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의 회복

복거일 지음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8년 3월 14일 | ISBN 9788932018485

사양 · 220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자유주의자’ 복거일의 한국 사회에 대한 기록

소설가이자, 시인, 사회 평론가로 경계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온 작가 복거일의 사회비평집 『경제적 자유의 회복』이 문지스펙트럼 ‘우리 시대의 지성’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등을 내놓으며 ‘보수 논객’에서부터 ‘진정한 자유주의자’까지 다양한 층위의 해석을 불러일으켰던 저자의 한국 사회 전반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책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이데올로기와 같은 굵직한 주제에서부터 교육정책과 대운하, 독도 문제 등의 민감한 사안까지를 아우르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들을 특유의 감각으로 날카롭게 진단한다. 이번에 그의 화두는 10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일궈낸 ‘이명박 시대.’ 이 책에서는 이번 정권 교체의 진정한 의미와 당면한 과제들을 짚어보고, 아울러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근본적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민족사회주의에서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복귀
차분하면서도 직설적 어조로 우리 사회의 면면을 두루 훑고 있는 이 책은, 작가 복거일의 ‘자유주의자’로서의 면모와 사고의 유연함, 통찰력 있는 시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번 정권 교체는 통상적 정권 교체를 뛰어넘은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즉, 지난 두 정권이 견지한 ‘민족사회주의’ 체제에서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 이념’과 ‘시장경제 체제’로의 복귀라는 것.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민족사회주의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가 결합해서 나온 전체주의 이념”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과거 1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경험한 혼란과 분열과 비효율이 모두 지난 두 정권의 민족사회주의 체제에서 비롯되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새 정부의 과제는 “민족사회주의 실험의 잔재들을 걷어내고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적. 특히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그 핵심은 ‘경제적 자유의 회복’이다.
예컨대, 노동 시장의 자유화나 각종 규제와 진입장벽 철폐, 세계 시장을 근간으로 한 경제 조직 재편과 같은 주장들은 모두 시장경제의 추구라는 경제적 ‘자유주의’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다. 특히 ‘론스타’의 경우를 예로 들어 우리 안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민족주의적 감상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하고, 외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나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인수 및 합병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 것은, 저자의 철저한 ‘자유주의’적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자유주의를 향한 그의 일관된 관점은 경제 분야 이외에도 국방의 민영화, 교육 시장의 자유화 등과 같은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 밖에도 도덕과 문화에 관한 성찰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반에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의 목소리를 전한다.
이 책 『경제적 자유의 회복』은 이렇듯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화두로 던진다. 그것은 이념의 문제이면서 ‘자본주의’라는 구체적 현실에 발 담그고 있는 우리 삶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확고한 신념을 갖춘 자유주의자이자 폭넓은 독서로 사유의 지평을 넓혀가는 지식인으로서 끊임없는 글쓰기를 통해 부단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작가 복거일의 주장은, 설사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찬찬히 귀 기울여 들을 만하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은 그동안 신문과 잡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묶어 펴낸 것이다. 1부에서는 경제, 교육, 국방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살피고 있으며, 2부에서는 대운하, 독도문제, 영어교육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었다.

■ 책 속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는 통상적 정권 교체를 훌쩍 뛰어넘는 변화를 뜻한다. 그것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이 시도한 민족사회주의 실험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었고, 이명박 후보의 대승과 정동영 후보의 참패는 시민들의 준엄한 판단을 선명히 드러냈다.
근대에 나온 갖가지 사회주의 실험들은 그것이 청사진으로서는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적용되면 나쁜 결과를 낳는 이념임을 이론의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남북한의 대조실험은 그 점을 특히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
두 좌파 정권들이 내세운 민족사회주의는, 좋게 말하면,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인 자유주의 이념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대안적 실험이었다. 그리고 자유주의자들이 예언한 대로, 비참한 실패로 끝났다. 우리 사회가 이번 선거에서 이끌어낸 것은 그런 대안적 실험을 끝내고 대한민국의 구성 원리로 되돌아가자는 결의였다. 물론 이런 결의는 우리 사회의 틀이 근본적으로 바뀌리라는 점을 뜻한다. (「병든 경제의 회복」, 34~35쪽)

이렇듯 우리 시장이 활짝 열리고 우리 경제가 세계적 맥락에서 효율적으로 재편되면,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몇몇 기업들이 외국 자본이나 다른 다국적기업들의 손에 넘어갈 터이다. 지금 우리 시민들은 거의 모두 그런 사태를 걱정하지만, 그것은 불필요한 걱정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진화해서 보다 나은 일자리들이 보다 많이 생기고 유지되는 것이지, 특정 기업들이 국적을 유지하거나 한국인들로 이루어진 경영진들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보다 과감하게 말하면, ‘국민 기업’으로 자처하는 기업들에 외국인들의 지분이 많아져서 명실상부한 다국적기업으로 바뀌어야,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세계화 시대의 경제 조직」, 67쪽)

교육은 공공재가 아니므로, 시장이 잘 공급한다. 정부의 줄기찬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과외수업이나 학원과 같은 사교육 시장이 늘 활기찼다는 사실에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따라서 교육을 정부가 나서서 공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정부는 시장이 보살피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교육을 책임지면 된다. 그런 체계가 시장경제 원리에 맞다. 그러나 현행 체계는 정부가 교육의 독점적 공급자로 자리매김하고, 시장은 정부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보완한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이 그렇게 뒤바뀌었으니, 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제는 시장이 교육을 일차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시장이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는 틀을 만들고 시장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면 된다. (「교육 개혁의 원칙」, 84~85쪽)

따라서 영어교육은, 모국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기가 태어날 때부터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언어를 배우려는 본능은 워낙 강해서, 일찍부터 영어를 듣고 말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인다면, 우리 아이들도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터이다. 그렇게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워서, 모든 어린이들이 두 언어를 잘 쓰게 되는 것이 합리적 영어교육의 목표다.
[……] 결정적 시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 시작되므로, 현행 영어 몰입교육은 비용은 무척 크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어릴 적에 두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따르면, 효과가 클뿐더러 영어교육에 들어가는 엄청난 자원도 상당 부분 절약될 것이다. 특히,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도 영어를 습득하는 데 불리하지 않아서, 이미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영어 격리도 실질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 정부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서 어릴 적부터 영어를 쉽고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영어교육의 생물학적 바탕」, 90~91쪽)

사회가 발전할수록 징병제는 더욱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원병들로 이루어진 군대로 변모한다. 미국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경우다. 그와 같은 논리는 국방의 민영화로 이어진다. 사적군사회사가 국방의 큰 부분을 맡는 것은 그래서 논리적이고 현실적이다. 외국인 용병의 고용도 민영화의 한 부분이 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적인 국방체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나와야 한다. 미래의 우리 군대는 내국인 지원병들이 주력이 되고, 외국인 용병들이 보조하고, 사적군사회사들이 지원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국방의 민영화」, 125쪽)

진화는 목적론적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환경에 맞는 개체들이, 유전자들이든 밈들이든, 덜 맞는 개체들보다 더 많이 살아남아 더 널리 퍼지는 과정일 따름이다. 따라서 문화는 본질적으로 어떤 목표나 궁극적 형태를 향해 진화하지 않는다. 이 점은 문화를 살필 때 늘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화의 단위는 개체들이다. 인류의 경우, 진화의 단위는 개인들이다. 자연히, 개인들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본질적 중요성을 지닌다. 따라서 민족이나 국가나 인종과 같은 추상적 단위들을 위하는 길로 문화를 이끌려는 시도들은 아주 어리석고 해롭다. 그런 시도들은 진화의 본질에 어긋난다. 우리는 그저 개인들이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나머지는 생명을 창조했고 다양한 종들과 문화들을 발전시킨 진화의 과정이 맡을 것이다. (「문화에 관한 성찰」, 162~63쪽)

지금 필요한 것은 오직 좌파 지식인들의 지적 정직이다. 이제 사회주의는 좋지 못한 이념임이 명백히 드러났다. 권력과 정보의 집중은 압제와 부패를 낳고, 사회적 소유는 비능률과 의욕 상실을 부르며, 중앙에서 짠 계획은 거칠면서도 경직되어 경제 활동을 극도로 제약하고 혁신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
그러나 당시 우리 사회의 좌파 지식인들 가운데 그 사실을 인정한 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사회주의 이념에 그대로 매달렸다. 사회주의가 현실에서의 검증을 통해 논파(論破)되었음을 인정하는 대신, 틀린 것은 ‘현실 사회주의’지 ‘이론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기묘한 논리를 폈다. 이론은 현실에서의 검증을 통해 정당화된다는 과학철학의 기본 명제를 거꾸로 세운 것이다. [……]
‘산사태’가 난 이번 선거에도 불구하고 좌파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이념이 파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좌파 정치인들을 흙더미 속에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 좌파 지식인들이 제공하는 현실적 좌파 이념 없이는, 좌파 정당들은 15대 및 16대 대통령 선거처럼 정치적 야합을 꾀하거나 16대 및 17대처럼 ‘네거티브 캠페인’을 추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좌파 지식인들의 책무」, 188~89쪽)

■ 차례
서론

1부
새 대통령이 할 일들
병든 경제의 회복
노동 시장의 자유화
세계화 시대의 경제 조직
자유 시장은 공정하다
교육 개혁의 원칙
영어교육의 생물학적 바탕
생산자들을 위하는 교육체계
위험을 줄이는 체계 설계
학력 위조를 줄이는 길
영웅을 묻으며
무임승차자들의 환상
국방의 민영화
국가 면역체계의 복구

2부
운하 사업에 대한 성찰
고급 선박 시장으로의 진출
문화와 물리적 기반
문화에 관한 성찰
독도 문제를 작게 만드는 길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는 길
전체주의와 도덕
쓰러지기를 거부하는 고목
정글과 자본주의
좌파 지식인들의 책무
권력과 경제
신뢰를 가벼이 여기는 사회
가난으로 잃어버리는 삶
효과적 자선

작가 소개

복거일 지음

1946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으며, 소설가이자, 시인․사회 평론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비명(碑銘)을 찾아서』 『높은 땅 낮은 이야기』 『역사 속의 나그네』 『파란 달 아래』 『캠프 세네카의 기지촌』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 『목성 잠언집』 『숨은 나라의 병아리 마법사』 『보이지 않는 손』 『그라운드 제로』 등과 소설집 『애틋함의 로마』, 시집 『五丈原의 가을』 『나이 들어가는 아내를 위한 자장가』가 있다. 사회 평론집으로는 『현실과 지향』 『진단과 처방』 『쓸모없는 지식을 찾아서』 『죽은 자들을 위한 변호』 『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혜들』 『정의로운 체제로서의 자본주의』 『경제적 자유의 회복』 『자유주의의 시련』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등과 산문집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죽음 앞에서』 『소수를 위한 변명』 『국제어 시대의 민족어』 『동화를 위한 계산』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 『벗어남으로서의 과학』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복거일의 세계환상소설사전』을 펴냈다.

독자 리뷰

독자 리뷰 남기기

8 +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