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르메를 만나다

폴 발레리 지음 | 김진하 옮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 발행일 2007년 11월 2일 | ISBN 9788932018171

사양 · 232쪽 | 가격 6,000원

책소개

言語 美學을 극한까지 밀고 나간 두 천재 시인의 만남
폴 발레리의 스테판 말라르메론

서양 현대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둔 적이 있는 독자라면 그 중요한 원천이 프랑스 상징주의에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현대시의 두 거장, 발레리가 말라르메에 대해 쓴 모든 글을 수록한 이 책은, 말라르메의 작품 발생의 비밀을 보여주는 은밀한 보고서이며, 동시에, 발레리 자신의 문학비평과 사상적 탐구를 잘 드러내고 있다.

시적 추구를 인간정신의 발견으로 이끌어간 말라르메와 발레리
말라르메는 서양 현대시의 금자탑으로 불리지만, 언어형식에 있어서 엄격함과 순수성을 극한까지 밀고 나간 탓에 프랑스에서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시인으로 유명하다.
상징주의의 마지막 성좌 발레리와 말라르메는, 서로의 인격과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바탕으로 평생을 두고 깊이 신뢰하고 우정을 쌓아갔다. 때로는 추억에 대해, 때로는 말라르메의 시창작의 비밀에 대해, 때로는 상징주의를 주제로 쓴 발레리의 격정적이고도 냉철한 이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덧 그들의 정신과 창작이 지향한 바를, 난해하기로 소문난 그 빛나는 세계의 정수를 한껏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의 상징주의의 흐름과 또 다른 축으로 프랑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말라르메는, 존재와 언어의 순수성에 대한 고행에 가까운 집념으로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였다.
말라르메에서 발레리로 이어지는 이 흐름은, 예술의 순수함에 대한 격정적인 탐구를 넘어, 매혹적인 관능미나 삶의 감각을 생생히 실현시키기를 추구하면서 형식의 건조함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형식과 감각의 극한적 일치’로 그들을 전부 설명했다 하기에는 여전히, 무언가 부족하다. 말라르메와 발레리 두 시인을 진정으로 묶어두고 있었던 것은, 시적인 완성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가장 높은 차원에서의 정신의 탐구나 인격의 완성과 다르지 않다고 믿었다는 데 있다.

그들에게 예술은 그 자체로 완성되어야 할 그 무엇이면서, 동시에 인격의 완성을 위한 수련이었고, 그것을 담는 그릇이어야 했다. 그들 사이에는 각자의 탐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었다. 그것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지성의 소유자들에게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거장이 읽어낸 거장의 정수(精髓)
품격 높은 지성의 향연!

발레리가 말라르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말라르메가 세상을 뜬 지 20여 년이 넘고, 발레리 자신이 문학적으로 침묵한 뒤 20년이 넘는 긴 침묵을 깨고 그동안의 탐구의 결실들을 내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의 일이다. 이 책에 실린 아홉 편의 글들은 발레리가 말라르메에 대해 발표한 글들의 전부인데, 차례는 장 이티에(Jean Hytier)가 갈무리하여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나온 『말라르메 선집』에 실려 있는 순서를 따랐다.

독자들은, 복잡하고 고도의 수준을 지닌 말라르메론을 분석한 아홉 편의 이 글들이 매우 치밀하고 정확하다는 점에 문득문득 놀랄 것이다. 20여 년에 걸쳐 발표된 글들이지만, 엄격하고 결벽한 이 지성의 소유자 발레리가 펼쳐놓는 시학과 작시법에 대한 분석, 말라르메와 자신의 영향관계에 대한 심리분석, 문예사조의 역사에 대한 해체와 비판은 시의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시학의 영역에서도 일가를 이룬 그의 역량을 확인케 한다. 또한 그는 철학, 과학, 심리학, 의학 등 다방면에 걸쳐 심도 있는 사유를 전개하였는데, 그런 흔적들은 아직까지도 곳곳에서 깊은 사유의 원천으로 읽히고 있다.

빠르게 습득되고 가볍게 내뱉어지는 지식이 대세가 된 후기 산업사회의 문화 속에서, 한 없이 길고 유장한 발걸음을 요구하는 이런 종류의 글들이 설 자리는 넓지 않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이 다소 무겁고 깊이 있게 느껴질는지 모르지만, 치밀한 고전적 문체의 미로 속에서 암중모색하는 것도 정신을 단련시키고 인식을 심화시키는 훈련, 발레리식 표현을 빌리자면, ‘지성의 체조’일 수 있다.

더욱이 발레리가 종종 말하다시피 고난이 정신을 성장시킨다는 주장을 깨달음의 경구로 되새기면서 이 책을 읽어나간다면, 책장을 덮을 즈음 훌쩍 자란 자신의 내면세계를 느끼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작가 소개

폴 발레리 지음

폴 발레리(Paul Valéry, 1871~1945)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세트에서 태어나 몽펠리에 대학을 졸업했다. 홀로 습작을 하던 중 1890년 몽펠리에 대학 개교 기념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피에르 루이스를 통해 지드를 알게 되고 말라르메와도 교류하게 되었다. 대학 졸업 뒤에 파리로 이주하여 「테스트 선생과의 저녁」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방법론 입문」 등의 글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와 필력을 과시했으나, 절필하고 무려 20여 년간 문학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오랜 침묵 뒤에 프랑스 시에서 최고의 걸작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장시 「젊은 파르카 여신」을 발표하고, 대표작 「해변의 묘지」와 「나르시스 단장」 등을 담은 시집 『매혹』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20세기 최고의 시인으로 인정받았다. 그밖에도 유럽 정신의 회복을 주장한 일련의 문명 비평과 철학적 성찰, 시학의 새로운 개념 정립을 시도한 시론, 문학비평 등도 발표했는데, 이런 글들은 『바리에테』 『요즘의 세상을 바라봄』 등에 실렸다. 또한 플라톤의 대화 형식을 부활시킨 『외팔리노스 또는 건축가』 『나무에 대한 대화』 『고정관념』 등도 발표했다. 발레리의 전체적인 사상은 말년의 미완성작 『나의 파우스트』와 평생에 걸친 성찰의 결실인 작업 공책 모음 『카이에』 등에 담겨 있다. 1945년 세상을 떠난 발레리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세트 해변의 묘지에 묻혔고, 드골 정부는 국장으로 그를 예우했다.

김진하 옮김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불문학과에서 폴 발레리의 시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발레리에 대한 논문들과 신화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하였으며, 옮긴 책으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과수원/장미』가 있다.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하였고, 현재 양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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