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품

無所有

박상륭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5월 16일 | ISBN 9788932018621

사양 신국판 152x225mm · 536쪽 | 가격 14,000원

분야 장편소설

책소개

잡설의 공력으로 우주를 쌓다
잡설로 인간 세상의 상극적 고통과 폭력을 위무하다

한국문학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거대한 스케일의 형이상학적 비전과 한국어의 문학적 표현 가능성의 한 절정을 보여줘온 작가 박상륭의 새 장편소설 『잡설품(雜說品)』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죽음의 한 연구』의 5부이자 마지막 책
유리의 第八祖傳, 『雜說品』

작가는 이 책이 『죽음의 한 연구』의 제5부 격으로, 『죽음의 한 연구』를 완성하는 마지막 책이라고 밝히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죽음의 한 연구』(1975)는 ‘유리(羑里)’라는 고장의 육조(六祖) 촌장의 이야기이고, 『죽음의 한 연구』의 속편으로 모두 3부로 구성된 『칠조어론(七祖語論)』(1990~94)이 작가 스스로를 칠조(七祖)에 동일화하여, 칠조가 한없이 펼치는 법설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면, 『雜說品』은 주인공인 시동이 고행 끝에 해탈, 혹은 출가하여 유리의 팔조(八祖)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말하자면 유리의 제팔조전(第八祖傳)인 셈이다.

『雜說品』은 박상륭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동서고금의 신화와 설화, 종교와 철학으로부터 얻은 모티프를 바탕으로 그의 오래된 화두인 ‘죽음을 통한 삶과 생명의 이해’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분법을 거부하고 상극적인 것들을 서로 불화하며 공존케 하는 박상륭 사유의 방법론적 특징과 이를 잘 표현해내는 절묘한 모순 어법oxymoron도 여전하다. 천천히 그리고 되풀이해서 소리 내어 읽어야만 한다는 그의 ‘가락 나는’ 문장을 통해“떠들썩한 말씀의 축제”(김진수)를 벌이는 솜씨도 그대로다.

작가는 이번 책에서 몇 가지 주제에 대해 새로 집중적으로 탐색하고 있는데, 인간의 재림, 우주적 여성주의, 가학증과 피학증의 문제, 폭력의 문제 등이 그것이다. 특히 ‘인간의 재림’의 문제에 깊이 조명하고 있는데, 작가가 보기에, 현대 우리 사회는 타락하고 부패한 자본주의 사회이고, 그 사회에서 인간은 축생도(畜生道)의 영역에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얼마 전 태안에서 기름에 덮인 돌들을 살려내는 방법이 돌 한 개 한 개에 “인간의 손이 닿아, 닦아지고, 문질러지고, 씻어지기에 의해서 뿐”이듯이, “육신적 또는 물질적 쾌감”으로 인간을 잃었거나 동결된 인간 한 명 한 명에게 인간의 손이 닿거나, 자체 내에서 인간이 일어나는 것뿐이다. 작가는 인간은 “인간이기의 까닭에, 인간주의를 제외하곤, 무엇이 절대적으로 선하며, 절대적으로 정의롭고 정당한 것이 있겠느냐”고 물으며 여러 차례 반복하여 “인간의 재림이 필요하다”고 설(說)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제목 ‘雜說品’은, ‘잡설’과 『금강경』 등의 불교 경전에서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는 ‘품(品)’의 형식을 추가하여 이뤄진 것이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작품을 가리켜 ‘잡설’이라고 일러왔으며, 그 의미에 대해 “경전과 소설의 사잇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전은 중생들이 읽어서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생들의 귀에 들어가는 글을 쓰려고 한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귀에 들어가는 글을 쓰겠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박상륭의 잡설은 일반적인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그의 문학을 난공불락의 세계로 알고, 단지 외경의 대상으로만 인식해온 것은 사실이다. 한국 평단의 원로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하여 한 신문 칼럼을 통해 아무리 ‘쇠귀에 경 읽기’라고 해도 고토의 중생들을 외면하지 말고 다시 ‘하산’하길 작가에게 요구한 바 있다. 이러한 요청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상륭은 이 책 『雜說品』으로 돌아왔다.

이 책에서 작가는 전작에서 보여왔던 극시(劇詩) 형식을 더욱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런 대화문의 형식은 생생한 현재성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유리 쪽에서는 입적한 것으로 믿어지는 칠조(七祖) 순례자가 팔조(八祖) 혹은 구조(九祖)가 될 시동이나 ‘것11’과 나누는 대화는 어쩌면 작가와 독자와의 가상 대화로도 볼 수 있다. 작가 자신이 오랫동안 고행하면서 이뤄낸 사유의 결실을 대화의 형식에 담아 독자들에게 설(說)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주인공 시동이 고행 끝에 순례자와의 대화를 통해 돈오(頓悟)하여 팔조가 되듯이,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며 박상륭은 다시 한 번 ‘하산’한 것이다.

우리 문학의 거봉(巨峰), 박상륭
그 방대하고 심오한 문학 세계의 완성

내년이면 고희를 맞이하는 박상륭의 문학 세계는, 200자 원고지 2,200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을 통해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수와 육조 혜능의 이야기를 해석한 것이 『죽음의 한 연구』였고, 이후 타지인 캐나다에서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고행한 끝에 스스로 칠조가 되어 자신이 이룬 설법을 펼친 게 『칠조어론』이었다면, 이제 자신의 뒤를 이을 팔조, 구조를 기다리며 그들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전수하는 이야기를 담은 게 이 책 『雜說品』인 것이다. 작가 나이 서른세 살에 탈고한 『죽음의 한 연구』에서 시작된 그의 방대하고도 심오한 문학 세계가 정확히 35년 만에 이 책으로써 완성된 셈이다. 그것이 이 책의 제목에 자신의 문학을 가리키는 단어 ‘잡설(雜說)’을 아낌없이 내준 이유일 것이다.

말이 그냥 세상이나 우주에 닿기 힘들다는 걸 왜 그가 모를 것인가. 심지어 말을 높이 쌓을수록, 세상과 우주는 저 멀리, 빙글빙글, 도망간다. 또 말을 정연하게 높이 쌓을수록, 세상은 거꾸로 풀풀 흩어지고 쓰러진다. 혹은 해탈해도, 세상의 일들은 다시 더럽게 꽁꽁 뭉친다. 이 점을 절절히 아는 그는 그래도 그래도 세상에, 저 아득한 세상에 닿으려 했다. 한국어 문장으로 닿으려 했다. 무시무시하게 고독한 말의 공력을 들였다. 풀풀 쓰러지는 우주를 한국어로 쌓았다. 쓰러져도 또 쓰러져도 또 쌓았다. 잡설의 공력으로. 이 궤적이 거의 전설 수준이다.
_김진석, 작품 해설 「쓰러지는 우주를 말로 쌓기」에서

목차

‘자라투스트라’ 박상륭을 기다리며_김윤식

1. 家出
2. 카마(愛)
3. 아르타(義·意)
4. 宇宙樹-익드라실
5. 時中
6. 所中
7. 달마(法)
8. 목샤(解脫), 혹은 出家

해설│쓰러지는 우주를 말로 쌓기_김진석

작가 소개

박상륭 지음

1940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경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63년 『사상계』로 등단하여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상륭 소설집』(1971, 1986년 『열명길』로 재출간), 『아겔다마』(1997), 『평심』(1999),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2002), 『小說法』(2005) 등의 소설집과, 『죽음의 한 연구』(1975), 『칠조어론』(1994, 전 4권), 『神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2003) 등의 장편소설, 그리고 산문집 『산해기』(1999)를 상자했다.
동서고금의 종교·신화·철학을 아우르는 심오하고도 방대한 사유와 우주적 상상력으로 전개되는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그 독보적인 문체로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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