』, 마지막으로 역설적 계몽사상가 루소와 현재까지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그의 대표작 『인간 불평등 기원론』과 『신 엘로이즈』가 그것. 18세기 문학은 “이성 중심의 건조하고 차가운 문학일 뿐”이라는 일반적인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사르트르가 “18세기는 역사상 유일한 행운의 시대이며 프랑스 작가들이 곧 잃어버리게 된 낙원”이라고 표현했듯 이 책을 통해 보여지는 그들 작품의 기저에는 그들이 품었던 드높은 이상과 사회적 참여정신이 깃들어 있다.
저자는 이렇듯 계몽의 세기를 빛낸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애와 문학을 살핌으로써 그 시대 그들이 가졌던 열정과 시대정신을 우리 앞에 끄집어내 보여준다. 물론 계몽주의가 관통했던 18세기 프랑스와 자본주의의 격랑에 놓여 있는 현재는 그 상황이 크게 다르다. 그러나 저자는 계몽주의의 정신은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며, 이성에 의한 ‘비판 정신’은 문명을 건설해온 인류 역사의 축이자 앞으로도 여전히 그러할 것임을 지적한다.
빛을 의미하는 Lumières를 ‘계몽’으로 번역한 계몽주의는 흔히 ‘빛’으로 상징된다.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로 인해 서양 철학의 기틀이 잡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계몽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무지는 어둠이고, 따라서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해 세상에서 어둠을 몰아냈듯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던지고자 했다. 저자 이동렬은 20년 넘는 세월 동안 강단에서 18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며 고민하며 얻은 성과물을 이 책 『빛의 세기, 이성의 문학』에 오롯이 담았다. 계몽주의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저자의 제시를 흘려들을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상이기에 계몽주의는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 책 속으로
계몽의 세기는 흔히 ‘이성의 세기’와 동의어로 쓰인다. 〔……〕 뉴턴과 로크의 과학적이고 경험론적인 사유를 규범으로 삼은 계몽사상은 인간이성에 대한 신뢰를 극단까지 밀고 나간 사상이었다. 계몽철학은 인간이성에 의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이성에 대한 무한한 신뢰는 인류의 진보에 대한 신념과 연결된다. 계몽철학자들은 편견에서 벗어난 인류의 보편적 이성은 마침내 자연의 완전한 통제를 확보할 만한 과학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며,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정치적·도덕적 판단을 세련시켜 더 나은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I. 계몽의 세기, 19, 21~22쪽)

인간의 행복을 주된 관심사로 여기는 계몽주의는 자연히 인간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성 이외에는 어떠한 권위도 인정하지 않는 계몽주의의 정신에서는 그 어떤 요소도 비판의 대상에서 유예될 수 없다. 따라서 루이 14세가 생존할 때까지만 해도 금기의 대상이었던 앙시앵레짐의 양대 지주인 기독교와 군주제를 포함한 모든 것이 계몽적 비판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계몽주의 운동은 이성의 이름으로 비이성인 모든 것을 끊임없이 비판하고 공격하는 운동이었다. 미신과 압제와 특권, 무엇보다도 특권을 떠받치고 있는 종교가 비판과 공격의 주 대상이었다. 계몽사상가들에게는 이성이 단지 인간해방의 관념을 창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가로막는 모든 족쇄를 끊기 위한 투쟁의 현실적이고도 실제적인 도구였다. 계몽적 이성은 실천적 이성이었던 것이다. (I. 계몽의 세기, 25쪽)

사람들은 문인에게서 얼마간 편벽되고 기이한 일탈의 인간상을 연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몽테스키외는 문인에 대한 그런 일반적 편견을 반박할 수 있는 대표적 작가일는지도 모른다. 그는 유복한 출생조건뿐만 아니라 행복한 기질을 타고나서 모범적 시민, 훌륭한 영주, 깊이 있는 사상가인 동시에 좋은 생활인으로서 대단히 조화롭고 균형 잡힌 일생을 살다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몽테스키외의 일대기는 완벽한 인간의 행복한 생애였다는 인상을 준다. 그는 루소의 『고백록』같이 긴 자서전을 남겨 자신의 생애를 기술하지 않았고, 자신의 성격과 삶에 대해 언급한 짤막한 노트를 미출간인 채로 남겨놓았을 뿐이다. (II. 몽테스키외, 58~59쪽)

그(몽테스키외)는 벌써 3~4년 전부터 지방명사로서의 평범한 삶을 깨뜨려버릴 사건을 아무도 모르는 새에 준비하고 있었다. 1721년 암스테르담의 한 출판업자가 저자의 이름도 없고, 편집자의 주소와 이름마저 가짜인 책 한 권을 발간한다. 서간집의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제목은 ‘페르시아인의 편지’이며, 저자의 친구 데몰레 신부가 예견했듯이 “빵처럼 팔려나가게” 된다.
〔……〕 이 작품에서 ‘유럽 이야기’와 ‘페르시아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지 알아보는 일, 작가 자신의 표현에 따르자면 작품의 ‘숨겨진 연쇄cha

작가 소개

이동렬 지음

서울대학교 불문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주사범대학, 한국외국어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불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을 『스탕달 소설 연구』 『문학과 사회 묘사』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좁은 문』 『고리오 영감』 『적과 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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